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가 제 원래 목표였어요.” 이젠 ‘가수’라는 타이틀보다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리는 조민아. 여성 4인조 그룹 쥬얼리 출신의 조민아는 가수로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어릴 적부터의 꿈은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2006년 쥬얼리 탈퇴 이후 섹시 여성그룹의 이미지를 벗고 진실한 배우로 거듭 나기 위해 연극 <안녕하십니까 수녀님>을 시작으로 뮤지컬 <달고나> <사랑은 비를 타고> <온에어> <김종욱 찾기> <렌트> 등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현재 한전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렌트>에서 마약중독에 빠진 댄서 미미 역을 맡아 관객과 호흡하고 있는 조민아를 만나보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는 에이즈, 동성연애, 마약 등으로 찌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우정, 사랑을 다룬 작품. 조민아가 맡은 여주인공 미미는 마약중독에 빠진 댄서로 극중 에이즈에 걸린 작곡가 로저의 여자친구.
조민아가 이번 <렌트>에 합류하게 된 과정은 남달랐다. 일반적으로 비공개 오디션을 요구하는 여느 연예인들과는 달리 그는 쥬얼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지 않고 오디션 현장에서 ‘미미’의 뮤지컬 넘버를 모두 암기해 완벽한 모습을 선보여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오디션 당시 ‘미미’ 뮤지컬 넘버 모두 암기
“연기는 매력 느끼면 느낄수록 더욱 어려워”
“<사랑은 비를 타고> 공연을 하면서 <렌트> 오디션 공고가 나기만을 기다렸죠. 오디션 공고가 뜨자마자 주위 분들에게 내가 ‘미미’라고 못을 박았어요. 그때부터 ‘미미’로 산거죠. 마약만 안 하지 제가 곧 ‘미미’에요.”
“(옥)주현 언니 고마워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민아는 원래 연기자로 연예생활을 출발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1 때까지 7년간 줄곧 연기를 했다.
어릴 적 멋모르고 오랜 기간 연기를 경험했지만 그렇다고 연기가 수월한 것은 아니다. 공연 준비 때마다 감독과 선배들에게 혼쭐이 나 대성통곡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건 동료 배우들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처음 공연계에 발을 디뎠을 때는 이방인 취급을 받았어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연습실에 제일 먼저 나가고 맨 나중에 나왔는데 그 모습조차도 가식으로 보였던 모양이더라고요.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고 엉엉 운 적도 있어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그때는 얼마나 동료들이 미웠는지, 술 한잔 마시면서 오해를 풀었죠.”
이처럼 힘든 시기에 조민아에게 힘이 되어준 친구는 다름 아닌 그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옥주현. 힘들거나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매번 전화를 걸어 귀찮게 하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항상 옆에서 카운셀링을 해준다.
“난 아역 배우 출신”
“울면서 전화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그때마다 잘 다독거려주고 힘이 되는 말을 해준 주현 언니에게 항상 감사해요. <렌트> 오디션에 합격하고 ‘나 이거 잘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더니 ‘공연을 안 해도 후회할 거 아니냐’며 자신감을 가지라고 용기를 줬어요.”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조민아는 왜 연기를 고집하는 것일까.
“연기는 매력을 느끼면 느낄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똑같은 배역을 매일 10시간 넘게 연습해도 매번 다르고 정답이 없어서 더 어렵고 재미있어요. ”
“가수복귀? 생각 없어요”
조민아는 쥬얼리 시절 다른 멤버들에게 살짝 가려져 있었지만 이젠 무대를 빛내는 주인공이 됐다. ‘One More Time’ 등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쥬얼리를 보면 다시 가수 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을까.
“No. 듀엣 제의도 있었지만 거절했어요. 쥬얼리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쥬얼리 멤버들과는 연락을 자주 못해요. 서로 미니홈피 1촌이라 근황을 확인하는 정도죠. 근데 (박)정아 언니는 새벽에 글을 남기던데 그 시간까지 뭘 하나 몰라요. 고스톱을 치시나.”(웃음)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