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김무성 한나라당 <직격인터뷰>

“이명박-박근혜 신뢰관계 깨져 있다”

김무성(한나라당·부산 남구을)의원은 누구와도 대화를 많이 나누는 정이 많은 정치인이다. 그리고 친화력이 강해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지키는 스타일로 지인들 사이에서 의리파로 통한다. 김 의원은 정치권 안팎에서 겉으로 풍기는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추진력과 돌파력을 갖춘 실리형 용장, 실무형 지장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재야부터 시작해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을 지낸 그는 풍부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 정치판의 맥을 짚고 있는 뉴리더 정치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할 경우 전쟁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 친박계는 지금 완전히 무장해제하고 있는데, 이 전 최고위원이 들어온다면 이쪽을 또 치려고 할 테니까 ‘또 전쟁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신발 끈을 동여매고 만약의 사태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판에 정치가 없는 것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복귀하면 친이계에서 우리가 본인들을 칠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를 공격할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상황을 설명했을 뿐이다. 이 상황에 대해 이 전 의원에게 직접 말한 적이 있다. 당신이 권력의 속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당신은 살아있는 권력의 2인자라고 말했다. 지난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주도했던 이재오, 경남 사천의 이방호, 경주의 정종복, 박형준까지 낙선된 것은 우리 국민이 그만큼 무서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조언할 것이 있다면.
▲ 대통령이 너무 효율을 따진다. 정치는 비효율의 극치다. 정치판에 와서 효율을 찾는다는 것은 정치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CEO(최고경영자)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지만 정치는 과정이 중요하다. 여의도 정치를 안 하겠다고 할 때부터 꼬였다. 이제는 잘 해나갈 것이다. 의회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어야 국정을 추진력 있게 끌고 갈 수 있다. 이제 그런 여건이 만들어졌다. 단, 너무 크면 깨질 우려가 있다. 힘으로 밀어부친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야당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의 첫 번째 수석을 모두 학자 출신으로 임용했다.
▲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정길 현 비서실장 두 분 다 교수 출신이다. 예전에 정보기관장, 검찰총장이 정치에 관여할 때는 비서실장이 빅3, 빅5의 하나였다. 지금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자리다. 절대로 서재에 묻혀서 살아온 학자 출신을 쓰면 안 된다. 정치는 거중 조정인데 학자는 자기고집대로 한다. 타협을 하지 않는다. 나쁘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학자 출신들은 생리적으로 그것이 안 된다. 김영삼 정권 때도 학자들을 썼다가 문제가 생겨 다 바꾼 적이 있다. 대통령께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대통령이 정치를 모르니 비서실장에 정치 전문가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맹형규 정무수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잘할 것이다.

- 지난해 10월 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그리고 12월에는 청와대 맹형규 정무수석과 단독으로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얘기가 오갔나. 
▲ 이상득 전 부의장과는 평소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에 못 만날 사이도 아니고 오히려 그동안 만남이 없었던 것이 이상한 것이다. 안부 인사 정도를 건넨 자리였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만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는 답답한 정국에 대해 서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자리 가지고 얘기하지 말자. 언제 우리가 자리 달라고 했느냐. 경선 끝나고 선대위를 구성할 때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 구성할 때, 취임후 조각과 개각 때, 단 한 번도 우리는 자리를 요구한 적이 없다. 어차피 같이 할 것이라면 꼬인 정국을 풀고 경제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이 감정을 풀고 같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한다는 요청을 전달했다.

- 홍준표 원내대표와 친이 세력이 ‘친박세력이 협조를 안 한다. 친박세력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 우리가 협조 안 한 것이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한국 정당사에 우리 같은 비주류가 있었나. 그럼 숨도 쉬지 말고 있으라는 얘기 아닌가. 비주류에게 공동묘지의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친박 무소속연대로 당선되었다.
▲ 공천을 받지 못했을 때 기가 막혔다. 마음은 두고 몸만 간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당을 떠났다. 주요 당직 특히 사무총장을 지내며 대선 승리의 기초를 닦아놓았는데 오히려 당에서 쫓겨났다. 내가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40번의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모두 이겼다. 박 전 대표의 업적이기도 하지만 내 업적이기도 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당선하면 조건 없이 한나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처음부터 선언했다. 친박연대에서 당수를 맡아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다. 과거에는 여당에 들어올 때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밥도 먹고 지역구 민원도 해결해줬지만 우리는 순수하게 들어왔다.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 더 이상 여한이 없다. 앞으로는 의원총회 등에서 과거 얘기는 안 할 참이다. 미래를 같이 잘 준비해나가자고 말할 것이다. 다음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나라당 공천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재오 ‘권력의 속성 잘 모른다’ 조언… 이재오 직접 만나기도
“정치는 비효율의 극치… 이명박, 너무 효율 따진다” 강조

 -박희태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화합형이고 경험도 많은 분이라 무난하게 당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당에 장애물이 많다. 이번 당직 인선 때도 고전했다. 본인은 탕평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중간에서 자꾸 브레이크를 걸었다. 아쉬워 휘둘릴 이유가 없다. 사심이 없으면 잘된다. (친박계인) 송광호 최고위원, 이성헌 사무부총장 등을 임명하는 것을 보니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3% 목표치가 잘못된 것이라며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라고 주장했다.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면 신뢰의 위기가 온다. 위기의 실체를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되지도 않는 성장률을 내놔 국민의 신뢰를 깨서는 안 된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내려섰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경제 위기 특별 대책 차원에서 정부에 워룸(War Room) 설치를 주장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청와대 지하벙커에 워룸이 만들어졌다.
▲ 다행스럽게도 청와대 지하벙커에 워룸이 마련되었다. 전시작전상황실 역할을 맡게 될 비상경제상황실은 총괄·거시, 실물·중소기업, 금융·구조조정, 일자리·사회안전망 등 4개 팀으로 구성됐으며 각 팀에는 총리실과 11개 부처에서 차출된 국장급과 과장급이 팀장과 팀원 등으로 각각 3~5명씩 배치됐다.

- 친이계가 계파모임을 활성화하고 있다.
▲ 계파가 없을 수 없다. 저쪽이 만들었다고 우리도 계파 모임을 만들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공부 모임은 몇 개 만들 것이다. 원래 모임은 끼리끼리 하는 것이지만 대통령 말씀대로 친박과 친이의 경쟁은 끝났다. 다음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헤쳐 모여’ 할 것이다. 누가 대선 주자로 떠오를지 모르지만 구도가 짜이면 본격적인 계파 모임이 새로 형성될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표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 악연으로 시작했다. 아버지가 1960년 장면 정권 때 민주당의 원내총무였다. 5·16이 일어나면서 쫓겨났다. 나는 박정희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 데모도 열심히 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이회창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있었다. 인상이 안 좋았다. 박 전 대표가 대표가 된 뒤 내게 당직을 제안했다. 그때 처음 박 전 대표와 대화했다. ‘뭘 믿고 내게 사무총장을 맡기느냐’고 말하니까 박 전 대표는  ‘나를 지켜봐 왔다’라고 말했다. 겪어보니 훌륭했다. 나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잘 안 변한다.
 
-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 상태는 지금 어떤가?
▲ 지금은 깨져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대통령이 실패하면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이미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있다.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화해해야 한다. 센 사람이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 이제 기반이 조성되었다. 맹형규 정무수석과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올해 안에 풀어야 한다. ‘박근혜’라는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 류우익 전 비서실장과는 대화가 안 되었다. 굉장히 심한 말을 하고 헤어진 적이 있다.

-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행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당분간 잊혀질 것이다. 지방선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이 행보할 것이다. 자꾸 드러나면 국민도 싫증낸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이 가까운 사람들하고 해보겠다고 하니 우리는 물러나 뒤에서 돕자는 입장이다.

- 부산 남구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 지난해 사업이 완료되는 용호만 매립지가 있고, 이미 완료되어 있는 백운포 매립지에 용호만 매립지는 공공용지가 약 7천평으로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딱 맞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바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상황이고, 백운포 매립지 역시 교통문제만 해결되면 최고의 조건을 갖춘 부지이다. 부산시와 국토해양부, 부산항만공사는 부산북항 재개발사업을 기존 부두를 활용하여 매립을 최소화하면서 친수공간과 조망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종합계획을 결정했다. 앞으로 중·장기계획에 자성대·5-8부두·영도 해안도 사업범위에 포함시켜 국제교류·휴양레저·해양과학산업단지 등으로 개발키로 할 계획이다. 정부의 10대 한국형 뉴딜프로젝트에 선정된 북항재개발사업은 ‘센트럴 베이(Central Bay)’란 이름으로 국제 해양관광 및 업무중심지로 개발된다. 전체 부지 46만여 평의 해양문화관광지구에는 오페라하우스·예술의 전당·워터파크 등이 들어선다.

- 부산·울산·경남 3개 권역의 상생·발전기구인 ‘한나라당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모임’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데 향후 활동 전망은.
▲ 부·울·경 국회의원모임이 한나라당 PK지역 전체 의원 모임을 통해 공식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5+2 광역경제권’ 구상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평가되는 부·울·경 국회의원모임은 부·울·경 3개 광역단체가 소(小)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공동발전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부·울·경 국회의원모임은 △동남권신공항 건설 △광역교통망 및 조선산업 광역클러스터 구축 △자동차와 기계부품 산업의 공동 발전 △동남권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해외사무소 공동이용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개인적으로는 낙동강 운하사업 추진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 지역구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18대 공약사업인 부산항 화물차휴게소 건립 사업을 지난해 4월 착공한 데 이어 부산환경공단 남부사업소 하수처리장 악취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인근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남부하수처리장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구청장과 시·구 의원, 주민 대표와 함께 남부하수처리장을 직접 방문해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를 통해 하수처리장에서는 으레 냄새가 난다는 환경공단 관계자들의 인식을 바꿔 주민고통을 덜어준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였다. 주민 감시단 구성에 합의해 단지 주민들이 현장을 방문해 감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수확이었다. 간담회 이후 허남식 시장에게 특별히 요구해 일단 시설 개선이 시급한 부분에 단기적으로 23억원을 투입하고 장기적으로 탈취기 자체를 활성탄 틸취기에서 미생물 탈취기로 바꾸는 데 18억원을 투입키로 해 오랫동안 악취로 고생하던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었다. 용호,대연천 등의 악취 문제는 지난 62년 매립으로 해수 흐름이 멈추면서 쌓인 오염물질로 인한 것인 만큼 근본적인 악취제거를 위해서 준설 공사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이미 확보한 예산 1억원으로 하반기에 조사용역이 시작될 예정이고 올해에 실시설계 예산 6억6000만원 등 약 4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반드시 확보해 최대한 빨리 해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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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