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상임대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13 10: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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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공룡들 덤빌 테면 덤벼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기름값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조금이라도 싸게 주유하고자 알뜰주유소 앞에서 30분을 넘게 기다려보기도 하고 고작 몇 십원 할인받는 카드를 만들기도 한다. 누가 주유쿠폰이라도 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하지만 조금 싸게 넣는 다고해서 기름값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섰다.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보다 20% 싼 기름값을 목표로 하는 국민석유회사 설립 및 출범 소식을 알린 것.

 

 

국민석유회사 준비위원회 측은 이미 국민석유회사 홈페이지(http://www.n-oil.co.kr)를 마련해 차량 소유자 등 유류 소비자를 대상으로 1인 1주(1주 1만원) 갖기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준비위가 목표로 하는 초기 설립자금은 1000억원이며 이중 국민약정 목표액은 500억원이다.

국민석유회사 출범
20% 싼 기름 나오나?

국민석유회사의 목표는 현재보다 20% 싼 기름이다.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상임대표는 국내 차량소유자가 1600만명이 넘기 때문에 차량 소유자들이 1인 1주 갖기 운동에 동참만 해준다면 초기 설립자금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민석유회사 준비위원회 산하에 경영위원회 및 기술위원회를 둬 경영전략과 원칙, 향후 계획을 철저히 준비하고 석유는 물론 대체에너지, 환경문제 등에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기구들은 기존 정유사들 방해를 우려해 비공개로 운영할 방침이다.

사실 이 대표의 인생은 석유나 에너지와는 전혀 무관한 삶이었다. 1950년 전쟁 중에 충남 보령시 천북면에서 태어난 그는 굴속으로 피난을 가서 1년 가까이 설사병에 시달리는 등 인생을 시련으로 시작했다. 천북초등학교를 거쳐 예산중학교에 진학한 이 대표는 서울 성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0년 국민대 법과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 시절 대학생 아카데미활동, 고등학생 아카데미 지도위원, 흥사단 대학생 아카데미 전국연합회 총무부장과 대학생 서울 아카데미 회장으로 활동하는 한편 대통령선거 부정선거 감시단 활동에도 참여했다.

이후 1971년 학원병영화 반대 시위와 함께 교련지지 여론을 조작한 총학생회 사퇴요구 교내시위를 조직해 학생운동을 벌이다가 제적 처리 돼 군에 강제 입대했다.
논산훈련소로 강제 입영된 이 대표는 강원도 인제군 최북방 동부전선으로 보내졌다. 이 대표는 강제 입대 후에도 독재정권의 횡포에 맞서겠다는 기개를 잃지 않았는데 '유신정신함양 웅변대회'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상관의 지시를 거부하다가 삽자루로 머리를 맞아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 이상 참을 수도 기다릴 수도 없다”
캐나다·시베리아산 이용 기름값 20% 내린다

1974년 만기제대로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이 대표는 학생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배후인물로 지목되어 강제연행과 귀향조치가 반복됐다.
1977년 2월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한 이 대표는 학생운동과 강제입영, 강제연행과 귀향조치 등을 겪으면서 반독재민주화운동의 토대가 취약함을 느끼고 그해 '광민사(현재 동녘출판사)'라는 사회과학출판사를 설립했다. 광민사에서 출간한 20여 권의 책들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권의 필독서가 되었으며 민주화운동의 사상적 토대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이유로 광민사는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판매금지 등 출판탄압을 수차례 겪었다.

광민사 설립 이후 이 대표는 노동운동의 전국적 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1979년 극악무도한 탄압을 자행하던 유신정권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10·26 사건으로 무너지게 됐지만 그 혼란을 틈타 전두환 정권이 등장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새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은 계속됐다. 전두환 정권은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그 배후로 이 대표를 지목했고, 1981년 6월 수사요원들에게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분실로 끌려갔다.

학생운동 배후 지목
고문 끝에 사형 구형

이 대표는 당시 남영동 분실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과 수사요원들에게 모진 고문을 받았고 계엄법,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재판절차 후 사형이 구형되기에 이른다. 당시 그의 나이 32세로, 지난달 15일 31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이 난 이른바 '학림사건'이다.

국내외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탄원운동이 벌어졌고 그 노력으로 후에 진행된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대표적인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는 1986년 이 대표를 '세계의 양심수'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석방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한국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윤보선 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 박형규 목사, 명진 스님 등 각계 인사들이 그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각계의 노력 덕택에 이 대표는 1988년 10월, 8년 만에 석방되기에 이른다.

출소한 이 대표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편집실장을 맡다가 어렵고 소외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신문의 필요성을 느껴 1989년 10월 <전국주간노동자신문>을 창간, 격주간으로 발행했고 1999년 일간지로 전환해 <노동일보>를 탄생시켰다.


1996년 사회복지단체인 '인간의 대지'를 설립한 이 대표는 사회복지제도의 대안을 연구하기 위해 뒤늦게 고려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학교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면서 70세 이상의 무의탁노인을 돌보는 집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1년 3월 청와대에 들어가 복지노동수석을 맡게 됐고, 2002년 1월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됐다. 이 대표는 장관 재임 중 국민을 위한 보건복지행정 구현을 위해 애썼다. 특히 국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약값 인하정책을 추진하다가 국내외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로비와 반개혁세력에 밀려 2002년 7월 개각에서 장관직을 물러나게 됐다.

이후 이 대표는 점핑코리아연구소를 만들어 국가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인간의 대지 이사장을 맡아 복지활동에 정성을 쏟고 있다.
특히 사회의 빈곤층과 정직한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주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5대 거품 빼기 운동'을 추진 중이다. 5대 운동은 경제회생과 일자리, 행정개혁, 복지정비와 국민생활 안정, 보건 의료 구축, 교육 혁신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5대 핵심과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시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약값·기름값·휴대폰·카드수수료·은행금리 등 5개 항목은 정부의 감독 부실로 거품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적정한 이윤은 보장하되 거품은 걷어내야지 그대로 두면 국민생활 불안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렇다할 성과는 없었고 이 대표는 시장 참여를 통해 기름값부터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유4사 대응 심할 것
대책마련 이미 끝났다"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국민석유회사 설립추진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할 정도로 기름값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유사의 이익을 건드리지 않고 힘없는 유통업체만 건드리니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그간 5대 거품빼기 운동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시장 참여를 통해 기름값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 TF까지 만들어 가면서 기름값 안정 정책을 폈지만 TF가 친정유사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현재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 알뜰주유소 등으로 국민을 우롱했다"며 "더 이상 참을 수도 없고 기다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현재 기름값이 비싼 또 다른 이유는 비산 중질원유와 정제비 때문이다. 정유사마다 세팅되어 있는 고비용의 정제시설이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
국민석유회사는 값싼 캐나다와 시베리아의 저유황원유를 도입해 원가, 정제비, 운송비 절감으로 값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정유4사의 강력한 대응까지 예상하고 있다. 정유4사가 한국시장의 포화상태를 이유로 들어 신규회사 진입을 막고 있는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정유4사의 속내는 폭리를 항구적으로 보장받자는 의도"라며 "1년에 150만대 이상 차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재벌특혜가 아닌 독과점 폭리를 뺀 국민석유회사가 출범하면 시장상황은 바람직하게 급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민석유회사의 설립요구를 정치권력이 마냥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천600만 차량소유자 1만원씩 출자로 1천억 설립자금 목표
인터넷 약정운동 전개…각계인사 참여해 추진위원회 구성

천문학적인 자금조달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서는 SK의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이 대표는 "애초 SK도 3만5000배럴의 정제시설을 수백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으며 정부의 정책자금을 얻어 오늘의 거대석유회사로 컸다"면서 "국민을 위한,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국민석유회사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회사이니만큼 당연히 저리의 정책자금을 요구해야 되고, 필요하면 국민연금의 투자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국민석유회사도 추후에는 초심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국민의 회사인 만큼 투명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창립 후 경영 전문가를 공개 오디션 등의 방식으로 뽑겠다 ▲기술 정보 공개는 어렵지만 경영에 대한 사항은 전반적으로 공개하겠다 ▲대주주의 지배를 배제하기 위해 1인 소유 지분 한도를 3% 이내로 제한하고 1주의 가격을 1만원 이하로 해 광범위한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겠다 ▲각종 사업자조합, 신용조합, 법인 등의 참여를 적극 넓히되 지배주주화를 방지한다 등의 대책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반박했다.


500억원을 목표로 한 인터넷 약정은 지난달 21일 출범이후 일주일 만에 235억5000만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국민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초 준비위는 올해 말까지 인터넷 약정 캠페인을 진행하고 본격적인 창립 절차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창립시기가 꽤 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이 대표 행보 기대 집중

아직까지는 "되냐, 안되냐”를 놓고 말이 많지만 기름값 인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진 셈이다.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자본금 1000억원을 만들어야 하고 각계 인사들의 촉구도 끌어내야 한다. 결정적으로는 아직 정부의 설립허가가 나지 않았다.
한 평생 노동운동과 국민복지에 힘써온 이 대표가 산적해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이태복 상임대표 프로필>

▲성동고등학교 졸
▲국민대 법과 졸, 고려대 노동대학원 석사 졸, 순천향대 명예박사
▲1986년 흥사단 대학생 서울아카데미 회장
▲1977년 도서출판 광민사 설립
▲1989년 <주간노동자신문> 창간
▲2001년 그리스도신학대학교 객원교수
▲2001년 청와대 복지노동수석
▲2002년 보건복지부 장관
▲2003년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객원교수, 한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사)인간의 대지 이사장, 5대운동본부&5대거품빼기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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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