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물의 연예인들, 어이상실 변명 백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어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JYP 소속 남성 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 닉쿤이 음주운전에 의한 오토바이 접촉사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056%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고 경찰조사에 임했다. 국내 연예인의 음주운전 적발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올해에만 연예인 음주운전 사건이 무려 5차례나 발생했기 때문. 그러나 단지 공인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잠시 자숙하다 아무렇지 않게 방송활동 재개를 시도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면서 대중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들은 왜 음주운전을 하는 것일까. 이를 해결할 방안은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

2PM의 멤버 닉쿤은 7월24일 오전 2시30분께 공연연습을 마친 후 식사자리에서 가볍게 맥주 두 잔을 들이켰다. 이후 그는 자가용 폭스바겐을 끌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 이면도로에서 마주오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당시 닉쿤의 음주측정결과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56%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10대들의
음주 아이돌?

경찰은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로 닉쿤을 불구속 입건했다. 한국어가 서툰 그는 진술서에 ‘죄송합니다’라는 짤막한 문장만 적었을 뿐 사고 경위에 대한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 A씨는 한 언론사를 통해 사고 현장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닉쿤의 차량과 상대 오토바이가 서울 청담동 안세병원 사거리 골목에서 크로스 방향으로 마주오고 있었다. 오토바이는 올라오는 길이었고 닉쿤 차량은 내려오는 길이었다. 직진 상황에서 닉쿤의 차량 오른쪽 범퍼 쪽이 오토바이와 부딪혔다”며 “1차 충돌이 있은 후 2차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2차 충격으로 몸이 꺾이면서 오른쪽 바퀴 부분에 부딪힌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두 운전자가 충돌할 당시 둘다 운전미숙에 의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였다. 이날 사고가 100% 닉쿤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닉쿤과 오토바이 운전자 모두 매우 빠른 속도로 운전했고 급정거를 한다고 해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상황은 못 됐다. 사고 직후 닉쿤은 너무 미안하고 놀란 모습이었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쓰러져 고통을 호소한 모습을 보며 스스로도 많이 당황했고 어쩔 줄 몰라 했다”고 덧붙였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응급실에 실려 가던 중 동승했던 목격자 A씨는 “현장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쓰러져 있었고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흘러내렸다. 사고 직후 119 구급대에 실려 서울 건국대학교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상태에 대해 “1번 요추뼈에 약간의 손상이 있고 어깨뼈에 금이 가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알렉스부터 닉쿤까지… 스타 음주운전 올해만 5차례
“어제 먹은 술이 안 깨서”…자숙하거나 뻔뻔하거나

그러나 여기에 심상치 않은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닉쿤이 오토바이 운전자와 충돌 후 미안함과 동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던 목격자의 증언과는 달리 오히려 사고 난 운전자와 말다툼을 한 장면이 행인의 카메라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또한 음주운전을 하기 전 알코올 농도를 낮추기 위해 편의점에서 음료수 두 캔을 사서 마셨다는 목격자의 증언도 나왔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은 “음주운전도 잘못인데 거기에 충돌사고까지, 그것도 모자라 꼼수에 말다툼까지 벌인 그를 용서하기 힘들 것 같다. 그는 한국에 와서 못된 것만 먼저 배웠나”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닉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닉쿤이 회사 전체 아티스트가 함께 하는 공연 연습 후 소속 전체 연예인이 참석한 식사 자리에서 식사와 함께 간단히 맥주 2잔 정도를 마신 후, 식사 장소에서 같은 블록 안에 있는 숙소로 운전하여 돌아가던 중 학동사거리 부근 이면도로에서 오토바이와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본인은 물론 회사도 부주의로 잘못된 일임을 사과드린다. 향후 필요한 조사가 있으면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관리 소홀한
소속사가 더 문제?

연예인의 잇단 음주운전 적발사건은 비단 어제 오늘일 만은 아니다. 지난 1991년 배우 조형기가 만취상태로 운전 중 사람을 치어 사체를 유기한 충격적인 사건을 시작으로 이후에도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은 풍습처럼 이어져 내려왔다. 올해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연예인만 해도 벌써 5명 째다.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개그맨 김기욱이다. 그는 지난 1월14일 오전 7시10분경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술을 마신 뒤 음주상태로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했다. 이후 강남구 잠원동 강남대로에서 차선 변경 중 뒤따라오던 차량과 접촉사고를 낸 혐의를 받았다.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결과 0.09%가 나와 김기욱은 100일 면허정지 및 불구속 입건됐다.

약 보름 뒤 1월30일에는 배우 채민서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택가에서 음주를 한 후 운전을 감행해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그녀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81%로 측정됐으며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녀는 다음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문구로 공식사과를 대체했다.


반성’하는 변명
‘술’을 위한 변명

5월8일 어버이날에 음주사고를 일으킨 중년배우도 있었다. 사극전문배우 최모(53)씨는 이날 오후 11시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호텔 앞에서 술을 마신 후 200m를 운전한 혐의, 혈중알콜농도 0.063%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고 경찰의 재소환 요청에 추가 조사를 받았다.

가수 알렉스도 음주운전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지난 7월18일 오전 2시께 서울 강남구청 사거리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음주운전 적발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134%로 면허취소에 준한 수치를 보였다. 이에 알렉스 소속사 측은 “그가 음주운전에 적발된 후 집으로 귀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공인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을 뉘우치는 중이다”며 “알렉스의 향후활동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씀드리긴 힘들고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고 있다”고 언급해 알렉스의 향후활동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그는 면허취소와 벌금형이라는 처분에 따라 카레이싱팀 인디고레이싱으로부터 출전정지 통보를 받는 수치스러운 결과까지 떠안게 됐다.

연예인의 음주운전 적발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데 이에 따르는 제대로 된 법적조치는 미약한 수준이다. 음주운전사고를 낸 연예인들은 사태를 수습하려 가당치도 않는 온갖 변명들을 장황하게 늘어놓기에만 혈안이 돼 대중의 미움을 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2005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가수 김상혁이다. 음주뺑소니 혐의를 받은 그는 자신의 범법행위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술을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해 한동안 누리꾼들의 비난세례를 받았다.

낮은 수위의 처벌에 연예인 음주사건 갈수록 증가
대중에게 모범 보여야 공인…“강력조치 마련돼야”

앞서 이야기했던 닉쿤과 채민서는 음주운전 사건과 관련해 각각 “맥주 두 잔만 마셨는데…” “어제 먹은 술이 안 깨서…”라며 얼토당토않은 변명으로 수습에만 급급했다. 가수 이동원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24%로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후 한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그저 막걸리 한 잔만 마셨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런가하면 배우 김지수는 2010년 10월, 음주운전을 하는 도중에 택시를 들이받은 후 자신의 자가용을 버리고 도주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친구들과 샴페인 5잔을 마셨다. 사고 후 순간 겁이 나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배우 권상우는 음주혐의를 끝까지 부인했다. 그는 “비가 오고 어두운 상황에서 운전이 미숙한 차량을 몰고 좁은 골목을 지나다 사고가 났다.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았고 충돌한 차량이 경찰차라 순간 당황해 자리를 떴다. 운전미숙으로 인한 과실과 현장을 이탈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자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한 심리전문가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도 전에 이미지 관리에 혈안이 돼 변명만 늘어놓는 행동은 공인으로서의 덕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와 마찬가지인데 연예인이라는 특권으로 그들에게 솜방망이 처벌만 가한다면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광고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연예인과 광고 계약을 맺을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피해를 보상하는 조항이 따라붙는다. 요즘에는 이 조항 옆에 마약과 음주운전을 특별히 명시해놓기도 한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음주운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광고주가 입는 타격 뿐 아니라 연예인 본인에게 가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사고는 끊이질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연예인 음주운전 소식
“이제 지겹다”

그렇다. 연예인은 공인으로서 대중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들이 무차별적으로 음주운전을 한다면 그만큼 사회적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에게 올바른 본보기가 돼야할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은 단순히 자숙이나 벌금형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추가 조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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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