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약속’ 한전공대 둘러싼 설왕설래

인재 양성의 요람? 울며 겨자 먹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국전력공과대학교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력의 적자를 비롯해 학령인구 감소 등이 언급되면서 설립 반대 목소리가 일고 있다. 반면 정부 및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인해 부담은 줄어들었다는 반박도 있다. 국정감사에도 한전공대가 등장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는 형국이다.
 

▲ 한전공대 부지 시찰 중인 문재인 대통령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학교법인 한전공과대학교(이하 한전공대) 창립총회서 임원진 선출을 매듭지었다. 초대 이사장은 김종갑 한전 사장과 7명의 상임이사를 비롯해 8명의 비상임이사. 사실상 학교 설립이 궤도에 오른 셈이다. 한전 이사회는 지난 8월 설립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한전은 이날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자금으로 600억원을 1차 출연키로 했다.

일단 안착

한전공대는 에너지 특화 대학을 골자로 2022년 3월 전라남도 나주시에 문을 열 전망이다. 한전공대의 롤 모델은 미국 프랭클린더블유올린공과대학(이하 올린공대). 20년이 채 되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 명문대학으로 분류된다.

이현빈 한전공대 설립단장은 지난달 27일 “한전공대 설립 기본원칙은 작지만 강한 대학”이라며 “미국 명문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올린공대를 벤치마킹해 교수법, 커리큘럼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공대는 기존 대학 운영 방식과 차별을 둘 계획이다. 학과와 강의 없이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교수와 학생 간 일대일 수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단장은 “올린공대가 명문대에 오른 원동력이 됐던 ‘프로젝트 기반 교수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운영 방식에 이어 학생 모집 방법 역시 결이 다르다. 학생 수는 100명 정도로 압축될 전망이다. 매 학기 토론과 프로젝트 수행능력을 따져 선발할 계획이다. 한전은 2∼3일 정도 캠프를 개최, 프로젝트 과정서 인재를 선발할 방침이다. 자기소개서나 내신등급, 수학능력시험 성적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

한전공대 설립은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세계 최고의 에너지 인재를 양성할 한전공대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공대가 설립되는 전남 지역가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달 25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전력 본사서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비전선포’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김 지사는 “한전공대는 나주 에너지밸리를 세계 최고의 에너지신산업 허브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개교한 에너지 전문대학원
적자·부채 상승…부담 가중 지적

한전공대는 지난 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서 부상했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한전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1조6000억원을 들여 공짜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고 폐지를 주장했다. 한전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서 자금 지원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2022년 한전공대 개교 전까지 8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전공대 설립은 에너지 전문대학원이 필요하다는 한전의 검토 결과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초라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한전은 2016년 4조261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7년 1조5068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역시 1조1745억원으로 적자는 계속됐다. 올해는 1조5000억원의 적자가 점쳐진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9285억원이다. 손실액은 직전년도 대비 1138억원 증가한 8147억원이었다. 한전의 상반기 순손실은 1조17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690억원에 비해 42억원 증가했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무려 176.09%였다. 지난해 상반기 부채비율 160.57%와 비교했을 때 다소 상승한 값이다. 부채총계는 114조1562억원서 122조8995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자본총계는 71조927억원서 69조7912억원으로 줄었다.

한전 소액주주들도 한전의 부채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한전이 탈원전 정책으로 적자가 난 상황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한전공대가 설립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반발했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비는 6210억원이다. 학교 운영비는 편제 완성 기준 연간 641억원으로 2031년까지 모두 1조3500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재원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이미 정부로부터 1670억원 상당의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또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과 특별법 제정 등으로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비용을 일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지자체 지원, 부담 완화 반박 
학령인구 감소에 대학 추가…대체 왜?

학교가 설립되는 전남도와 나주시는 10년간 모두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 외에도 대학 자체 수익과 민간 기부금 등이 언급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반발도 만만치 않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대입가능자원과 대입 정원이 역전될 전망이다. 대입 가능 자원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재수생, 대학진학률 등을 종합해 추산한 것을 의미한다.

2020년 대입가능자원은 47만9376명으로 올해보다 4만6000여명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입정원 49만7218명보다 1만7080여명 줄어든 수치다. 대입 가능 자원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5년 뒤인 2024년 37만3470명으로 40만명 아래로 떨어진 뒤 2030년까지 40만명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 한전공대 가상 이미지

당장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대학은 지난해 159개로 지난해 140개보다 19개 늘었다.

지난 8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019년 교육기본통계’를 발표했다. 올해 4월1일 기준 전국 2만여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학생 및 교원 등 기본 현황을 조사한 내용이다.

해당 통계 내용에 따르면 유치원서 고등학교까지 학생 수는 지난해 대비 2.7%(17만2930명) 감소한 613만6793명이었다. 세부적으로 고등학생이 8.3%로 가장 많이 줄었다. 대학 재적 학생은 332만6733명으로 전년 대비 1.5%가 줄었다.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극구 반발

한전은 교육과학기술부에 법인 설립 신청 공문을 발송했다. 교육부는 연말 정도에 법인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법인 설립 허가는 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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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