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상임대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13 10: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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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공룡들 덤빌 테면 덤벼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기름값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조금이라도 싸게 주유하고자 알뜰주유소 앞에서 30분을 넘게 기다려보기도 하고 고작 몇 십원 할인받는 카드를 만들기도 한다. 누가 주유쿠폰이라도 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하지만 조금 싸게 넣는 다고해서 기름값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섰다.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보다 20% 싼 기름값을 목표로 하는 국민석유회사 설립 및 출범 소식을 알린 것.

 

 

국민석유회사 준비위원회 측은 이미 국민석유회사 홈페이지(http://www.n-oil.co.kr)를 마련해 차량 소유자 등 유류 소비자를 대상으로 1인 1주(1주 1만원) 갖기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준비위가 목표로 하는 초기 설립자금은 1000억원이며 이중 국민약정 목표액은 500억원이다.

국민석유회사 출범
20% 싼 기름 나오나?

국민석유회사의 목표는 현재보다 20% 싼 기름이다.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상임대표는 국내 차량소유자가 1600만명이 넘기 때문에 차량 소유자들이 1인 1주 갖기 운동에 동참만 해준다면 초기 설립자금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민석유회사 준비위원회 산하에 경영위원회 및 기술위원회를 둬 경영전략과 원칙, 향후 계획을 철저히 준비하고 석유는 물론 대체에너지, 환경문제 등에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기구들은 기존 정유사들 방해를 우려해 비공개로 운영할 방침이다.

사실 이 대표의 인생은 석유나 에너지와는 전혀 무관한 삶이었다. 1950년 전쟁 중에 충남 보령시 천북면에서 태어난 그는 굴속으로 피난을 가서 1년 가까이 설사병에 시달리는 등 인생을 시련으로 시작했다. 천북초등학교를 거쳐 예산중학교에 진학한 이 대표는 서울 성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0년 국민대 법과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 시절 대학생 아카데미활동, 고등학생 아카데미 지도위원, 흥사단 대학생 아카데미 전국연합회 총무부장과 대학생 서울 아카데미 회장으로 활동하는 한편 대통령선거 부정선거 감시단 활동에도 참여했다.

이후 1971년 학원병영화 반대 시위와 함께 교련지지 여론을 조작한 총학생회 사퇴요구 교내시위를 조직해 학생운동을 벌이다가 제적 처리 돼 군에 강제 입대했다.
논산훈련소로 강제 입영된 이 대표는 강원도 인제군 최북방 동부전선으로 보내졌다. 이 대표는 강제 입대 후에도 독재정권의 횡포에 맞서겠다는 기개를 잃지 않았는데 '유신정신함양 웅변대회'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상관의 지시를 거부하다가 삽자루로 머리를 맞아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 이상 참을 수도 기다릴 수도 없다”
캐나다·시베리아산 이용 기름값 20% 내린다

1974년 만기제대로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이 대표는 학생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배후인물로 지목되어 강제연행과 귀향조치가 반복됐다.
1977년 2월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한 이 대표는 학생운동과 강제입영, 강제연행과 귀향조치 등을 겪으면서 반독재민주화운동의 토대가 취약함을 느끼고 그해 '광민사(현재 동녘출판사)'라는 사회과학출판사를 설립했다. 광민사에서 출간한 20여 권의 책들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권의 필독서가 되었으며 민주화운동의 사상적 토대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이유로 광민사는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판매금지 등 출판탄압을 수차례 겪었다.

광민사 설립 이후 이 대표는 노동운동의 전국적 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1979년 극악무도한 탄압을 자행하던 유신정권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10·26 사건으로 무너지게 됐지만 그 혼란을 틈타 전두환 정권이 등장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새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은 계속됐다. 전두환 정권은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그 배후로 이 대표를 지목했고, 1981년 6월 수사요원들에게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분실로 끌려갔다.

학생운동 배후 지목
고문 끝에 사형 구형

이 대표는 당시 남영동 분실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과 수사요원들에게 모진 고문을 받았고 계엄법,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재판절차 후 사형이 구형되기에 이른다. 당시 그의 나이 32세로, 지난달 15일 31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이 난 이른바 '학림사건'이다.

국내외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탄원운동이 벌어졌고 그 노력으로 후에 진행된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대표적인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는 1986년 이 대표를 '세계의 양심수'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석방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한국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윤보선 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 박형규 목사, 명진 스님 등 각계 인사들이 그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각계의 노력 덕택에 이 대표는 1988년 10월, 8년 만에 석방되기에 이른다.

출소한 이 대표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편집실장을 맡다가 어렵고 소외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신문의 필요성을 느껴 1989년 10월 <전국주간노동자신문>을 창간, 격주간으로 발행했고 1999년 일간지로 전환해 <노동일보>를 탄생시켰다.


1996년 사회복지단체인 '인간의 대지'를 설립한 이 대표는 사회복지제도의 대안을 연구하기 위해 뒤늦게 고려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학교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면서 70세 이상의 무의탁노인을 돌보는 집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1년 3월 청와대에 들어가 복지노동수석을 맡게 됐고, 2002년 1월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됐다. 이 대표는 장관 재임 중 국민을 위한 보건복지행정 구현을 위해 애썼다. 특히 국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약값 인하정책을 추진하다가 국내외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로비와 반개혁세력에 밀려 2002년 7월 개각에서 장관직을 물러나게 됐다.

이후 이 대표는 점핑코리아연구소를 만들어 국가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인간의 대지 이사장을 맡아 복지활동에 정성을 쏟고 있다.
특히 사회의 빈곤층과 정직한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주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5대 거품 빼기 운동'을 추진 중이다. 5대 운동은 경제회생과 일자리, 행정개혁, 복지정비와 국민생활 안정, 보건 의료 구축, 교육 혁신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5대 핵심과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시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약값·기름값·휴대폰·카드수수료·은행금리 등 5개 항목은 정부의 감독 부실로 거품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적정한 이윤은 보장하되 거품은 걷어내야지 그대로 두면 국민생활 불안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렇다할 성과는 없었고 이 대표는 시장 참여를 통해 기름값부터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유4사 대응 심할 것
대책마련 이미 끝났다"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국민석유회사 설립추진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할 정도로 기름값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유사의 이익을 건드리지 않고 힘없는 유통업체만 건드리니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그간 5대 거품빼기 운동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시장 참여를 통해 기름값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 TF까지 만들어 가면서 기름값 안정 정책을 폈지만 TF가 친정유사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현재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 알뜰주유소 등으로 국민을 우롱했다"며 "더 이상 참을 수도 없고 기다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현재 기름값이 비싼 또 다른 이유는 비산 중질원유와 정제비 때문이다. 정유사마다 세팅되어 있는 고비용의 정제시설이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
국민석유회사는 값싼 캐나다와 시베리아의 저유황원유를 도입해 원가, 정제비, 운송비 절감으로 값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정유4사의 강력한 대응까지 예상하고 있다. 정유4사가 한국시장의 포화상태를 이유로 들어 신규회사 진입을 막고 있는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정유4사의 속내는 폭리를 항구적으로 보장받자는 의도"라며 "1년에 150만대 이상 차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재벌특혜가 아닌 독과점 폭리를 뺀 국민석유회사가 출범하면 시장상황은 바람직하게 급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민석유회사의 설립요구를 정치권력이 마냥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천600만 차량소유자 1만원씩 출자로 1천억 설립자금 목표
인터넷 약정운동 전개…각계인사 참여해 추진위원회 구성

천문학적인 자금조달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서는 SK의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이 대표는 "애초 SK도 3만5000배럴의 정제시설을 수백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으며 정부의 정책자금을 얻어 오늘의 거대석유회사로 컸다"면서 "국민을 위한,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국민석유회사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회사이니만큼 당연히 저리의 정책자금을 요구해야 되고, 필요하면 국민연금의 투자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국민석유회사도 추후에는 초심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국민의 회사인 만큼 투명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창립 후 경영 전문가를 공개 오디션 등의 방식으로 뽑겠다 ▲기술 정보 공개는 어렵지만 경영에 대한 사항은 전반적으로 공개하겠다 ▲대주주의 지배를 배제하기 위해 1인 소유 지분 한도를 3% 이내로 제한하고 1주의 가격을 1만원 이하로 해 광범위한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겠다 ▲각종 사업자조합, 신용조합, 법인 등의 참여를 적극 넓히되 지배주주화를 방지한다 등의 대책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반박했다.


500억원을 목표로 한 인터넷 약정은 지난달 21일 출범이후 일주일 만에 235억5000만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국민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초 준비위는 올해 말까지 인터넷 약정 캠페인을 진행하고 본격적인 창립 절차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창립시기가 꽤 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이 대표 행보 기대 집중

아직까지는 "되냐, 안되냐”를 놓고 말이 많지만 기름값 인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진 셈이다.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자본금 1000억원을 만들어야 하고 각계 인사들의 촉구도 끌어내야 한다. 결정적으로는 아직 정부의 설립허가가 나지 않았다.
한 평생 노동운동과 국민복지에 힘써온 이 대표가 산적해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이태복 상임대표 프로필>

▲성동고등학교 졸
▲국민대 법과 졸, 고려대 노동대학원 석사 졸, 순천향대 명예박사
▲1986년 흥사단 대학생 서울아카데미 회장
▲1977년 도서출판 광민사 설립
▲1989년 <주간노동자신문> 창간
▲2001년 그리스도신학대학교 객원교수
▲2001년 청와대 복지노동수석
▲2002년 보건복지부 장관
▲2003년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객원교수, 한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사)인간의 대지 이사장, 5대운동본부&5대거품빼기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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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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