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vs 재벌 '전면전'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8 11: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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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겨누자 방탄…숨 막히는 일촉즉발 대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폭풍전야다. 민주통합당과 대기업 사이에 심상찮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아직 본게임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 상황만 본다면 누구 하나가 무릎을 꿇어야 끝날 판이다. 일단 주도권은 민주당이 쥐고 있다. 이미 살벌한 으름장으로 선전포고한 상황. 대기업들은 지금까진 대놓고 반기를 들지 않았지만 점점 노골적인 반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일촉즉발의 전면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재벌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6개 법률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민주당은 "6개 법률안은 경제력 집중 완화·불공정 행위 엄단 등 재벌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6개 법률 개정안은 ▲재벌경제력 집중완화법 ▲불공정하도급거래 개선법 ▲전속고발권 폐지법 ▲경제사범 사면권제한법 ▲사내하도급 불법파견규제법 ▲중소기업보호법 등이다. 이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결국 대기업 규제로 이어진다.

출총제 재도입 주장
"순기능 약화" 반발

가장 논란이 많은 개정안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부활이다. 김영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출총제 재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상위 10위 대기업 집단의 모든 계열사에 대해 순자산의 30%까지만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 및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단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김기식 의원도 최근 출총제 부활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민주당에서 낸 내용보다 한발 더 나아가 30대 대기업에 순자산을 25%로 제한하도록 했다.

출총제는 회사자금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막기 위해 1987년 첫 도입됐고, 외환위기 직후 폐지됐다. 이후 DJ 정부시절인 2001년 부활했다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으로 2007년 출자한도를 완화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한 MB정부 출범 후인 2009년 3월 폐지됐다. 부채비율 100% 미만 기업, 동종업종, 민영화 공기업, 외국인 투자기업, 국가경쟁력 강화 산업, 부실기업 등에 대한 출자는 제한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번 개정안대로 출자총액 기준을 10대 대기업에 순자산 30%까지로 정할 경우 SK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상 기업집단에 속한다. 두 그룹이 해소에 필요한 출자금액은 4조3000억원에 이른다. 만약 출자총액 기준을 30대 대기업에 순자산 25%로 정하면 대상 기업집단은 더 늘어난다. SK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해 한진·한화·STX·LS·동부·현대·부영그룹이 해당된다. 해소에 필요한 출자금액은 12조7000억원 정도다.

당연히 재계는 출총제 부활을 반대하고 있다. 전경련은 "수출이나 해외시장 개척 등 대기업의 순기능까지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출총제는 실효가 없다는 지적에 폐지한 제도인데, 다시 부활했을 때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낸 개정안엔 순환출자 금지법도 있다. 재벌의 소유구조 투명화와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상호출자의 회피수단으로 전락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기존 순환출자는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유예기간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또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도록 했다.

공정거래법 등 6개 개정안 당론으로 발의
경제민주화 등 재벌개혁 강력한 드라이브

순환출자 역시 재벌그룹들이 계열사를 늘리고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주요수단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그룹 계열사 A사가 B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A사는 B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어 B사가 C사에 출자할 경우 B사의 최대주주인 A사는 B사와 C사를 동시에 지배하는 식이다. 이 경우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순환출자는 상호출자 금지로 생겨난 편법이다. 현행법은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금하고 있는데 순환출자에 대해선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가 실행되면 현재 상호출자제한 대상인 63개 그룹 중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15개 그룹이 적용 대상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순환출자 해소 비용이 30조∼40조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된다. 전체적으론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셈이다.

재벌그룹 총수를 겨냥한 법안도 있다. 바로 사면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나 그 일가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3분의 2를 복역하지 않았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으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당장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총수들이 불안하게 생겼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수백억·수천억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각각 3심과 2심이 진행 중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300억원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특별사면 혜택을 받은 총수들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이다. 과거 죄 지은 대기업 총수들은 대부분 특사 출신이다.

"이제 특사도 없다"
재판 중 총수 불안

민주당은 전속고발제도 개정과 국가 당사자 계약법, 하도급 공정화법도 발의했다. 전속고발제도는 현행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민주당은 이를 개정, 담합과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 등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선 공정위의 고발이 없이도 누구나 고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가 당사자 계약법과 하도급 공정화법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조치다. 국가 당사자 계약법 개정안은 국가 발주 사업에 있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사업 참여기회 확대를 위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 등 대기업의 사업 참여를 의무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도급 공정화법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납품단가 협상을 할 때 중기 업종별 협동조합에 하도급대금 조정을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하도급 계약 후 90일이 지나야 가능한 납품단가 조정신청 조건을 계약 후 60일로 단축하는 내용과 대기업 파견근로자의 지위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의 전방위 공세에 재계는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가급적 표정 노출을 삼가고 있다. 최대한 멘트도 아끼고 있다. 혹시 트집을 잡히거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 때문이다.

재계 대표단체인 전경련도 조심스런 입장이다. 전경련은 "경제민주화 정책엔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일방적이 아닌 그 방향에 대해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관련법들이 무더기로 추진되면 고용, 성장, 투자 등에서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대기업 사이에 전운이 가득하다. 아직 본게임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 상황만 본다면 누구 하나 무릎 꿇어야 끝날 판이다. 일단 주도권은 민주당이 쥐고 있다. 이미 살벌한 으름장으로 선전포고한 상황. 대기업들은 지금까진 대놓고 반기를 들지 않았지만 점점 노골적인 반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일촉즉발의 전면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 노골적 반기류 형성
비상경영 등 뒷문 잠그기 
'외풍'에 맞불? 엄살?

실제 대기업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꼭꼭 문을 걸어 잠그는 모양새다. 정치권 ‘외풍’에 대한 대비책인 한편 대응책으로도 해석된다.

가장 먼저 롯데그룹은 지난달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선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전 계열사는 즉시 비상경영 시스템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등도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거나 준 위기경영체제로 들어갔다. 이들 그룹의 각 주력 계열사들은 세계 실물경기 위축에 대비한 수출 유지와 비용절감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해외시장을 직접 점검하는 등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주요 그룹 총수들은 연일 임직원에게 위기의식과 이에 따른 긴장을 주문하고 있다. 총수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를 타개할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입하기 위해 여름휴가도 없다고 한다.

심지어 인력 감축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GS칼텍스는 외환위기 이후 14년 만에 영업인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70여명을 줄일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근속 연수 15년, 만 40세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또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이번에 40∼5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부장급 이상 임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았다. 재계에선 모 그룹도 조만간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신규 채용까지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물론 내년 초 채용 계획도 대폭 수정할 기업도 있다.

인력 감축 움직임에
신규 채용까지 제한

대기업들의 위축은 설문 조사를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10곳 중 9곳은 올 하반기 경영 환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못지않게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 긴축 경영에 들어가겠다는 곳도 80%를 넘었다. 인력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대기업도 상당수였다.

유로존 위기로 글로벌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국내 경제사정도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비상경영 선언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정치권 공세를 향한 일종의 맞불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엄살로 보기도 한다.

대기업 한 임원은 "유럽발 경제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비상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며 "비용 절감,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와중에 '외풍'까지 덮친다면 국제경쟁력 약화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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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