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⑦파란의 당선자

생각지도 못한 대반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번 21대 총선에서 한 편의 영화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국회에 입성한 화제의 당선자들이 있다. 초선이 다선 의원을 꺾으며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으며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도 탄생했다. <일요시사>에서는 파란을 일으킨 화제의 당선자들에 대해 살펴봤다.
 

▲ 배현진 미래통합당 당선자

‘초선 파란’의 중심엔 ‘문재인 키즈’가 있었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당선자가 대표적이다. 양 당선자는 6선의 민생당 천정배 후보를 4년 만의 리턴매치 끝에 누르고 금배지를 달았다.

신인들의 반란
세대교체 바람

문재인대통령의 영입인사, 이른바 ‘문재인 키즈’로 불린 양 당선자는 ‘고졸신화’에 이어 이번에는 호남 유일의 지역구 출신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새로운 정치사를 썼다.

지난 2016년 문재인 당 대표의 인재영입 7호로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20대 총선서 ‘국민의당 돌풍’에 5선 중진 천정배 후보에게 석패했으나 4년간의 ‘와신상담’ 인고의 시간 끝에 정치적 설욕을 이루고 화려하게 여의도에 입성하게 됐다.

‘홍준표 키즈’도 이변을 일으켰다. 서울 송파을에 출마해 당선된 미래통합당 배현진 당선자다. 배 당선자는 4선의 최재성 민주당 후보를 따돌렸다. 


최 후보의 낙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 당선자는 지난 2018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최 후보에 패배한 바 있다. 이후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기반을 다진 것이 이번 승리에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전남 목포에서는 정치 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당선자가 ‘정치 9단’ 민생당 박지원 후보를 물리치는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김 당선자는 선거 출마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지 5개월여 만에 금배지의 주인공이 됐다.

목포는 5선 도전에 나선 박지원 후보와 정치 신인 간 대결로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높은 민주당 지지율을 등에 업은 김 당선자는 선거 기간 9차례 여론 조사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양당 ‘키즈들’ 선방… 4·6선 꺾어
탈북·소방관 출신 최초 국회 입성

그러나 선거 막판 민주당이 순천대에 의대를 설치하는 동남권 의대 유치 협약 등이 불거지면서 한때 고전했다. 선거 기간 내내 김 당선자는 새로운 목포의 획기적 도약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목포서부터 이끌어내자고 외쳤다.

미래통합당 태구민 당선자가 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탈북자 중 최초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태 당선자는 득표율 58.4%를 기록해, 39.6%에 그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를 18.8%포인트 차로 이겼다. 김 후보는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해당 지역서 낙선 후 ‘재도전’을 위해 일찌감치 지역 표밭을 닦아온 상태였다.


그럼에도 북한 출신 태 당선자는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어 승리했다.  

태 당선자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영사를 지냈으며 2016년 남한으로 탈북했다. 강남갑은 지난 16대 총선 이후 내리 보수정당이 차지할 정도로 보수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태 당선자가 탈북자 출신인 탓에 자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처음으로 소방관 출신 당선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당선자다. 정치 신인으로 텃세가 강한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 미래통합당 강세창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그는 2010년 서울 광진소방서 119구조대원으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다.

사상 최초 당선
출신 성향 다양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그를 ‘영입인재 5호’로 발탁했다.

전무했던 소방직군을 영입해 국민 생명·안전 분야 정책 기조를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의정부갑에 전략적으로 공천했다. 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한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시의원 3명이 동반 탈당하는 바람에 선거 운동이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꿋꿋하게 선거 운동을 펼치면서 지역구민에게 다가갔다. 지역구민들은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열었고 결국 그를 선택했다.

부산 해운대을 선거구서 현역 의원을 꺾은 정치 신예 미래통합당 김미애 당선자는 역경을 이겨낸 인생 스토리로 주목받고 있는 그는 남다른 성장 과정을 겪었다.

어부와 해녀의 딸로 태어난 김 당선인은 14세 때 모친의 여읜 후 가난으로 인해 고등학교 1학년인 17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 양향자 당선자

그가 사회에 첫발을 디딘 곳은 해운대구 반여동 태광산업 방직공장이었다. 선거 사무실이 있는 곳이 바로 그가 여공으로 일했던 방직공장 터 인근이다. 이후 봉제공장과 잡화점 판매원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식당을 차려 운영하기도 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던 김 당선인은 29세 때 동아대 법대 야간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김 당선인은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도서관을 지켰고 34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4개 지역구서 1000표도 되지 않는 차이로 승패가 엇갈렸다. 심지어 100여표 차이로 당선되는 등 개표 막판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53개 지역구 중 가장 적은 표로 승패가 엇갈린 곳은 인천 동구미추홀을이다.

인천 동구미추홀을은 미래통합당서 컷오프(공천배제)된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상대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인 곳이다. 윤 후보는 4만6493표(40.5%)를 얻어 4만6322표(40.4%)를 얻은 남 후보를 겨우 171표(0.1%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최다선은 6선
최고령은 72세

충남 아산갑에 출마한 이명수 통합당 후보도 564표 차로 가까스로 승기를 잡았다. 이 후보 득표율은 49.8%로 상대 복기왕 민주당 후보(49.0%)와 단 0.2%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사하갑서 최인호 민주당 후보가 김척수 통합당 후보를 697표 차이로 이겼다. 최 후보의 득표율은 50.0%로 김 후보(49.1%)를 0.9%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서울에서는 용산서 역전 승부가 펼쳐졌다. 앞서 출구조사서 2위로 뒤졌던 권영세 통합당 후보(47.8%)가 정작 투표 결과에선 상대인 강태웅 민주당 후보(47.1%)를 겨우 890표(0.7%포인트)로 뒤집고 당선됐다.

득표 차를 최대로 벌려 압승한 후보도 있다. 이번 총선서 1위를 기록한 후보는 광주 북구을에 출마한 이형석 민주당 후보로 10만8229표를 얻었다. 상대인 최경환 민생당 후보와 9만2948표 차이가 난다. 이 후보가 득표율 78.8%로 싹쓸이를 한 결과 윤민호 민중당, 황순영 정의당, 노남수 무소속 후보는 각각 3.3%, 3.0%, 2.0%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대전 서구갑 당선자가 6선 고지에 올랐다. 박 당선자는 미래통합당 이영규 후보를 누르고 충청권 최초로 낙선 없이 내리 6선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박 당선자는 개표 초반 이 후보에 뒤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으나 개표 중반 이후 줄 곧 앞서면서 이날 자정께 당선을 확정지었다.

그는 당선 소감을 통해 “오늘 선거결과는 대전 서구갑 주민 여러분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역사를 쓰신 결과”라며 “충청권 최초 낙선 없는 6선을 만들어 주셨다”고 밝혔다.

세 자리수 승부…9만표 차이도
아버지 따라…대 이은 당선자

박 당선자는 <중앙일보> 편집부국장 겸 경제부장, 서울시정무부시장, 국회정무위원장, 민주당정책위의장, 국회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만 72세로 경기도 내 최고령 지역구 당선자가 된 수원무 김진표 당선자는 이번 선거 승리로 5선 도전에 성공했다.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그는 지난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서 고배를 마셨지만 2016년 총선서 4선에 성공하면서 중진 반열에 올랐다.

2017년 대선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정부의 청사진을 그렸고, 지난해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뒤를 잇는 총리 후보로 거론됐었다.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경기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의 경기도 승리를 견인했다. 5선으로 국회에 재입성하게 된 만큼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유력 후보군이 됐다. 수원 군 공항 이전 등 지역 현안을 실현하는 데도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태구민 당선자

서울 마포갑 국회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당선자가 미래통합당 강승규 후보를 제치고 4선에 성공했다. 노 당선자는 민주당서 5선을 지낸 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이다. 

서울 서대문을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당선자가 미래통합당 송주범 후보를 꺽고 당선됐다. 김 당선자는 1967년 서울 출생으로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아버지는 동교동계 출신 김상현 전 의원이다.

최대 격전지로 꼽힌 충남 공주·부여·청양 선거구서 미래통합당 정진석 당선자가 당선되면서 충남지역 최다선인 5선 고지에 올랐다.

정치인 가족
지역 대물림

정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정 당선자는 충남 공주시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2000년 제16대 총선서 자유민주연합 소속으로 충남 공주·연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6선 의원을 지낸 고 정석모 전 내무부장관의 아들이기도 하다.

부상 사상구 유권자들은 미래통합당 장제원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다. 장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장 당선자는 대표적인 문재인정부 저격수로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사상구서 당선됐다.

장 당선자는 19대 총선에선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20대 총선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배 후보를 불과 1869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는 경쟁력을 과시했다. 장 후보와 사상구는 인연이 깊다. 장 후보의 부친인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은 과거 사상구(북구)서 국회의원을 두 차례 지냈다. 당시는 사상구가 북구에 속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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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