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지뢰밭 이중행보' 내막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7 09: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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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얼음판 "12월까지 갈 수 있을까?"

[일요이사=김성수 기자]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정작 본인은 문제가 없지만 주변에서 난리다. 여기저기서 악재가 터지고 있다. 현 상황 같아선 아군도, 적군도 없는 형편이다. 아직 갈 길이 먼 대선 고지를 향해 조심스런 행보 중인 박 전 위원장. 까딱 잘못했다간 발목을 잡히게 생겼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암초를 만났다.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촉발된 이한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 사퇴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국회는 지난 11일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 출신 박주선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가결했지만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시켰다.

'약속 박근혜' 흠집
원칙·신뢰도 상처

이날 본회의엔 281명(새누리당 137명·민주당 120명·비교섭단체 24명)이 참석, 이중 271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이 결과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148표, 반대 93표, 기권 22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정 의원 동의안은 찬성 74표, 반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 부결됐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개원 전부터 야당에 앞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관철과 불체포 특권 포기 등 6대 쇄신안을 선언했었다. 특권 포기를 외쳐 온 새누리당이 정 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역풍'을 우려한 이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12월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을 감안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이 원내대표는 정 의원의 탈당과 구속수사를 촉구했지만 파문 꼬리 자르기 기색이 역력했다.


민주당은 이 틈을 노려 '제 식구 감싸기'라며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특히 박 전 위원장 흠집내기에 고삐를 당겼다.

민주당은 "국민을 배신하는 정당, 진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정당이 새누리당"이라며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체포동의안 부결은 박 전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박 전 위원장은 여론을 의식한 듯 사과했다. 그는 지난 13일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체포동의안이 당연히 통과됐어야 하는데 반대결과가 나온 데 대해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의원을 압박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정 의원은 평소에 쇄신을 강조해온 분인 만큼 법논리를 따지거나 국회에서 부결됐다 아니다를 넘어 앞장서서 당당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권 포기 외쳤는데…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
지도부 총사퇴로 경선 등 대선행보 차질 난감

공교롭게도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박 전 위원장은 지도부의 부재로 당장 당내 경선 등 대선 행보에 차질을 빚게 됐다. 19대 국회에서 박 전 위원장 공약의 입법화를 진두지휘해온 이 원내대표가 물러난 것도 박 전 위원장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박 캠프는 좌불안석이다. 핵심 브랜드인 '약속을 지키는 박근혜'에 큰 흠집이 나게 생겨서다. 박 전 위원장이 내세운 '원칙과 신뢰'도 상처를 입을 판이다.


이 와중에 박 전 위원장의 측근들마저 잇달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캠프 인사 구성을 두고 말들이 많은 것. 이 역시 약속과 원칙, 신뢰 문제와 직결돼 심각성을 더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현명관 전 전경련 부회장. 캠프 싱크탱크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의 성향과 기존 박 전 위원장의 정책이 서로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보수적 색채를 빼고 정치권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선출마 선언 자리에서 첫 일성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 전 위원장은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 "국민이 억울해하는 재벌 총수의 사면은 안 된다"등 잇달아 반재벌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반재벌 정책과 공약이 쏟아질듯 하지만 정책위원들의 성향을 보면 궁금증이 커진다. 일각에선 정책위원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함께 박 전 위원장의 '판단 미스'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게 정책위원으로 캠프에 합류한 김 원장은 박 전 위원장이 2007년 대선경선에서 주창한 친시장·친기업 성장공약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세운다) 추진위원장이었다.

5·16 쿠데타? 혁명?
"역사관 분명히 해라"

더구나 정책위에서 실물경제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현 전 부회장은 삼성그룹 전문경영인(CEO) 출신이다. 호텔신라 사장과 삼성물산 회장 등을 거친 현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재벌그룹 대변단체인 전경련 부회장, 대한상의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도 지낸 현 전 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의혹과 관련해 기소됐으나 2009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야당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박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는 내용상 재벌을 보호하는 정책"이라며 "줄푸세를 주관해온 김 원장과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현 전 부회장이 캠프의 중심인데 어떻게 재벌 개혁을 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문재인 상임고문도 "(박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는) 간판만 달고 있다"며 "진정성 없는 사이비 경제민주화"라고 비난했다.

실없는 측근들의 '입'도 박 후보를 난감케 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5·16 미화 발언이 대표적이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5·16과 관련한 질문에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포은(정몽주)에게 물으면 역성혁명이라고 하겠지만 (손자인) 세종대왕에게 물으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 전 위원장도 세종대왕과 같은 입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 역시 같은 생각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상돈·박효종 정치발전위원도 각각 "5·16은 군사혁명인 게 맞다" "5·16은 쿠데타이면서도 혁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제민주화 주장하면서 친재벌인 영입
'밑지는 장사' 5·16에 대해선 묵묵부답

캠프 인사들의 거침없는 '5·16 혁명'발언은 박 전 위원장의 역사 이념 논쟁에 또 다시 불을 지폈다. 민주당은 "(박 전 위원장은) 5·16이 쿠데타인지, 혁명인지 역사관을 분명히 밝히라"고 공격했다.


박 전 위원장은 묵묵부답이다. 5·16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혁명이라 말해도 문제고, 쿠데타라 말해도 문제다. 둘 다 엄청난 파장이 일 게 뻔하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박 전 위원장의 역사관은 계속 도마 위에 올라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5·16은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국민을 구제하기 위한 구국혁명이었다"고 주장했었다.

이들 세 사안 외에도 박 전 위원장은 괴롭히는 현안은 또 있다. 바로 저축은행 사태다. 이상득 전 의원이 솔로몬·미래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윤진식 의원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두언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김덕룡·권오을 전 의원은 저축은행 연루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외에도 새누리당 정치인 2∼3명 정도가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현재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이 줄줄이 '저축은행 덫'에 걸리면서 당 이미지는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도 같은 당으로서 대선행보에 득 될 리 없다. 캠프는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이면서도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는 눈치다.

반면 야당의 시각은 다르다.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을 도우려고 각본에 의해 짜 맞추어진 정치검찰의 명백한 대선기획용"이라며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상륙작전을 돕기 위한 상납의 도구로 저축은행 사건을 기획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사태 확산
'득이냐? 실이냐?'

박 전 위원장도 저축은행과 관련해 마냥 안심할 수만 없는 처지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의 접촉설, 동생 박지만-서향희 부부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의 '관계'가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아서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이런 의혹 공격에 대비해 최근 '네거티브 대응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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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