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상득 파문 관전 포인트 5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0 14: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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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들 대몰락…SD 찍고 MB만 남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MB정권 내내 위태위태했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벼랑 끝에 몰렸다.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국은 이미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특히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청와대도 바짝 긴장한 눈치다. 검찰은 과연 살아 있는 권력을 파고들 수 있을까. '대통령 형님' 사건의 파장과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그동안 각종 대형비리 사건에 자주 이름이 거론돼왔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저축은행에 발목을 잡혔다. 이 전 의원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저축은행과 대기업에서 각각 돈을 받은 의혹이다. 그 금액은 일단 수억원 정도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① SD 혐의는?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과 대기업에서 각종 청탁과 함께 7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대선 직전인 2007년부터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가 한창이던 지난해까지 수차례에 걸쳐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5억원 가량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첨부터 말 많더니 끝까지 말썽"

저축은행 수사 과정에서 '이상득'이란 이름이 처음 나온 것은 김 회장(구속)의 입에서다.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미래저축은행이 퇴출 전 정관계 로비용으로 임 회장에게 14억원을 건넸고, 이중 일부가 이 전 의원 로비에 사용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도 "지난해 9월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퇴출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선 퇴출을 피했지만, 지난 5월 3차 구조조정에서 모두 영업정지를 당했다.

② 살생부 있나?

이후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수사하면서 이 전 의원이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 전 의원은 과거 사장으로 일했던 코오롱그룹에서 수년간 자문료로 1억5000만원을 받았는데, 이 돈이 불법 정치자금이란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의원 외에도 거물 정치인 2∼3명 정도가 더 구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많게는 5∼6명까지 거론된다. 실제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현재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만 3명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은 이 전 의원과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의 퇴출저지 부탁을 받은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냐는 것이다. 검찰은 임 회장이 김 회장에게서 받은 '로비금'의 일부를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에게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검찰은 이미 구체적인 확인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김 전 의원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그가 이 전 의원에게 김 회장을 소개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이 김 회장과 임 회장을 구속했을 당시 로비 대상자가 적힌 이른바 '김찬경 리스트' '임석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 리스트가 정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었다. 정치권에선 김 회장과 임 회장이 이미 거물 중 거물인 이 전 의원을 지목한 이상 또 다른 로비 대상자를 부는 것은 시간문제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③ 대선자금 수사?


무엇보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 종착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질지 여부다. 포인트는 이 전 의원이 돈을 받은 시점이다. 이 전 의원과 김 회장이 처음 만났던 시기는 2007년 당내 경선이 끝나고 대선 직전.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돈이 '보험'성격의 선거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MB캠프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 전 의원이 '중간다리'역할로 이번 사건에 낀 것도 석연치 않다.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재오 의원과 함께 MB캠프의 핵심그룹인 '6인회'멤버였다. 앞서 최 전 위원장은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 사업 시행사로부터 거액을 받았다고 시인하면서 "받은 돈을 대선 때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가 불똥이 대선자금으로 튀자 말을 바꾼 바 있다.

각종 의혹들 비켜가다 결국 저축은행에 발목
정관계 거센 후폭풍…대선자금 확대 가능성도

뿐만 아니다. 검찰은 임 회장으로부터 "이 전 의원에게 건넨 돈은 선거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란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 회장이 대선을 돕고 싶다고 해서 이 전 의원을 소개해 줬다"고 밝혔다.

MB 측이 역대 대선 후보들처럼 불법 대선자금을 받아 사용했다는 구체적인 물증이나 진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 정황과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야당의 파상공세와 현 정권에 대한 불신 여론이 워낙 커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개인비리 수사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2007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해야 한다"며 "최 전 위원장도 다시 불러 그 전모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④ 검찰 의도는?

일각에선 이번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의혹 털기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종의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인 수사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현 정권이 임기 이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선 전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된 사건을 서둘러 정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그동안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공천헌금 의혹 ▲포스코 회장 인사개입 의혹 ▲SLS그룹 로비 의혹 ▲한국수력원자력 인사개입 의혹 ▲BBK 가짜편지 의혹 ▲파이시티 인허가 의혹 등 숱한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제대로 수사 받은 적이 없다. 이번에도 검찰은 "이 전 의원 수사는 저축은행과 코오롱 혐의가 주된 부분으로 이외 의혹은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만약 이 전 의원이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만 기소될 경우 나머지 의혹은 그대로 덮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⑤ 박근혜 표정은?

그간 검찰의 행보도 적당히 마무리 짓는 선에서 수사를 덮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최근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민간인 불법사찰 등 대형 사건들을 잇달아 매듭지은 검찰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청와대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전 의원 수사 역시 최대한 속전속결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가급적 대선 정국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 사실상 수사의 정점인 이 전 의원을 다른 의원보다 먼저 부른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것이란 이유를 달았지만, 모종의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의심도 떨치기 힘든 상황이다.

거물 정치인 2∼3명 추가 구속 관측
면죄부 주기 위한 '털기용'의혹도
여야,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 저울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득실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외면상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현 정권 실세라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는 눈치다.

반면 야당의 시각은 다르다. 이번 의혹에 박 원내대표를 포함시킨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을 도우려고 각본에 의해 짜 맞추어진 정치검찰의 명백한 대선기획용 수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전 의원 수사에 대한 물타기 성격도 있지만 보다 감춰진 검찰의 정략적 의도는 분명하다"며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상륙작전을 돕기 위한 상납의 도구로 저축은행 사건을 기획하려는 정치검찰의 대선 개입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도 마냥 안심할 수만 없는 처지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의 접촉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또 박 전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서향희 부부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의 '관계'도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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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