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작가 장정일이 시집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시집 <천국에 못 가는 이유>를 낸 지 28년 만이다. 장정일은 그동안 소설, 희곡, 평론 등을 써오면서도 시를 쓰진 않았다. 그런 그가 신작 <눈 속의 구조대>를 내놨다.
그의 파격적인 시어는 50대가 돼도 달라지지 않았다.
<눈 속의 구조대>의 헤드카피를 붙인 편집자 시인 서효인은 장정일을 가리켜 ‘28년 만에 돌아온 한국 시단의 가장 날카로운 자리’라고 표현했다.
1987년 장정일은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맥도날드나 KFC 등 미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에 빼앗긴 우리 고유의 음식과 식사 문화를 풍자해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추천·작품 해설 없어
여전히 파격적인 시어
그 후 1996년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발간한 장정일은 외설시비에 휘말렸고, 이 논란으로 구속 수감되기까지 한다.
이 소설은 나중에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돼 다시 음란성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로부터 23년 뒤에 나온 <눈 속의 구조대>에서도 장정일은 여전히 거침없는 시어를 선보인다.
“1990년 이전 태생이라면 거들떠도 안 봐. 등단한 지 10년만 되면 모조리 폐닭, 쉰내 나는 시인”(양계장 힙합)이라고 조롱하는 등 기성문단에 대해 가차 없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번 시집은 추천사나 작품해설, 심지어 시인의 말도 없는 그저 시의 묶음으로 출간됐다.
여러 말보다는 시로 말하겠다는 장정일의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