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탐사기획> ‘만들어지는’ 학종의 두 얼굴 ②문제 백화점

10년 만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려는 학종의 취지에는 공감도가 높다 .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학종을 폐지하거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요시사>는 학종의 도입과 현황, 문제점 및 대안을 살펴봤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입시제도를 ‘누더기’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여론에 휩쓸려 개편을 거듭하는 입시제도의 현 상황을 꼬집은 표현이다. 또 “현행 입시제도는 학생, 학부모, 교사, 대학, 정부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불공정 낙인
학생부 종합

정부 수립 이후 대학 입시제도는 총 18번, 이번 개정안을 포함하면 19번 바뀌었다. 4년에 한 번 꼴이다. 대체적으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 역시 널을 뛰었다. 본고사, 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하 수능),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 (이하 학종) 등 용어를 따라가기도 벅차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백년 후까지의 큰 계획)라는 말은 공염불이 된 지 오래다.

정부 부처끼리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은혜 교육부총리의 말이 대통령 연설로 뒤집혔다. 대통령 연설서 나온 몇 마디 말에 대학은 일제히 입시제도를 손 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등에서 나왔던 모든 논의와 결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정부는 출범 첫해 수능 개편을 시도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부터 새로운 교육 과정이 적용되면서 과목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서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가 갈등의 씨앗으로 떠올랐다. 일부 과목과 전 과목 절대평가 등 2가지 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종합적인 입시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결국 수능 개편 방침이 백지화되고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2022 학년도 입시제도 개편 추진 과정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입시제도는 전 국민의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민감한 문제라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사이 입시제도 개편 주체는 교육부서 국가교육회의로,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특별위원회,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 , 시민참여단 등으로 거듭 바뀌었다. 공론화위원회서 논의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두고도 갈등이 빚어졌다. 4가지 개편안을 두고 교육계가 쪼개진 것이다.

정부 바뀔 때마다 제도 손봐
논란 불거질 때마다 뜯어고쳐

시민참여단 공론화 결과 ▲정시 45% 이상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 (1안) ▲수시· 정시 비율 대학 자율 및 수능 절대평가 전면 전환(2안) ▲ 수시·정시 비율 대학 자율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3안) ▲정시 확대 및 학생부전형 균형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4 안) 중 1안과 2 안이 각각 52.5%, 48.1%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는 1안과 2안 사이에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판단을 유보했고, 국가교육위원회는 ‘수능 위주 정시 전형 확대’라는 결과를 교육부에 내밀었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수능 위주 정시 전형 30% 이상 확대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교육부는 줄곧 정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 교육부총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와 관련된 입시 의혹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에도 ‘정시 확대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학종에 대한 불신과 정시 확대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지만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대신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그러다 상황이 반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27번 사용하는 등 공정 사회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국민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사회 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계의 불공정”이라며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히 추진하고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하겠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불거진 국민들의 분노에 ‘정시 확대’ 카드를 내민 것이다.

대통령 한 마디에
대학들도 들썩들썩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서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학종의 불공정성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교육계에선 정시 비중을 40 ∼50%까지 높이고 학생부 비교과 항목 폐지 등 학종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와 동시에 ‘학종은 불공정한 전형’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렸다.

학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고, ‘고쳐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쪽 모두 현행 학종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실제 학종을 둘러싼 논란은 2007년 노무현정부서 도입할 때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가 나올 때마다 교육부에선 환부만 도려내는 방식으로 제도를 뜯어 고쳐왔다. 학종의 역사는 ‘금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외부 수상 경력이 문제가 되자 교내 수상 경력으로만 한정 짓고 , 소논문이 문제가 되니 이를 없애는 방식이다. 최근 학종의 비교과 항목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종의 불공정성을 유발하는 것은 ‘정보 격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은 어느 덧 고리타분한 표현이 됐다. 정보는 곧 부와 직결됐고, 부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줬다. 학종은 그런 의미서 ‘금수저 전형’ ‘현대판 음서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학종은 학교 내신 성적으로 산출하는 교과 항목과 봉사활동·동아리·독서활동 ·수상 경력 등의 비교과 항목으로 구성된다. 교과와 비교과로 채운 학생부에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등을 종합해 평가받는다. 1차서 합격하면 면접과 수능 최저학력 기준 등을 통해 최종 합격이 가려진다. 점수에 따라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울 수 있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다.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평가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펙’이 필요해진 것이다. 수능 ‘한 방’으로 대학이 결정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학생과 학부모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생부 기록이 끝나는 날까지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교과 성적은 물론 외부활동에도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학부모 전형
돈·지위 영향

학교생활만으로도 바쁜 자녀를 대신해 학부모가 나섰다. 봉사활동이나 수상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대회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친분이 있는 학부모들끼리는 정보를 공유했다. 학종은 학부모의 개입 여부에 따라 스펙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특히 학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정보량을 좌우했다.

대학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끼워 넣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007∼2017년 발표된 논문을 조사한 결과 49개 대학이 심사한 138개 논문서 교수가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교수는 모두 86명이다.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조사했을 때에도 29개 대학서 82건이 적발됐다.

교육계에선 미성년 자녀를 교수 부모의 논문에 공저자로 등록하는 것이 입시용 경력 쌓기를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교육부는 2014 학년도부터 학생부에 논문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학종 평가서도 제외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여전히 특기자 전형에 논문을 지원 자격으로 두고 있다.

특별감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난 건까지 합치면 교수들의 미성년 자녀가 공저자로 등록된 논문은 794건에 이른다. 이 과정서 서울대 이병천 수의대 교수가 자신의 아들을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강원대에 편·입학 취소를 통보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교수 부모들이 미성년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올린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수들끼리 서로의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올리는 ‘스펙 품앗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조 전 장관 딸의 경우처럼 교육부 조사서 누락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 조 전 장관의 딸은 고등학생 때 논문의 1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조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

학종이 매년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체 초·중·고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총 사교육비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교육비는 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 수는 558만명으로 전년보다 2.5%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사교육비 총액은 18조7000억원서 19조5000억원으로 8000억원(4.4%) 늘었다. 물가상승률(2%) 의 2배 수준이다.


문 대통령 정시 확대 발언
폐지냐 개선이냐 갑론을박

하유경 교육부 교육통계과장은 “고교 사교육비가 많이 오르면서 전체 사교육비 증가를 이끌었다”며 “대학입시서 수험생들의 예측 가능성이 많이 흔들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종이 확대되고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사교육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값비싼 ‘입시 코디’를 고용하는 것도 마냥 허구는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입시 코디는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사조차 완벽하게 파악하기 힘든 학종을 세세히 알고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대필이나 매매 등은 이미 성행한 지 오래다. 자기소개서 1회 첨삭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또 교사가 작성해야 할 학생부 기록을 학생에게 써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비교과 항목인 자율활동이나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은 글자 수에 맞춰 담임이나 지도교사가 작성하게 돼있다. 이때도 학생과 학부모는 대필 혹은 컨설팅 업체를 찾는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자기소개서 등 전형과 관련된 서류의 대필, 허위 작성 등이 확인되면 불합격 처리하고 입학 후에라도 입학 취소를 의무화한다는 ‘2022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발표됐다. 또 학생 1명의 서류를 다수의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이번 발표는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제도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교육부서 학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실제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표에 70%가 넘는 국민이 지지를 표했다. 반면 교육계에선 정시 확대와 학종 논란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불공정 전형의 대명사로 낙인 찍힌 학종에 대해서는 폐지와 개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수능이냐
학종이냐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지난 5월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진행한 학종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서 “학종은 정성평가로 당락을 결정하는 깜깜이 전형”이라며 “학종은 실패한 제도로 개선될 여지가 없다. 이를 폐지하고 정시모집 비중을 9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은 “수능은 악습이고 폐습이며, 학생들을 한 줄로 줄 세우는 시험평가 교육의 잔재”라며 “학종, 특히 비교과 항목인 창체 활동은 시대변화를 예측한 생명력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지만 그동안 암기 교육, 전담교사 부족 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학종을 보완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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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