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피서지 황당사건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10 19: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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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가방 훔치고 자기 가방은 놓고 와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한낮의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폭염더위 속 그늘 한 점 없이 이글거리는 아스팔트를 떠나 산으로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속속 늘고 있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피서지에서 예상치 못한 범죄로 모처럼 맞는 휴가를 망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피서지에서 생긴 웃지 못 할 황당한 사건사고를 긴급 취재했다.

휴가철 피서지에서 만난 여성과 각각 모텔의 다른 방에 투숙했으나 베란다 난간으로 넘어가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모(33·남)씨는 지난달 29일 부산 서구 남부민동 한 모텔에서 창문 베란다를 통해 옆방에 침입, 자고 있던 강모(24·여)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 피서객 노리는 '늑대'

충남 천안에서 일행과 함께 부산으로 휴가를 온 이씨는 4년 전 부산 중구 남포동 노래주점에서 알게 된 강씨가 생각났다. 이씨는 바로 강씨에게 연락했고 둘은 다시 만나 횟집에서 술을 마셨다.

시간이 늦어지자 둘은 호텔로 향했고 각각 다른 방에 투숙했다. 그러나 이씨는 갑자기 끓어오르는 욕정을 참을 수 없었고 결국 베란다를 통해 강씨의 방에 침범했다.

피서객들이 몰려있는 해변가 주변 펜션을 이용, 절도를 해온 50대도 검거됐다. 오모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울산 동구 주전해수욕장 인근 펜션에 들어가 투숙객의 현금과 지갑 등 76만원 상당을 들고 나온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같은 날 다른 펜션의 열린 베란다 문으로 들어가 은반지와 현금 등 50만원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배가 고파서”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의 가방을 훔친 뒤 본인 가방은 놓고 오는 황당한 절도 사건도 있었다. 박모(21)씨는 피서지 인근 모텔에 침입, 투숙객에게 주먹을 날린 뒤 방에 있던 가방을 들고 쏜살같이 도망쳤다.

가방에는 카메라, 운동화 등 125만원 상당의 금품이 들어 있었다. 박씨는 지난달 29일 새벽 김해시 어방동 모텔에 들어가 투숙 중이던 베트남인 웬(27)씨가 놀라 문을 열자 주먹으로 얼굴 등을 가격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박씨는 바로 도망쳤다. 그러나 박씨는 사건 현장에 자신의 가방을 놔두고 왔다. 박씨는 가방을 찾기 위해 다시 현장을 찾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달 27일에는 해수욕장에서 수영복 입은 여고생을 보며 음란행위를 하던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송모(41)씨는 이날 오후 해운대해수욕장 8번 망루 인근에서 수영복을 입고 있던 여고생들의 몸을 감상(?)중이었다.

여고생들의 몸을 훑던 그는 성욕을 느껴 파라솔 밑에서 수건을 덮고 음란행위를 하다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범행을 강력히 부인하던 송씨가 여고생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자신의 음란행위를 보여주자 고개를 떨궜다”고 전했다.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특정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70대의 노인이 붙잡히기도 했다. 여름 휴가철 바닷가에서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성들의 모습을 촬영한 뒤 집에 돌아와 나 홀로 감상하는 것이 취미였던 한 노인.


이모(73)씨는 지난달 24일 오후에도 부산 수영구 광안동 광안리해수욕장 호메르스호텔 앞 백사장에 나가 캠코더를 이용해 자신의 취미활동(?)을 했다.

이날은 30대 여성의 비키니 입은 모습을 몰래 촬영하다 덜미가 잡혔는데, 이씨의 캠코더 렌즈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특정 부위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여성의 가슴, 엉덩이 등이 이씨의 타깃이었다고 전했다.

수영복 입은 여고생 보며…파라솔 밑에서 음란행위
“아이스크림 안사면서 냉장고 연다” 마트서 몸싸움 
 

술에 취해 기차가 다니는 철길을 도로로 착각해 차로 달린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기막힌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가 넘은 시각, 회사원 김모(35)씨는 자신의 SM3 승용차를 몰고 부산 해운대구 중2동 동해남부선 철도 청사포 철도건널목에서 해운대 방향으로 난 철로 위를 300m 가량 달리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7시쯤부터 회사 동료와 부근에서 회식하며 술을 마신 상태였다. 이 사고로 동대구에서 출발해 부전역에 도착할 예정인 기차가 송정역에서 1시간 정도 대기하면서 연착했다.

폭염 속 불볕더위를 피하고자 에어컨을 청소하다 감전된 아버지를 구하려다 아들까지 함께 변을 당한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자동차부품 금형 작업장에서 박모(52)씨가 에어컨 청소를 하다 아들(25)과 함께 감전된 것. 이 사고로 두 남성은 모두 중태에 빠져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버지 박씨가 380볼트 가량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에어컨을 물로 청소하던 중 감전됐고, 아들 박씨는 아버지를 구하려다 함께 감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 박씨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손을 내밀다 함께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부자가 모두 의식불명 상태”라고 밝혔다.

“아이스크림도 안사면서 냉장고를 연다”며 마트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마트. 평소 조모(38·남)씨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지도 않으면서 마트에 있는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았다.

이에 짜증이 난 마트주인이 조씨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지 않으면서 왜 자꾸 냉장고 문을 여닫느냐”고 말했고 그러자 조씨는 마트주인의 멱살을 잡으며 영업을 방해했다. 조씨는 폭력행위와 관련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너무 더워서 그만


여느 해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매년 7~8월에는 강간 등 성범죄를 비롯해 강도, 절도, 폭행 등의 사건이 같은 해 상반기에 일어난 월평균 범죄건수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6월간 강도사건이 월 평균 376건 발생했지만 7~8월에는 398건(월 평균)으로 집계됐다. 약 5.8% 가량 많이 발생한 것인데, 사실상 내가 주의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예방책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을 당했거나 폭행사건에 휘말렸을 경우 신속한 신고가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주변 사람이나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 여름추억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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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