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두려움 떨치고 돌아온 '피겨여왕' 김연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09 1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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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절대 믿는다…여왕의 성공적인 귀환을~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피겨여왕'의 선택은 역시 피겨였다. 김연아가 2014년 소치올림픽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한 뒤,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부담도 크지만 후배들과 한국피겨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판단한 것. 당장 올림픽 출전권부터 확보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세계 피겨역사를 새로 쓴 여왕의 귀환에 전 세계 피겨팬들은 벌써부터 가슴 설레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2일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김연아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선수생활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면서 현역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어 "2014년 소치에서 현역 은퇴하겠다"며 "어릴 때 종착역은 밴쿠버였지만 소치로 연장했고 그곳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소치올림픽에서
아름다운 끝맺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연아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하면서 IOC 선수위원에 관심과 꿈을 키웠다"면서 "소치올림픽에서의 현역 은퇴는 새로운 꿈과 도전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소치올림픽에서 18년 선수생활의 아름다운 끝맺음을 하겠다"고 전했다.

팬들의 관심과 기대에 대한 속마음도 꺼냈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선수로서 어떤 목표를 찾기 어려웠고, 반대로 국민과 팬들의 관심과 애정은 더 커졌다"면서 "그런 관심과 애정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느껴졌고 하루만이라도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던 게 소망이었다"고 말했다.


선수로의 복귀를 생각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어린 후배 선수들로부터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밴쿠버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새 출발하겠다. 팬 여러분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국가대표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소치에 후배들과 함께 출전하고 싶다"고 응원을 기대했다.

김연아가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소치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한다.

김연아는 가장 먼저 내년 1월에 개최되는 전국남녀피겨종합선수권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내년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2013세계피겨선수권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서다.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 대회에서 종합순위 24위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은퇴 후 IOC 선수위원 도전할 것…새로운 목표
팬들의 관심과 애정 큰 부담 "벗어나고 싶었다"

여기에 세계선수권 이전에 열리는 국제대회 중 한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28.00점, 프리스케이팅 48.00점을 넘어야 한다. 세계 15위권에 해당하는 점수다.

김연아는 지난해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 대회 이후 2011-2012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여자피겨스케이팅에서 그를 넘어설만한 마땅한 적수가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선수권 1위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치에 후배들과 함께 출전하고 싶다는 김연아의 바람이다. 세계선수권에서 10위 이내의 성적을 내야하는 것. 10위 안에 들면 한국에 올림픽 출전권이 2장 주어진다. 우승이나 준우승의 경우 출전권은 3장이 주어진다.

최근 여자피겨계의 수준이 떨어져 김연아가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은 높다. 201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김연아가 피겨계에서 물러난 후 200점을 넘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자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189.94점에 머물렀고 일본의 아사다 마오도 지난 시즌 최고점수는 184.19점에 불과했다. 떠오르는 신예 콤비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와 레오노바(러시아) 역시 각각 182.89점과 180.45점에 머물렀다.

반면에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점수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토리노 세계선수권에서는 190.79점이다. 마지막 경기였던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194.50점이었다.

세계 피겨계 수준 하향
좋은 성적 가능성 높다

김연아가 본격적인 실전 준비에 들어간다면 언제든 우승권을 노릴 수 있는 기량이 있는 톱 클래스 선수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외신들도 김연아의 성공적인 복귀를 점쳤다. 미국 <유니버셜 스포츠>는 지난 3일 메인 홈페이지에 "여왕은 왕좌를 탈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아이스쇼와 홍보대사로 활동을 펼쳐왔다"고 복귀 소식을 전했다.

역시 미국의 <이그재미너>는 지난 2일 "여자 피겨선수 중 가장 강했던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다시 한 번 빛낼 준비에 들어간다"며 "김연아가 소치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 TV>는 나가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시미즈 히로야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연아가 올림픽에 출전하면 대회 수준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피겨전문 사이트 '아이스 네트워크'에서 열린 김연아의 복귀 성공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곧바로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50%, 적응기간을 거치면 정상을 탈환할 것이라는 응답이 30%로 80%의 팬들이 여왕의 화려한 귀환을 확신하고 있다.

1990년 9월 경기도 군포에서 2녀 중 차녀로 태어난 김연아는 7살이 되던 해인 지난 1996년 고모의 낡은 스케이트를 신고 처음으로 피겨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6가지 점프 기술 중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소화하며 '천재 피겨소녀'로 주위의 주목을 받아온 김연아는 타고난 천재성에다가 '연습벌레'이기까지 했다. 김연아를 지도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연습할 때 '이제 좀 그만하자'고 말려야 할 정도로 연습벌레다. 만족을 모른다"고 말할 정도였다.


어릴 적부터 계속된 부상은 김연아를 더욱 힘들게 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곤 했다. 특히 중학 시절 인대가 늘어나 점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땐 은퇴까지 고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천재 피겨소녀의 노력은 차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지난 2005년 11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세계 진출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김연아 시대'가 왔음을 세계에 알렸다.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차례 우승한 김연아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이어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정상까지 차지, 4개 대회를 연속 우승하며 세계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그러나 시니어 무대에 진출한 김연아는 2006~2007 시즌에 시련을 맛봐야만 했다. 2006-2007 시즌 허리부상과 스케이트 부츠 문제가 겹치면서 은퇴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2006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진통제 투혼을 발휘, 아픈 허리를 이끌고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를 11.68점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련은 이제 그만
역사는 계속 된다

이어 2007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3위, 그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대회 2연패를 일궈냈다. 이후 2008년 3월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내며 '국민영웅'으로 부상한 김연아는 4대륙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했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김연아는 유니세프의 국제친선대사로 임명되어 공익홍보영상과 뉴욕 유엔본부의 기념행사에 참가했다.

<TIME>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과 미국 여성 스포츠 재단의 '올해의 스포츠 우먼'으로 선정되어 2010을 빛낸 유명인사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가하기도 했다. 미주동포후원재단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떨친 공로를 인정받아 새미 리 박사와 함께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수상했고 김연아의 LA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 LA시가 8월7일을 김연아의 날로 제정하고 LA명예시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단짝 호흡을 자랑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했다. 코치와 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코치진을 찾는 것은 피겨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헤어지는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국민들과 팬들은 김연아를 '스승을 배반한 제자'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선수생활 하느라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않는다'는 비판도 감수해야했고 2011년 12월1일 종편 개국을 맞아 건넨 축하인사로 인해 '국민여동생 김연아가 종편 앵커로 나섰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외에도 경기에 출전해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인터넷 상에는 '훈련 안 하고 TV에만 나오더니 그럴 줄 알았다' '하라는 훈련은 안 하고 광고만 찍냐? CF선수냐'는 댓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구슬땀 흘리며 훈련하는 후배들 보며 자극
여왕 복귀에 외신들 반색 화려한 귀환 확신

2011년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일반 대학생(고려대)으로 돌아와 교생실습을 마친 김연아에게 대학교수가 태클을 건 일도 발생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5월2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을 성실하게 간 것은 아니고요, 교생실습을 한 번 갔다고 쇼를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거겠죠"라고 발언했다. 김연아가 대학교에서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지 않으면서 대학생으로 취할 수 있는 이득은 쏙쏙 가져가고 있다는 것.

황 교수의 이 발언은 김연아가 대학생활과 교생실습에 스포츠스타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5월25일 같은 프로그램 전화인터뷰를 통해 김연아 관계자의 반대 증언이 나왔지만 논란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황 교수의 발언으로 선수의 명예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김연아 측은 5월30일 황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곧 고소를 취하했다.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졌고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김연아의 뜻이 반영됐다.

이후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김연아의 맥주광고 출연이 청소년의 음주문화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맥주 광고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김연아가 1년 가까이 선수생활을 접고 휴식을 취한 대가였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열린 김연아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금메달도 목에 걸어봤고, 지금까지의 기록만으로도 피겨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김연아가 부담감을 안고 현역생활을 연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측 깬
현역선수 연장

하지만 정작 당사자 김연아는 현역선수 연장을 선포했다. 훈련량을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면서 지옥훈련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김연아가 종착역으로 선택한 소치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지, IOC 선수위원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연아 프로필>

생년월일 : 1990년 9월5일
직업 피겨 : 피겨스케이트 선수
키 : 164cm
코치 : 피터 오피가드(Peter Oppegard)
안무가 : 데이빗 윌슨(David Wilson)
소속사 : 올댓스포츠
가족 : 아버지, 어머니,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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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