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여름특집> 도전! 구석구석 국토여행_경남 함양·산청

지리산 자락 걸으며 몸도 마음도 즐거운 ‘힐링여행’

치열한 일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느긋하게 머무르며 심신에 위로와 휴식을 선물하려는 ‘힐링여행’이 각광받고 있다.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는 지리산 청정골 ‘산청’과 ‘함양’이 제격이다. 함양의 자랑, 천년의 숲 ‘상림’에서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기운을 받고, 개평한옥마을 일두 고택의 단정함에서 마음의 평화를 구하며,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동의보감의 고장 산청에서는 한의학박물관을 관람한 후 약초버섯샤브샤브로 기를 보충하고,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고즈넉한 한옥마을 남사예담촌에 묵으며 느긋함을 즐기고, 성철스님 생가에서 고요한 묵상의 시간도 가져보도록 하자.  

일상에서 벗어나 온몸으로 느끼는 자연의 기운
둘레길·돌담길 걸으며 최상의 여유 제대로 만끽

치열한 일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느긋하게 머무르며 심신에 위로와 휴식을 선물하려는 ‘힐링여행’이 각광받고 있다. 마침 장기여행이 가능한 여름휴가가 코앞이니 짧은 주말여행에서 누리기 힘든 여유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도록 3박4일 이상의 일정을 계획해 보자.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는 지리산 청정골 ‘산청’과 ‘함양’이 제격이다.

함양은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서상IC, 지곡IC, 함양IC 세 개의 나들목을 통해 진입할 수 있다. 먼저 서상IC에서는 연암물레방아공원, 함양약초과학관, 함양예술마을, 용추계곡과 자연휴양림 등이 있는 안의면이 가깝다.

갈비탕서 느껴지는
깊고 은근한 맛

용추계곡 초입의 연암물레방아공원에는 3층 건물 높이의 대형 물레방아와 연암 박지원의 동상이 있다. 연암과 물레방아는 무슨 관계일까? 사신으로 갔던 청나라에서 물레방아를 본 후 <열하일기>에 소개하고, 1792년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부임하면서 처음으로 물레방아를 만들어 사용하도록 한 이가 바로 연암이었단다. 함양에서 물레방아가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물레방아공원 인근에는 각종 약초 표본을 전시한 함양약초과학관이, 그 바로 옆에는 회화, 목공예, 천연염색, 유리공예 분야의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함양예술마을이 있다. 공방과 전시관 외에 체험관도 있어 미리 예약하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용추계곡 일대는 함양8경 중 제3경에 꼽힐 만큼 경치가 빼어난 곳이니 찬찬히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안의면에서 놓치기 아쉬운 것 하나는 갈비찜과 갈비탕이다. ‘안의갈비찜’이야 워낙 유명세를 탄 메뉴이니 그렇다 치고, 옛날식으로 투박하게 끓여낸 갈비탕이 의외로 맛있다. 수삼이니 대추니 하는 한방재료 하나 넣지 않았지만, 깊고 은근한 맛이 꽤 괜찮다.

선비의 고장 함양을 대표하는 양반마을로 가려면 지곡IC로 나간다. 고색창연한 한옥 60여 채가 모여 있는 개평한옥마을은 보기만 해도 그 평화로운 풍경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하동 정씨와 풍천 노씨의 집성촌인 개평마을에는 조선 5현 중 한 분인 일두 정여창 선생의 아름다운 고택이 있다. 한옥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선생의 16세손인 정도상씨의 정일품명가를 찾으면 된다. 일두 고택 맞은편에는 16대 손부인 박흥선 명인의 솔송주 전시관도 있다.

함양IC로 나가 5분이면 함양의 자랑, 천년의 숲 ‘상림’을 만난다. 통일신라 말 최치원이 조성한 국내 최초의 인공림인 상림은 함양 8경 중 제1경, 천연기념물 제154호다. 한여름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햇볕조차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온몸으로 자연의 기운을 느껴 보자.

숲의 중심부로 들어가면 느티나무, 이팝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층층나무가 가득하다. 상림 북쪽 끝에서 이어지는 5km 코스의 최치원산책로는 ‘경남의 걷고 싶은 길 25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차장 인근에는 오곡밥으로 유명한 늘봄가든과 연잎밥 전문점인 옥연가가 있다.

산청으로 넘어가기 전, 지안재~오도재~지리산 제1문으로 이어지는 1023번 지방도로 드라이브도 즐겨 보자. 유려한 S자 곡선의 지안재는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 지리산 제1문을 지나 조망공원에 서면 반야봉, 형제봉, 영신봉, 천왕봉 등 지리산 주요 봉우리들이 일망무제로 줄달음친다.

함양 여행을 마치고 산청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생초국제조각공원이 반긴다. 선사시대의 생초고분군에 인접한 조각공원에는 국내외 현대조각품 27점이 흩어져 있고 발 아래로 경호강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청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청박물관이 바로 옆에 있고 중요무형문화재 조각장 박찬수 선생의 목아전수회관이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이다.


류의태·허준 낳은
전통 한의학의 본향

산청은 조선 최고의 명의 류의태와 허준을 낳은 전통 한의학의 본향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촌 내 산청한의학박물관에 들러 체지방, 혈액순환, 혈압 등 기초건강 상태를 자가 체크하고, 체질별 유익한 약초 등 흥미로운 정보를 얻은 후 건강산책로를 거닐며 왕산의 정기를 흠뻑 받아 보자.

산책 후 당귀, 방풍 등 다섯 가지 계절 약초와 버섯, 한우로 맛을 낸 ‘약초와 버섯샤브샤브’까지 맛보고 나면 몸과 마음이 한층 건강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동의보감촌 한방테마파크는 2013년 9~10월에 개최될 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앞두고 각종 시설 보강 공사가 한창이다.

일정 중 하루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지리산 800리 길을 잇는 둘레길의 산청 쪽 구간은, 초반에 가파른 산길을 걸어야 하지만 ‘속세와 인연을 끊는다’는 의미의 단속사 터와 보물로 지정된 단속사지 동서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는 7코스(어천~운리), 남명 조식 선생의 산천재와 덕천서원이 있는 사리마을을 지나는 8코스(운리~사리)를 포함해 모두 5개다.

단속사지 동서삼층석탑 앞의 마을 정자와 남명 조식 유적지의 아름드리 나무그늘 밑은 지친 다리를 쉬게 하고 마음도 쉬어가기 좋은 장소들이다. 7코스를 걷는다면 가까운 청계호수 주변의 조용한 펜션에서 하룻밤 묵어가면 좋다. 소요시간은 코스당 평균 5시간, 난이도는 모두 다르므로 미리 확인하고 나서자.

산청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 ‘남사예담촌’도 있다. 이름처럼 옛 담장이 아름다운 700년 전통의 이 양반마을은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경상도를 대표하는 전통한옥마을로 손꼽힌다. 2m 가까이 높게 쌓아올린 옛 담장과 18~20세기 초에 지은 한옥 40여 채가 조화를 이룬 풍경은 무척 기품이 넘친다.


가장 오래된 집인 300년 된 이씨고택 앞에는 X자 모양으로 교차한 회화나무 두 그루가 수문장처럼 든든히 집을 지키며 서 있고 ㄱ자로 꺾인 골목을 돌면 아름다운 돌담과 높다란 솟을대문이 나타나는 최씨고택은 이른 아침에도 늘 열린 채로 산책길에 나선 여행자를 반긴다.

사양정사는 연일 정씨 선조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과 부속건물로, 최씨고택과 함께 한옥체험이 가능한 두 집 중 한 집이다. 최씨고택의 숙박정원이 한 팀인데 반해 최대 12팀이 묵을 수 있다.

비 내린 다음 날
이른 아침의 산책

하룻밤 머물 요량이라면 해지기 전 일찌감치 짐을 풀고 쉬다가 어두워지는 돌담길을 따라 산책에 나서보길 권한다. 비 내린 다음 날 이른 아침의 산책도 운치가 그만이다. 남사예담촌 가까이에는 성철스님의 생가터에 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 겁외사가 있어 불자는 물론 일반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다.

시원한 계곡의 물놀이와 숙박을 원한다면 대원사~대원사계곡~유평계곡 코스도 좋다. 지리산 기슭 삼장면 유평리에 위치한 대원사는 비구니들의 참선도량이며 비구니 템플스테이 1호 사찰이기도 하다.

해발 700m 고지의 유평마을 가랑잎산장 마당에서 아래로 좀 내려가면 위에선 보이지 않던 계곡이 나타나는데, 수량이 놀랄 만큼 풍부하다. 천왕봉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대개 대원사부터 걸어 올라가지만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면 그냥 차를 가지고 유평마을까지 올라가는 편이 낫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3박4일 여행코스
첫째 날 : 개평리 한옥마을(정여창 고택, 솔송주 전시관 등) → 함양상림 → 지안재~오도재~지리산 제1문~지리산조망공원 드라이브
둘째 날 : 생초국제조각공원 → 산청한의학박물관 → 지리산참숯굴찜질방 → 남사예담촌
셋째 날 : 성철스님 생가 → 지리산 둘레길 산청 제3구간(단속사지동서삼층석탑) → 청계호수
넷째 날 : 대원사 → 유평계곡 → 귀가

5박6일 여행코스
첫째 날 : 함양약초과학관 → 함양예술마을 → 연암물레방아공원
둘째 날 : 개평리 한옥마을(정여창 고택, 솔송주 전시관 등) → 함양상림 → 최치원산책로→지안재~오도재~지리산 제1문~지리산조망공원 드라이브
셋째 날 : 산청생초국제조각공원 → 산청한의학박물관 → 대원사 → 유평계곡
넷째 날 : 지리산 둘레길 산청 제3구간(단속사지동서삼층석탑) → 청계호수
다섯째 날 : 남명 조식 유적지 → 성철스님 생가→남사예담촌
여섯째 날 : 지리산참숯굴찜질방 → 귀가

대중교통 정보
서울남부터미널 → 함양 : 하루 4회 운행, 약 4시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 → 산청 : 하루 8회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부산서부터미널 → 산청 : 30~50분 간격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자가운전 정보
<함양군>
서울 방면 : 경부고속도로 →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 함양IC
부산 방면 : 남해고속도로 →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 88고속도로 → 함양IC

주요 먹거리
<함양군>
옥연가 : 연잎밥, 함양읍 교산리 055)963-0107
늘봄가든 : 오곡밥정식, 함양읍 교산리 055)963-7722
안의원조갈비집 : 갈비찜 · 갈비탕, 안의면 당본리 055)962-0666
<산청군>
약초와버섯골식당 : 약초와 버섯 샤브샤브, 금서면 특리 055)973-4479
지리산약두부 : 약두부보쌈, 산청읍 지리 055)974-0288
송림산장식당 : 십전대보오리백숙, 산청읍 차탄리 055)972-2988
홍화약초식당 : 신안면 외송리, 홍화새싹비빔밥 055)973-9556

숙박정보
<함양군>
느티나무산장 : 마천면 백무동로 055)962-5345 (굿스테이)
함양정일품명가 : 지곡면 개평리 1577-8958 www.jung1poom.kr
산지골민박 : 휴천면 운서리 055)963-8801 www.sharegreen.co.kr
<산청군>
지리산통나무펜션 : 시천면 중산리 055)973-0666 (굿스테이)
영산펜션 : 단성면 백운리 055)973-4637 (굿스테이)
남사예담촌 최씨고택 : 단성면 남사리 055)973-5597
남사예담촌 사양정사 : 단성면 남사리 055)973-6052
구름그늘펜션 : 단성면 청계리 055)973-9699 www.cafension.co.kr

주변 볼거리
산청 전 구형왕릉, 경호강, 정취암, 중산리계곡, 목면시배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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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