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한낮의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폭염더위 속 그늘 한 점 없이 이글거리는 아스팔트를 떠나 산으로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속속 늘고 있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피서지에서 예상치 못한 범죄로 모처럼 맞는 휴가를 망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피서지에서 생긴 웃지 못 할 황당한 사건사고를 긴급 취재했다.
휴가철 피서지에서 만난 여성과 각각 모텔의 다른 방에 투숙했으나 베란다 난간으로 넘어가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모(33·남)씨는 지난달 29일 부산 서구 남부민동 한 모텔에서 창문 베란다를 통해 옆방에 침입, 자고 있던 강모(24·여)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 피서객 노리는 '늑대'
충남 천안에서 일행과 함께 부산으로 휴가를 온 이씨는 4년 전 부산 중구 남포동 노래주점에서 알게 된 강씨가 생각났다. 이씨는 바로 강씨에게 연락했고 둘은 다시 만나 횟집에서 술을 마셨다.
시간이 늦어지자 둘은 호텔로 향했고 각각 다른 방에 투숙했다. 그러나 이씨는 갑자기 끓어오르는 욕정을 참을 수 없었고 결국 베란다를 통해 강씨의 방에 침범했다.
피서객들이 몰려있는 해변가 주변 펜션을 이용, 절도를 해온 50대도 검거됐다. 오모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울산 동구 주전해수욕장 인근 펜션에 들어가 투숙객의 현금과 지갑 등 76만원 상당을 들고 나온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같은 날 다른 펜션의 열린 베란다 문으로 들어가 은반지와 현금 등 50만원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배가 고파서”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의 가방을 훔친 뒤 본인 가방은 놓고 오는 황당한 절도 사건도 있었다. 박모(21)씨는 피서지 인근 모텔에 침입, 투숙객에게 주먹을 날린 뒤 방에 있던 가방을 들고 쏜살같이 도망쳤다.
가방에는 카메라, 운동화 등 125만원 상당의 금품이 들어 있었다. 박씨는 지난달 29일 새벽 김해시 어방동 모텔에 들어가 투숙 중이던 베트남인 웬(27)씨가 놀라 문을 열자 주먹으로 얼굴 등을 가격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박씨는 바로 도망쳤다. 그러나 박씨는 사건 현장에 자신의 가방을 놔두고 왔다. 박씨는 가방을 찾기 위해 다시 현장을 찾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달 27일에는 해수욕장에서 수영복 입은 여고생을 보며 음란행위를 하던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송모(41)씨는 이날 오후 해운대해수욕장 8번 망루 인근에서 수영복을 입고 있던 여고생들의 몸을 감상(?)중이었다.
여고생들의 몸을 훑던 그는 성욕을 느껴 파라솔 밑에서 수건을 덮고 음란행위를 하다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범행을 강력히 부인하던 송씨가 여고생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자신의 음란행위를 보여주자 고개를 떨궜다”고 전했다.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특정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70대의 노인이 붙잡히기도 했다. 여름 휴가철 바닷가에서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성들의 모습을 촬영한 뒤 집에 돌아와 나 홀로 감상하는 것이 취미였던 한 노인.
이모(73)씨는 지난달 24일 오후에도 부산 수영구 광안동 광안리해수욕장 호메르스호텔 앞 백사장에 나가 캠코더를 이용해 자신의 취미활동(?)을 했다.
이날은 30대 여성의 비키니 입은 모습을 몰래 촬영하다 덜미가 잡혔는데, 이씨의 캠코더 렌즈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특정 부위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여성의 가슴, 엉덩이 등이 이씨의 타깃이었다고 전했다.
수영복 입은 여고생 보며…파라솔 밑에서 음란행위
“아이스크림 안사면서 냉장고 연다” 마트서 몸싸움
술에 취해 기차가 다니는 철길을 도로로 착각해 차로 달린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기막힌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가 넘은 시각, 회사원 김모(35)씨는 자신의 SM3 승용차를 몰고 부산 해운대구 중2동 동해남부선 철도 청사포 철도건널목에서 해운대 방향으로 난 철로 위를 300m 가량 달리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7시쯤부터 회사 동료와 부근에서 회식하며 술을 마신 상태였다. 이 사고로 동대구에서 출발해 부전역에 도착할 예정인 기차가 송정역에서 1시간 정도 대기하면서 연착했다.
폭염 속 불볕더위를 피하고자 에어컨을 청소하다 감전된 아버지를 구하려다 아들까지 함께 변을 당한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자동차부품 금형 작업장에서 박모(52)씨가 에어컨 청소를 하다 아들(25)과 함께 감전된 것. 이 사고로 두 남성은 모두 중태에 빠져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버지 박씨가 380볼트 가량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에어컨을 물로 청소하던 중 감전됐고, 아들 박씨는 아버지를 구하려다 함께 감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 박씨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손을 내밀다 함께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부자가 모두 의식불명 상태”라고 밝혔다.
“아이스크림도 안사면서 냉장고를 연다”며 마트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마트. 평소 조모(38·남)씨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지도 않으면서 마트에 있는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았다.
이에 짜증이 난 마트주인이 조씨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지 않으면서 왜 자꾸 냉장고 문을 여닫느냐”고 말했고 그러자 조씨는 마트주인의 멱살을 잡으며 영업을 방해했다. 조씨는 폭력행위와 관련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너무 더워서 그만
여느 해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매년 7~8월에는 강간 등 성범죄를 비롯해 강도, 절도, 폭행 등의 사건이 같은 해 상반기에 일어난 월평균 범죄건수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6월간 강도사건이 월 평균 376건 발생했지만 7~8월에는 398건(월 평균)으로 집계됐다. 약 5.8% 가량 많이 발생한 것인데, 사실상 내가 주의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예방책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을 당했거나 폭행사건에 휘말렸을 경우 신속한 신고가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주변 사람이나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 여름추억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