<세태추적>한국사회가 키운 괴물 ‘사생팬’ 충격실태

“오빠, 지금 샤워하고 있는 중이죠?”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국내 인기 아이돌 스타들이 사생팬(연예인의 사생활을 쫓는 팬)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의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정과 신상정보를 정확히 꿰고 매일 쫓거나 수시로 전화를 하는 등 도가 지나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은 한 달에 100만원이 훨씬 넘는 사생활동비를 충당하기 위해 성매매에까지 손을 뻗고 있어 성범죄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예인의 적 ‘사생팬’. 그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공개한다.

“휴대폰 번호를 바꿨는데 5분 만에 ‘번호 바꿨네요’라는 문자가 와요. 그래서 곧바로 또 바꾸니까 ‘전화번호 자주 바꾸면 안 좋아요’라는 문자가 왔어요. 그때 진짜 극성팬이 무섭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저희 몰래 숙소에 들어와서 숙소 안의 물건들 찍어서 멀티메시지로 보내오기도 해요. 그건 명백한 위법이잖아요.”

연예인의 적
사생범(?)

동방신기가 한 TV 쇼프로그램에 나와서 극성팬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 내용의 일부다. 동방신기는 데뷔 전부터 사생팬(이하 사생)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는데, 어느 연예관계자에 따르면 “동방신기가 지금까지 미치지 않은 것에 대단할 따름이다”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JYJ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초 JYJ는 사생들에게 욕설과 구타를 가했다는 증거물(동영상)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된 음성파일에는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너희 때문에?” “너희들이 팬이니?” 등의 음성이 녹음돼 있었다. 또 발언 도중 욕설이 섞여 있었고, 누군가를 때리는 듯한 ‘퍽’ 소리와 여성의 신음소리도 포함돼 있었다.

녹음파일이 공개된 후 JYJ는 누리꾼들의 비난세례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사생들이 JYJ에게 저지른 범법행위를 놓고 본다면 JYJ의 잘못으로만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한 이들의 범법행위의 수위가 지나쳐 연예계에서는 이들을 두고 사생팬이라기보다 '사생범'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JYJ는 이 사건이 알려진 후 기자회견에서 “한 번은 택시를 타고 우리 차를 따라오다가 얼굴 한 번 보겠다며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경우도 있었다”며 도가 지나친 사생들로 인해 고통 받았던 심경을 토로했다. 팬이 아니라 오히려 연예인의 적으로 분류되는 사생들이 일반적으로 행하는 범법행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봤다.

이들은 보통 연예인, 특히 아이돌의 사생활동을 하면서 월 100만원이 훨씬 넘는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사생택시(사생팬을 전문적으로 실어 연예인의 승합차를 쫓는 택시)' 요금으로 지출되고 있는데, 단골 사생들은 아예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의 정액요금을 내고 사택(사생택시의 준말)을 뛰기도 한다. 일부 사생의 경우, 사택 하루 대절에 20만원이라는 거금을 충당하기 힘들어 10대들은 집에서 고정으로 받는 용돈과 50만원 상당의 학원비, 지속적인 아르바이트로 사생활동비에 보탠다. 이렇게 해도 부족한 금액에 대해서는 남에게 돈을 빌리거나 심하면 성매매까지 불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어느 여학생이 사택을 하다 돈이 부족해 사택전문 택시기사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사례가 나돌아 충격을 줬다. 경제적 능력이 갖춰져 있는 직장여성은 사택(콜밴) 비용이 많이 나가 아예 자동차를 뽑았다고도 한다.

돈에 눈 먼
사택기사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류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팬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노려 한탕 건지려는 치졸한 사택들도 많아졌다. 한 사택기사는 “외국인 팬은 국내 정찰가보다 3배 이상 요금을 많이 받을 수 있어 택시 안에 번역기를 설치하거나 외국어 기본 회화까지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일부 사택기사들은 대부분 여성인 사생들을 대신해 스토커 행위까지 불사하는데, 연예인이 자주 간다는 남성전용사우나를 알아낸 뒤 안에 들어가 연예인 사진을 몰래 찍어 팬과 금전거래를 하는 양심 없는 사택기사들도 많다.

사생의 범법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의 직업은 10대 여학생부터 전문직 여성, 국내외 주부들까지 다양한데 연예인의 사생활을 캐기 위해 온 몸을 불사르는 범법행위는 하나같이 똑같다.

가택 무단침입은 기본, 속옷 절도에 과감한 키스 시도
아이돌 신상정보, 온라인서 3~5만원에 버젓이 거래돼


온라인에서 3~5만원선으로 거래되고 있는 연예인 개인정보 유출이 그 첫 번째다. 이들은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이트에 가입한 후 물건을 사기도 하며 밀린 PC방비 체불을 떠넘기는 등 사기행각을 아무렇지 않게 벌이고 있다. 스토커 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돌 멤버 휴대폰을 정지시켜 놓고 통화내역을 뽑아서 일일이 전화를 걸어 여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사생들도 다수라고 전해진다. 심지어 연예인의 가족들 신상정보까지 도용해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매일 전화해서 협박해 연예인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말 못할 고통을 안겨준다.

또한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연락처 주소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사생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열쇠를 복사한 후 숙소에 무단 침입해 속옷을 훔친다든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협박전화를 일삼는다. 심한 경우, 자신의 생리혈을 모아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일일이 택배로 부쳐 보내는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자고 있는 남성아이돌의 가슴과 엉덩이를 더듬고 입술에 키스를 시도하는 등의 대담함, 죽은 동물의 시체를 보내 충격에 휩싸인 연예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잔인함까지 보인다.

성관계를 할 때 사용하는 콘돔과 러브젤을 보내는 추악한 행위도 빠지지 않는다. 연예인의 일정 뿐 아니라 휴가까지 어디로, 또 누구랑 가는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휴가지까지 따라가 괴롭히기도 한다.

생리혈 보내기는
기본 중 기본

이 밖에도 연예인이 자신을 바라봐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일례로 한 남성아이돌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생들 중 차에 부딪힐 뻔 한 사생 한 명을 팔로 끌어당겨 구해주면서 그 후로 모든 사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차도로 뛰어들어 당시 같이 있던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졸였다.

특히 해외에서 온 원정사생들은 연예인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자 의도적으로 연예인의 뺨을 때린다든가 돌덩이로 가득 찬 가방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위험한 행동도 저지르기도 해 논란이 됐다.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사서 연예인 집 지하주차장에 개인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연예인 휴대폰 안에 도청장치를 넣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생도 있다. 언론으로부터 공개된 CCTV 화면에는 사생들을 피해 여기저기 숨어 다니며 걸음을 옮기는 연예인의 모습이 포착돼 사생들의 지나친 사생활 침해에 대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험한 일을 저지르는 사생들은 앞서 거론했듯이 20대 초반 여성들과 미성년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아예 한국에서 자리 잡고 활동을 하는 해외원정 사생과 아줌마 사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에 다니지 않는 주부로, 웬만큼 아이들을 다 키워놓은 아줌마도 있지만 아직 1개월도 채 안 된 아이를 방치하며 24시간 연예인을 따라다닌다.

아줌마 사생들은 처음 한류열풍을 몰고 왔던 배우 배용준을 시작으로 각종 연기자, 이제는 아이돌까지 그 종류도 어마어마하다. 이들도 젊은 층 사생 못지않다. 이들은 비교적 높은 연령을 악용해 무분별한 성희롱을 하거나 폭력을 사용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하도록 유도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중에 임신부도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임신 중인 한 중국여성이 연예인에게 물건을 던지며 욕설을 퍼붓고 머리 위에 쓰레기를 투척해 당시 같이 있던 국내 사생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처음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호텔에 투숙하다가 나중에는 가족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은 애교수준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일본 아줌마 사생팬도 다수
한 달 정액요금 받고 대리스토커 자청하는 사생택시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생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하거나 어필하는 연예인들도 많아졌다. 현재 구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하는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은 자신의 트위터에 “집 앞도 구청 앞도 제발 쫓아오지 마라. 서른 살 먹고 좀 착해졌나 했는데 난 안 된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매번 목숨 걸고 도망가듯 운전하는 거 무섭다. 실망을 한다 해도 ‘이제 배 불렀구나’라고 해도 난 목숨이 하나라 안 되겠다. 이해심 부족한 내 탓이다. 그리고 잘 모르는 외국 친구들한테 웃으면서 돈 뜯지 마시라 (사택기사) 아저씨들. 웃으면서 애들 등쳐먹는 거 양아치 같으니까.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런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1년 동안 트윗도 안 하고 조용히 살겠다”라고 일침했다.

배우 장근석은 이보다 더 짧고 강렬한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사생 따위 필요 없으니까 꺼져”라며 분노를 터뜨렸고 JYJ 박유천도 “이분들 정말 안티인 듯…”이라며 SNS를 통해 하소연 했다.

물론 사생들에 대한 처벌법은 국내에 마련돼 있다. 이는 경범죄로써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으로서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돼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토커와 다를 바가 없다.


팬심 넘어
범죄의 영역으로

하지만 사생활동비를 벌기위해 노숙에 아르바이트, 성매매까지 마다치 않는 이들에게 경범죄라는 처벌은 별 효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이익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남에게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을 주고 그것을 즐기는 사생들. 그리고 도 넘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 없이 팬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를 주장하는 이들.

이처럼 아이돌 문화와 함께 성장한 사생팬과 그로인한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이 되는 사생팬과 올바르지 못한 팬문화부터 먼저 해결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사생활 침해를 받는 연예인과 빗나간 팬심으로만 가득 찬 사생들의 간극을 조절할 수 있는 올바른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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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