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순풍에 돛 달고 ‘보석같은 섬여행’_울등도

시계도 풀어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터벅터벅 걷다보면…

울릉도에 온 이상, 울릉도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 생각 없이 울릉도라는 섬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섬에서의 시간은 뭍보다 느리며, 그 느린 시간에 몸을 맡기고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여행자가 주로 머무는 도동과 저동에는 독도전망대 케이블카를 비롯해 해안산책로, 봉래폭포, 내수전 일출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지만, 보다 한적한 울릉도의 시간을 원한다면 서면과 북면으로 떠나 볼일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만나는 태하등대 전망대의 풍경은 울릉도에서 단연 최고이며, 사진가들도 입을 모아 국내 최고의 비경으로 꼽는 곳이다. 감탄이 절로 나는 북면 해안을 따라가면 공암과 삼선암, 관음도를 차례로 만날 수 있으며, 나리분지에서는 옛 개척시대 삶의 흔적인 투막집과 너와집을 볼 수가 있다.

물빛과 산빛, 하늘빛이 온통 깊고 푸른 섬
도착하기도 전 천혜의 비경에 감탄사 연발 

출렁거리는 시야 너머로 해무에 덮인 신비의 섬이 불쑥 솟아오른다. 여객선이 가까워질수록 섬은 점점 또렷하게 실체를 드러낸다. 물빛과 산빛, 하늘빛이 온통 푸른 섬. 뭍을 떠난 지 3시간 만에 드디어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했다.

수평의 바다에서 직벽으로 솟아오른 해안의 절벽들. 항구를 맴도는 갈매기들의 끼룩거리는 울음소리들. 바닷가 해송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는 해풍과 청량음료보다도 시원한 공기. 집어등을 매달고 당장이라도 출어를 나가려는 오징어잡이 어선들. 산자락에 다닥다닥 붙은 도동의 집들은 저마다 나뭇잎 같은 창문을 바다 쪽으로 열어놓고, 일제히 바다를 본다.

아무래도 이런 곳에서는 멀리 도심에 두고 온 내륙의 시간과 먼지 낀 기억을 잊고 한동안 ‘시간의 미아’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울릉도에 온 이상, 울릉도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 생각 없이 울릉도라는 섬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기왕이면 손목에 찬 시계도 풀어버리자. 필경 섬에서의 시간은 뭍보다 느리며, 그 느린 시간에 몸을 맡기고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해무에 덮인 신비의 섬
청량음료보다 시원한 공기


울릉도를 하늘에서 보면 마치 여우의 얼굴을 쏙 빼닮았다고 한다. 그 여우 얼굴 중심에 코처럼 불룩 솟아오른 것이 성인봉이다. 섬치고는 꽤나 높은 해발 약 984m의 봉우리. 오랜 세월 빈 섬으로 남아 있었던 탓에 성인봉 주변은 밀림과도 같은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울릉도에 온 여행자가 주로 머무는 곳은 도동과 저동이다. 도동항을 중심으로 좌우 해안에는 해안산책로가 들어서 있는데, 도동에서 행남을 거쳐 저동까지 이어진 산책로는 바다의 신비한 물빛과 해안의 절경이 어우러진 기막힌 코스이다. 도동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독도전망대와 망향봉도 도동 해안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독도전망대에서는 맑은 날에 독도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행운은 3대에 걸쳐 공덕을 쌓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맑은 날을 만나기가 힘들다. 정착민의 한이 서린 망향봉에 오르면 도동항의 풍경과 해안의 절경이 그야말로 장쾌하게 펼쳐진다.

저동으로 넘어가면 일출 명소로도 알려진 촛대바위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울릉도의 부속 섬 중 가장 큰 섬이자 유인도인 죽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도 이곳이다.

좀 더 멋진 일출과 조망을 원한다면 내수전 일출전망대가 제격이다. 입구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멋진 일출뿐만 아니라 죽도와 관음도, 섬목, 저동항과 행남등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추석 이후부터 볼 수 있는 어화(漁火)를 보기 위해 한밤중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정착민 한 서린 망향봉
일출 명소 촛대바위 시선

이곳 전망대 입구에서부터 북면 석포까지는 일명 ‘울릉도 둘레길’이라 불리는 편도 2시간 정도의 트레킹 코스가 펼쳐져 있다. 여름이면 저동에서 2km 떨어진 봉래폭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울릉읍 주민들의 식수원이기도 한 봉래폭포는 원시림 사이로 펼쳐진 3단 폭포로, 근처에만 가도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 근처에 삼나무 숲을 이용한 삼림욕장과 자연 에어컨이라 불리는 풍혈도 있다.


보다 한적한 울릉도의 시간을 원한다면 도동과 저동을 떠나 서면과 북면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남양리 해안에 이르면 낚시꾼들의 쉼터이자 관광객들이 홀린 듯이 내려 사진을 찍는 ‘거북바위’가 나타난다.

울릉도의 해안도로는 여기서부터 고갯길과 바닷길을 수시로 넘나들며 현포령까지 이어진다. 가는 길에 태하리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만나는 태하등대 전망대의 조망을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일명 ‘대풍감 해안절벽’이라 불리는 이곳의 풍경은 울릉도에서 단연 최고이며, 사진가들도 입을 모아 국내 최고의 비경 중 하나로 꼽는 곳(한국 10대 비경)이다.

이곳에서 북면 쪽을 내려다보면 현포항과 추산 일대의 절경이 펼쳐지고, 대풍령 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자리한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울릉도 바다의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한데, 옥빛과 쪽빛과 남청색이 기묘하게 어울린 빛깔이다.

태하리에서 구불구불 현포령을 넘어가면 드넓게 시야가 트이면서 현포항과 북면 일대의 해안 절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북면 해안은 비경의 연속이다. 우산국 시절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현포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신기하게 생긴 공암(일명 코끼리 바위)이 조금씩 코끼리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천부에서 섬목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딴방우(딴바위), 삼선암, 관음도(깍새섬)가 차례로 절경을 드러낸다. 울릉도 3대 비경 중 제1경으로도 꼽히는 삼선암은 멀리서 보면 2개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3개로 되어 있다.

여기서 관음도는 지척이다. 깍새(슴새)가 많아서 깍새섬이라고도 불리는 관음도는 죽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옛날 해적들의 소굴이었다는 관음쌍굴이 자리해 있다. 최근에 이곳에는 섬목과 관음도를 연결하는 현수교가 생겼는데, 다리와 계단의 보강공사로 인해 아직 일반인의 출입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나리분지에서 알봉분지로
이어진 아늑한 숲길

사실 울릉도에서 풍광으로는 태하등대 전망대가 으뜸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나리분지를 빼놓을 수가 없다. 울릉도 옛 삶의 원형을 간직한 나리는 성인봉과 주변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마치 폭탄을 맞은 듯 움푹 주저앉은 분지에 자리해 있다. 울릉도에는 우산국 시절부터 사람이 살았지만, 오랜 동안 빈 섬으로 남아 있다가 조선시대 말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개척민이 들어와 살았다.

나리는 바로 그 개척민 1세대가 자리를 잡고 살던 마을이다. 때문에 나리에서는 아직도 개척시대 삶의 흔적인 투막집(본체는 귀틀로 되어 있고, 지붕은 억새를 올렸으며, 본체 주위에 억새나 옥수숫대를 엮어 만든 ‘우데기’를 둘러친 집)과 너와집이 남아 있다. 나리분지에서 알봉분지로 이어진 아늑한 숲길 또한 길의 탄력과 질감이 살아 있는 비밀 코스로 통한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코스
- 도동, 저동 코스 / 도동항 → 약수공원(독도박물관) → 독도전망대 케이블카(독도전망대 또는 망향봉) → 해안산책로 → 저동항 → 봉래폭포
- 서면, 북면 코스 / 도동항 → 남양리 거북바위 → 태하등대 전망대(모노레일) → 삼선암 → 관음도 → 나리분지
성인봉 등반 코스 / 도동항 → 대원사 → 성인봉 → 신령수 → 알봉분지 →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지 → 나리분지
- 트레킹 코스 / 도동항 → 해안산책로(행남등대 코스) → 저동항 → 차량으로 내수전 일출전망대 입구 이동 → 내수전길(울릉도 둘레길) → 석포 → 섬목선착장(저동행 배편 이용) → 저동항

1박2일코스
첫째 날 / 저동항 → 내수전 일출전망대 → 봉래폭포 → 해안산책로 → 도동항 → 독도전망대 케이블카
둘째 날 / 도동항 → 남양리 거북바위 → 태하등대 전망대(모노레일) → 삼선암 → 관음도 → 나리분지

대중교통
- 내수전발 → 저동(2.1㎞) → 도동(4.7㎞) → 사동(10.3㎞) → 통구미(13.4㎞) → 남양(15.6㎞) → 구암(18.7㎞) → 포(23.6㎞) → 태하(26.6㎞) → 현포(29.5㎞) → 평리(33.7㎞) → 추산(35.1㎞) → 천부(37.1㎞)
- 도동발 → 저동(2.3㎞) → 봉래폭포(4.4㎞)
- 천부발 → 죽암, 선창, 섬목(5.7㎞), 천부발 → 나리분지(4.0㎞)
문의 : 무릉교통 054)791-7910, 8000

자가운전
- 묵호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망상 인터체인지→ 7번 국도→ 묵호 여객선터미널(선박 이용)→ 도동항→ 울릉도 해안일주도로
포항으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 익산-포항 간 고속도로→ 포항→ 포항 여객선터미널(선박 이용)→ 도동항→ 울릉도 해안일주도로

주요 먹거리
산마을식당: 북면 나리, 산채정식, 산채비빔밥, 닭백숙 054)791-4643
보배식당: 울릉읍 도동1리, 홍합밥, 홍합샤브샤브 054)791-2683
삼정숯불가든: 울릉읍 도동3리, 약소불고기, 웰빙수제비 054)791-3536
신애분식: 북면 천부1리, 따개비칼국수 054)791-0095
99식당: 울릉읍 도동1리, 약초해장국, 따개비밥 054)791-2287

울릉도 배편 정보(성수기에는 단체손님과 예약자가 많아 최소 2주 전에는 배편 예약을 하는 게 좋다.)
대아고속해운 1544-5117(대표)             씨스포빌 1577-8665(대표)
묵호여객선터미널 033)531-5891           포항여객선터미널(대아본사) 054)242-5111~5
강릉여객선터미널 033)653-8670           울릉여객선터미널 054)791-0801~3
저동항 터미널 054)791-9330                울릉도관광유람선협회(해상관광) 054)791-4477
울릉해운(저동-섬목 배편, 1일 5회 섬목페리호 운항) 054)791-9901~5

숙박정보
대아울릉리조트: 울릉읍 사동리054)791-8800(www.daearesort.com)
울릉마리나관광호텔: 울릉읍 사동리 054)791-0020~4(www.ullungmarina.co.kr)
울릉비취호텔: 울릉읍 도동1리 054)791-2335      울릉호텔: 울릉읍 도동1리 054)791-6611
울릉리조텔: 서면 남양3리 054)791-7744            바다풍경펜션: 북면 천부리 010)9389-9682
산마을민박: 북면 나리 054)791-4643                 추산일가: 북면 나리 054)791-7788

주변 볼거리
독도, 죽도, 성하신당, 내수전 몽돌해변, 추산 몽돌해변, 대원사, 사동 새각단, 송곳산, 울릉 둘레길, 알봉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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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