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십년감수한 여영국 창원성산 당선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09 09:05:37
  • 호수 12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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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대역전’ 극적으로 여의도 입성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개표 마감을 불과 0.02% 남겨둔 상황서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결과가 뒤집혔다. 끈질긴 추격 끝에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결국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정의당이 극적으로 고 노회찬 의원의 자리를 지킨 것이다. 
 

▲ 여영국 당선인 ⓒ정의당 캠프

지난 3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서 정의당이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성산 탈환에 성공했다. 노회찬 재단의 이사인 여영국 후보는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중앙선거관리 위원회에 따르면 여 당선인은 개표가 완료된 오후 11시30분 기준 4만2663표를 얻어 득표율 45.75%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4만2159표를 얻어 득표율 45.21%로 2위로 내려앉았다. 

4만2663표
4만2159표

4·3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시 성산구 결과는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3일 저녁 8시30분께 개표가 시작된 이후 밤 11시24분까지는 줄곧 강 후보가 앞섰다. 최대 2000표 이상 앞서기도 했다. 단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밤 11시24분 개표율 99.98%를 기록하는 순간 순위가 뒤집혔다. 계속 2위를 달리던 여 당선인이 강 후보를 역전해 1위로 올라섰다. 결국 여 당선인이 4만2663표를 얻어 4만2159표를 얻은 강 후보를 504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투표율은 0.5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굳은 표정으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여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을 쏟았다. 함께 지켜보던 당직자들은 “여영국”을 소리쳐 부르며 환호했다. 

앞서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오후 10시가 넘어도 역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우리의 힘이 부족해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며 패배를 인정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여영국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이 승리는 위대한 창원 시민의 승리이다. 권영길, 노회찬으로 이어온 진보정치의 자부심에 여영국을 넣어줘서 감사하다. 총선을 1년 앞둔 이번 선거를 통해 제1 야당으로 교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는 반칙 정치, 편가르기 정치에 대해 창원 시민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앞으로 국회서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국회를 개혁하겠다.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데 온 힘을 바치겠다. 오로지 국민과 민생만 바라보고 전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줄곧 한국당 후보에 뒤지다
개표 0.02% 남겨두고 역전승

이번 보궐선거서 창원시 성산구의 유권자는 18만3934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9만4101명이 투표해 투표율 51.2%를 기록했다. 민중당 손석형 후보(3540표·3.79%),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3334표·3.57%),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838표·0.89%), 무소속 김종서 후보(706표·0.75%) 순이었다. 

경남 통영고성 지역구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개표율 80%을 넘은 오후 11시45분 기준 3만7711표(59.19%)를 득표해 당선이 확실시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2만3306표(36.58%)로 2위를 차지했다. 정 후보와 양 후보는 개표 시작부터 끝까지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이날 함께 치러진 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 경북 나·라 선거구는 한국당이, 전북 전주 라 선거구는 민주평화당이 승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현황에 따르면 오후 10시30분 기준 전북 전주시 라 선거구서 민주평화당 최명철 당선인은 총 투표수 7157표 중 3104표(43.65%)를 획득하며 전주시의원 배지를 거머쥐었다. 2위인 민주당 김영우 후보자(2143표·30.14%)를 961표 차로 따돌렸다. 

경북 문경 나 선거구에서는 한국당 서정식 당선인이 총 투표수 8900표 중  5069표(57.25%)를 얻어 당선됐다. 이어 무소속 신성호 후보(2258표·25.50%), 민주당 김경숙 후보(1057표·11.93%)가 뒤따랐다. 

문경 라 선거구에서는 한국당 이정걸 후보가 당선됐다. 총 투표수 6723표 가운데 62.03%(4137표)를 얻었다. 무소속 장봉춘 후보는 2532표(37.96%)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4·3보궐선거는 사실상 무승부로 끝났다. 경남 창원성산에선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 후보인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경남 통영고성에선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승리했다. 보수와 민주진보 진영이 나란히 1석씩 나눠 가졌다. 득표수와 정국 등을 고려하면 정당별 셈법이 복잡하다는 분석이다. 

노회찬 정신
이어받는다

4·3보궐선거 결과는 범여권과 야권이 각각 1대 1로 마무리됐지만 여권에서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비토(Veto: 거부권)  표심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한 경남 창원성산의 경우 진보 진영 후보가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신승을 거뒀다.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 통영고성에서는 예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한국당은 이번 보궐선거를 일찌감치 ‘문재인정권 심판’으로 규정하고 선거 기간 내내 정부·여당의 실정을 파고드는 데 전력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통영고성 지원 유세서 거듭 ‘경제 폭망론’을 꺼내며 “정점식 후보를 뽑아 망가진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구에만 국회의원 후보를 낸 민주당은 양문석 후보 지원을 위해 ‘예산 폭탄’ 공약 등 집권당 메리트로 승부했지만 끝내 표심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성산에서는 정의당과 민주당이 ‘정치공학적 단일화’라는 비판 속에서도 여 당선인을 단일 후보로 내세워 합동 작전을 펼쳤다.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숨을 죽이며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개표 중반까지 밀리던 여 후보는 개표 막판에서야 극적인 역전을 이뤘다.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서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했음에도 고전한 것이다. 탈원전 정책 등 정부의 경제 실정이 지역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한국당의 심판론 공세가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우리로선 선전한 선거”라고 자평했다. 

사실 이 선거구는 한국당에게 불리한 요소가 있었다. 정의당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당은 막판에 ‘축구장 선거유세’ 논란에 휩사이며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검증하는 첫 번째 무대이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패배하면 황교안 책임론 나올 것(4월3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란 예측이 나올 정도였다. 여기서 한국당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면서 황 대표는 체면을 세우게 됐다. 

여당 입장에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민주당에겐 민생 법안 처리와 청와대의 인사검증 논란 등 야당을 넘어야 풀 수 있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선거 결과와 관련해 민심을 잘 살피겠다”고 했다. 

옐로카드를 받은 여권은 국정운영 기조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서 전국적인 압승을 거둔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민심의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당장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경제 정책에 대한 일부 전환 또는 대대적인 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당내서 나온다. 앞으로의 현안을 두고 당내 여러 계파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공개적으로 쏟아져나올 가능성도 있다.

진보 정당서 
한 우물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여야, 어느 한쪽으로도 쏠리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서 총선까지 정국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당장 한국당은 인사 참사의 책임을 물으며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 검증 라인의 교체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요구를 이어갈 전망이다. ‘진보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창원성산에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여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정의당은 다시 교섭단체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나면서 원내교섭단체(20석)의 지위를 잃었던 정의당은 다시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으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졌다. 향후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 다시 부활해 국회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과 함께 4당 교섭단체 체계로 국정 전반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6년 노회찬 전 의원이 창원성산 국회의원 후보일 때 상임선대본부장으로 활동한 여 당선인는 “노회찬 정신을 이어받아 책임지고 노 전 의원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며 “민주평화당(14석)과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면 20대 국회의 가장 개혁적인 교섭단체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 당선인은 정의당 소속 정치인. 민선 5·6기 경상남도의원을 지냈으며, 제20대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현재 정의당 경남도당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1965년 1월28일(양력) 경상남도 사천군(현 경상남도 사천시) 축동면서 태어난 그는 구호국민학교, 축동중학교,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해 창원대학교를 졸업한 뒤 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노회찬 지역구 정의당이 지켰다 
여야 무승부…총선까지 힘겨루기

여 당선인은 1983년에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에 입사했으나 일상적으로 많은 문제를 겪었다. 동료들이 겪는 부당함을 모른 채 할 수 없었던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여 당선인은 노조 활동으로 구속 및 해고됐다. 

여 당선인은 당시 노동운동을 하면서 고 노회찬 의원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1987년 8월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만나 금속연맹, 금속노조에서 함께 활동하며 노동문제를 해결해왔다. 1989년 금성사(현 LG전자)와 효성중공업 노조 투쟁지원으로 다시 구속됐다. 

여 당선인은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하다 수배된 후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투쟁으로 또 다시 구속됐다. 하지만 1986년 통일중공업과 1990년 금성사, 효성중공업 노조 투쟁 지원으로 구속된 사건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조직국장을 맡아 노조활동을 펼쳤던 그는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여 당선인은 2000년대 초 경남지역 ‘노동자 정치 실천단’으로 진보정치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2010년 제9대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소속으로 제도권 정치에 입문한 후 2014년 제10대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와 경남도의원에 당선됐다. 제10대 경남도의회에서는 유일한 진보정당 소속 도의원이었다. 단 한 명에 불과한 진보정당 정치인이었지만 기득권 정치인과 타협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여 당선인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지, 무상급식 폐지, 교육감 소환 허위 서명 사건에 맞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특히 무상급식 중단을 막아내고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주춧돌을 놓기도 했다. 청년발전기본조례를 제정해 경남 청년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고, 장애인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고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경남의 도시가스 요금 인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부 비토 표심
범여권 빨간불

도의원 시절에는 홍준표 전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교육감의 지위를 박탈하기 위해 홍준표 전 지사가 임명한 경남도의 고위 공직자, 산하기관장 등 공무원이 개입된 불법 서명 사건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당시 단식농성을 하던 여 의원에게 홍 전 지사는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막말을 내뱉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그는 홍 전 지사와 무상급식 폐지 철회 요구 등 사사건건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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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