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세대 ‘초등학교 신설’ 기준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1.18 11:11:39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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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버스 태워 학교 보낼 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초등학교 신설 기준을 두고 다양한 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1년부터 개정된 해당 법규에 따르면 최소 4000세대가 있어야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4000세대의 문턱을 낮출 수는 없을까.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제주, 청주, 화성 등 다양한 곳에서 초등학교 신설 기준을 맞추지 못해 설립이 무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든다는 이유로 2011년 학교 설립 기준을 최소 2000세대서 4000세대로 높였다.

학교 신설을 두고 이를 억제하려는 교육부와 요구하는 지역사회 사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해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서 현재의 학교시설이 적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실정에 맞춰 학교를 신설하라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교육계가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학교 신설
요구에도…

지난 9월 청주 중앙초의 잇따른 증축공사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빚어지고 있는 과대·과밀 해소를 위해 증축공사를 벌이고 있다”며 ‘학군 조정’과 ‘학교 신설’을 요구했다.

충북도교육청·청주교육지원청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청주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학생 수가 2000여명서 97명으로 급격히 줄어 폐교 위기에 놓인 중앙초는 율량2지구가 개발되면서 2015년 2월 문화동서 율량동으로 신축 이전했다. 개교 당시 838명(30학급) 이었던 학생 수는 현재 1729명(57학급)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도 교육청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학교 신설계획(안)이 통과된 후 아파트 추가 건설과 인구 유입 변화 등으로 48학급(1680명) 규모의 증축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16년 3월 46학급서 2017년 11개 교실을 증축, 2018년 3월 57학급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학급당 학생 수 기준 변경 등으로 지난 6월부터 10개 교실 증축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잇단 증축 공사로 인해 학교 운동장 절반을 빼앗기고 공사 소음과 등·하교에 불편을 겪고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이 35명이었으나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28명으로 바뀌면서 학급 수를 늘릴 수밖에 없어 증축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2017년 학구 조정을 심도 있게 검토해 학부모 의견을 수렴했으나, 중앙초 학부모 대부분이 학구 존치를 원하는 상황서 임의적 통학구역 조정은 비민주적 행위로 판단 및 시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 신설은 4000∼6000세대, 학생 수 1000명 이상이 교육부 심사 기준이어서 현 상황으로는 학교설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2011년 개정
교육부 vs 지역사회 다른 입장

지난 8월 제주도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도교육청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에 따르면 제2첨단과기단지 내 2만1000㎡에 들어설 예정인 초등학교가 기본 설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향후 개교가 어려워졌다. 2022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제2첨단과기단지 내 공동주택이 들어서도 최대 2000세대에 머물러 초등학교 신설 기준인 4000세대를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초등학교 신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지난 8월9일 제주도의회 행정 사무조사특별위원회의 증인신문서 제기됐다.

바른미래당 한영진 의원은 “JDC는 2016년 첨단과기단지 내 아파트 분양 당시 초등학교 신설을 약속했다”며 “입주민들은 지금도 학교 신설을 믿고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분양 사기’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첨단사업처 관계자는 “제2첨단과기단지 주택 수요를 고려해도 법령상 기본요건인 4000세대 입주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 설립 여부를 떠나 학교 용지는 남겨둔 상태”라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현 여건상 초등학교 설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성서도 초등학교 신설을 두고 한 지역주택조합과 교육청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남양지구는 2008년부터 진행된 남양지구 사업은 2010년 도시 관리계획은 고시가 됐다. 화성시는 남양지구 남양동 371-○○일원의 공동주택건립을 위한 도시 관리계획결정에 대해, 도시관리계획 결정과 지형 도면을 승인했다.

2011년 9월7일 마도1초등학교(가칭)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가 통과돼 최초 부지로 확정을 받았다. 이때 세대수는 2133세대로 18학급이었다. 약 2개월 뒤인 11월1일 ‘도시·군 계획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개정 내용에는 최소 4000세대서 최대 6000세대 당 초등학교 1개소가 설치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차례 시도
결국 무산

주택조합 관계자는 “당시 시공사를 여러 군데 물색해봤지만,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찾지 못했다. 금융 조건 등 다양한 문제로 사업이 진척되다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이 적정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지체되자 학교 설립 자체도 무산됐다. 착공이 승인받은지 3년 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적정승인 받은 것이 무효가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 관계자는 “법이 바뀐 걸 나중에야 알았다. 교육청 입장에선 공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사전에 전달받은 적이 없다. 학교 설립하기 위한 예산을 원래 사용하지 않으면 3회 연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자동폐기 후 취소가 됐다는 것이다. 아무 얘기가 없길래 학교 설립은 당연히 추진되는 줄 알았다. 교육부에 확인해보니 3년이 지나니까 자동으로 폐기됐다는 것이다.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8년에 10월8일 주택조합 측은 지구 내 학교 유치를 다시 요청했다. 같은 해 10월18일 교육청이 인근 학교는 증축이 불가하다는 답을 보내자, 주택조합은 4000세대 미만으로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12월13일 인근 세대수를 학교 반경으로 포함해 재협의를 해달라고 공문 발송, 12월24일 인근세대수 포함한 계획안 제출에 따른 협의를 진행했다. 

해를 넘겨 ▲1월8일 남양2지구 계획 예정 사항을 포함한 공문 제출 ▲2월25일, 28일 2지구 내용을 제외했을 시 학교설립 가능한 사항 ▲3월 5~8일 2지구를 제외한 채 1지구에만 단독으로 학교 배치가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3월26일 교육청은 당초 의견을 동일하되, 세대수를 충족하면 재검토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6월11일 2지구 공식협의 요청 및 검토 이후 회신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냈다. 지난 6월21일 남양1지구 옆인 남양2지구(1825세대)를 입원 제안에 따른 학교 용지 이동 및 학교설립이 가능한지 회신을 요청했다. 


현재는 남양 1지구와 2지구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학교설립이 추진될 것이며 학교 위치는 아직 확정이 어렵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시흥시
예외 규정

교육청 관계자는 “남양 1·2지구가 합쳐지면 4000세대가 넘는다. 그렇다면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설립하려던 학교 위치를 옮길 필요가 있다. 그 위치는 1지구 세대 자녀들만 통학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1지구와 2지구 중간쯤인 곳을 정한 다음에 설립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남양 2지구의 사업 속도가 아직 1지구에 비해 못 미치기 때문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난 뒤 학교 설립추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4월 국민청원에는 ‘변경된 초등학교 신설기준을 완화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옛날에 지어진 초등학교들과 그 이후 도시개발사업, 역세권개발사업, 재개발사업, 택지지구 신설 등 여러가지 이유로 세대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학교 용지 부담금은 걷고 있으면서 학교 신설기준은 점점 높아진다. 계획된 초등학교 부지는 법이 바뀌었으니 취소한다고 하고 세대수 기준이 더 높아졌으니 설립이 불가하다고 한다’고 게시했다. 

이어 ‘아이들은 먼 길을 걸어 먼 곳으로 초등학교를 배정받아 큰 도로를 건너다녀야 한다. 어느 특정 지역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런 문제를 겪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화성남양지역주택조합은 지난 7일 ‘학교설립기준완화 요구에 대한 탄원서’를 경기도 교육청에 제출했다. 

탄원서 내용에는 ‘2014년 해당 사업이 취소돼 당시 투자가 취소된다는 것을 공지받거나 전달받은 사항이 없었다. 연장신청할 기회에 대한 정보조차도 모른 상태서 사업을 추진했다’며 ‘지구단위계획변경을 하는 과정인 2018년 12월13일 설립기준이 4000세대로 변경돼 재협의가 시작됐다. 당시는 2010년 11월 도시관리계획 결정 고시 이후 2014년을 개교 목표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득하고 교부금도 지청으로 된 상태였다. 공동주택사업의 지연으로 설립추진이 취소됐다. 교육청은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경우 유효기간 3년이 지나면 자동반납 된다는 규정이었다고 답했다. 우리는 이런 규정 사실을 전혀 알지도 못했으며 미리 고지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년동안 화성시와 오산교육지청이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서로 미루는 과정서 수천명의 우리 아이들은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교육권을 명백히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규정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현재 화성시는 인구 유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아이들이 받아야 할 의무교육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재검토를 해 초등학교 설립을 허가해 주기를 간곡해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업 진척되자 학교 설립 무산
교육청 요구사항 계속 추가

또 ‘관련법 제 89조 학교의 결정기준 2항에는 분명히 근린주거구역의 필요에 따라 주변 여건을 고려해 설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이 방법을 강구해달라. 현행법으로 어렵다면 현실성 있는 방법이라도 고지해달라. 현재 학교가 필요하며 학교 설립 요건에도 충족된다는 교육부의 뜻을, 단서나 조항 없이 화성시로 보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화성남양지역주택조합과 교육청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인해 취소된 것은 공문을 따로 발송 안 했을지 모르지만 ,구두로라도 했을 것이다. 교육청은 현행법을 따라야 하므로 절차대로 이행한 것”이라며 “남양 2지구와 합쳐지면 4000세대를 넘겨 학교 설립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남양 2지구 개발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지구 단위계획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양 2지구 사업 관계자는 “현재 남양 2지구는 주민제안 참여인 상태로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화성시서 일부 보완해달라는 요청에 11월 말까지 기한을 줬다. 이후 화성시 심의를 거치고 나면 탄탄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현재 2지구는 1지구에 비해 진행이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확한 시기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 1지구 관계자는 “교육청이 원하는 대로 수정을 해와도 매번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다. 행정도 좋지만 학교 인원을 작게 하는 게 추세지 않느냐. 학교를 작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증축하는 방법도 있다. 또 새로운 대안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의 위치를 옮기는 것도 불가하다. 교육청이 원하는 곳에 학교를 짓는기도 쉽지 않다. 농경지인 데다 토지 비용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해야”

한편, 시흥시는 이 예외규정을 적용해 4000세대 미만이라도 통학로 등 지리적 특수성을 고려해 학교설립을 승인해 줄 것과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학교를 증설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기도시장 군수협의회는 시흥시 제안 안건에 학교 준공시기를 택지개발지구 입주 시기에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건의안을 더해 ‘수정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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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