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날릴 '명저격수' 박지원 '승부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23 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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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발필중' 권재진·한상대 ‘목’ 노린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야당 총사령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궁지에 몰렸다. '박지원 몰이'에 나선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다. 앉아서 당할 박 원내대표가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이 있었던 그였다. 이번엔 어떤 승부수를 던질까.

"야당 총사령관 이대로 죽지 않는다"

"돈을 받았다면 목포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결백을 주장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결국 검찰의 호출을 무시했다.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지난 19일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에게 출석을 요청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공작수사·표적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1억 수수한 혐의
진술·물증 확보?

박 원내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솔로몬·보해저축은행에서 각각 수천만원씩 1억원 안팎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의혹이다.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의 구명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가 된다. 상황에 따라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도 적용될 수 있다. 이도 아니면 뇌물이나 수뢰 등의 죄목이 붙을 수도 있다.


박 원내대표와 검찰 간 고도의 수싸움이 시작됐다. 총성 없는 전쟁이 따로 없다.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못해 반드시 어느 한쪽이 무릎 꿇어야 끝날 판이다.

주도권은 검찰이 쥐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검찰은 다시 일정을 잡아 소환을 통보할 계획이다. "켕기는 게 없으면 당당히 나오라"는 투다. 소환 불응자에겐 통상 3차까지 출석 요구를 하는 게 관행. 그래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시점은 7월 임시국회가 끝난 8월께로 관측된다. 다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혹시 모를 '역풍'을 경계하는 눈치다. 여의도 일각에선 검찰이 1억원 수수 외에 다른 혐의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일단 버티기 작전이다. "절대 안 나간다"며 검찰 소환에 불응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이 영장을 가져오면 나갈 수도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자기 무덤을 파는 위험한 멘트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역시 자진출두 의사가 없다는 표현이나 다름없다.

법원이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해도 박 원내대표가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고 회기 중이어서 국회에서 체포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금으로선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동의하느냐다.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체포할 수 있게 된다. 반대일 경우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민주당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검찰은 "체포동의도 안 해주고 영장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불쾌감을 내비치면서도 최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국민 여론이 싸늘한 만큼 정치권이 쉽게 박 원내대표를 감싸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석 요청 거부…체포·사전구속영장 임박
최강 정보력 돌려 '회심의 반전카드' 준비
법·검 수장 해임건의·탄핵소추안 만지작


그렇다고 박 원내대표가 마냥 버틸 수만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의 검찰 출석 불응을 일종의 시간끌기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반격에 나설 만반의 채비를 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그때까지 당이 그를 보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비리로 발목을 잡힌다면 대선정국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장 박 원내대표의 부재시 당이 잘 굴러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사법처리되면 당의 데미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순순히 물러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지키기'에 들어간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를 둘러싼 '방탄 대열'을 갖추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정치검찰 공작수사 대책특위'(검찰공작특위)를 구성하고 수사에 대비해왔다. 검찰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이해찬 대표부터 들고 일어났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제1야당 원내대표를 소환하는 것은 적반하장 행위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검찰이 무소불위로 검찰권을 남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검찰은 엉뚱한 정치공작을 중단하라"등 연일 검찰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또 "검찰이 스스로 자성하지 못한다면 강제적으로 개혁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과 당직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본관 앞에서 '정치검찰 공작수사 규탄대회'를 여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대선을 앞두고 야당을 흠집 내기 위한 공작수사"라며 "또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의 비리를 호도하기 위한 물타기 수사"라고 지적했다.

"정치검찰 공작"
연일 직격탄 날려

천정배 검찰공작특위 공동위원장은 "내곡동 사저, BBK가짜편지, 민간인 사찰,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새누리당 권력이 개입된 사건은 검찰이 진실을 밝혀내기는커녕 진실을 숨기기에 급급했었다"며 "새누리당 권력을 비호하는데 앞장선 검찰은 검찰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변호인단이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공동위원장도 "정치검찰은 편파적인 수사와 야당 옥죄이기, 야당 재갈 물리기, 의혹수사를 절대 중단해야 한다"며 "정치검찰이 공작수사를 중단하지 않는 한 민주당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다짐했다.

여기에 당내 대권주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두관 대선예비후보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박 원내대표 수사는) 정치검찰에 의한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정치적 탄압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과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선예비후보도 "검찰에 정치적으로 중립된 지위를 보장해주면 그러한 것이 문화로 정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며 "정치검찰의 행태에 대한 청산, 가담한 사람들의 인적 청산, 제도적 노력을 더 해야만 정치검찰을 막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당 뒤에 숨어 있을 박지원이 아니다' '그냥 앉아서 당할 박지원이 아니다'란 말이 나온다. 당 차원의 대응과 별도로 박 원내대표 개인적으로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회 내에서 최고의 '정보통'인 만큼 회심의 '한방'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원내대표는 화려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탄탄한 정보망을 갖고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 놀라운 정보력을 과시해왔다.

민주당, 박지원 지키기 '방탄 대열'
그사이 선제공격 등 반격 나설 채비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등 상당수 인사가 청문회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의 허를 찌르는 정보력을 넘지 못했다. 매년 열린 국감은 그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민간인 사찰, SLS 구명로비, 파이시티 인허가 등 굵직한 정권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박 원내대표가 수집한 정보들이 부표 역할을 했다.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박 원내대표는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내던 2000년 한빛은행 불법 대출과 관련해 압력 행사 의혹에 휘말렸지만 이듬해 검찰에 무혐의 결론을 받아냈다. 1년 뒤 대북 송금 의혹에 연루돼 현대 측으로부터 15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북 불법 송금과 대기업 자금 1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에 선제공격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2010년 C&그룹 수사에서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자 “야당 탄압을 중단하라”며 검찰을 몰아세웠고, 검찰은 박 원내대표 근처에 가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박 원내대표는 어딜, 누굴 정조준 할까.

박 원내대표는 우선 대선자금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파이시티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7일 공판에서 "파이시티에서 받은 6억원은 경선자금 지원 차원에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들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게다가 최근 이상득 전 의원이 신한은행 측으로부터 3억원의 당선축하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대선자금 자체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엇지만 박 원내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 물타기"라고 밝힌 만큼 대선자금에 초점을 맞추고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태세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를 여러 차례 만났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박 원내대표를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냥 앉아서 당할 
박지원이 아니다"

"이를 증언한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박 원내대표는 녹취록 공개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과의 '관계'가 의심되는 박 전 위원장의 동생부부 박지만-서향희씨도 박 원내대표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박 원내대표가 에둘러 가지 않고 매머드급 반전 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크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의 '목'에 직접 칼을 들이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원내대표의 주도로 민주당은 권 장관과 한 총장의 해임건의안, 나아가 탄핵소추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원내대표가 MB정부에 결정타를 날릴 '살아 있는' 현 정권 핵심부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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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