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뇌관 ‘라임 스캔들’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30 10:27:24
  • 호수 1264호
  • 댓글 0개

총선 찍고 게이트로 불붙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 정도면 점입가경이다. 단순 금융권 사기로 보였던 사건이 정치권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미래통합당은 이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했다. ‘라임 사태’ 이야기다.
 

“권력형 게이트로 치닫고 있다. (중략)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 특별검사 도입, 혹은 국정조사에 착수하겠다.” 지난 25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선거대책회의서 나온 발언이다. 앞서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친문라임게이트 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환매 중단 사태를 ‘친문 게이트’로 규정한 것이다. 

행정관은 
알고 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소속 김모 전 행정관(현 금융감독원 팀장)이 라임 사태에 깊숙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전 행정관과 라임 사태 핵심 인물들 간 관계를 규명하고 있다.

김 전 행정관과 라임 사태의 배후 전주(사업에 밑천을 대주는 사람)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관계 규명이 핵심이다. 광주 출신인 두 사람은 오랜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라임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로 의심받고 있다. 또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서 ‘환매 연기된 라임의 부실 펀드를 사들여줄 회장님’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최근 검찰은 장 전 센터장이 한 라임 펀드 피해자와 나눈 대화의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대화서 장 전 센터장은 라임 펀드 투자자였던 피해자에게 김 전 행정관의 명함을 보여주며 “이쪽(청와대)이 키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서 이쪽으로 간 것이다. 사실 라임은 이분이 다 막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센터장이 근무한 반포WM센터는 1조원 규모의 라임 펀드를 판매한 곳이다. 장 전 센터장은 반포WM센터서 펀드 판매를 위해 여러 차례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피해자모임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피해자들은 장 전 센터장이 지난해 말 청와대 행정관의 명함을 내밀며 자신들을 안심시켰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친문라임게이트’로 규정
거미줄 같은 ‘라임 주범’ 인맥도

검찰은 지난달 27일, 장 전 센터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장 전 센터장의 자택과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이었다. 청와대나 금융당국 인사들 중 혹여나 라임 사태에 연루된 사람이 더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함으로 읽힌다. 

또 김 전 행정관은 전주인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룸살롱서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는 두 사람이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서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유흥주점서 금융권 관계자 등을 접대했다고 한다. 김 전 행정관은 퇴근 후 유흥주점에 들러 참석자들에게 명함을 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유흥주점에 10억원을 선금으로 맡겨놨다는 참석자의 증언도 나왔다.
 

▲ ▲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6일, 춘추관서 ‘김 전 행정관이 청와대 파견 당시 룸살롱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사안을 청와대서 인지하고 감찰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별 감찰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고향 친구인 김 전 행정관에게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을 소개해줬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사태의 ‘키맨’이다. 그는 지난 2017년 당시 1조원 규모였던 라임 펀드를 지난해 7월 말 기준 5조7000억원 규모로 키운 장본인이다.

최근 이 전 부시장과 관련한 또 다른 정치권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룸살롱서
향응·접대

그가 라임 환매 중단 사태 전 지인들에게 “국회의원이 3∼4번 은행 고위층에게 직접 가서 문건(만기 6개월짜리 라임 펀드의 재판매 요청서)을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청와대 고위층에도 해당 문건이 올라갔다”고 말했다는 것. 다만 이 전 부시장은 지인들에게 해당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은행 측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내부 조사 결과, 문건을 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친노 인사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조선일보>는 김 전 회장과 한때 사업파트너였던 한 금융권 종사자로부터 “김 전 회장이 ‘나와 막역한 친노 인사에게 정치자금 20억원을 제공했으며, 그를 통해 300억원을 책임지고 끌어오겠다’고 했다는 말을 김 전 회장과 사업파트너였던 투자증권 출신의 한 인사에게 들었다”고 했다. 

친노 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면,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김 전 회장이 지나가는 길에 사무실 구경도 하고 ‘차 한 잔 할 수 있느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고, 투자 상담 얘기를 꺼내기에 담당 팀에 상담하라고 했다. 상담 후 조합 담당 팀장이 우리 조합서 취급하지 않는 상품이라고 보고해 다음에 다시 연락이 오면 정중히 그 내용을 전하라고 한 것이 전부’라며 ‘이 이상도 이하도 덧붙일 것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이어 ‘터무니없는 얘기고 변호사와 상의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공동취재단

통합당은 해당 의혹에 불을 지폈다. 통합당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25일 국회서 열린 선거전략대책회의서 “(라임 사태는)고객 돈 횡령의혹에 정계로비설, 연루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금감원 출신 청와대 행정관의 개입 의혹과 친노 인사에 대한 자금 제공 의혹에 연루된 불법 행위자들이 잠적했다. 관련자들의 지연·학연 등이 거론되고 있는 점을 우리는 주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터폴에
적색수배

라임 사태 핵심인사들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 전 부사장은 검찰이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부산으로 도주했다. 김 전 회장 역시 도주해 잠적한 상태다. 그중 이 전 부사장은 이미 해외로 도주했다. 

지난 2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인터폴은 국내 사정기관의 요청에 따라 이 전 부사장에 대해 적색수배령을 내렸다. 부산에 머물다 인접 국가로 밀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부사장을 추적해 온 사정당국은 그가 밀항한 국가를 특정하는 데까지 접근했다는 소식이다. 

인터폴 수배는 범죄자가 국외로 도피했을 시 사정당국의 요청에 의해 인터폴이 신병 확보에 나서는 ‘국제수배’다. 이번에 내려진 적색수배는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자나 5억원 이상 피해를 발생시킨 경제사범 등 중대 범죄자에게 내려지는 최고 수준의 수배 단계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라임 사태 핵심인사는 이 전 부사장을 포함해 3명이다. 부동산 사업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의 김모 회장과 신원 불명의 1명이 포함됐다. 메트로폴리탄에는 라임이 조성한 펀드 자금 2500억원이 투자됐다. 김 전 회장은 이 중 2000억원 횡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은 마무리 단계지만, 핵심 인사들의 도주로 경영진의 횡령 등 본류 수사에는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9일 1차로 라임과 신한금융투자(이하 신한금투) 본사, 금감원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2차로 대신증권·우리은행·KB증권 등 판매사의 본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핵심인사들의 신변확보 실패에 ‘윗선’의 개입 여부는 답보상태다. 검찰은 지난 25일 신한금투 전 임원을 긴급체포, 라임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친노 인사에 20억원?
국회의원 연루설까지

이 때문에 검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금융당국을 핑계로 대면서 라임 사태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이 전 부사장이 부산으로 도주하자 책임론은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검거에 나서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 2월 금감원 중간 검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에야 압수수색에 들어가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이 전 부사장 등 핵심인사들이 잠적한 후였다. 
 

▲ 압수수색 중인 검찰

라임의 검찰 로비설까지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를 일시 해제한 바 있다. 또 법무부는 지난 1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 의혹을 키웠다. 라임 사태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서 수사 중이다. 

통합당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25일 회의서 “법무부가 증권범죄수사부를 해체했다. (문재인)정권이 한통속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국민 시선이 코로나19에 쏠려있는 틈을 탄 눈치 보기 대응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의심했다.

라임 사태는 21대 총선의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친문라임게이트 조사특위를 구성했다. 김용남 경기 수원병 후보를 특위 위원장으로, 주광덕·곽상도·정점식 의원, 임윤성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을 위원으로 각각 임명했다.

김용남 위원장은 앞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모펀드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윗선 수사
어디까지?

임윤선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2일, 김 위원장 등의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서 “라임 사태 본질은 핵심 인사들이 피 같은 돈을 받아 기업을 난도질하고 본인들의 사치와 유흥자금으로 쓴 게 끝이 아니었다”며 “친문 인사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쓰였다는 보도와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라임 사태란?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은 국내 1위의 헤지펀드회사다. 지난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한 라임은 지난해 7월 기준 운용자산 규모만 6조원에 가깝게 급성장했다.

사모펀드 판매를 통해서다. 사모펀드는 소규모의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아 비공개로 운용하는 펀드다.

자금 운용에 제약이 없고 금융당국의 규제도 적은 편이지만, 그만큼 높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

라임의 이러한 고위험성 펀드를 금융사들은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하며 판매하다 엄청난 피해액을 발생시켰다.

지금까지 드러난 손실액만 1조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 경영진은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정직하게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신규 고객의 돈으로 펀드의 손실을 메우는 편법 돌려막기로 부실 규모를 키웠다.

이 과정서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인맥이 이용됐다. 김 전 회장은 고향 친구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이 전 부사장을 소개했다.

이 전 부사장과 대신증권 선후배 사이인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2000억원이 넘는 사모펀드를 판매해 라임 투자금을 모았다.

피해자들이 라임 펀드 판매 은행과 증권사에 분노를 쏟아내는 이유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