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17)자부심

이달과의 승부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손곡 이달.

쌍매당 이첨의 기첩의 아들로 강원도 원주 손곡리에서 태어났다.

엄격한 신분사회의 희생양으로 벼슬 길을 저버리고 일찌감치 시로 인생을 유유자적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박순의 문하에서 시를 배우고 서포 김만중이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스승님을 뵙다


“너희들이 이 조선에서 신동으로 불리는 아이들이로구나.”

신동이라는 말이 어색했다. 그러나 결코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뵈옵니다, 형님. 아니, 스승님.”

일전에 허봉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외모를 지닌 이달을 친구라고 집에 데려온 적이 있었다.

그 꾀죄죄한 모습에 허균이 얼굴을 찡그렸다.

대단한 친구라고 이야기하는 형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그만 그를 외면하고 말았다.


허봉과 이달이 허균의 속내를 읽은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잠시 눈을 찔끔거리더니 허균을 데리고 담 모퉁이로 걸음을 옮겼다.

“균아, 내 친구하고 시 짓기 시합 해보지 않을래.”

균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예 묵사발을 만들어서 다시는 자신의 집에 그리고 시를 논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제가 나서도 될까요.”

말뿐만 아니라 말투 역시 거만했다. 그를 감지한 두 사람이 웃으며 반겼다.

“그러면 장유유서라고 손곡 자네가 먼저 하도록 하세.”

“무슨 놈의 장유유서. 나는 이 집의 손님에 불과한 만큼 주인이 먼저 해야 도리 아닐까.”

이달이 행색은 그래도 형 친구인데 차마 제가 먼저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먼저 하시…….”

허균이 마지못해 한 말이라 그런지 끝을 맺지 못했다.


“저리도 예절이 바른 걸 보면 결례를 무릅쓰고 내가 먼저 해야 할 듯하이. 자네가 운을 뛰어주게.”

“그렇다면 당연히 그리해야지.”

허봉이 균의 행동에 쐐기를 박듯 잘라 말하고는 담 모퉁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기를 잠시 눈을 찡긋거리더니 운을 떼기 시작했다.

‘曲’(곡)
이달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曲欄晴日坐多時’(곡란청일좌다시) 날이 맑아 굽은 난간에 오랫동안 앉아있으면서

허균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술 한쪽을 위로 기울였다.


‘閉’(폐)
‘閉却重門不賦詩’(폐각중문불부시) 겹 문까지 닫아걸고 시도 짓지 않네

게슴츠레 떴던 눈이, 한쪽으로 치켜 올라간 입술이 정상으로 변했다.
 
‘檣’(장)
‘墻角小梅風落盡’(장각소매풍락진) 담 모퉁이 작은 매화 바람에 모두 떨어지니

허균의 입에서 절로 ‘어’소리가 흘러나왔다.
 
‘春’(춘)
‘春心移上杏花枝’(춘심이상행화지) 봄빛이 살구꽃 가지위로 옮겨 가는구나

 
허균의 눈동자가 아니,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자세에서 한동안 멍하니 허봉과 이달을 바라보다 바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울러 자신의 경솔함을 백배 사죄한 경험이 있었다.

“소녀 초희라 하옵니다.”

허균, 얼굴을 찡그리다…이어지는 시 대결
초희와 이달의 만남…어긋난 운명의 시작?

“오빠로부터 자네 이야기 많이 들었네. 아마도 이 조선 천지에서 가장 뛰어난 신동일 것이라 자랑이 대단했다네.” 

“부끄럽사옵니다, 스승님.”

수줍어 내뱉는 말이 마치 그를 즐기는 듯이 투명하고 맑기 그지없었다. 그 순간 초희의 시선이 반짝였다. 이달이 애써 그를 무시하려는 듯 시선을 균에게 주었다.

“자네 형님으로부터 대략의 이야기는 들어 알겠지만 내 경우는 당시를 주로 연구하고 그 시풍에 따르고 있어. 그러니 그를 감안하고 따라주어야 할 일이네.”

“나리의 지금의 괴벽이 어려서도 그대로 살아있었네요.”

매창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는 허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괴벽이라니오!”

매창이 아차 한 모양으로 자세를 바로 했다.

“거침없는 성격 말이옵니다.”

허균이 매창의 말의 진위를 알고 있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었다.

“아마도 어린 눈에 초라한 그분의 모습 그리고 한참 낮은 그분의 신분을 깔보았던 나의 교만스러움이 아니었나 싶소.”

“그럴까요?”

“그러면?”

“소녀는 나리의 자부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옵니다.”

“자부심이라.”

“어려서부터 천재적 기질을 보인 나리의 자부심 그리고 성격 말이옵니다.”

허균이 겸연쩍은 표정을 짓다가는 한바탕 크게 웃어 재꼈다.

“역시 매창의 명성이 헛소문이 아니었구려.”

막상 말을 그리해놓고는 어색한 기분이 들었는지 웃음을 멈춘 허균이 은근하게 매창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런데 말이요, 매창.”

“말씀하시지요.”

“당시 처음 마주하는 이달 선생과 누나 사이에 뭔가가 싹트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오.”

“네?”

매창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 후에 일이네만. 그 당시 누나와 손곡 선생의 첫 만남은 어긋난 운명의 전조였음을 내 알지 못했다는 말이오.”

“그렇다면…….”

허균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잔을 기울였다.

“매창과 촌은 성생과의 일을 먼저 물어보아도 되겠소?”

가볍게 잔을 내려놓은 허균이 얄궂은 표정을 지었다.

“나으리.”

“왜 말씀하시기 곤란하신가.”

“이야기하다 마시고…… 어찌 남녀 간의 정분 이야기를 들으려 하시는지요.”

“단순히 남녀 간의 정분을 묻는 것이 아니오. 두 사람 사이에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을 법 하여 그러는 거요.”

매창의 시선이 천장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리, 혹여 아버지의 정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요.”

“딸에 대한 아버지의 각별한 사랑이 있음을 나도 알고 있다오.”

“물론 나리 아버님께서 나리의 누님께 쏟으신 사랑을 일컬음이시겠지요.”

대답 대신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매창의 얼굴을 주시했다.

“제 경우가 바로 그러했어요. 처음 마주하는 유희경 선생의 모습 위로 저를 애지중지해주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자꾸 겹쳐졌지요.”

“아버지 모습이라.”

허균의 표정으로 보아 별로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모습, 아버지의 모습이 그분에게 그려지고 있었던 것이에요.”

어긋난 운명

“충분히 이해할 수 있소.”

매창이 태어나자 어머니를 여위었다.

그 이후 어머니 몫까지의 사랑을 아버지가 베풀었으니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일이 그렇게 되었지요.”

매창이 짤막하게 말을 잘랐다.

허균으로서도 더 이상 채근하고픈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조용히 매창의 얼굴을 주시했다.

마신 술기운 때문인지 서서히 달구어지고 있는 격정 때문인지 허균의 얼굴에서 열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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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