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안전사각지대 전국 올레길·둘레길·갈맷길 실태

울창한 숲길서 방향 잃고 헤매기 십상~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제주 올레길에서 여성 관광객을 상대로 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올레길을 걷던 한 여성이 노상에서 소변을 보던 자신을 마치 성범죄자로 오인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는 사유에서다. 피의자는 여성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그녀의 손목을 잘랐다. 이후 그는 여성의 운동화에 자른 손목을 넣는 엽기적 범행을 저질렀다. 이 같은 엽기사건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제주 올레길에서 벌어져 전국 각지의 모든 ‘걷는 길’에 비상이 걸렸다. 각 지방의 대표들은 올레길, 둘레길, 산책로 등의 순찰강화를 촉구했고 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 치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12일 오전 8시, 피의자 강모(40)씨는 올레길 1코스 중간지점에서 여성 관광객 A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두어 시간이 흐른 뒤 강씨는 친구 양모씨로부터 차를 빌리고 범행 현장에 다시 찾아가 피해자 A씨의 시신을 인근 대나무밭으로 옮겼다. 다음 날 오후 강씨는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또다시 찾아가 흙으로 시신을 덮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9일에 그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밤 10시에 시신을 유기한 장소에 찾아가 피해자의 손목을 절단한 뒤 운동화에 넣고 만장굴 앞 버스 정류장에 내버렸다. 피해자 A씨가 실종 된 지 11일이 지나서야 경찰은 피의자 강씨를 긴급체포했다.

범죄가능성 농후한 산책로

그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소변을 보고 있는데 피해자가 나를 성추행범으로 오인했고 홧김에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의 혼선을 유발하기 위해 시신의 손목을 자른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이는 그가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반사회적 인격장애(일명 사이코패스)의 한 성향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제주 올레길에서 벌어졌던 살인사건의 전모이다. 올레길은 경관이 아름답고 조용한 평화로운 제주도의 특별관광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은 필수코스로 올레길 탐방을 빼놓지 않는다.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이런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제주도를 여행하려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항공 예매를 돌연 취소하고 외부출입을 삼가는 등 여행객과 제주도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증폭됐다. 이에 따라 제주올레 1코스는 잠정 폐쇄됐고 누리길, 둘레길, 갈맷길 등 전국 각지 산들의 산책로도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우근민 지사는 이중구 제주지방경찰청장과 함께 제주지역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안전이 취약한 장소와 시간대에 일반인으로 위장한 이동방범순찰대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와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합동해 25개 올레코스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벌여 순찰대 배치 및 CCTV 등 추가 안전시설 설치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9개 코스의 20개 구간 268km에 달하는 갈맷길에 대해 구간별로 3~4명씩 총 60여 명의 안내원을 채용해 관광객 안내와 함께 범죄경비 활동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십 대의 CCTV 설치 등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대구시는 올레 팔공산 길을 순찰코스에 포함시키고 공익과 안전요원 92명을 산림구간 취약지에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위험발생 시 버튼을 누르면 위치추적이 가능한 장비를 출발지점에서 대여해준 뒤 도착지점에서 반납하는 제도도 만들고 있다. 이어 지난해 개통한 경기도 구리시의 39.4km의 둘레길에는 ‘혼자 다니는 것보다 여럿이 다니는 게 더 즐겁다’라는 문구를 넣은 안내판 10개를 설치할 예정이며 53.9km의 소풍길을 개통한 의정부시도 출입구에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

제주올레 최대 위기…1코스 폐쇄 사태까지
국내 산들, CCTV 한 대 없는 산책로 다수

지리산 둘레길을 관할하는 ㈔숲길은 총 274km의 둘레길 가운데 인적이 드문 50km 구간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를 강화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4개 코스 약 20km에 달하는 누리길을 조성 중에 있는 경기 이천시는 사업예산의 일부를 CCTV 설치에 사용하기로 했다. 66km의 전북 변산반도 마실길에도 CCTV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경기 군포시는 65km의 둘레길에 CCTV 설치를 위한 예산확보에 돌입했다.

반면 많은 인구가 이동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치안은 현저하게 불안한 국내 산책로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에 있는 용마산과 북한산, 불암산, 관악산 등 4개의 산 내 둘레길에는 CCTV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북한산과 도봉산에는 각각 49대, 4대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이는 정규 등산로의 산불감시나 주차장 내 차량관리 또는 등산객의 불법행위 적발에 쓰이는 카메라일 뿐 둘레길에는 단 한 대의 안전 감시카메라도 없다.

인천지역의 걷는 길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에는 계양산과 철마산, 봉재산 등 총 10개의 둘레길이 있고 그 거리도 66km에 달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길 만드는 데만 급급해 CCTV 설치에 대한 계획은 사전에 세우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화 나들길도 마찬가지다. 270km의 나들길은 인천에서 가장 긴 산책로지만 이곳에서도 CCTV를 찾기란 쉽지 않다. 지역치안을 위해 설치된 10여 대의 CCTV만 눈에 띌 뿐이다.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산책로 내 CCTV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만 턱없이 부족한 정부의 예산과 개당 500~600만원씩 하는 기계값 때문에 도저히 설치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전국의 각종 길들의 치안확보가 시급해졌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산 내 몇몇 산책로에 CCTV를 비롯한 경비와 순찰체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사람들은 마음 놓고 산책하기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산책로 CCTV 설치 절실

산책로를 담당하는 한 지역의 관계자는 “연성이나 인원수가 적은 탐방객은 탐방 전에 안내소에 미리 연락을 해놓는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정광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현재 CCTV 등 안전관리 시설과 예방 활동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제주올레길 사건이 중요한 시사점을 준만큼 앞으로 보안과 치안문제를 해결하는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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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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