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상득 파문 관전 포인트 5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0 14: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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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들 대몰락…SD 찍고 MB만 남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MB정권 내내 위태위태했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벼랑 끝에 몰렸다.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국은 이미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특히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청와대도 바짝 긴장한 눈치다. 검찰은 과연 살아 있는 권력을 파고들 수 있을까. '대통령 형님' 사건의 파장과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그동안 각종 대형비리 사건에 자주 이름이 거론돼왔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저축은행에 발목을 잡혔다. 이 전 의원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저축은행과 대기업에서 각각 돈을 받은 의혹이다. 그 금액은 일단 수억원 정도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① SD 혐의는?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과 대기업에서 각종 청탁과 함께 7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대선 직전인 2007년부터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가 한창이던 지난해까지 수차례에 걸쳐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5억원 가량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첨부터 말 많더니 끝까지 말썽"

저축은행 수사 과정에서 '이상득'이란 이름이 처음 나온 것은 김 회장(구속)의 입에서다.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미래저축은행이 퇴출 전 정관계 로비용으로 임 회장에게 14억원을 건넸고, 이중 일부가 이 전 의원 로비에 사용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도 "지난해 9월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퇴출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선 퇴출을 피했지만, 지난 5월 3차 구조조정에서 모두 영업정지를 당했다.

② 살생부 있나?

이후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수사하면서 이 전 의원이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 전 의원은 과거 사장으로 일했던 코오롱그룹에서 수년간 자문료로 1억5000만원을 받았는데, 이 돈이 불법 정치자금이란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의원 외에도 거물 정치인 2∼3명 정도가 더 구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많게는 5∼6명까지 거론된다. 실제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현재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만 3명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은 이 전 의원과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의 퇴출저지 부탁을 받은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냐는 것이다. 검찰은 임 회장이 김 회장에게서 받은 '로비금'의 일부를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에게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검찰은 이미 구체적인 확인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김 전 의원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그가 이 전 의원에게 김 회장을 소개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이 김 회장과 임 회장을 구속했을 당시 로비 대상자가 적힌 이른바 '김찬경 리스트' '임석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 리스트가 정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었다. 정치권에선 김 회장과 임 회장이 이미 거물 중 거물인 이 전 의원을 지목한 이상 또 다른 로비 대상자를 부는 것은 시간문제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③ 대선자금 수사?


무엇보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 종착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질지 여부다. 포인트는 이 전 의원이 돈을 받은 시점이다. 이 전 의원과 김 회장이 처음 만났던 시기는 2007년 당내 경선이 끝나고 대선 직전.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돈이 '보험'성격의 선거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MB캠프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 전 의원이 '중간다리'역할로 이번 사건에 낀 것도 석연치 않다.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재오 의원과 함께 MB캠프의 핵심그룹인 '6인회'멤버였다. 앞서 최 전 위원장은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 사업 시행사로부터 거액을 받았다고 시인하면서 "받은 돈을 대선 때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가 불똥이 대선자금으로 튀자 말을 바꾼 바 있다.

각종 의혹들 비켜가다 결국 저축은행에 발목
정관계 거센 후폭풍…대선자금 확대 가능성도

뿐만 아니다. 검찰은 임 회장으로부터 "이 전 의원에게 건넨 돈은 선거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란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 회장이 대선을 돕고 싶다고 해서 이 전 의원을 소개해 줬다"고 밝혔다.

MB 측이 역대 대선 후보들처럼 불법 대선자금을 받아 사용했다는 구체적인 물증이나 진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 정황과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야당의 파상공세와 현 정권에 대한 불신 여론이 워낙 커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개인비리 수사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2007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해야 한다"며 "최 전 위원장도 다시 불러 그 전모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④ 검찰 의도는?

일각에선 이번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의혹 털기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종의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인 수사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현 정권이 임기 이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선 전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된 사건을 서둘러 정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그동안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공천헌금 의혹 ▲포스코 회장 인사개입 의혹 ▲SLS그룹 로비 의혹 ▲한국수력원자력 인사개입 의혹 ▲BBK 가짜편지 의혹 ▲파이시티 인허가 의혹 등 숱한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제대로 수사 받은 적이 없다. 이번에도 검찰은 "이 전 의원 수사는 저축은행과 코오롱 혐의가 주된 부분으로 이외 의혹은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만약 이 전 의원이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만 기소될 경우 나머지 의혹은 그대로 덮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⑤ 박근혜 표정은?

그간 검찰의 행보도 적당히 마무리 짓는 선에서 수사를 덮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최근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민간인 불법사찰 등 대형 사건들을 잇달아 매듭지은 검찰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청와대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전 의원 수사 역시 최대한 속전속결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가급적 대선 정국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 사실상 수사의 정점인 이 전 의원을 다른 의원보다 먼저 부른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것이란 이유를 달았지만, 모종의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의심도 떨치기 힘든 상황이다.

거물 정치인 2∼3명 추가 구속 관측
면죄부 주기 위한 '털기용'의혹도
여야,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 저울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득실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외면상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현 정권 실세라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는 눈치다.

반면 야당의 시각은 다르다. 이번 의혹에 박 원내대표를 포함시킨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을 도우려고 각본에 의해 짜 맞추어진 정치검찰의 명백한 대선기획용 수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전 의원 수사에 대한 물타기 성격도 있지만 보다 감춰진 검찰의 정략적 의도는 분명하다"며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상륙작전을 돕기 위한 상납의 도구로 저축은행 사건을 기획하려는 정치검찰의 대선 개입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도 마냥 안심할 수만 없는 처지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의 접촉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또 박 전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서향희 부부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의 '관계'도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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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