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한’ 아베의 노림수

다같이 죽자고? ‘막장 가미카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한국과 일본은 오월동주(舟) 관계다. 양국의 상호 의존도가 높아 상대를 겨눈 칼의 끝은 필연적으로 본인을 향한다. 그럼에도 최근 양국 간 갈등은 끊이질 않고 있다. 과거에도 하루아침에 파국을 맞는 경우는 흔했지만 이번 갈등은 과거와 달리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정부는 왜 툭하면 한국을 때릴까.
 

▲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아베 일본 총리

지난 1일 일본은 ‘한-일 신뢰관계 손상'을 명분으로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국가)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 계획을 발표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이 되는 시점으로, 일본 최대 공영방송사인 NHK는 이 발표의 배경을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도했다.

반한 감정↑
보수 결집?

하지만 이번 수출규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터질 게 터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본은 손바닥 뒤집 듯 한국의 수출규제 이유를 바꿨다. 처음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 했다. 이에 정치적 동기에서 빚어진 '경제 보복'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일자,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전략 물자를 밀반입한다는 이유로 안보상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일본이 북한에 밀반출한 전략물자 목록을 밝히자, 일본은 수출규제가 아닌 수출관리 운용을 재검토하는 차원이라며 다시 말을 바꿨다.


일본 측 주장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본은 배제 이유로 한국의 캐치올(Catch-all) 규제가 미흡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캐치올이란 수출 ‘통제 리스트’에 속하는 전략물자 품목은 아니지만, 최종 사용자와 용도를 파악해 무기 제작 개발에 전용될 것으로 확인되거나 우려되는 경우에 이뤄지는 수출 통제 제도다. 하지만 국가별 적용은 오히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통제 대상 품목 역시 일본과 유사하다. 캐치올 규제가 없는 국가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대상에 있는 것으로 볼 때 일본이 한국에만 차별적 규제 강화를 강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에선 양국의 상호의존도가 높아, 일본의 수출규제가 강화되면 양국 모두 손실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일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승자가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아 양국 모두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단 것이다.

만약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전략물자는 무기로 쓰일 수 있는 품목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민간 물자엔 캐치올 규제가 적용된다. 캐치올 규제의 경우 품목에 제한이 없다 보니 일본 정부가 임의로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 툭하면 한국 때리나
한일 갈등 진짜 이유는?

일본의 경우는 향후에 수출규제를 철회한다고 해도 비즈니스 신뢰 관계 회복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본은 정치적 사안을 경제 문제로 치환시켰고, 이번 경제규제는 일본 외교의 불안 요인을 분명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지난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로 인한 보복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사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한일 분쟁의 뿌리는 1965년 6월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1개의 한일기본조약과 4개의 한일청구권협정에 서명해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이뤘다.
 

▲ 문재인 대통령

한일기본조약 제2조에는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명시했다. 을사조약과 ‘경술국치’로 불리는 병합조약을 포함, 한일 간 체결한 모든 조약을 무효화함으로써 강제징용과 군 위안부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청산하고자 한 일본의 속내였다.

여기서 ‘이미’라는 부사어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라는 부사어를 통해 과거엔 ‘합법·유효’했지만, 일본의 전쟁 항복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1965년 현재는 무효가 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는 “무효임을 선언한다”는 구절을 통해 여러 조약들은 체결 당시부터 ‘불법·무효’였다는 한국의 입장과 대척점에 있다. 조약의 열린 해석으로 인해 과거사 책임에서 벗어난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현재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의 정당성 판단을 유보한 대가로 박 전 대통령은 3억달러의 무상 자금과 2억달러의 차관을 일본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이 돈의 대부분은 국가사업에 쓰였고, 군 위안부와 같은 역사의 피해자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이후 대한민국은 한일협정이 잉태한 불안 위에서 고도 성장국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2005년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 등은 한일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며 기존 견해를 수정했다.

두려운 건
재팬 패싱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더 나아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고, 전범기업 미쓰비시 측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과정서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청구권협정에 이를 포함시키겠다는 내심의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한일협정으로 지급한 정치적 ‘보상’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의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에 아베 총리는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된다’는 한일협정 제2조를 근거로 한국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정부도 한일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고노 다로 외무상도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공식적인 자리서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일본은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어도 ‘외교적 보호권’은 상실했다는 논리로 맞섰다.

개인에게 소송할 자유가 있어도 그 권리를 정부가 외교적으로 보호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판결을 찬성해 온 일본 변호사 자이마 히데카즈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개인 청구권이 있는 사람이 민간 기업을 상대로 제기를 했을 때 이에 대해서 국가 간 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으니 개인이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반박했다.

이어 "개인 청구권이 존재하고 그 권리가 있다면 법원에선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권리를 법원이 인정해서 진행을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문제가 없는 것인데 국제법 위반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희로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 덧붙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측에게 위자료 지급을 선고해 일제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정조준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판결은 폭거이며 국제법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하게 반발, 강제징용 문제 중재위 설치를 요구했다.

손바닥 뒤집듯
이랬다 저랬다

한국정부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점을 들어서 일본 쪽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의 내부 분열로 2012년 중의원 선거서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아베총리는 지금까지 총재직을 연임하고 있다. 1955년 보수정당인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여 만들어진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일본 정치사서 안정적인 집권을 해왔다. 아베 총리는 일본 내 온건 보수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가진 우익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며 역사 수정주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적 정체성 강화는 자민당의 집권 열쇠인데, 과거사에 대한 한국의 압박은 일본이 근간을 다시 바로 잡아야하는 과정으로 아베 세력을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최고의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시는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으로 미국의 강요로 만들어진 평화헌법 개정에 강한 염원을 보였다. 평화헌법 9조는 국가 간의 분쟁 해결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베 총리는 이 조항의 개헌을 정치 인생의 숙명적 과제로 꼽았다.

일부 언론은 이번 수출규제를 참의원 선거를 위한 보수 결집 수단으로 분석했다. 지난 22일에 있었던 참의원 선거는 평화헌법 개정 발의에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선거였다. 비록 개헌 추진에 필요한 3분의 2(164석)에 못 미치는 160석에 그쳐 개헌 행보에는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과반을 확보했다.
 

▲ 아베 일본 총리

강제징용 판결로 인해 반한 감정이 악화된 상태서 보수 세력을 결집시켜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도 개헌 의석 확보를 위한 정치적 동력으로 ‘한국 때리기’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일각에선 수출규제는 애초부터 선거용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았다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안정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특히 20대 유권자들 중 70%가 아베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수출규제라는 자기 파괴적 보복 카드를 꺼낼 만큼 아베가 궁지에 몰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의원 선거가 끝난 당일 아베 총리는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에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며 단편적인 선거용 꼼수가 아님을 시사했다.

잘못 끼워진 첫단추
승자 없는 치킨게임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국을 경제 분야서 굴복시킴으로서 '재팬 패싱'을 극복하려는 외교용이라는 분석을 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시행령 개정 계획은 지난 G20 직후 남·북·미 판문점 3자 회동이 있고 난 이틀 후에 발표됐다. 아베정권의 외교정책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기반으로 한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미·일 공조하에서 한국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따로 발휘하며 동북아서 패권을 쥐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가 평화 기조로 들어서면서 비핵화 문제서 일본만이 철저하게 배제됐고, 아베정권은 이에 계속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그밖에도 일본이 반도체 산업서 한국을 강력히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동아시아 기술 경쟁서 한국에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일본의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산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며 “우리의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의도라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보수층 결집용으로 강한 카드를 꺼냈지만, 일본 내부서도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갈등의 장기화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복합적 요인이 얽힌 한일 갈등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우선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수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22일에 열렸던 ‘한일관계 악화,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서 박인환 변호사는 “지금 문제시 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문제는 정치적, 외교적 해결 방안으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해 절차를 시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전쟁이나 식민지 지배와 관련해 국가 상호 간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상대방 국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 등 국제적, 중립적 재판기구에 의한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타 오사무 도시샤대 교수는 “한일협정 2조는 일본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개정이 어려운 문제”라며 양국 간의 역사인식을 좁히기 위한 양국 사회의 노력이 필요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어 이번 분쟁을 통해 국산화의 필요성이 더욱 제기된 만큼 이를 계기로 국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해 기술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탈피해 한국이 일본 경제를 뛰어넘자는 것이다.

양국 관계
돌이킬 수 없나

무엇보다 한일 무역 전쟁은 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분쟁으로, 이를 끝내기 위해선 평화 파트너십을 구축해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려는 외교적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반대하고 철회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과 같이 반일감정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백색국가리스트 조정 최종 각의결정’을 연기하도록 일본에 제안하고 양국 간 공식 논의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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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