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하마평 7인의 파워게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14:06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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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센 권력기관 수장 ‘7파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검찰 수장을 맡게 될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7인이 심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총장 후보에 오른 7인들의 인사검증이 시작됐다.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되는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정부가 문무일(58·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총장의 선출절차를 시작했다. 법무부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을 위원장으로 총 9명으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보추천위)를 지난달 10일 구성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24일까지다.

문 총장 임기
7월24일까지

후보추천위는 당연직 위원 5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이뤄진다. 법무부는 후보추천위 구성에 이어 지난달 13일부터 20일까지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를 천거받았다. 개인이나 법인, 단체 등 누구나 법무부장관에게 서면으로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를 천거할 수 있다. 

다만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는 검찰청법 규정에 따라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있어야 한다. 후보추천위는 심사 대상자를 상대로 적격 여부를 심사한 뒤 법무부 장관에게 최종 후보자를 3명 이상 추천한다. 법무부장관은 후보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검찰총장 후보자를 제청한다.

현재까지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59·23기) 서울중앙지검장, 이금로(54·20기) 수원고검장, 김오수(56·20기) 법무부 차관 등 7명이 1차 심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후보자
3명으로 압축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는 최근 윤 지검장, 이 고검장, 김 차관을 비롯해 황철규(55·19기) 부산고검장, 조희진(57·19기) 전 서울동부지검장, 봉욱(54·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조은석(54·19기) 법무연수원장 7명을 두고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모두 인사검증 절차에 동의했다고 전해진다. 당초 거론됐던 검찰 외부인사는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차기 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인물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파격 인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윤석열 대 다른 후보군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검찰 내 조직 안정을 고려해 고검장급인 사법연수원 19·20기 사이서 문 총장 후임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로 정부와 검찰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다시금 윤 지검장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윤 지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박영수 특검 수사팀장을 거쳐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정 농단 사건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등 주요 적폐사건의 수사를 사실상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청와대의 신뢰가 두터울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인물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이 지검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 이금로 수원고검장

[이금로]

법무부 차관이었던 이금로 수원고검장도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이 고검장은 문재인정부서 초대 법무부 차관을 맡아 검찰개혁의 밑그림 그리기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의 탈 검찰화’가 한창 진행되는 과정서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가 나름대로 매끄러웠던 데는 이 고검장의 역할이 컸다고 보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

이 고검장은 최근 윤 지검장이 영전할 것으로 알려졌던 초대 수원고검장을 맡으면서 현 정부의 신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의 평가도 후한 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대검찰청 수사기획관과 기획조정부장을 거치는 등 요직을 맡아왔던 이 고검장은 지난 정권 실세로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현 총장 임기만료 앞두고 선출절차 시작
후보자 7인 심사 대상…현미경 인사검증

지난 2015년 인천지검 지검장으로 발령받은 뒤에는 이른바 ‘주식 대박’으로 논란을 빚었던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의 특임검사로 임명돼 수사를 지휘했다. 

이 고검장은 충북 증평 출신으로 청주 신흥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왔다.
 

▲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김오수]

금융감독원장으로 물망이 올랐던 김오수 법무부 차관도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이다. 김 차관은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서울서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서울고검 형사부 부장, 대검 과학수사부 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5년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창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부인의 편·입학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일하던 2009년에는 대우조선해양 남품 비리,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등의 수사를 지휘했다. 

김 차관이 지난해 금감원장 후보에 오른 데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인연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관과 조 수석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강기정 전 의원 등과 고교 동문이다. 


김 차관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광주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 황철규 부산고검장

[황철규]

황철규 부산고검장은 아시아 최초로 국제검사협회 차기 회장으로 당선된 ‘국제통’이다. 한국 검찰과 국제 검찰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한국 검찰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가 많다. 

황 고검장은 지난 4월5일 노르웨이 오슬로서 개최된 국제검사협회 집행위원회서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아시아 지역 검사가 국제검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것은 처음이다. 황 고검장은 “국외 불법은닉재산 환수와 국외 도피자 검거, 증거 교환 등에 대한 각국 검찰 간 형사공조를 대폭 강화하고 검찰 관련 법과 제도를 공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완수할 인물 우세
거론된 외부인사 모두 탈락

1995년 출범한 국제검사협회는 전 세계 180개 국가 검찰이 가입한 검사 간 국제기구로 사무국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특별협회 지위를 부여받아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 등과 협력하는 유일한 기구다. 


황 고검장은 서울 출신으로 명지고와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 조희진 전 동부지검장

[조희진]

검찰 내에서 늘 ‘여성 1호’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조희진 전 동부지검장도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 지난 2017년 조 지검장은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으로 임명됐다. 

조 지검장은 지난 1990년 검찰에 임용됐으며 2013년 여검사로는 처음으로 검사장이 됐다. 조 지검장은 1962년 충남 예산서 태어나 서울 성신여고과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2004년 국내 첫 여성 부장검사, 2010년 지청장을 거쳐 2015년 국내 최초의 여성 검사장으로 제주지방검찰청서 근무했다.  

조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 여성정책을 연구하고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에는 여성폭력에 관한 국내외 판례를 연구한 <여성과 법>을 발간했고, 여성범죄실태분석, 아동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양형분석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7년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받기도 했다. 

[봉욱]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라이벌로 불렸던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차기 검찰총장 후보다. 서울동부지검장이었던 그는 겸손하고 온화하면서 소탈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기획 역량과 특별수사 능력을 겸비한 인물로, 강한 업무 추진력과 함께 뛰어난 설득력을 갖추고 있어 선후배 검사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이나 태광그룹 관련 비자금 수사 등을 맡아 기업형 범죄 수사 당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대검 연구관을 포함해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 대검 정책기획과장, 대검 공안기획관 등을 맡았으며 서울 서부지검 차장검사, 부산 동부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봉 차장은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 19기 사법연수원 동기, 29회 사법고시 합격 등 공통점이 많다. 연수원 19기 내에서도 우수한 성적이었고 검찰에 투신했다는 점에서 우 전 수석과 자주 비교됐다. 
 

▲ 조은석 법무연수원장

[조은석]

조은석 법무연수원장도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 조 원장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 광덕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조 원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과 대검 공판송무과장, 국가수사개혁단 대변인,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를 거쳐 2009년 대검 대변인 등을 지냈다. 이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와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대검 형사부장, 청주지검장을 거쳤다.

조 원장은 매사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업무 능력과 기획·분석력이 탁월하며 추진력이 강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보유했다는 평이다. 자기 절제력이 강하고 합리적인 판단력과 소신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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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