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해고노동자 최일배씨가 고발한 ‘막가파 코오롱’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03 13: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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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때 노래방가면 도우미와 잘 놀지 못해 잘랐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코오롱에 입사한 지 13년 만에 해고된 최일배(44)씨. 그는 “일은 잘해도 회식 때 노래방가면 도우미와 잘 놀지 못해서 잘랐다”는 기막힌 사유와 함께 투쟁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벌써 해고된 지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금에 와서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투쟁의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느낀 노동자의 저력을 생각하면 지금도 설렘과 함께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이 되살아난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달 26일, 지하철 4호선 정부종합청사역 4번 출구 앞에 위치한 농성장에서 그를 만났다.

“2005년 5월21일 78명이 코오롱에서 정리해고 됐습니다. 해고자 50명이 모여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벌인 지 8년째입니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중앙노동위원회, 법원 어느 곳도 우리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남은 16명이 생계팀, 투쟁팀으로 나뉘어 계속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더 이상 우리의 복직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정리해고의 사회적 병폐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희망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입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해고대상자 선정에 있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은 없었다. 최일배씨는 하루아침에 정리해고자로 선정된 것이 억울해 부서장에게 찾아가 해고 사유를 얘기해달라고 했다. 돌아온 답변은 “일은 잘해도 회식 때 노래방 도우미와 잘 놀지 못해서”라거나 “식당에서 밥을 많이 먹어서”라는 기상천외한 내용이었다.

“이는 그만큼 기준이 없이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람의 일생이 좌우될 수 있는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그런 식으로 쉽게 얘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죠.”

막가파식 정리해고에 의해 78명의 노동자는 그렇게 버려졌다. 대다수가 전임 조합간부와 현장에서 자기주장이 강한사람들이었다. 그 중 28명은 사표를 내고 50명이 모여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이하 정투위)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부당해고와 관련한 복직투쟁에 나섰다. 


“2004년 8월 말 근무형태가 변경되면서 실질임금 20%를 삭감하고 회사로부터 ‘구조조정을 안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 불과 석달 뒤 정리해고 협박과 함께 구조조정이 시작됐어요. 처음엔 1400명 구미공장 조합원 중 300여명을 구조조정 한다고 했는데 당시 430명이 희망 퇴직했죠. 목표치를 초과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협박을 멈추지 않아서 당시 노조 집행부가 임금을 15% 삭감했고요. 이렇게까지 노조 측에서 양보했는데 막가파식 정리해고를 단행한 코오롱의 행태를 알려내는 투쟁들을 해왔죠. 또 ‘경영상의 위기’라는 정리해고는 사실상 ‘노조 죽이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있어요.”

그 이후 정투위는 ‘지난한 투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8년 째 이어지는 투쟁으로 생계를 위해 많이 떠나고 지금은 16명만 남아 정투위를 끌어가고 있다.

복직을 요구하며 노조는 구미공장 송전철탑에서 농성을 벌였고, 코오롱 본사 로비를 점거하기도 했으며, 이웅렬 회장의 집에 조합원 10여 명이 담을 넘어 들어가 만나달라고 요구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경영 위기’ 이유로 해고…사실상 ‘노조 죽이기’
“우리 문제가 해결되어야 내 문제가 해결 된다”

지난 5월에는 3명의 조합원이 청와대 근처 타워크레인에서 11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안 해본 투쟁 없이 모든 걸 시도했다. 노동계의 깊은 고민을 함께하기 위해 올 초 ‘희망 뚜벅이, 희망광장’에 참여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나 집사람에게 경제적인 미안함 빼곤, 사실 정리해고 된 후 얻은 게 더 많아요. 일터와 집만을 오갈 때에는 무의미한 생활 속에서 회의감이 든 적도 있었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요. 그런데 투쟁을 이어오면서 전국을 다니며 주위에 힘들고 열악한 조건들의 비정규직 사업장들을 보고, 자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연대해주는 동지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들이 많아요. 아직 코오롱 복직투쟁이 연관되어 있긴 하지만 저희의 투쟁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작은 활동이라는 보람과 긍지가 크죠. 제가 할 일을 찾았다는 느낌이랄까요.”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사실상 원직복직의 확신은 없다. 그때마다 ‘그럼 무엇 때문에 투쟁을 하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땐 “우리로 인해 정리해고의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노동자의 억울함을 알려내는 것 정도의 역할은 했고, 앞으로도 하고 싶다”고 최씨는 답한다.


원직복귀가 최종목표이긴 하지만 정리해고 철회가 1차적인 목표다. 정리해고자라고 결정이 나면 죽을 때까지 전과자와 같은 해고자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정리해고 철회가 된다면 최소한의 명예는 되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최씨는 자신이 당하지 않으면 못 느끼는 현실에 아쉬워했다.

“막상 자신이 당하지 않으면 못 느끼는 현실이 바로 1%밖에 안 되는 자본들에게 당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당하지 않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데 노조 운동이나 활동들이 물론 정규직의 힘이 필요하지만 그것보단 바닥에 있는 열악한 동지들의 투쟁을 만들어 내는 것, 여기에 노조의 미래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정리해고노동자들의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 그리고 그들의 패배감과 노동운동의 위기. 이로부터 우리 사회 역시 한 켠의 짐을 안고 있는 노동자들은 오늘도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우물 ‘밖’ 개구리 되다

“결국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투쟁을 이어오면서 느껴요. 하나의 거점에서 함께 모여 공동의 소리를 내는 것이 결국 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길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죠. 과거에 비해 달라진 ‘노조투쟁’을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에도 힘을 얻어요. 오래 투쟁하고 있지만 ‘아직도’가 아닌 끊임없는 ‘관심’이 투쟁동력을 이끌어내는 힘이니까요. 물론 개개인의 문제로 싸우고 있지만 투쟁하고 있는 단위들이 모인 투쟁 속에서 분명 사회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믿고 있어요. 앞으로도 노동자들이 함께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더 많은 자리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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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