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쇼핑몰 사기극’으로 본 ‘인터넷 후기’ 허와 실

좋은 ‘후기’ 믿고 구매했는데…받아보니 ‘저질’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백지영 쇼핑몰 ‘아이엠유리’가 가짜 사용후기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을 일삼아 전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백지영 뿐만 아니라 수억대 쇼핑몰 대표인 황혜영, 진재영 등 공인이라고 떠드는 이들이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가짜후기를 인터넷에 올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억대의 수익을 챙긴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엉터리 후기는 비단 연예인 쇼핑몰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맛집이나 성형외과, 심지어 교정치과에서도 가짜 소비자 후기와 온갖 홍보성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온라인 후기의 허와 실을 낱낱이 파헤쳤다.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 대표인 연예인에게 3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가장 화두에 오른 연예인은 바로 백지영. 여성토털패션 쇼핑몰 ‘아이엠유리’의 공동대표인 백지영과 유리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해 온라인 게시판에 거짓후기를 상습적으로 게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고 10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후기 조작하고
반품 거부하고

이들은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지각을 하거나 근무수칙을 위반했을 시 의무적으로 칭찬후기를 5개씩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고전적인 수법을 이용했다. 이렇게 쌓인 허위댓글 수만 무려 997개. 직원들은 마치 자신이 소비자인 것처럼 속여 “역시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다” “이 돈으로 이정도 퀄리티를 살릴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해요” 등 홍보성 짙은 댓글들을 올렸다. 댓글을 확인한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 상품을 차근차근 따져보기도 전에 구매버튼을 클릭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연예인쇼핑몰의 부정부패는 오히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명쇼핑몰에서 더 성행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진재영의 ‘아우라제이’다. 그녀는 이미 하루 매출만 1억대, 총 매출액 200억원대의 성공한 사업가로 대중으로부터 공공연히 인정받아 왔다. 그녀는 한 때 값 비싼 외제차를 3대나 보유하고 있다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을 만큼 의류쇼핑몰 하나로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연예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진재영의 쇼핑몰 아우라제이도 아이엠유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상대로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매출액 상승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짜후기는 물론 니트 소재의 상품이나 일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품요구를 딱 잘라 거절하기도 했다. 이는 아우라제이에서 의류를 구매한 후 부당하게 반품당한(?) 한 여성이 진재영 측의 잘못된 경영방식과 소비자 서비스 부족에 불만을 품고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낱낱이 공개한 글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여름바캉스 휴가에 맞춰 아우라제이에서 마음에 드는 의류 몇 벌을 구매하게 됐다. 첫 구매에 좋은 상품평을 보고 구매할 수밖에 없었고 사업자가 연예인인 진재영이라서 신뢰를 갖고 30만원 상당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구매했다. 그런데 홈페이지 대문에 ‘5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비치볼 선물로 드립니다’라는 팝업창이 떴고 구매한 상품과 더불어 사은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상상만으로도 기뻤다. 그러나 사은품은 오지 않았다. 비치볼을 받겠다는 표시를 하지 않아 못 주겠다는 것이다. 30만원 넘게 구매한 저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에 대해 직원에게 수차례 항의해봤지만 추후 5만원 이상 구매 시 비치볼 사은품을 드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오히려 사은품 누락에 관한 누명을 고객에게 씌우는 등 적반하장인 격으로 나왔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는 연예인쇼핑몰에서 쇼핑할 생각이 사라졌다.”

‘얼굴’ 앞세워
소비자 ‘봉’ 취급

김준희의 ‘에바주니’도 예외는 아니다. 추첨으로 사은품을 지급한다고 이벤트를 내걸었던 쇼핑몰은 사실 확인 결과 추첨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VIP고객과 구매금액이 높은 고객에게만 특별사은품을 지급했다. 이후 사은품이 모두 소진돼 행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음에도 이를 공지하지 않고 이벤트를 지속해 고수익을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몰 직원, 지각하면 칭찬후기 다섯 개씩 부과
유리·진재영·황혜영 등 연예인들의 ‘꼼수가 기가 막혀’

댄스그룹 ‘투투’ 출신 황혜영은 ‘아마이’라는 의류 쇼핑몰을 운영해 60억원대에 달하는 매출액을 달성했는데 부정한 행위는 여기서도 자행됐다. 황혜영은 자사 상품에 대해 불리한 댓글들이 올라오면 무조건 삭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예를 들면 ‘바느질이 부실하다’ ‘안감을 싸구려 천으로 댔다’ 등과 비슷한 총 34개의 댓글들이 가차 없이 삭제됐다.

이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은 일괄적으로 비난세례를 퍼부었고 연예인쇼핑몰 불매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지영을 포함한 유명 연예인쇼핑몰의 대표들은 매체를 통해 이 같은 보도가 흘러나가자마자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공식사과의 뜻을 밝히며 발 빠르게 대처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식사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속이고 부업을 통해 수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 대중을 상대로 벌인 사기극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돈 받고 홍보하는
못 믿을 블로거들


이번 사건들을 적발한 공정위 관계자는 “총 136개에 이르는 연예인쇼핑몰 중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130여 개 쇼핑몰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소비자 상대 부당행위에 대한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수법은 꽤 오래전부터 전문병원이나 음식점 등에서 홍보마케팅으로 공공연히 사용돼왔다. 특히 미(美)와 관련된 의술을 보급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치아교정전문 치과 등이 병원홍보를 목적으로 허위광고나 거짓후기를 남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금이라도 더 예뻐지길 원하는 여성고객을 상대로 “외과 수술 없이 일주일 만에 양악수술 가능”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 시술해 부작용 걱정이 전혀 없다” 등의 허위과장광고를 내걸거나 시술받기 전 병원선택을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서로 자기네 병원으로 오라는 홍보성 글을 게재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병원 홈페이지 내 게시글에는 시술해준 의사에 대한 고마움과 간호사들의 일관된 친절서비스에 관련한 내용들 뿐 부작용이나 시술 후유증을 호소하는 글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성들의 필수품인 화장품계열도 마찬가지다. 화장품 회사들은 국내외 할 것 없이 화장품 가격을 높게 책정해 고가 화장품이 그만큼 효과를 안겨다준다는 식의 광고를 일삼는 한편 화장기술을 알려준다는 점을 빌미로 교묘하게 화장품 회사명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자기 전 이것만 바르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 10년은 젊어진 느낌이다” “이거 하나로 스킨, 로션, 크림기능을 다 소화한다” “펜슬은 OO사, 파우더는 OO사, 립스틱은 OO사…” 등  화장품을 홍보하는 블로거들은 대부분 고난이도 화장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여성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맛집 정보를 알려주는 파워블로거들도 100% 다 믿을 수는 없다. 그들은 애초 음식점 오너와 입을 맞추고 홍보 대가성 비용을 받는다. 이후 블로거는 음식점을 방문해 친절한 서비스로 일관하는 직원과 후한 인심의 사장으로 포장하는 한편 내부인테리어, 음식사진 등을 해상도 높은 카메라로 찍은 후 더 깨끗하고 맛있어 보이게 보정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진하단에는 “이 집 너무 맛있다” “한 번 맛보면 또 오고 싶어질 것이다”와 같은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최근 온라인전문 광고대행사가 평범한 식당이나 매출이 저조한, 또는 새로이 개업한 음식점까지 손을 뻗으면서 일정 금액을 받고 맛집으로 둔갑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자주 쓰는 수법은 전통을 유난히 강조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맛집 블로그·성형외과 등 거짓후기 온라인서 활개
넘치는 정보 속 ‘믿을만한 정보’에 대한 갈증 커져

사례를 살펴보면 “30년 전통의 원조 할머니집입니다” “3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기밀 특제 양념. 누구도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다” “진짜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과 같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문득 생각났다” 등으로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몇몇 파워블로거는 직접 맛을 보지 않고도 해당 식당의 이미지 사진만 공수해 홍보글을 게재하기도 하는데, 상세한 레시피를 공개한다든지 먹는 방식까지 알려주기도 한다. “기호에 따라 모짜렐라치즈를 넣어 드시면 더욱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나도 이 국물에 공기밥을 말아 먹었더니 매운 게 덜하고 어제 먹은 술도 해장됐다”는 등의 글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맛집 홍보글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법도 있다. 포스팅에 함께 방문했다는 지인들과 가족의 사진은 전혀 없고 음식사진과 음식점 내부인테리어사진만 게재한다. 포스팅 하단에는 반드시 그 집의 주소와 연락처 등 상세정보를 남겨두는 센스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이 대부분 가짜후기다.

빅 데이터 시대
과장·오류 많아  

연예인쇼핑몰 사건으로 대중의 온라인 매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얻는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으로부터 얻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카페, 블로그, 광고댓글들은 기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과장 또는 오류가 잦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매체 관계자들은 “가짜후기에 현혹되지 말고 비슷한 글이 한 번에 올라오는 도배성 글이나 정작 상품이나 수술내용, 음식 등 주제에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무작정 ‘정말 좋다’ ‘후회 안 한다’ ‘난 벌써 여러 번 구매했다’ 등의 감탄만 반복하는 글은 가짜후기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이어 “성형에 관한 상담은 올바른 성형정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매체의 정보 또는 성형전문의가 작성한 글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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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