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할인점 ‘삼국지’ 대전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20 16:18:04
  • 댓글 0개

대형마트 변화의 바람 "더 많이 더 싸게 더 넓게"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창고형 할인점 전쟁이 극에 달했다. 가히 삼국전쟁이라 할 만하다. 미국계 할인점 코스트코에 이마트 트레이더스, 여기에 롯데 빅마켓이 가세하면서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이 같은 추세는 치솟는 물가에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물건을 찾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판매 단위는 대용량 위주이지만 가격 면에서 소비자 부담이 대폭 줄어들어 창고형 할인점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글로벌 1위 업체 코스트코는 1994년 신세계와 제휴해 서울 양평동에 프라이스클럽이라는 국내 1호 회원제 할인점을 오픈했다. 이 프라이스클럽은 1998년 신세계가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현재의 코스트코 양평점이 됐다.

이후 1995년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킴스클럽'이라는 회원제 할인점이 등장했다. 당시 킴스클럽은 1997년 60만명의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모기업인 뉴코아의 부도와 일반 대형마트의 성장으로 1999년에 신규회원 모집을 중단하고 회원제를 폐지했다.

국내 첫 창고형 할인점

이후 토종 회원제 할인점은 크게 위축됐고 코스트코가 7개 매장(양재점·상봉점·양평점·일산점·부산점·대구점·대전점)을 운영해 왔다.

이런 가운데 롯데마트가 야심차게 준비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이 지난달 28일 코스트코 양평점과 불과 6.3km 떨어진 지점에 정식 개장했다. 개장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오전 10시경부터 매장은 고객들로 가득했고 이날 매장을 방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차에서 내려 2km 가량을 도보로 이동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코스트코의 아성에 정면 도전한 것.


빅마켓은 경쟁사이인 코스트코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높은 천장과 별다른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팔레트를 이용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상품을 대용량으로 구성했다.

또한 코스트코와 동일한 회원제 방식을 택했다. 회원 종류와 가입비(개인회원 3만5000원·기업회원 3만원) 모두 코스트코와 동일하다. 특유의 미끼상품인 머핀·쿠키·베이크·로티세리치킨도 판매한다.

결제 방식도 유사하다. 코스트코가 삼성카드만을 받는 것처럼 빅마켓도 롯데카드 외의 모든 카드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부 품목은 매장 배치 구조까지 유사했다. 병행 수입한 수입 잡화·시계를 할인 판매하는 것도 비슷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공산품이나 식품 이외에 루이뷔통, 프라다 등 명품백과 선글라스 등 일반 대형마트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상품들을 갖췄다. 주차장도 코스트코 양평점의 2배 수준으로 늘리고 3층에는 키즈카페를 비롯해 다양한 휴게시설과 전문 식당들을 마련했다.

코스트코·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이어 롯데 빅마켓도 가세
"10원이라도 싸다면 그곳으로" 중소상인 극렬 '반발'

할인전쟁에도 나섰다. 빅마켓은 신라면·탄산음료·와인·과일 등 인기 생필품 가격을 코스트코 양평점보다 최대 20% 저렴하게 선보였다. 지난 9일에는 말레이시아산 설탕(25kg·1호)을 2만95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기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던 설탕가격과 비교하면 20% 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향후 고객 반응을 살펴 다른 롯데마트 일반 매장에서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마트는 품복별 전 세계 1·2위 상품을 중심으로 취급 물품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다. 인근 할인점보다 더 싸게 판매하겠다는 가격 정책도 계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고 경기도 수원시에 2호점인 화성점 오픈도 서두르고 있다.

코스트코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코스트코는 본사 임직원 수십 명을 빅마켓에 파견, 가격 조사에 나섰고 빅마켓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가격표를 바꿔 달았다.

특히 상품구입 후 상품에 대해 만족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전액 환불해 주는 상품보증제와 언제든지 연회비를 전액 환불해 주는 회원보증제를 시행 중이다.

또한 다음달 29일 8번째 코스트코 매장이 울산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매장 오픈을 앞두고 코스트코는 지역주민들은 물론 인근 대형마트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유치 작전에 한창이고 코스트코의 유일한 제휴카드인 삼성카드까지 회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스트코는 현재 경기도 광명과 용인에서도 출점을 추진 중이다.

회원제가 아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비회원제 창고형 할인점도 있다. 바로 이마트 트레이더스다. 이마트는 2010년부터 트레이더스라는 이름의 창고형 할인점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2010년 11월 용인 구성점을 시작으로 부산과 인천·대구·대전 등 6곳에 문을 열었다. 매장 내 진열 상품은 판매 빈도가 낮은 상품들을 과감히 축소해 핵심 품목 5000여 종을 배치했으며 매장 관리직원도 소수만 배치해 인건비를 줄이고 가격을 낮췄다.

유통시장 판도 바뀌나?

창고형 할인점의 증가는 같은 품질의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만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문제는 중소 도매상들과의 갈등이다.

라면 한 상자에 1만5000원대, 1.5ℓ사이다 6개 들이가 8900원대다 보니 인근 자영업자들까지 공략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 중소 도매상들은 창고형 매장의 저가 공세가 도매업 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막강한 구매력과 자본으로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사업조정신청까지 낸 상태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창고형 할인점 진출은 대형마트 시장 포화 등으로 기존 업장들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새 동력을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지만 지역 상권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중소상인들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 갈등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