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공사업자(수급인)A는 B(도급인)와 토지 지상에 창고를 신축하는 데 필요한 형틀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자금난에 빠진 B가 공사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자, A는 위 토지에 쌓아둔 건축자재를 치우지 않고 공사현장을 막는 방법으로 B의 창고 신축 공사를 방해하며 대금 지급을 독촉했습니다. 이에 B는 A가 위력으로 자신의 공사 진행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업무방해죄로 A를 고소했습니다. 과연 A에게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요?
[A] 위 사안과 유사한 실제 사건서 B는 A가 이 사건 토지의 약 3/4 정도를 점유하면서 그곳에 건축자재를 쌓아 놓았으므로 위력으로 자신의 공사 진행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심도 이를 인정해 A가 자신이 맡은 형틀공사를 모두 완료한 후 건축자재를 치우지 않은 것에 불과하더라도, 그로 인해 B가 추가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이상 B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A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는데요.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동 사안처럼 어떤 행위(A의 경우 건축재재를 치우는 행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아’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행위가, 적극적으로 어떠한 위법 행위를 ‘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행위와 형법적으로 동등한 위법성을 지녔다고 평가된다면 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3도80 판결 참조).
그런데 이번 사안에선 대법원은 A가 일부러 건축자재를 B의 토지 위에 쌓아 두는 방식으로 공사현장을 막은 것이 아니라, A가 당초 자신의 공사를 위해 쌓아뒀던 건축자재를 공사 완료 후 ‘치우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공사대금을 미지급하고 있는 B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A가 자신의 공사를 위해 쌓아뒀던 건축자재를 공사 완료 후 단순히 ‘치우지 않은 행위’가 위력으로 B의 추가 공사 업무를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와 형법적으로 동등한 위법성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안과 같은 공사 도급 관계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수급인이 공사현장에 건축 자재를 방치하는 경우는 흔히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사 현장서 수급인이 쓰다 남은 자재를 방치한 경우, 그 때문에 공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하더라도 도급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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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