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조국 전 법무부장관 ‘36일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21 13:53:38
  • 호수 12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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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탈’ 털릴 거 다 털리고 집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헌정 사상 여섯 번째로 짧은 법무부 수장이 됐다.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부터 사퇴까지 36일간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에 매진했다. 조 전 장관은 스스로를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라고 표현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며 “검찰 개혁을 위해 문재인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의혹 두고 
진영 대립

조 장관은 특히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발표한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안으로 ‘1차적 소명’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자리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장관이 전격 사퇴를 결정하면서 청와대 역시 이날 2시에 예정된 수석·보좌관 회의를 1시간 연기하고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등 급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사의를 수락하고 오후 3시에 열린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조 장관 사퇴 이후에도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이며 국정 과제”라며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 가며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말했다.

대신 그동안 조 장관 의혹을 두고 진영 간 대립이 되풀이된 점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런 가운데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면서도 “그러나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법무부장관 임명 36일 만에 전격 사퇴 
검찰 가족 수사·국정지지도 추락 부담

이어 “법무부는 오늘 발표한 검찰 개혁 과제에 대해 10월 안으로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쳐주길 바란다. 국회의 입법과제까지 이뤄지면 이것으로 검찰 개혁의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엔 조 장관의 이번 결단이 검찰 개혁을 포함한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동력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퇴를 기점으로 진영 간 혼란을 추스르고 국정운영의 장악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서초동과 광화문서 잇따라 열린 일련의 대규모 집회를 거론하며 “이제는 국민 통합에 힘쓸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광장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이제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들을 모아달라.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9일 지명돼 법무부장관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에 전달되자마자 야권에선 이른바 ‘가족펀드’와 웅동학원 위장 소송, 부동산 위장 거래 의혹 등에 대해 파상 공격을 펼쳤다. 조 전 장관의 딸의 장학금과 입학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마저 술렁이기도 했다. 

입시비리에 검증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문재인정부의 주요 지지층이던 2030세대가 ‘이게 공정이고 정의냐’고 항의하면서 들고 일어났다. 조 전 장관 딸이 다녔던 대학과 대학원서 항의성 촛불시위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여론과 민심은 조 전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또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논란에 또다시 민심이 흔들렸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 주식을 처분하고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 책임자가 공교롭게도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였다. 
 

가족이 운영해온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둘러싼 의혹도 연일 터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여권서도 후보자 사퇴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달라”며 정면돌파의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27일 그 동안 접수된 고소·고발장을 특수2부에 배당하고 20여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지난달 6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날 무렵 검찰은 부인 정 교수를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특수부 축소
검사 감찰 강화

사흘 뒤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조 전 장관은 36일 동안 검찰 개혁안을 내놓으며, 검찰 개혁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올렸다. 그동안 정치권과 법조계서 검찰 개혁 관련 논의가 여러 차례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대통령-법무부장관-검찰총장 차원서 개혁안이 논의되고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적은 없었다.

조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역설적으로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임기 중 총 여섯 차례 공식 지시 내용을 발표했다. 그 중 1∼3호 지시는 검찰 개혁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조 전 장관은 임명 직후인 지난달 10·11일 1·2호 지시를 통해 검찰개혁추진지원단과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아래 검찰개혁위)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닷새 후인 16일엔 검사는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포함한 ‘장관-검찰 구성원과의 대화’를 추진하라고 3호 지시를 내렸다.

조 전 장관과 검찰 구성원과의 대화는 같은 달 20일과 25일, 각각 의정부지검과 대전지검 천안지청서 진행됐다. 또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은 17일, 검찰개혁위는 30일 발족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위 구성과 관련해 구체적 지시사항을 내렸다. 그 결과 특수부·공안부 등 주류가 아닌 형사부·공판부 등의 비주류 검사들이 개혁위에 들어갔다. 그동안 관련 논의서 소외됐던 젊은 검사, 검찰 수사관, 법무부 직원도 개혁위에 포함됐다. 사법 농단 사건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현재 변호사)처럼 신선한 인물도 개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검찰개혁추진지원단과 검찰개혁위는 ‘조국표 검찰 개혁안’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고,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검찰 개혁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조 전 장관의 4∼6호 지시는 각각 교정, 출입국·외국인, 청소년 보호관찰 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는 ‘검찰 중심 법무부 운영’서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조 전 장관은 23일, 지난 2일 두 차례 법무혁신·검찰 개혁 간부회의를 열기도 했다. 첫 회의에선 홈페이지·메일로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고, 두 번째 회의에선 형사부·공판부 인력 확충 방안 등을 지시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구성원의 의견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의 검찰 개혁 관련 제안도 받았다.

관용차 폐지 및
심야 조사 금지 

조 전 장관의 지시, 검찰개혁추진지원단,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두 차례 검찰 구성원과의 대화, 홈페이지·메일 제안 등은 조 전 장관의 취임 후 첫 검찰 개혁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지난 8일, 첫 기자회견서 조 전 장관은 “과감한 검찰 개혁 추진”을 강조했다. 이날부터 당장 시작된 개혁안은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 ▲검사 내외파견 최소화 및 검사파견 심사위원회 설치였다. 또 검찰 직접수사 부서인 특수부를 서울·대구·광주 3곳만 남기고 부산·대전 등 4곳은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국무회의에 올렸다.

서초동 집회도 이번 검찰 개혁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소규모로 진행돼오던 집회는 ‘11시간 자택 압수수색’ 등이 발단이 돼 대규모로 발전했고, 지난달 28일과 지난 5일 절정에 달했다. 첫 대규모 집회 직후인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검찰 개혁안 마련을 지시했고, 바로 다음 날 윤 총장은 개혁안(특수부 축소 등)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윤 총장은 공개소환 전면 폐지(10월4일), 심야조사 금지(10월7일), 직접수사 축소 및 전문공보관제 도입(10월10일) 등의 개혁안을 잇따라 내놨다.

조 전 장관의 두 번째 검찰 개혁 기자회견은 첫 기자회견 후 엿새 만인 지난 14일에 열렸다. 특히 직전 주말에도 법무부와 조 전 장관은 쉼 없이 움직였다. 

심야 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등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으로 지목돼온 행위도 법무부령으로 ‘인권보호 수사 규칙’을 제정해 바꾸기로 했다. 제정안에는 직접 수사 상황을 대검찰청뿐 아니라 관할 고등검사장에게도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검찰공무원의 비위가 발생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1차 감찰권을 확대하도록 법무부 훈령도 개정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앞서 지난 8일에도 개혁위와 대검찰청의 자체 개혁 방안을 검토해 ▲직접수사 축소 ▲수사 관행 개혁 ▲검찰에 대한 감찰 확대 등을 이달 안에 법령으로 만들겠다 방안을 발표했다.

언론과 검찰 집중포화
“개혁 불쏘시개 역할”

법무부와 대검찰청 고위 간부는 주말인 지난 12일에도 검찰 개혁을 주제로 협의를 진행했다. 그 다음날 조 전 장관은 고위 당정청 협의회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이후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의 개혁안엔 특수부 명칭 폐지 및 축소를 위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다음 날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안을 발표한 뒤 2시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상징이었던 만큼, 신속 추진과제 외에 ▲법무부 탈검찰화 ▲사건배당 및 사무분담 시스템 개선 ▲수사관행 개혁 ▲검사 신규임용방안 등 인사제도 정비 ▲전관예우 폐해 근절 방안 등 연내 추진과제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 등 현재 국회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논의 중인 개혁안과 관련해서도 법무부의 역할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날 법무부는 “사임 의사를 밝힌 조 전 장관이 그동안 진행해온 검찰 개혁, 법무혁신, 공정한 법질서 확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법무행정에 빈틈이 없도록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협, 참여연대 등에서는 조 전 장관 사퇴와 상관 없이 검찰 개혁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한편 조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재임 기간이 헌정 사상 여섯 번째로 짧은 법무부 수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9일 0시 임기를 시작했다. 사의 표명을 공식화한 이날 오후 2시까지를 기준으로 35일 14시간 동안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했다.

조 전 장관보다 짧게 재직한 역대 법무부장관은 모두 5명으로 최단 기록은 김대중정부 시절 ‘43시간’ 동안 재직한 안동수 전 법무부장관이 갖고 있다. 안 전 장관은 2001년 5월21일 오후 3시 김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이틀 뒤인 5월23일 오전 전격 경질됐다. 

‘충성서약’ ‘정권 재창출’ 등 부적절한 어휘가 포함된 이른바 ‘충성문건’ 파문 탓이었다. 당시 청와대에 보낼 팩스가 기자실로 잘못 발송되는 바람에 문제의 문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나중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박희태 전 장관도 단기간 재직 기록을 갖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3년 2월26일 취임했다가 9일 만인 3월7일 물러났다. 

사퇴 전 개혁안 
국무회의 상정

박 전 장관은 미국서 태어난 딸이 외국인 특례전형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한 게 문제가 됐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 ‘옷로비 파문’에 휘말린 김태정 전 장관(14일), 1961년 5·16쿠데타로 물러난 이병하 전 장관(15일)이 엇비슷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82년 정치근 전 장관은 이철희·장영자 사건에 대한 민심 수습 차원서 33일 만에 경질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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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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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