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로맨스 예능은 국내 예능계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르다. 연예인, 노래, 금전적 보상 등을 통해 이리저리 비틀고 있지만, 결국 이성간의 설렘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로맨스 예능의 원조 중 원조가 <하트시그널>이다. 로맨스 예능의 시초인 <하트시그널>이 시즌3를 시작하기도 전에 암초에 부딪혔다. 출연자들의 인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미 성폭행범과 음주운전자 등 출연자들의 불미스러운 사건 전력이 있는 <하트시그널>은 여전히 출연자 검증에 실패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이 표현은 채널A <하트시그널>에도 통한다. <하트시그널>은 젊은 남녀들이 서울 시내의 근사한 집에서 약 한 달간 함께 생활하며 진짜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담는다. 첫 시즌부터 관심이 대단했으며, 시즌2는 활활 타올랐다.
뜨거운 관심
배윤경, 임현주, 오영주와 같은 새로운 얼굴도 발굴했다.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파급력으로 시즌3 역시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로맨스예능 왕좌’에 어울리는 관심도였다. 그런데 <하트시그널3>가 역풍을 맞았다. 출연진이 공개된 직후부터다. 무려 세 명의 출연자가 인성 논란에 휩싸였다. 학교폭력과 대학 내 후배 괴롭힘, 버닝썬 연루 등 논란 내용도 다양했다.
먼저 도마 위에 오른 인물은 수의사로 밝혀진 이가흔(25·여). 방송 2회까지 총 세 명의 네티즌이 이가흔으로부터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밝혔다. 이에 이가흔의 친구들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워낙 자세하게 피해 사례를 밝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가흔의 동창이라고 밝힌 A씨는 “피해자로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 제작진이 출연진을 너무 함부로 뽑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출연자인 천안나(여)와 김강열도 인성 논란에 휩싸였다.
승무원인 천안나는 대학교 내에서 후배들을 심하게 괴롭혔다고 알려졌다.
같은 학교 후배라고 밝힌 B씨에 따르면 천안나의 갑질로 자퇴한 학생이 있었다. 그는 “천안나는 후배들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하고 삿대질과 인격 모독성 발언 등의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B씨 외에도 ‘학교 다닐 때부터 인성 안 좋기로 유명한 사람’ ‘방송에 나오면 안 될 사람’ 등의 글로 B씨의 주장에 힘을 싣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남자 출연자인 김강열은 버닝썬서 찍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C씨는 “지울 수 없는 과거들. 저 중엔 마약 혐의로 징역 간 애들 몇몇 있다”고 밝혔다.
채널A 측은 이러한 논란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제작진의 발언을 신뢰하기엔 쉽지 않다.
<하트시그널> 출연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1에 나온 뮤지컬 배우 강성욱은 여러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1심에선 징역 5년, 항소심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강성욱은 지난 2017년 8월 부산 한 주점서 여성 종업원들과 술을 마시다가 지인의 집으로 데려가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더 놀라운 점은 강성욱이 범죄를 저지른 시기는 <하트시그널1> 방영 기간과 겹친다는 것이었다.
강성욱은 1심 재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는 과정서 자신을 성폭행 혐의로 신고한 여성들을 ‘꽃뱀’이라고 비하하며 “너 같은 여자의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말한 사실도 알려졌다.
학교폭력·갑질·성폭행·마약 연루
시즌 내내 출연자 인성 논란도
시즌2 방영 당시 무수히 많은 여성으로부터 인기를 얻은 김현우는 무려 세 번의 음주운전으로 적발을 당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서서 도덕적인 자질 면에서 심히 문제가 있는 출연자로 보인다. 제작진의 출연자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하트시그널>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인성보다는 스펙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하트시그널>의 남녀 모두 외모는 물론 스펙이 출중하다. 시즌2의 김도균은 한의사였으며, 이규빈은 행정고시 합격자였다. 시즌3의 천인우는 페이스북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국내 IT회사 직원이며, 임한결은 커피숍 브랜딩 업체 사업가다.
출중한 외모를 갖춘 데다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둔 능력자들이 출연하는 것이 <하트시그널3>만의 특색이다.
여성 출연자 역시 <대학내일> 표지 모델 출신이거나 미스코리아 경력이 있다. 학벌 좋은 대학생이 최소한의 스펙이다. 미모와 능력을 고루 겸비한 사람들만 찾다 보니 인성적인 면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짙다.
일반인 출연자의 인성 문제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불거지면서 방송가는 검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M.net <러브캐쳐> 제작진은 출연자 4차 면접에 이어, 출연자 지인을 통해 인성 검증을 거쳤고, MBN <나는 자연인이다>나 tvN <노래에 반하다> 등 각종 일반인 프로그램에서도 철저한 검증을 하고 있다.
인성 간과
한 방송 관계자는 “사실 제작진이 모든 걸 다 알아낼 수는 없지만, 정말 집요하게 파면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NS에 남기는 글이나 지인들의 댓글만 봐도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무거운 책임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검증을 하면 아주 큰 문제에서는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논란의 일반인 출연자
일반인 출연자들의 경우 과거에 문제를 일으킨 경우는 무수히 많다. 사기는 물론 각종 범죄와도 연루됐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이승윤의 매니저 강현석씨, <슈퍼스타K5>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른 박상돈씨는 채무 불이행과 사기 및 횡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의 한 출연자는 엄마와 딸을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 잘못된 행위를 보인 일반인의 TV 출연은 2차 가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얼굴만 봐도 치가 떨린다’고 밝히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션이나 관찰예능은 편집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이 되기 때문에 많은 일반인이 조명된다. 그만큼 섭외 단계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