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쇼핑몰 사기극’으로 본 ‘인터넷 후기’ 허와 실

좋은 ‘후기’ 믿고 구매했는데…받아보니 ‘저질’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백지영 쇼핑몰 ‘아이엠유리’가 가짜 사용후기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을 일삼아 전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백지영 뿐만 아니라 수억대 쇼핑몰 대표인 황혜영, 진재영 등 공인이라고 떠드는 이들이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가짜후기를 인터넷에 올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억대의 수익을 챙긴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엉터리 후기는 비단 연예인 쇼핑몰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맛집이나 성형외과, 심지어 교정치과에서도 가짜 소비자 후기와 온갖 홍보성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온라인 후기의 허와 실을 낱낱이 파헤쳤다.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 대표인 연예인에게 3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가장 화두에 오른 연예인은 바로 백지영. 여성토털패션 쇼핑몰 ‘아이엠유리’의 공동대표인 백지영과 유리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해 온라인 게시판에 거짓후기를 상습적으로 게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고 10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후기 조작하고
반품 거부하고

이들은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지각을 하거나 근무수칙을 위반했을 시 의무적으로 칭찬후기를 5개씩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고전적인 수법을 이용했다. 이렇게 쌓인 허위댓글 수만 무려 997개. 직원들은 마치 자신이 소비자인 것처럼 속여 “역시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다” “이 돈으로 이정도 퀄리티를 살릴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해요” 등 홍보성 짙은 댓글들을 올렸다. 댓글을 확인한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 상품을 차근차근 따져보기도 전에 구매버튼을 클릭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연예인쇼핑몰의 부정부패는 오히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명쇼핑몰에서 더 성행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진재영의 ‘아우라제이’다. 그녀는 이미 하루 매출만 1억대, 총 매출액 200억원대의 성공한 사업가로 대중으로부터 공공연히 인정받아 왔다. 그녀는 한 때 값 비싼 외제차를 3대나 보유하고 있다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을 만큼 의류쇼핑몰 하나로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연예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진재영의 쇼핑몰 아우라제이도 아이엠유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상대로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매출액 상승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짜후기는 물론 니트 소재의 상품이나 일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품요구를 딱 잘라 거절하기도 했다. 이는 아우라제이에서 의류를 구매한 후 부당하게 반품당한(?) 한 여성이 진재영 측의 잘못된 경영방식과 소비자 서비스 부족에 불만을 품고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낱낱이 공개한 글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해 여름바캉스 휴가에 맞춰 아우라제이에서 마음에 드는 의류 몇 벌을 구매하게 됐다. 첫 구매에 좋은 상품평을 보고 구매할 수밖에 없었고 사업자가 연예인인 진재영이라서 신뢰를 갖고 30만원 상당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구매했다. 그런데 홈페이지 대문에 ‘5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비치볼 선물로 드립니다’라는 팝업창이 떴고 구매한 상품과 더불어 사은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상상만으로도 기뻤다. 그러나 사은품은 오지 않았다. 비치볼을 받겠다는 표시를 하지 않아 못 주겠다는 것이다. 30만원 넘게 구매한 저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에 대해 직원에게 수차례 항의해봤지만 추후 5만원 이상 구매 시 비치볼 사은품을 드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오히려 사은품 누락에 관한 누명을 고객에게 씌우는 등 적반하장인 격으로 나왔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는 연예인쇼핑몰에서 쇼핑할 생각이 사라졌다.”

‘얼굴’ 앞세워
소비자 ‘봉’ 취급

김준희의 ‘에바주니’도 예외는 아니다. 추첨으로 사은품을 지급한다고 이벤트를 내걸었던 쇼핑몰은 사실 확인 결과 추첨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VIP고객과 구매금액이 높은 고객에게만 특별사은품을 지급했다. 이후 사은품이 모두 소진돼 행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음에도 이를 공지하지 않고 이벤트를 지속해 고수익을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몰 직원, 지각하면 칭찬후기 다섯 개씩 부과
유리·진재영·황혜영 등 연예인들의 ‘꼼수가 기가 막혀’

댄스그룹 ‘투투’ 출신 황혜영은 ‘아마이’라는 의류 쇼핑몰을 운영해 60억원대에 달하는 매출액을 달성했는데 부정한 행위는 여기서도 자행됐다. 황혜영은 자사 상품에 대해 불리한 댓글들이 올라오면 무조건 삭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예를 들면 ‘바느질이 부실하다’ ‘안감을 싸구려 천으로 댔다’ 등과 비슷한 총 34개의 댓글들이 가차 없이 삭제됐다.

이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은 일괄적으로 비난세례를 퍼부었고 연예인쇼핑몰 불매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지영을 포함한 유명 연예인쇼핑몰의 대표들은 매체를 통해 이 같은 보도가 흘러나가자마자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공식사과의 뜻을 밝히며 발 빠르게 대처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식사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속이고 부업을 통해 수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 대중을 상대로 벌인 사기극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돈 받고 홍보하는
못 믿을 블로거들


이번 사건들을 적발한 공정위 관계자는 “총 136개에 이르는 연예인쇼핑몰 중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130여 개 쇼핑몰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소비자 상대 부당행위에 대한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수법은 꽤 오래전부터 전문병원이나 음식점 등에서 홍보마케팅으로 공공연히 사용돼왔다. 특히 미(美)와 관련된 의술을 보급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치아교정전문 치과 등이 병원홍보를 목적으로 허위광고나 거짓후기를 남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금이라도 더 예뻐지길 원하는 여성고객을 상대로 “외과 수술 없이 일주일 만에 양악수술 가능”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 시술해 부작용 걱정이 전혀 없다” 등의 허위과장광고를 내걸거나 시술받기 전 병원선택을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서로 자기네 병원으로 오라는 홍보성 글을 게재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병원 홈페이지 내 게시글에는 시술해준 의사에 대한 고마움과 간호사들의 일관된 친절서비스에 관련한 내용들 뿐 부작용이나 시술 후유증을 호소하는 글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성들의 필수품인 화장품계열도 마찬가지다. 화장품 회사들은 국내외 할 것 없이 화장품 가격을 높게 책정해 고가 화장품이 그만큼 효과를 안겨다준다는 식의 광고를 일삼는 한편 화장기술을 알려준다는 점을 빌미로 교묘하게 화장품 회사명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자기 전 이것만 바르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 10년은 젊어진 느낌이다” “이거 하나로 스킨, 로션, 크림기능을 다 소화한다” “펜슬은 OO사, 파우더는 OO사, 립스틱은 OO사…” 등  화장품을 홍보하는 블로거들은 대부분 고난이도 화장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여성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맛집 정보를 알려주는 파워블로거들도 100% 다 믿을 수는 없다. 그들은 애초 음식점 오너와 입을 맞추고 홍보 대가성 비용을 받는다. 이후 블로거는 음식점을 방문해 친절한 서비스로 일관하는 직원과 후한 인심의 사장으로 포장하는 한편 내부인테리어, 음식사진 등을 해상도 높은 카메라로 찍은 후 더 깨끗하고 맛있어 보이게 보정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진하단에는 “이 집 너무 맛있다” “한 번 맛보면 또 오고 싶어질 것이다”와 같은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최근 온라인전문 광고대행사가 평범한 식당이나 매출이 저조한, 또는 새로이 개업한 음식점까지 손을 뻗으면서 일정 금액을 받고 맛집으로 둔갑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자주 쓰는 수법은 전통을 유난히 강조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맛집 블로그·성형외과 등 거짓후기 온라인서 활개
넘치는 정보 속 ‘믿을만한 정보’에 대한 갈증 커져

사례를 살펴보면 “30년 전통의 원조 할머니집입니다” “3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기밀 특제 양념. 누구도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다” “진짜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과 같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문득 생각났다” 등으로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몇몇 파워블로거는 직접 맛을 보지 않고도 해당 식당의 이미지 사진만 공수해 홍보글을 게재하기도 하는데, 상세한 레시피를 공개한다든지 먹는 방식까지 알려주기도 한다. “기호에 따라 모짜렐라치즈를 넣어 드시면 더욱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나도 이 국물에 공기밥을 말아 먹었더니 매운 게 덜하고 어제 먹은 술도 해장됐다”는 등의 글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맛집 홍보글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법도 있다. 포스팅에 함께 방문했다는 지인들과 가족의 사진은 전혀 없고 음식사진과 음식점 내부인테리어사진만 게재한다. 포스팅 하단에는 반드시 그 집의 주소와 연락처 등 상세정보를 남겨두는 센스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이 대부분 가짜후기다.

빅 데이터 시대
과장·오류 많아  

연예인쇼핑몰 사건으로 대중의 온라인 매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얻는 정보는 대부분 인터넷으로부터 얻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카페, 블로그, 광고댓글들은 기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과장 또는 오류가 잦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매체 관계자들은 “가짜후기에 현혹되지 말고 비슷한 글이 한 번에 올라오는 도배성 글이나 정작 상품이나 수술내용, 음식 등 주제에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무작정 ‘정말 좋다’ ‘후회 안 한다’ ‘난 벌써 여러 번 구매했다’ 등의 감탄만 반복하는 글은 가짜후기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이어 “성형에 관한 상담은 올바른 성형정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매체의 정보 또는 성형전문의가 작성한 글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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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