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22)꽃

“꽃이 꽃인 줄 이제야”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 부안현에 숨어있는 보물이 계량이 말고 또 있다는 말인가.”

“너무 지나치십니다.”

“지나치다니.”

“하찮은 소녀를 두고…….”“허 허, 그럼 지금 계량은 나를 하찮은 놈으로 간주하는 게 아닌가.”

“무슨 말씀을!”


웃음꽃 만발

계량의 동그랗게 뜬 눈에서 마치 눈물이 흘러내릴 듯 반짝였다.

“그렇지 않고. 모름지기 유유상종이라 했거늘, 그럼 내가 하찮기 때문에 우리 계량이 하찮은 사람이 아니냐 이 말이야.”

동그랗게 뜬 눈이 다시 한쪽으로 살짝 기울면서 계량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나으리, 너무 하시옵니다.”

말을 마친 계량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유희경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유희경도 주위로 시선을 한번 주더니 못이기는 척하며 계량의 손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뒤따르던 어린 계집아이가 마치 보지 못할 것을 보았다는 듯이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

“계량이 그 정도로 칭찬하는 모습을 보니 내 궁금해서 견딜 수 없군. 그런데 아무러면 우리 계량이 만큼 하려고.”

아버지뻘 되는 유희경의 웃음이 능글맞으면서도 그 얼굴에는 순진한 천연덕스러움이 배어있었다. 

“괜스레 그 모습을 보시고 저를 잊어버리시면 아니 될 일이옵니다.”

“계량을 잊어버린다고. 허 허, 이거 서화담 선생과 황진이 그리고 박연폭포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러면 우리가 그 직소폭포에서 또 다른 서화담과 황진이가 될 수 있다 이 말인고.”

계량이 대답 대신 유희경의 소매를 잡고 있던 손을 유희경의 겨드랑이로 올려 그곳을 휘감았다. 두 몸의 한쪽이 흡사 접착제로 달라붙어있는 듯이 보였다.

“어험.”

유희경이 급작스러운 계량의 행동이 어색해서 막상 헛기침을 내뱉었지만 그것이 싫지만은 않은 듯했다.

자신의 팔에서 느껴지는 계량의 터질 듯한 가슴이 주는 신선한 자극에 오히려 은근히 팔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유희경의 고개가 계량에게 돌려졌다.

코를 계량의 머리카락에 대보았다.

코끝을 스치는 계량의 머리카락에서 묘한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좀 더 코를 머리카락에 밀착시켰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 들었다.

그 냄새의 진원이 무엇인지 반드시 알아내겠다는 심사 같아 보였다. 

비단 계량의 몸에 발라졌을 향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향내를 뚫고서 드러나는 묘한 기운이 유희경의 오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극하고 있었다.

“무슨 냄새가 나는지요.”


유희경이 즉답을 피하고 한 번 더 계량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었다.

“글쎄 딱히 무슨 냄새라 말하기는 힘들고…….” 

계량이 몸을 더욱 밀착시켰다가는 유희경을 잡은 팔을 놓았다.

그리고는 저만치 앞서 나가더니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으로 다가갔다.

계량이 조그마한 손으로 꽃을 소중하게 감싸고 유희경이 했던 마냥 코를 그곳에 가까이 댔다가는 마치 음미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확실하게 그 냄새를 맡겠다는 듯이 그 행위를 반복했다.

다가선 유희경이 지그시 계량의 행위, 아니 방금 전 자신의 행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리, 이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유희경과 계량 직소폭포서 행복한 시간
꽃 찾아든 나비처럼…사람 사이의 향기

유희경으로서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 미소의 의미, 꽃의 이름을 알고 있지 못함의 의미를 알아챈 계량 역시 자신의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 꽃은 바로 산국이에요. 산국.”

말을 마친 계량이 자리를 옮겨 역시 다른 꽃을 손에 감쌌다.

“이 꽃은…….”

유희경이 역시 미소만 보내고 있다.

“이 꽃은 애기똥풀이구요.”

꽃의 이름을 말하고는 계량이 다시 자리를 옮겨서 다른 꽃으로 이동했다.

흡사 나비가 꽃을 찾아 자리를 옮기듯이, 이 꽃 저 꽃으로 꽃의 이름을 물었다가는 자신이 답을 하면서 옮겨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희경에게 갑자기 묘한 생각이 찾아들었다.

그리도 많은 모든 식물들이 거의 꽃을 피우고 그 꽃들이 모두 아름답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신기했다.

꽃을 만지며 자신을 바라보는 계량에게 다가섰다.

“그 꽃의 이름은 무엇인고.” 

계량이 대답하지 않고 코를 그곳에 밀착시키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치 그 꽃 속으로 완전히 빨려들겠다는 듯이.

유희경도 가만히 계량의 옆에서 자세를 낮추었다. 자신의 얼굴을 꽃의 향기에 도취되어 있는 계량의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계량이 맡고 있는 꽃 내음인지 계량의 내음인지 분간할 수 없는 향기가 코끝을 파고 가슴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유희경의 손이 저절로 계량의 가녀린 어깨를 감쌌다.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미동도 하지 않던 계량의 몸이 순간 유희경에게 기울었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가 싶더니 서로의 입을 찾아 포개고 있었다.

유희경의 다른 한손이 계량의 허리를 휘감았다.

서로에게서 풍겨 나오는 향기를 완전히 빨아들이겠다는 듯이 빠져들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뒤에서 꼴깍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희경이 계량의 허리를 휘감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그 상태에서 잠시 전 행동의 긴 여운을 음미하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곁에 한 송이의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계량이.”

“네, 나으리.”  

“내가 말이야…….”

유희경이 말을 잇지 못하자 그윽한 시선으로 유희경을 바라보던 계량이 다시 밀착해 들어왔다.

묘한 일이었다.

마치 계량의 몸에 접착제가 달라붙어 있는 듯했다.

착착 휘감겨 오는 그 몸을 느낄 때마다 묘하디 묘한 전율이 일어나고 있었다.

“말씀하시지요, 나으리.”

“내가 말이야, 꽃이 꽃인 걸 이제야 느끼고 있어.”

“네?”

“이전에는 꽃을 봐도 그저 꽃이려니 하고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꽃이 왜 아름다운지 그리고 거의 모든 식물들이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어.”

“전에는 느끼지 못하셨나요?”

“부끄럽지만 이전에는 그럴 겨를이 없었어.”

계량이 피식하며 유희경을 잡은 손을 놓았다.

“그러면 지금의 마님은 어쩌구요.”

“글쎄, 지금 내 부인을 두고 이렇다 이야기하기는 곤란하지만 남녀 간의 사이에도 이런 냄새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야.”

“그것이 왜 그런데요.”

“그래서 계량에게 답을 구하려 하는 거 아닌가.”

떨어졌던 계량이 다시 밀착해 오자 양팔이 저절로 계량의 어깨를 휘감고 있었다.

“바로 이것인 모양이구나. 지금까지의 나를 벗어던지게 만든 원인이 바로 이 냄새 때문인 듯해.”

사랑의 실체

계량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몸을 유희경에게 기울였다.

“그렇지 바로 이것이 사랑이라는 요상한 실체야.”

계량을 두른 팔에 힘을 넣었다. 그러자 흡사 자신을 벗어나서 온 세상을 품은 듯이 포만감이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나리, 저 역시도 그렇…….”

계량이 미처 말을 맺지 못했다.

유희경이 꽃을 찾아든 나비처럼 계량의 입을 그리고 온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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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