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한국사회가 키운 괴물 ‘사생팬’ 충격실태

“오빠, 지금 샤워하고 있는 중이죠?”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국내 인기 아이돌 스타들이 사생팬(연예인의 사생활을 쫓는 팬)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의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정과 신상정보를 정확히 꿰고 매일 쫓거나 수시로 전화를 하는 등 도가 지나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은 한 달에 100만원이 훨씬 넘는 사생활동비를 충당하기 위해 성매매에까지 손을 뻗고 있어 성범죄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예인의 적 ‘사생팬’. 그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공개한다.

“휴대폰 번호를 바꿨는데 5분 만에 ‘번호 바꿨네요’라는 문자가 와요. 그래서 곧바로 또 바꾸니까 ‘전화번호 자주 바꾸면 안 좋아요’라는 문자가 왔어요. 그때 진짜 극성팬이 무섭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저희 몰래 숙소에 들어와서 숙소 안의 물건들 찍어서 멀티메시지로 보내오기도 해요. 그건 명백한 위법이잖아요.”

연예인의 적
사생범(?)

동방신기가 한 TV 쇼프로그램에 나와서 극성팬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 내용의 일부다. 동방신기는 데뷔 전부터 사생팬(이하 사생)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는데, 어느 연예관계자에 따르면 “동방신기가 지금까지 미치지 않은 것에 대단할 따름이다”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JYJ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초 JYJ는 사생들에게 욕설과 구타를 가했다는 증거물(동영상)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된 음성파일에는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너희 때문에?” “너희들이 팬이니?” 등의 음성이 녹음돼 있었다. 또 발언 도중 욕설이 섞여 있었고, 누군가를 때리는 듯한 ‘퍽’ 소리와 여성의 신음소리도 포함돼 있었다.

녹음파일이 공개된 후 JYJ는 누리꾼들의 비난세례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사생들이 JYJ에게 저지른 범법행위를 놓고 본다면 JYJ의 잘못으로만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한 이들의 범법행위의 수위가 지나쳐 연예계에서는 이들을 두고 사생팬이라기보다 '사생범'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JYJ는 이 사건이 알려진 후 기자회견에서 “한 번은 택시를 타고 우리 차를 따라오다가 얼굴 한 번 보겠다며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경우도 있었다”며 도가 지나친 사생들로 인해 고통 받았던 심경을 토로했다. 팬이 아니라 오히려 연예인의 적으로 분류되는 사생들이 일반적으로 행하는 범법행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봤다.

이들은 보통 연예인, 특히 아이돌의 사생활동을 하면서 월 100만원이 훨씬 넘는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사생택시(사생팬을 전문적으로 실어 연예인의 승합차를 쫓는 택시)' 요금으로 지출되고 있는데, 단골 사생들은 아예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의 정액요금을 내고 사택(사생택시의 준말)을 뛰기도 한다. 일부 사생의 경우, 사택 하루 대절에 20만원이라는 거금을 충당하기 힘들어 10대들은 집에서 고정으로 받는 용돈과 50만원 상당의 학원비, 지속적인 아르바이트로 사생활동비에 보탠다. 이렇게 해도 부족한 금액에 대해서는 남에게 돈을 빌리거나 심하면 성매매까지 불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어느 여학생이 사택을 하다 돈이 부족해 사택전문 택시기사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사례가 나돌아 충격을 줬다. 경제적 능력이 갖춰져 있는 직장여성은 사택(콜밴) 비용이 많이 나가 아예 자동차를 뽑았다고도 한다.

돈에 눈 먼
사택기사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류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팬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노려 한탕 건지려는 치졸한 사택들도 많아졌다. 한 사택기사는 “외국인 팬은 국내 정찰가보다 3배 이상 요금을 많이 받을 수 있어 택시 안에 번역기를 설치하거나 외국어 기본 회화까지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일부 사택기사들은 대부분 여성인 사생들을 대신해 스토커 행위까지 불사하는데, 연예인이 자주 간다는 남성전용사우나를 알아낸 뒤 안에 들어가 연예인 사진을 몰래 찍어 팬과 금전거래를 하는 양심 없는 사택기사들도 많다.

사생의 범법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의 직업은 10대 여학생부터 전문직 여성, 국내외 주부들까지 다양한데 연예인의 사생활을 캐기 위해 온 몸을 불사르는 범법행위는 하나같이 똑같다.

가택 무단침입은 기본, 속옷 절도에 과감한 키스 시도
아이돌 신상정보, 온라인서 3~5만원에 버젓이 거래돼


온라인에서 3~5만원선으로 거래되고 있는 연예인 개인정보 유출이 그 첫 번째다. 이들은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이트에 가입한 후 물건을 사기도 하며 밀린 PC방비 체불을 떠넘기는 등 사기행각을 아무렇지 않게 벌이고 있다. 스토커 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돌 멤버 휴대폰을 정지시켜 놓고 통화내역을 뽑아서 일일이 전화를 걸어 여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사생들도 다수라고 전해진다. 심지어 연예인의 가족들 신상정보까지 도용해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매일 전화해서 협박해 연예인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말 못할 고통을 안겨준다.

또한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연락처 주소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사생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열쇠를 복사한 후 숙소에 무단 침입해 속옷을 훔친다든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협박전화를 일삼는다. 심한 경우, 자신의 생리혈을 모아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일일이 택배로 부쳐 보내는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자고 있는 남성아이돌의 가슴과 엉덩이를 더듬고 입술에 키스를 시도하는 등의 대담함, 죽은 동물의 시체를 보내 충격에 휩싸인 연예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잔인함까지 보인다.

성관계를 할 때 사용하는 콘돔과 러브젤을 보내는 추악한 행위도 빠지지 않는다. 연예인의 일정 뿐 아니라 휴가까지 어디로, 또 누구랑 가는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휴가지까지 따라가 괴롭히기도 한다.

생리혈 보내기는
기본 중 기본

이 밖에도 연예인이 자신을 바라봐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일례로 한 남성아이돌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생들 중 차에 부딪힐 뻔 한 사생 한 명을 팔로 끌어당겨 구해주면서 그 후로 모든 사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차도로 뛰어들어 당시 같이 있던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졸였다.

특히 해외에서 온 원정사생들은 연예인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자 의도적으로 연예인의 뺨을 때린다든가 돌덩이로 가득 찬 가방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위험한 행동도 저지르기도 해 논란이 됐다.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사서 연예인 집 지하주차장에 개인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연예인 휴대폰 안에 도청장치를 넣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생도 있다. 언론으로부터 공개된 CCTV 화면에는 사생들을 피해 여기저기 숨어 다니며 걸음을 옮기는 연예인의 모습이 포착돼 사생들의 지나친 사생활 침해에 대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험한 일을 저지르는 사생들은 앞서 거론했듯이 20대 초반 여성들과 미성년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아예 한국에서 자리 잡고 활동을 하는 해외원정 사생과 아줌마 사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에 다니지 않는 주부로, 웬만큼 아이들을 다 키워놓은 아줌마도 있지만 아직 1개월도 채 안 된 아이를 방치하며 24시간 연예인을 따라다닌다.

아줌마 사생들은 처음 한류열풍을 몰고 왔던 배우 배용준을 시작으로 각종 연기자, 이제는 아이돌까지 그 종류도 어마어마하다. 이들도 젊은 층 사생 못지않다. 이들은 비교적 높은 연령을 악용해 무분별한 성희롱을 하거나 폭력을 사용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하도록 유도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중에 임신부도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임신 중인 한 중국여성이 연예인에게 물건을 던지며 욕설을 퍼붓고 머리 위에 쓰레기를 투척해 당시 같이 있던 국내 사생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처음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호텔에 투숙하다가 나중에는 가족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은 애교수준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일본 아줌마 사생팬도 다수
한 달 정액요금 받고 대리스토커 자청하는 사생택시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생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하거나 어필하는 연예인들도 많아졌다. 현재 구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하는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은 자신의 트위터에 “집 앞도 구청 앞도 제발 쫓아오지 마라. 서른 살 먹고 좀 착해졌나 했는데 난 안 된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매번 목숨 걸고 도망가듯 운전하는 거 무섭다. 실망을 한다 해도 ‘이제 배 불렀구나’라고 해도 난 목숨이 하나라 안 되겠다. 이해심 부족한 내 탓이다. 그리고 잘 모르는 외국 친구들한테 웃으면서 돈 뜯지 마시라 (사택기사) 아저씨들. 웃으면서 애들 등쳐먹는 거 양아치 같으니까.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런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1년 동안 트윗도 안 하고 조용히 살겠다”라고 일침했다.

배우 장근석은 이보다 더 짧고 강렬한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사생 따위 필요 없으니까 꺼져”라며 분노를 터뜨렸고 JYJ 박유천도 “이분들 정말 안티인 듯…”이라며 SNS를 통해 하소연 했다.

물론 사생들에 대한 처벌법은 국내에 마련돼 있다. 이는 경범죄로써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으로서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돼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토커와 다를 바가 없다.


팬심 넘어
범죄의 영역으로

하지만 사생활동비를 벌기위해 노숙에 아르바이트, 성매매까지 마다치 않는 이들에게 경범죄라는 처벌은 별 효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이익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남에게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을 주고 그것을 즐기는 사생들. 그리고 도 넘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 없이 팬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를 주장하는 이들.

이처럼 아이돌 문화와 함께 성장한 사생팬과 그로인한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이 되는 사생팬과 올바르지 못한 팬문화부터 먼저 해결되는 것이 시급하다. 나아가 사생활 침해를 받는 연예인과 빗나간 팬심으로만 가득 찬 사생들의 간극을 조절할 수 있는 올바른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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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