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성인클럽 뺨치는 청소년클럽 실태

아이들의 선정적 춤판과 헌팅… "어른들은 가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서울 이화여대 앞 골목에서 눈에 띄는 간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00클럽'. 이 클럽은 청소년들이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도록 만든 공간으로 건전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 클럽의 실상은 성인클럽 못지 않았다. 실내서만 음주와 흡연이 금지돼 있을 뿐 밖에서는 버젓이 술과 담배를 손에 들고 탈선을 일삼는 아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인클럽을 모방해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00클럽의 충격실태를 알아봤다.

샛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 컬러렌즈에 짙은 화장으로 얼굴을 가린 여중고생들이 짧은 팬츠를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남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밝은 염색머리에 목 뒤, 팔 등에 새긴 문신 등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물론 개중에는 학교를 중퇴하고 일찍 사회에 나온 아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일반 학생들로 보였다.

화장·문신으로 가린
일그러진 10대들

월요일 오후임에도 클럽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지하에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클럽은 버젓이 건물 4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입장료는 5000원. 그 옆에는 손가락밴드 형식으로 된 미니 야광조명이 색깔별로 늘어져 있었다. 야광밴드는 한 개에 500원정도. 아이들은 어두운 실내에서 자신의 춤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저마다 야광밴드를 구매한다. 야광조명은 어두컴컴한 클럽 내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클럽 내 규정을 어겼을 시(흡연, 음주 등) 강제퇴장을 시킬 때 필요한 덩치 큰 안전요원들도 사각지대를 지키고 서 있었다. 

청소년클럽에 맞게 실내에서의 음주와 흡연은 금지된다. 바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대부분 탄산음료와 이온음료, 생수 등이었고,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한 몇 가지 스낵도 함께 구비돼 있으며 가격은 2000원선이다. 이로써 대략 학생 한 명이 클럽에 와서 소비하는 비용은 통상 1만원선이라는 얘기가 된다.


성인클럽과 비교해 음주·흡연만 불가하고 입장료 등 가격만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을 뿐 별반 다를 게 없다. 주중에는 밤 11시까지, 주말에는 무려 새벽 4시까지 운영하고 있어 아이들의 학업에 지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내서만 금지된 술·담배, 밖에선 버젓이 성행
입장료·리본·음료 등 저가판매로 코묻은 돈 눈독  

이 클럽은 개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성인클럽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상업성이벤트가 청소년들을 상대로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클럽 DJ가 현금을 나눠준다며 아이들을 무대 위로 불러 세웠다. 통 안에 있는 현금을 쥐어지는 만큼 가져가도록 하는 현금추첨이벤트와 더불어 값비싼 명품의류를 내거는 등 성인클럽을 모방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라인상에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영업시간 때문에 이대·신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클럽 근처에 위치한 상점 상인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았다. 클럽 옆 상점주인 유모(46)씨는 "새벽까지 청소년들이 몰리다 보니 동네가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놀이공간이라고 떠들어대지만 밖에서는 보란 듯이 담배피고 술 마시고 침 뱉고…. 문화공간은 무슨. 여기는 죄다 문제아들만 오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신촌 인근에 거주한다는 최모(51)씨도 "애들 스트레스 풀어줄 명목으로 이런 클럽을 만들었다는데 말이 안 된다. 호기심 많은 10대들을 퇴폐적인 곳으로 유인하면서 코 묻은 돈 가로채려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술 담배 제재한다고 하지만 밖에서는 불량 청소년들이 떼 지어 다니면서 동네 시끄럽게 하고 담배연기 내뿜고 다닌다. 이거 생기고 나서 동네가 더 뒤숭숭해 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 아이들은 주중·주말 할 것 없이 춤을 추기 위해, 또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정말 춤을 사랑하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공간으로 이 클럽을 찾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여러 명이 무리지어 다니며 탈선행위를 저지르곤 한다.

밤 10시가 넘어 스테이지 앞에 수십 명이 똑같이 현란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들은 마치 사전에 동영상을 보고 연습해온 듯 동작 중 누구 하나 틀린 사람이 없었다. 언뜻 '플래시몹'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손가락 욕설에
과감한 키스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클럽의 분위기는 점점 이상야릇해져 갔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곡이 흘러나오자 아이들은 이에 익숙한 듯 멜로디 중 일정 파트에서 하나같이 손가락 욕을 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성인클럽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비부비(남성과 여성이 서로 하반신을 밀착한 채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행위)를 이곳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야광 불빛이 닿지 않는 클럽 내 어두운 한 쪽 구석에서는 과감한 스킨십과 동시에 키스를 하는 남녀 학생들이 몇몇 목격되기도 했다.

클럽에 거의 매일 발도장을 찍는다는 오모(18)군은 "주말이 되면 더 심해요. 애들 진짜 개나 소나 다 오고…. 그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자애들이랑 춤추다가 여기저기 몸 스치거나 만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서 같이 춤추다 눈 맞아서 키스하는 애들도 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모군처럼 일주일 내내 클럽에 출입한다는 이모(16)양도 "요즘은 방학이라서 애들이 더 많이 모이는 것 같아요. 저처럼 매일 오는 애들도 있고 여기서 놀다보면 다른 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재미있어요. 그렇게 비싼 편도 아닌 것 같고 또 새벽까지 놀다 나오면 밥이나 술 사주겠다는 대학생 오빠들도 많아서 차비랑 입장료 외에는 돈 쓸 일이 없어요. 공짜로 노는 거죠. 그러다 마음 맞으면 사귀기도 하고…"라며 클럽출입의 장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10대들의 문란한 춤사위
한 번 나가면 재입장 못 해 밖에서 '헌팅' 노려

근처에 있던 고등학생 이모(17)군은 "한 번 나가면 재입장이 안 돼서 거의 끝날 때까지 버티다가 나와서 담배 피우면서 헌팅도 대수롭지 않게 하고 그래요. 주말에는 다음날 학교 가야된다는 부담이 없으니까 클럽 끝나고 2차로 여자애들이랑 인근 포차(포장마차) 같은데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그냥 춤만 추러 오는 애들도 있긴 한데 여기 애들 거의 여자 꼬시려고 오는 거죠"라고 말했다.

클럽 재입장이 불가능한 것은 밖에서 흡연이나 음주를 한 후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보안요원을 둔다고 해도 그 많은 아이들을 제재하기엔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재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몰래 클럽 안팎을 드나드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고 새벽녘 클럽을 빠져나온 아이들은 일일 이성친구를 만들기 위해 헌팅과 즉석만남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이 클럽에 출입하는 아이들은 보통 떼로 무리지어 다니기 일쑤였고 사람수에 맞춰 헌팅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단속을 피해 담배를 사거나 술집을 드나드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같은 클럽은 비단 서울 뿐 아니라 부평 인근이나 경남 창원, 부산 남포동 등 전국 각지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나 도서관 이외에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는 아이들이 춤과 음악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취지에서 비롯된 이 같은 클럽은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성인의 잘못된 밤문화만 모방한 꼴이 돼버렸다.

잘못된 밤 문화만
그대로 베껴    

유럽처럼 10대들의 하우스 파티가 발달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청소년클럽으로 아이들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춤이 좋아서 음악이 좋아서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클럽을 찾는 중고등학생 상당수는 인터넷과 매체를 통해 성인클럽의 모습을 기대하고 똑같이 모방하려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법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아직까지 경찰의 특별한 단속이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큰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클럽업주가 청소년보호 대상 시설이 아닌 콜라텍 형식의 청소년클럽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찜질방, 노래방, PC방 등은 청소년 출입제한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 밤 10시가 되면 청소년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데 콜라텍인 00클럽은 자유업으로 등록돼 있어 단속이 힘들다는 것이다. 자유업으로 등록이 되면 청소년들이 심야에 출입해도 행정처분 대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관할경찰서 관계자는 "청소년클럽이 생긴 이후에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단속을 하려고 했지만 규제방안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마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큰 범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예방을 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클럽 주변에 유흥가가 많은 점을 고려해 순찰강화에 더 힘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소년클럽사태를 지켜본 한 심리학 교수는 "청소년 문제는 거의 기성세대를 모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청소년전용클럽이 성적지상주의 사회풍토 속에서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생겨났다고 하지만 과연 클럽의 용도가 건전한 청소년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건전한 문화공간
vs 퇴폐업소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조카의 처지가 안타까워 스트레스해소 수단으로 청소년클럽을 개장했다는 한 클럽업주. 그러나 업주의 본 취지와는 반대로 날이 갈수록 탈선의 장소로 변질되는 청소년클럽의 현실에 강력한 제재방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소년클럽이 건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으려면 학생을 상대로 상업하는 데 열을 올리기보다는 심야영업을 삼가고 클럽 안팎의 철저한 단속을 통해 더 이상의 탈선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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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