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날릴 '명저격수' 박지원 '승부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23 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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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발필중' 권재진·한상대 ‘목’ 노린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야당 총사령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궁지에 몰렸다. '박지원 몰이'에 나선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다. 앉아서 당할 박 원내대표가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이 있었던 그였다. 이번엔 어떤 승부수를 던질까.

"야당 총사령관 이대로 죽지 않는다"

"돈을 받았다면 목포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결백을 주장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결국 검찰의 호출을 무시했다.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지난 19일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에게 출석을 요청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공작수사·표적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1억 수수한 혐의
진술·물증 확보?

박 원내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솔로몬·보해저축은행에서 각각 수천만원씩 1억원 안팎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의혹이다.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의 구명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가 된다. 상황에 따라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도 적용될 수 있다. 이도 아니면 뇌물이나 수뢰 등의 죄목이 붙을 수도 있다.


박 원내대표와 검찰 간 고도의 수싸움이 시작됐다. 총성 없는 전쟁이 따로 없다.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못해 반드시 어느 한쪽이 무릎 꿇어야 끝날 판이다.

주도권은 검찰이 쥐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검찰은 다시 일정을 잡아 소환을 통보할 계획이다. "켕기는 게 없으면 당당히 나오라"는 투다. 소환 불응자에겐 통상 3차까지 출석 요구를 하는 게 관행. 그래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시점은 7월 임시국회가 끝난 8월께로 관측된다. 다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혹시 모를 '역풍'을 경계하는 눈치다. 여의도 일각에선 검찰이 1억원 수수 외에 다른 혐의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일단 버티기 작전이다. "절대 안 나간다"며 검찰 소환에 불응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이 영장을 가져오면 나갈 수도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자기 무덤을 파는 위험한 멘트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역시 자진출두 의사가 없다는 표현이나 다름없다.

법원이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해도 박 원내대표가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고 회기 중이어서 국회에서 체포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금으로선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동의하느냐다.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체포할 수 있게 된다. 반대일 경우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민주당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검찰은 "체포동의도 안 해주고 영장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불쾌감을 내비치면서도 최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국민 여론이 싸늘한 만큼 정치권이 쉽게 박 원내대표를 감싸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석 요청 거부…체포·사전구속영장 임박
최강 정보력 돌려 '회심의 반전카드' 준비
법·검 수장 해임건의·탄핵소추안 만지작


그렇다고 박 원내대표가 마냥 버틸 수만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의 검찰 출석 불응을 일종의 시간끌기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반격에 나설 만반의 채비를 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그때까지 당이 그를 보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비리로 발목을 잡힌다면 대선정국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장 박 원내대표의 부재시 당이 잘 굴러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사법처리되면 당의 데미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순순히 물러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지키기'에 들어간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를 둘러싼 '방탄 대열'을 갖추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정치검찰 공작수사 대책특위'(검찰공작특위)를 구성하고 수사에 대비해왔다. 검찰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이해찬 대표부터 들고 일어났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제1야당 원내대표를 소환하는 것은 적반하장 행위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검찰이 무소불위로 검찰권을 남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검찰은 엉뚱한 정치공작을 중단하라"등 연일 검찰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또 "검찰이 스스로 자성하지 못한다면 강제적으로 개혁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과 당직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본관 앞에서 '정치검찰 공작수사 규탄대회'를 여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대선을 앞두고 야당을 흠집 내기 위한 공작수사"라며 "또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의 비리를 호도하기 위한 물타기 수사"라고 지적했다.

"정치검찰 공작"
연일 직격탄 날려

천정배 검찰공작특위 공동위원장은 "내곡동 사저, BBK가짜편지, 민간인 사찰,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새누리당 권력이 개입된 사건은 검찰이 진실을 밝혀내기는커녕 진실을 숨기기에 급급했었다"며 "새누리당 권력을 비호하는데 앞장선 검찰은 검찰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변호인단이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공동위원장도 "정치검찰은 편파적인 수사와 야당 옥죄이기, 야당 재갈 물리기, 의혹수사를 절대 중단해야 한다"며 "정치검찰이 공작수사를 중단하지 않는 한 민주당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다짐했다.

여기에 당내 대권주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두관 대선예비후보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박 원내대표 수사는) 정치검찰에 의한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정치적 탄압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과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선예비후보도 "검찰에 정치적으로 중립된 지위를 보장해주면 그러한 것이 문화로 정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며 "정치검찰의 행태에 대한 청산, 가담한 사람들의 인적 청산, 제도적 노력을 더 해야만 정치검찰을 막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당 뒤에 숨어 있을 박지원이 아니다' '그냥 앉아서 당할 박지원이 아니다'란 말이 나온다. 당 차원의 대응과 별도로 박 원내대표 개인적으로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회 내에서 최고의 '정보통'인 만큼 회심의 '한방'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원내대표는 화려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탄탄한 정보망을 갖고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 놀라운 정보력을 과시해왔다.

민주당, 박지원 지키기 '방탄 대열'
그사이 선제공격 등 반격 나설 채비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등 상당수 인사가 청문회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의 허를 찌르는 정보력을 넘지 못했다. 매년 열린 국감은 그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민간인 사찰, SLS 구명로비, 파이시티 인허가 등 굵직한 정권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박 원내대표가 수집한 정보들이 부표 역할을 했다.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박 원내대표는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내던 2000년 한빛은행 불법 대출과 관련해 압력 행사 의혹에 휘말렸지만 이듬해 검찰에 무혐의 결론을 받아냈다. 1년 뒤 대북 송금 의혹에 연루돼 현대 측으로부터 15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북 불법 송금과 대기업 자금 1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에 선제공격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2010년 C&그룹 수사에서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자 “야당 탄압을 중단하라”며 검찰을 몰아세웠고, 검찰은 박 원내대표 근처에 가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박 원내대표는 어딜, 누굴 정조준 할까.

박 원내대표는 우선 대선자금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파이시티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7일 공판에서 "파이시티에서 받은 6억원은 경선자금 지원 차원에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들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게다가 최근 이상득 전 의원이 신한은행 측으로부터 3억원의 당선축하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대선자금 자체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엇지만 박 원내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 물타기"라고 밝힌 만큼 대선자금에 초점을 맞추고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태세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를 여러 차례 만났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박 원내대표를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냥 앉아서 당할 
박지원이 아니다"

"이를 증언한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박 원내대표는 녹취록 공개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과의 '관계'가 의심되는 박 전 위원장의 동생부부 박지만-서향희씨도 박 원내대표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박 원내대표가 에둘러 가지 않고 매머드급 반전 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크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의 '목'에 직접 칼을 들이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원내대표의 주도로 민주당은 권 장관과 한 총장의 해임건의안, 나아가 탄핵소추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원내대표가 MB정부에 결정타를 날릴 '살아 있는' 현 정권 핵심부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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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