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부와 대립각’ 이재웅 쏘카 대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9 08:43:00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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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다하는 요즘 사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택시업계와 ‘타다’의 갈등이 금융당국 수장과 혁신기업 대표 간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웅 쏘카·타다 대표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간 설전이 뜨겁다. 특히 이 대표는 최 위원장을 향해 “(총선) 출마하시려나?”라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 이재용 타다 대표

두 사람의 설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 22일. 최 위원장이 은행연합회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해 “정부는 혁신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서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는 계층을 보듬고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이 대표와 같은)혁신 사업자가 오만하게 행동하면 혁신동력이 오히려 약화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무례, 이기적”     
“출마하시나?”

앞서 이 대표는 타다 서비스와 관련해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으며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택시기사들이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타다를 중단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억지는 그만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최근 타다 대표라는 분(이재웅 대표)이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을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혁신 과정서 피해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냐’는 식의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너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타다 서비스에 반대하면서 70대 택시기사가 분신자살을 하고 택시업계가 이를 계기로 타다 서비스 중단을 격렬하게 요구하자, 이 대표가 ‘죽음을 이익에 이용하지 말라’며 쓴소리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혁신사업자도 혁신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기존 법과 질서 안에서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분들을 향해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혁신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하면 자칫 사회 전반적인 혁신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모빌리티플랫폼 관련 부처도 아닌 금융위원장이 현재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해 큰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 위원장의 기사를 링크하며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며 “어찌 되었든 새겨듣겠습니다”고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타다’ 두고 최종구와 옥신각신
3자까지 개입 가시 돋친 설전  

최근 차량공유서비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이 대표이기에 주무부처나 관계부처도 아닌 최 위원장의 발언이 다소 정치적인 의도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속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성장본부’ 민간위원장을 맡아 함께 일했지만, 올해 초 “한계를 느꼈다”며 위원장직을 사퇴한 바 있다.    

설전은 그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위크 2019’ 개막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제기한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어제 제기한 문제를 그렇게 비아냥거릴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답변할 기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어제 한 말의 의미를 오늘 (핀테크위크)연설에 담았다”며 “정부가 민간 혁신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해서 삶에 대한 위협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날 연설서 최 위원장은 혁신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핀테크와 금융혁신을 향한 경주서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페이스북에 게재한 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는 “주무부처 장관도 아닌데 제 주장을 관심 있게 잘 읽어봐 주셔서 고맙다”라며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공유경제 선두
택시업계 반발

이어 “전통산업이나 관련 종사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고 거기에 혁신산업도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통산업을 잘 보듬어주고, 혁신산업은 놔뒀다가 혁신산업이 잘되면 세금을 많이 걷고, 독과점 산업이 되면 규제하거나 분할하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훈수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서 혁신산업이 전통산업을 도울 게 있다면 도와야 한다는 게 자신의 지론”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3월 정부와 여당,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의 갈등이 타다 서비스를 매개로 재점화된 모양새다.

개인택시기사 안모씨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시청광장 인근서 자신의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안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안씨의 택시 위에서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말 국회 앞에서 한 택시기사가 분신을 하고 올해 1월과 2월 연이어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뒤 네 번째다. 앞서 벌어진 택시기사의 분신은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대한 반발이 주된 내용이었다. 

택시기사의 희생이 많아지자 정부와 여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고 카카오 카풀 서비스의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마련했다. 이렇게 차량공유서비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지만, 타다에 대한 반발로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택시업계가 타다에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대여한 자동차를 이용해 유상으로 운송 사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렌터카를 사용하는 타다는 위법이라는 게 택시업계 주장이다. 또 정부가 이를 허가해주면서 차량공유서비스 업계에 암묵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장이
도대체 왜?

타다가 점차 사세를 확장해가자 택시업계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광화문광장서 집회를 열고 “타다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여객운송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를 묵인한 채 오히려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회에는 무려 전국 택시기사 1만명(집회 측 추산)이 모였다. 

이에 이 대표는 최 위원장과 설전의 발단이 된 문제의 발언인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대표는 2000년대 대한민국 인터넷 벤처신화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벤처 1세대를 이끈 다수 인사들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에 비하면 이 대표는 여전히 IT 벤처 업계서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1968년생인 이 대표는 인천 태생으로 이철형 전 한국종합건설 대표의 1남2녀 가운데 장남이다. 어릴 때 서울로 상경했으며 서울영동고등학교를 졸업, 1991년 연세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1994년 프랑스 파리 제6대 대학원서 인지과정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연구원 시절 ‘인터넷과 예술의 조합’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이 대표는 1995년 26세에 ‘포털 국산화’를 기치로 유학생활을 함께했던 지인들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1997년 무료 메일서비스인 한메일을 론칭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료 서비스였던 이메일을 무료 서비스로 처음 실시하면서 IT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99년에는 온라인 카페 커뮤니티를 선보였다. 같은 해 11월 이 대표는 다음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대표적 벤처1세대 기업인이자 벤처재벌로 발돋움했다. 

2000년 3월 온라인 쇼핑몰 ‘다음쇼핑’(현 디앤샵)을 오픈한 데 이어 독자적 뉴스 서비스인 ‘미디어 다음’, 온라인 자동차보험 ‘다음다이렉트자동차 보험’을 설립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당시 다음의 평가액은 1679억원에 이르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IT스타트업 벤처 1세대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

2000년 매거진 <아시아 위크> ‘디지털 엘리트’에 선정되고, 같은 해 11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미래를 이끌 세계 지도자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2003년 제2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에 선정됐으며, 2004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2004년 8월 미국의 인터넷 포털 라이코스 인수합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같은 해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2005년 이후 후발주자인 ‘네이버’에 포털 선두 자리를 내주고 자회사들의 부실이 커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2007년 창업한 지 12년 만에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경영 일선서 물러났다. 2008년 6월 다음을 퇴사해 다음의 대주주 지위(2012년 10월 현재 16.3%)만 유지하다가 2014년 10월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면서 주식의 대부분을 매각했다. 현재는 3.3%의 지분만 갖고 있다.
 

2008년 사회적 벤처 후진 양성을 목적으로 한 소셜 벤처 업체 소풍을 설립하고, 강연활동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2011년 소풍을 통해 제주도서 카셰어링업체 쏘카의 사업 초기비용을 지원했다. 이후 쏘카의 가치는 30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18년부터 쏘카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언론 등 외부 노출을 꺼리는 ‘은둔형’으로 알려졌으나 SNS 등을 통한 사회적 발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젊었을 때 체 게바라와 촘스키의 서적을 감명 깊게 읽었고,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등 정치적으로는 나름대로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1월 트위터를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SK그룹 총수 일가 수사와 관련해 탄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 “배임, 횡령, 비자금이 기업가 정신이랑 무슨 상관인가”라며 “전경련은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평양서 개최된 2018 남북정상회담서 경제인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북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정부서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직을 맡았지만, 넉 달 만에 사퇴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신성장본부장직에 위촉돼 그해 12월 사퇴했다. 

“후진 양성”
활발한 행보

사퇴 당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 정책에 공유경제 모델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공유경제는 소득주도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성장 정책인데, 아무런 진전도 만들지 못했다”며 “기존 대기업 위주의 혁신성장 정책을 크고 작은 혁신기업과 함께하는 정책으로 방향전환을 하도록 만들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박창민 기자cm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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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