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약' 위한 무한도전 박지성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16 1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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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두개의 심장' 이제는 QPR에서 뛴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박지성이 7년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생활을 접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박지성이 선택한 새로운 정착지는 퀸스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정확한 이적료와 연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이적료와 옵션을 합쳐 약 500만파운드(약 88억원)에 계약했다고 전하고 있다. 리그 최강팀 맨유에 비해 최하위권 QPR로 이적한 것은 '박지성의 추락'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박지성이 유독 강팀에게 강한 면모를 보여줬던 점을 감안하면 제2의 도약에 충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지성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밀뱅크 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QPR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높은 레벨에서 성공하기 위한 야망도 가지고 있다"면서 "페르난데스 회장(QPR 구단주)을 비롯해 이 구단은 큰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거절할 수 없는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약팀이지만 가능성 커"
팀 내 최고수준 대우 보장

박지성은 또 "다른 구단으로부터도 제안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돈보다는 미래에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QPR로부터 미래에 대한 계획을 들었고 그런 점에서 입단을 결심했다"고 입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이적 계약기간은 2년, 이적료는 대략 500만파운드(약 88억원)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지성은 팀 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회장도 박지성의 영입을 적극 반기고 나섰다. 이날 회견장에서 페르난데스 회장은 "마침내 박지성을 얻게 돼 구단은 흥분상태다"며 "훌륭한 재능의 선수를 영입해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마크 휴즈 QPR 감독은 "박지성은 여러 해 동안 맨유에서 활약하면서 뛰어난 에너지와 기량을 입증했다"며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성을 떠내 보내는 입장인 맨유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박지성에게 알렉슨 퍼거슨 감독과 동료들은 고마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전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QPR입단 기자회견이 열린 날 맨유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은 진정한 프로였다. 지난 7년간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그가 원하는 만큼 출전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모든 구성원들은 박지성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 나도 박지성이 QPR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팀 동료이자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박지성 자선축구에도 참석할 만큼 박지성과 우애를 과시했던 리오 퍼디낸드도 박지성의 성공을 기원했다. 퍼디낸드는 "박지성은 진정한 선수다. 맨유 팬들과 선수들 모두 박지성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며 "항상 성실했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좋은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마크 휴즈 감독의 신뢰 유력한 주장 후보
퍼거슨·퍼디낸드 "맨유에서 최고였다"

퍼디낸드는 또 "앞으로 QPR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박지성이다. 경기 전날 잠을 설치게 하겠다. 그래야 그가 쉴 틈 없이 뛰어다닐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박지성의 성공을 역설적으로 기원했다.

박지성이 새 정착지로 삼은 QPR은 지난 시즌 리그 17위에 머물렀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다음 시즌에서 역습을 준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페르난데스 회장은 말레이시아 에어라인과 싱가포르 타이거 에어라인 등을 소유하고 있고 락슈미 미탈 부회장도 세계에서 8번째 부자로 선정될 만큼 유명하다.


1882년 창단되어 1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클럽인 QPR은 잉글랜드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으며 로프터스 로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적은 초라한 편이다. 풋볼리그 1군(현 프리미어리그) 시절 당시 리그 2위(1975~1976시즌)와 FA컵 2위(1981~1982시즌)을 차지한 것이 전부다. 지난 2011~2012시즌에는 16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성공해 리그 17위를 기록, 간신히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2011년 8월 페르난데스 회장을 새 구단주로 맞은 QPR은 이후 구단주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시세, 자모라, 앤드류 존슨 등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외에도 조이바튼, 숀 라이트 필립스, 안톤 퍼디난드, 파비오 다실바가 포진해 있다.

구단 측은 로프터스 로드 홈구장을 대체할 3만5000석 규모의 경기장 신축 계획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지휘봉을 쥐고 있는 마크 휴즈 감독은 맨유에서 공격수로 선수생활을 한 바 있고 이번 박지성의 영입에도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있다. 휴즈 감독은 QPR의 새 주장으로 박지성을 진지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QRP 성적 초라해
"올해는 다르다"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QPR의 마크 휴즈 감독이 박지성에게 팀의 주장을 맡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와의 최종전에서 카를로스 테베스의 얼굴을 가격하는 행위로 징계를 받은 조이 바튼이 팀 내 징계로 주장직을 박탈당한 이후 현재 QPR의 주장직은 공석 상태다.

이와 관련 휴즈 감독은 "나는 클럽을 위한 새 주장으로 박지성을 고려 중이다"며 "누가 주장직에 더 어울리는지 지켜볼 생각이다. 박지성을 포함해서 주장을 원하는 선수들은 누가 더 그 자리에 적합한지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1981년 전남 고흥군 점암면에서 태어난 박지성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 6학년 때는 전국 대회에서 세류초등학교 준우승을 이끌어 5회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할 정도로 축구에 재능을 보였다. 덩치가 큰 상대선수를 상대로 잘 뛰고 넘어져도 바로 일어나는 모습 때문에 관중들이 박지성에서 마우스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안용중학교, 수원공업고등학교를 거쳐 1999년 김희태 감독의 눈에 들어 명지대학교로 진학한 박지성은 2000년 올림픽축구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 당시 허정무 감독에 의해 올림픽대표로 선발됐다.

멈추지 않는 도전
꿈을 향해 뛰어라

같은 해 명지대학교를 휴학한 박지성은 연봉 5000만엔(당시 약 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과 주전급 대우를 보장한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진출, 2년간 풀타임 주전으로 뛰었다.

맹활약을 펼쳤던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2월31일자로 교토 퍼플상가와의 계약이 종료됐지만 팀의 컵대회 우승을 위해 경기에 출전, 우승을 이끌어 찬사를 받았다.


이후 박지성은 2002월드컵에서 인연을 맺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계약기간 3년 6개월에 연봉 100만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했다. 2003년 에인트호번 이적 초기,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을 상황에 이르렀지만 차차 페이스를 끌어 올리면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팀 내 주요 선수로 발돋움 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AC밀란과의 원정 1차전 0-2 패배 이후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박지성은 선제골을 기록하며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골을 터뜨린 대한민국 선수가 됐다. 이 경기에서 에인트호번은 AC밀란과 승점과 골득실 부분에서 모두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은 외신들의 찬사를 받았고 그때까지 박지성을 괴롭혔던 팬들의 야유가 열광적인 '위숭 빠르크송'으로 바뀌었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QPR 도약 이끈다
떠나는 박지성에 쏟아지는 찬사 '새 역사 쓴다'

이런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구단이 현재의 맨유였다. 박지성은 2005년 6월22일 맨유와 계약을 하고 같은 해 7월 14일 등번호 13번으로 입단식을 가졌다. 2005년 7월23일 홍콩 프로 선발팀과의 친선경기로 첫 경기를 가진 박지성은 3일 뒤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현대와의 친선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당시 국내팬들은 박지성이 맨유의 후보선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며 걱정했지만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며 맨유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박지성은 현재까지 7시즌 동안 맨유에서 많은 것을 이뤄왔다. 그중에서도 프리미어리그 4회, 챔피언스리그 1회, 칼링컵 3회 우승 등이 대표적이며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2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200경기 출장은 맨유 역사상 92번째 기록이며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박지성이 아시아인 최초로 세운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지성은 맨유가 06-07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함에 따라 아시아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메달을 받았으며 2008년 4월9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면서 팀을 4강으로 이끌어 역시 아시아선수 최초로 세 시즌(04-05 에인트호벤, 06-07·07-08 맨유)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이뤄냈다.

지난 11일(한국시간) QPR 측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링턴 스포츠 그라운드에서 실시한 프리시즌 트레이닝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서 박지성은 팀 동료들과 함께 러닝과 볼 뺏기 등 가벼운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특히 맨유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파비우 다살바와 함께 있는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화려한 커리어
'팀 중심 우뚝'

QPR은 또 '숫자로 본 박지성'이라는 글로 박지성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QPR은 맨유 시절 박지성이 경기당 평균 28.5회의 패스를 했으며 패스 성공률이 89.5%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박지성이 2002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서 후반 25분에 골을 터뜨렸으며 프리미어리그 133경기에 출전해 19골을 성공시켰다고 전했다.

구단 측의 애정, 확실한 주전자리 확보, 팬들의 관심 등 박지성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특히 맨유 시절 유독 강팀과의 경기에서 큰 활약을 펼친 점을 미뤄보면 이번 이적은 현실적이고 현명했다. 지난 시즌 2위 맨유보다 시즌 17위 QPR에서 강팀을 만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QPR의 도약을 이끌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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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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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