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국내 인기 아이돌 스타들이 사생팬(연예인의 사생활을 쫓는 팬)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의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정과 신상정보를 정확히 꿰고 매일 쫓거나 수시로 전화를 하는 등 도가 지나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은 한 달에 100만원이 훨씬 넘는 사생활동비를 충당하기 위해 성매매에까지 손을 뻗고 있어 성범죄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예인의 적 ‘사생팬’. 그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공개한다.
“휴대폰 번호를 바꿨는데 5분 만에 ‘번호 바꿨네요’라는 문자가 와요. 그래서 곧바로 또 바꾸니까 ‘전화번호 자주 바꾸면 안 좋아요’라는 문자가 왔어요. 그때 진짜 극성팬이 무섭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저희 몰래 숙소에 들어와서 숙소 안의 물건들 찍어서 멀티메시지로 보내오기도 해요. 그건 명백한 위법이잖아요.”
연예인의 적
사생범(?)
동방신기가 한 TV 쇼프로그램에 나와서 극성팬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 내용의 일부다. 동방신기는 데뷔 전부터 사생팬(이하 사생)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는데, 어느 연예관계자에 따르면 “동방신기가 지금까지 미치지 않은 것에 대단할 따름이다”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JYJ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초 JYJ는 사생들에게 욕설과 구타를 가했다는 증거물(동영상)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된 음성파일에는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너희 때문에?” “너희들이 팬이니?” 등의 음성이 녹음돼 있었다. 또 발언 도중 욕설이 섞여 있었고, 누군가를 때리는 듯한 ‘퍽’ 소리와 여성의 신음소리도 포함돼 있었다.
녹음파일이 공개된 후 JYJ는 누리꾼들의 비난세례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사생들이 JYJ에게 저지른 범법행위를 놓고 본다면 JYJ의 잘못으로만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한 이들의 범법행위의 수위가 지나쳐 연예계에서는 이들을 두고 사생팬이라기보다 '사생범'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JYJ는 이 사건이 알려진 후 기자회견에서 “한 번은 택시를 타고 우리 차를 따라오다가 얼굴 한 번 보겠다며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경우도 있었다”며 도가 지나친 사생들로 인해 고통 받았던 심경을 토로했다. 팬이 아니라 오히려 연예인의 적으로 분류되는 사생들이 일반적으로 행하는 범법행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봤다.
이들은 보통 연예인, 특히 아이돌의 사생활동을 하면서 월 100만원이 훨씬 넘는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사생택시(사생팬을 전문적으로 실어 연예인의 승합차를 쫓는 택시)' 요금으로 지출되고 있는데, 단골 사생들은 아예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의 정액요금을 내고 사택(사생택시의 준말)을 뛰기도 한다. 일부 사생의 경우, 사택 하루 대절에 20만원이라는 거금을 충당하기 힘들어 10대들은 집에서 고정으로 받는 용돈과 50만원 상당의 학원비, 지속적인 아르바이트로 사생활동비에 보탠다. 이렇게 해도 부족한 금액에 대해서는 남에게 돈을 빌리거나 심하면 성매매까지 불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어느 여학생이 사택을 하다 돈이 부족해 사택전문 택시기사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사례가 나돌아 충격을 줬다. 경제적 능력이 갖춰져 있는 직장여성은 사택(콜밴) 비용이 많이 나가 아예 자동차를 뽑았다고도 한다.
돈에 눈 먼
사택기사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류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팬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노려 한탕 건지려는 치졸한 사택들도 많아졌다. 한 사택기사는 “외국인 팬은 국내 정찰가보다 3배 이상 요금을 많이 받을 수 있어 택시 안에 번역기를 설치하거나 외국어 기본 회화까지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일부 사택기사들은 대부분 여성인 사생들을 대신해 스토커 행위까지 불사하는데, 연예인이 자주 간다는 남성전용사우나를 알아낸 뒤 안에 들어가 연예인 사진을 몰래 찍어 팬과 금전거래를 하는 양심 없는 사택기사들도 많다.
사생의 범법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의 직업은 10대 여학생부터 전문직 여성, 국내외 주부들까지 다양한데 연예인의 사생활을 캐기 위해 온 몸을 불사르는 범법행위는 하나같이 똑같다.
가택 무단침입은 기본, 속옷 절도에 과감한 키스 시도
아이돌 신상정보, 온라인서 3~5만원에 버젓이 거래돼
온라인에서 3~5만원선으로 거래되고 있는 연예인 개인정보 유출이 그 첫 번째다. 이들은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이트에 가입한 후 물건을 사기도 하며 밀린 PC방비 체불을 떠넘기는 등 사기행각을 아무렇지 않게 벌이고 있다. 스토커 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돌 멤버 휴대폰을 정지시켜 놓고 통화내역을 뽑아서 일일이 전화를 걸어 여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사생들도 다수라고 전해진다. 심지어 연예인의 가족들 신상정보까지 도용해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매일 전화해서 협박해 연예인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말 못할 고통을 안겨준다.
또한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연락처 주소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사생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열쇠를 복사한 후 숙소에 무단 침입해 속옷을 훔친다든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협박전화를 일삼는다. 심한 경우, 자신의 생리혈을 모아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일일이 택배로 부쳐 보내는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자고 있는 남성아이돌의 가슴과 엉덩이를 더듬고 입술에 키스를 시도하는 등의 대담함, 죽은 동물의 시체를 보내 충격에 휩싸인 연예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잔인함까지 보인다.
성관계를 할 때 사용하는 콘돔과 러브젤을 보내는 추악한 행위도 빠지지 않는다. 연예인의 일정 뿐 아니라 휴가까지 어디로, 또 누구랑 가는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휴가지까지 따라가 괴롭히기도 한다.
생리혈 보내기는
기본 중 기본
이 밖에도 연예인이 자신을 바라봐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일례로 한 남성아이돌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생들 중 차에 부딪힐 뻔 한 사생 한 명을 팔로 끌어당겨 구해주면서 그 후로 모든 사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차도로 뛰어들어 당시 같이 있던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졸였다.
특히 해외에서 온 원정사생들은 연예인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자 의도적으로 연예인의 뺨을 때린다든가 돌덩이로 가득 찬 가방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위험한 행동도 저지르기도 해 논란이 됐다.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사서 연예인 집 지하주차장에 개인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연예인 휴대폰 안에 도청장치를 넣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생도 있다. 언론으로부터 공개된 CCTV 화면에는 사생들을 피해 여기저기 숨어 다니며 걸음을 옮기는 연예인의 모습이 포착돼 사생들의 지나친 사생활 침해에 대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험한 일을 저지르는 사생들은 앞서 거론했듯이 20대 초반 여성들과 미성년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아예 한국에서 자리 잡고 활동을 하는 해외원정 사생과 아줌마 사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에 다니지 않는 주부로, 웬만큼 아이들을 다 키워놓은 아줌마도 있지만 아직 1개월도 채 안 된 아이를 방치하며 24시간 연예인을 따라다닌다.
아줌마 사생들은 처음 한류열풍을 몰고 왔던 배우 배용준을 시작으로 각종 연기자, 이제는 아이돌까지 그 종류도 어마어마하다. 이들도 젊은 층 사생 못지않다. 이들은 비교적 높은 연령을 악용해 무분별한 성희롱을 하거나 폭력을 사용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하도록 유도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중에 임신부도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임신 중인 한 중국여성이 연예인에게 물건을 던지며 욕설을 퍼붓고 머리 위에 쓰레기를 투척해 당시 같이 있던 국내 사생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처음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호텔에 투숙하다가 나중에는 가족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은 애교수준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일본 아줌마 사생팬도 다수
한 달 정액요금 받고 대리스토커 자청하는 사생택시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생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하거나 어필하는 연예인들도 많아졌다. 현재 구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하는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은 자신의 트위터에 “집 앞도 구청 앞도 제발 쫓아오지 마라. 서른 살 먹고 좀 착해졌나 했는데 난 안 된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매번 목숨 걸고 도망가듯 운전하는 거 무섭다. 실망을 한다 해도 ‘이제 배 불렀구나’라고 해도 난 목숨이 하나라 안 되겠다. 이해심 부족한 내 탓이다. 그리고 잘 모르는 외국 친구들한테 웃으면서 돈 뜯지 마시라 (사택기사) 아저씨들. 웃으면서 애들 등쳐먹는 거 양아치 같으니까.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런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1년 동안 트윗도 안 하고 조용히 살겠다”라고 일침했다.
배우 장근석은 이보다 더 짧고 강렬한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사생 따위 필요 없으니까 꺼져”라며 분노를 터뜨렸고 JYJ 박유천도 “이분들 정말 안티인 듯…”이라며 SNS를 통해 하소연 했다.
물론 사생들에 대한 처벌법은 국내에 마련돼 있다. 이는 경범죄로써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으로서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돼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토커와 다를 바가 없다.
팬심 넘어
범죄의 영역으로
하지만 사생활동비를 벌기위해 노숙에 아르바이트, 성매매까지 마다치 않는 이들에게 경범죄라는 처벌은 별 효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이익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남에게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을 주고 그것을 즐기는 사생들. 그리고 도 넘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 없이 팬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를 주장하는 이들.
이처럼 아이돌 문화와 함께 성장한 사생팬과 그로인한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이 되는 사생팬과 올바르지 못한 팬문화부터 먼저 해결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사생활 침해를 받는 연예인과 빗나간 팬심으로만 가득 찬 사생들의 간극을 조절할 수 있는 올바른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