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씨는 오후 3시경 한 건물의 1∼2층 사이 계단서 넘어져 왼쪽 팔꿈치 등을 다쳤습니다. 당시 계단 끝 부분에는 미끄럼방지 시설이 돼있지 않았습니다. A씨는 “비가 많이 내려 건물 바닥과 계단이 빗물에 젖어 미끄러운 상태였는데, 계단에 미끄럼방지 테이프가 붙어있지 않았고 바닥에 매트나 종이상자를 깔아두는 등의 조치가 없었다”며 “계단의 주사용자이자 3∼4층을 임차하고 있던 B헬스장은 계단의 점유자로서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발생한 사고로 손해를 배상해야 하고, 이러한 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면 C씨 등이 건물주로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렇다면 건물주 C씨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을까요?
[A] 최근 비오는 날 미끄럼방지 처리가 되지 않은 계단서 넘어져 다쳤더라도, 계단에 물이 많지 않고 보행자가 난간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면 보행자 책임이 100%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계단이 관련 법령이나 고시 등에 위반돼 설치됐다고 볼 수 없다”며 “현행 건축법 시행규칙에 따른 국토교통부 고시 ‘실내건축의 구조·시공방법에 관한 기준’서 건축물 실내의 공용계단의 발판에 논슬립패드 등 미끄럼방지 처리를 할 것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다른 조항서 건축법 시행령 제2조 17호에 따른 다중이용 건축물,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3조에 따른 건축물을 그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이 건물은 적용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계단 왼편에 보행자가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설치돼있는데 50대 초반인 A씨가 이를 잡고 이동했다면 넘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고 당일 서울 지역 일강수량은 0.4㎜에 불과했으며, 그 전날은 비가 내리지 않아 사고 당시 계단이 물에 많이 젖어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계단 주사용자인 윗층 B헬스장의 당월 일평균 입장객은 372명이었는데, A씨 외에 계단에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건물 계단서 빗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무조건 건물주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의 주의 정도 등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의 인정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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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