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20)족쇄

인간의 속성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나리, 누님의 경우도 이옥봉처럼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사람을 만난 경우인지요.”

허균이 물끄러미 천장을 보다가는 찬찬히 매창을 응시했다.

“이옥봉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게 보아야 하지 않겠소. 내 누나의 경우는 그녀에 비하면 훨씬 불행했던 사람으로 간주할 수 있겠지.”

불행한 사람

“하오나 나리의 누님께서는 명문가의 여식이지 않사옵니까?”


“명문가의 여식이라 더욱 불행했다는 이야기요.”

허균의 자조 섞인 말에 매창이 가느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누나가 명문가 자식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지금 이 나라 사정으로는 사치에 불과하다 이 말이오. 아니, 오히려 타고난 재주가 부담 되는 시대지요. 차라리 이거저거 생각할 게재가 되지 않았다면 그리 억울하지는 않을 일이건만.”

“그 말씀은.”

“누나의 경우 명문가의 여식이라는 부분이 꼬리표가 되어 이거저거 따질 일이 많았던 게지요.”

매창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말이오. 누나의 문제로 걸핏하면 집안을 들먹여 대니 그 중간에 낀 누나의 입장이 어떠했겠소.”


“누님의 서방님 되시는 분이 참으로 문제였던 모양이지요.”

“매부도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었다오. 그저 평범한 여인을 만났으면 좋았으련만 누나와 같은 뛰어난 사람을 만나고 말았으니.”

“나리의 말씀을 듣자면 두 분의 만남이 모두에게 불행이었다는 이야기로 들리옵니다만.”

허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이 진짜 답답해서 그런지 술기운을 좆아내려고 하는 행동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어느 누구의 탓이 아니니 문제 아니요. 지금 우리 조선이 안고 있는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으니 서로 답답할 뿐이오.”

“스승님, 오늘은 스승님의 스승님인 박순 대감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허균이 느닷없이 박순의 이름을 들먹였다.

“갑자기 나의 스승님은 무슨 일로.”

“다름이 아니오라, 스승님이 박순 대감님의 수제자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자가 스승님의 스승님에 대해 모른 데서야 말이 되는지요.”

이달이 가만히 허균의 얼굴을 응시했다.

“진짜 알고 싶은 게 무엇이냐.”

“스승님, 중국의 오언율시도 좋지만 이제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도 배우고 싶어서 그럽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라.”

말을 잇지 않고 이달의 얼굴을 빤히 주시했다.

“하기야, 그것이 너의 비극이로구나.”

“비극이라니요, 좀 더 현명하게 어떻게 살아가야 이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지 그를 알고 싶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스승님의 스승님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이달이 밖을 바라보았다.

“몹쓸 친구 같으니 제 입으로 알려주지 않고. 하기야 저로서는…….”


자신의 친구, 허균의 형인 허봉을 지칭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사사건건 반대편에 섰었던 인물인 박순을 그의 아들인 허봉이 좋아할 리 없었다.

아버지 허엽은 동인으로 또 박순은 서인으로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상대방을 제압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여러 변고가 생기고는 했으니 허봉으로서는 박순에 대해 좋게 생각할 리 없었다.

그렇다고 막역한 친구인 이달이 있는데 자신의 입으로 동생 허균에게 그를 이야기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명문가의 여식이란 꼬리표는 불행으로
누나 행복을 외면한 스승에 대한 한탄

“균아, 어찌 보면 너의 삶도 기구할 듯 보이는구나.”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제가 스승님께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저의 경우 어찌 처신해야 하는지 그를 알고 싶습니다.”

“그래, 그런데 당사자가 아닌 내가 그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구나.”

“당사자가 아니라니요?”

말을 꺼낸 허균이 아차 하는 모양으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얼자인 이달의 입장이 불현듯 떠오른 탓이었다. 이달이 허균의 표정을 무시하고 조용히 책을 덮었다.

“우리 실질적인 배움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자.” 

“스승님, 그렇다면 처음부터 가르침을 주십시오. 왜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그리 되지 않는지 말입니다.”

“균아, 진정 네가 알고 싶은 바가 무엇이냐?”

덮은 책을 한쪽으로 밀어내면서 이달이 자세를 바로 했다. 허균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 누나를 만나고 왔습니다. 차마 안쓰러워 견딜 수 없었습니다. 마치 새장에 갇혀있는 새처럼 가련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 일을 두고 계속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그리도 총명한 누나가 총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작은 세상에 갇혀 신음을 토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초희.”

이달이 가벼이 되뇌었다.

그리고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이달의 모습을 허균이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 균아. 우리 근원적인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자.”

이미 이달은 허균의 의도를 알고 있는 듯했다.

허균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세상이 모순 천지였다.

허균의 누나인 초희의 문제도 그러하려니와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스승의 경우도 그랬다.

자신의 스승인 이달에 대해서 형인 허봉으로부터 전해들은 바가 있었다.

현재 조선에서 가장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방금 자신의 입으로 밝힌 바 있듯이 세상 살아가는데 있어서 생각한대로 되지 않았다.

그저 현실에 만족하고 안일하게 안주하는 듯 보였다.

“왜 저의 누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아야 할 제 누나가 그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이 시대의 굴레 아니겠느냐.”

“굴레라 하셨나요?”

“일종의 족쇄 말이야.”

이 시대의 굴레

허균이 ‘굴레’를 되뇌며 이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스승님과 저의 누나가 맺어지지 못했군요.”

질문이라기보다는 질책에 가까운 말투였다. 그 굴레 때문에 자신의 누나의 행복을 외면한 스승에 대한 일종의 한탄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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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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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