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성인클럽 뺨치는 청소년클럽 실태

아이들의 선정적 춤판과 헌팅… "어른들은 가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서울 이화여대 앞 골목에서 눈에 띄는 간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00클럽'. 이 클럽은 청소년들이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도록 만든 공간으로 건전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 클럽의 실상은 성인클럽 못지 않았다. 실내서만 음주와 흡연이 금지돼 있을 뿐 밖에서는 버젓이 술과 담배를 손에 들고 탈선을 일삼는 아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인클럽을 모방해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00클럽의 충격실태를 알아봤다.

샛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 컬러렌즈에 짙은 화장으로 얼굴을 가린 여중고생들이 짧은 팬츠를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남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밝은 염색머리에 목 뒤, 팔 등에 새긴 문신 등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물론 개중에는 학교를 중퇴하고 일찍 사회에 나온 아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일반 학생들로 보였다.

화장·문신으로 가린
일그러진 10대들

월요일 오후임에도 클럽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지하에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클럽은 버젓이 건물 4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입장료는 5000원. 그 옆에는 손가락밴드 형식으로 된 미니 야광조명이 색깔별로 늘어져 있었다. 야광밴드는 한 개에 500원정도. 아이들은 어두운 실내에서 자신의 춤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저마다 야광밴드를 구매한다. 야광조명은 어두컴컴한 클럽 내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클럽 내 규정을 어겼을 시(흡연, 음주 등) 강제퇴장을 시킬 때 필요한 덩치 큰 안전요원들도 사각지대를 지키고 서 있었다. 

청소년클럽에 맞게 실내에서의 음주와 흡연은 금지된다. 바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대부분 탄산음료와 이온음료, 생수 등이었고,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한 몇 가지 스낵도 함께 구비돼 있으며 가격은 2000원선이다. 이로써 대략 학생 한 명이 클럽에 와서 소비하는 비용은 통상 1만원선이라는 얘기가 된다.


성인클럽과 비교해 음주·흡연만 불가하고 입장료 등 가격만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을 뿐 별반 다를 게 없다. 주중에는 밤 11시까지, 주말에는 무려 새벽 4시까지 운영하고 있어 아이들의 학업에 지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내서만 금지된 술·담배, 밖에선 버젓이 성행
입장료·리본·음료 등 저가판매로 코묻은 돈 눈독  

이 클럽은 개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성인클럽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상업성이벤트가 청소년들을 상대로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클럽 DJ가 현금을 나눠준다며 아이들을 무대 위로 불러 세웠다. 통 안에 있는 현금을 쥐어지는 만큼 가져가도록 하는 현금추첨이벤트와 더불어 값비싼 명품의류를 내거는 등 성인클럽을 모방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라인상에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영업시간 때문에 이대·신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클럽 근처에 위치한 상점 상인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았다. 클럽 옆 상점주인 유모(46)씨는 "새벽까지 청소년들이 몰리다 보니 동네가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놀이공간이라고 떠들어대지만 밖에서는 보란 듯이 담배피고 술 마시고 침 뱉고…. 문화공간은 무슨. 여기는 죄다 문제아들만 오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신촌 인근에 거주한다는 최모(51)씨도 "애들 스트레스 풀어줄 명목으로 이런 클럽을 만들었다는데 말이 안 된다. 호기심 많은 10대들을 퇴폐적인 곳으로 유인하면서 코 묻은 돈 가로채려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술 담배 제재한다고 하지만 밖에서는 불량 청소년들이 떼 지어 다니면서 동네 시끄럽게 하고 담배연기 내뿜고 다닌다. 이거 생기고 나서 동네가 더 뒤숭숭해 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 아이들은 주중·주말 할 것 없이 춤을 추기 위해, 또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정말 춤을 사랑하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공간으로 이 클럽을 찾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여러 명이 무리지어 다니며 탈선행위를 저지르곤 한다.

밤 10시가 넘어 스테이지 앞에 수십 명이 똑같이 현란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들은 마치 사전에 동영상을 보고 연습해온 듯 동작 중 누구 하나 틀린 사람이 없었다. 언뜻 '플래시몹'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손가락 욕설에
과감한 키스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클럽의 분위기는 점점 이상야릇해져 갔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곡이 흘러나오자 아이들은 이에 익숙한 듯 멜로디 중 일정 파트에서 하나같이 손가락 욕을 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성인클럽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비부비(남성과 여성이 서로 하반신을 밀착한 채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행위)를 이곳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야광 불빛이 닿지 않는 클럽 내 어두운 한 쪽 구석에서는 과감한 스킨십과 동시에 키스를 하는 남녀 학생들이 몇몇 목격되기도 했다.

클럽에 거의 매일 발도장을 찍는다는 오모(18)군은 "주말이 되면 더 심해요. 애들 진짜 개나 소나 다 오고…. 그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자애들이랑 춤추다가 여기저기 몸 스치거나 만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서 같이 춤추다 눈 맞아서 키스하는 애들도 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모군처럼 일주일 내내 클럽에 출입한다는 이모(16)양도 "요즘은 방학이라서 애들이 더 많이 모이는 것 같아요. 저처럼 매일 오는 애들도 있고 여기서 놀다보면 다른 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재미있어요. 그렇게 비싼 편도 아닌 것 같고 또 새벽까지 놀다 나오면 밥이나 술 사주겠다는 대학생 오빠들도 많아서 차비랑 입장료 외에는 돈 쓸 일이 없어요. 공짜로 노는 거죠. 그러다 마음 맞으면 사귀기도 하고…"라며 클럽출입의 장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10대들의 문란한 춤사위
한 번 나가면 재입장 못 해 밖에서 '헌팅' 노려

근처에 있던 고등학생 이모(17)군은 "한 번 나가면 재입장이 안 돼서 거의 끝날 때까지 버티다가 나와서 담배 피우면서 헌팅도 대수롭지 않게 하고 그래요. 주말에는 다음날 학교 가야된다는 부담이 없으니까 클럽 끝나고 2차로 여자애들이랑 인근 포차(포장마차) 같은데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그냥 춤만 추러 오는 애들도 있긴 한데 여기 애들 거의 여자 꼬시려고 오는 거죠"라고 말했다.

클럽 재입장이 불가능한 것은 밖에서 흡연이나 음주를 한 후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보안요원을 둔다고 해도 그 많은 아이들을 제재하기엔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재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몰래 클럽 안팎을 드나드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고 새벽녘 클럽을 빠져나온 아이들은 일일 이성친구를 만들기 위해 헌팅과 즉석만남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이 클럽에 출입하는 아이들은 보통 떼로 무리지어 다니기 일쑤였고 사람수에 맞춰 헌팅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단속을 피해 담배를 사거나 술집을 드나드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같은 클럽은 비단 서울 뿐 아니라 부평 인근이나 경남 창원, 부산 남포동 등 전국 각지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나 도서관 이외에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는 아이들이 춤과 음악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취지에서 비롯된 이 같은 클럽은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성인의 잘못된 밤문화만 모방한 꼴이 돼버렸다.

잘못된 밤 문화만
그대로 베껴    

유럽처럼 10대들의 하우스 파티가 발달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청소년클럽으로 아이들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춤이 좋아서 음악이 좋아서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클럽을 찾는 중고등학생 상당수는 인터넷과 매체를 통해 성인클럽의 모습을 기대하고 똑같이 모방하려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법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아직까지 경찰의 특별한 단속이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큰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클럽업주가 청소년보호 대상 시설이 아닌 콜라텍 형식의 청소년클럽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찜질방, 노래방, PC방 등은 청소년 출입제한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 밤 10시가 되면 청소년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데 콜라텍인 00클럽은 자유업으로 등록돼 있어 단속이 힘들다는 것이다. 자유업으로 등록이 되면 청소년들이 심야에 출입해도 행정처분 대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관할경찰서 관계자는 "청소년클럽이 생긴 이후에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단속을 하려고 했지만 규제방안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마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큰 범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예방을 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클럽 주변에 유흥가가 많은 점을 고려해 순찰강화에 더 힘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소년클럽사태를 지켜본 한 심리학 교수는 "청소년 문제는 거의 기성세대를 모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청소년전용클럽이 성적지상주의 사회풍토 속에서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생겨났다고 하지만 과연 클럽의 용도가 건전한 청소년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건전한 문화공간
vs 퇴폐업소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조카의 처지가 안타까워 스트레스해소 수단으로 청소년클럽을 개장했다는 한 클럽업주. 그러나 업주의 본 취지와는 반대로 날이 갈수록 탈선의 장소로 변질되는 청소년클럽의 현실에 강력한 제재방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소년클럽이 건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으려면 학생을 상대로 상업하는 데 열을 올리기보다는 심야영업을 삼가고 클럽 안팎의 철저한 단속을 통해 더 이상의 탈선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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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