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행방불명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25 09:57:02
  • 호수 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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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더니…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의 지시자로 알려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도피성 출국을 한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미국 모처서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조 전 사령관의 행방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검찰이 인터폴에 신병확보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도대체 그는 어디에 있는 걸까. 

▲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박근혜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에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미국으로 출국한 뒤 지금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 측에 여러 번 귀국해 조사를 받으라고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내란음모 혐의
시간만 질질∼

그러자 군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 지난 1월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에 중범죄자에게 내려지는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합수단 측은 “인터폴에 수배 요청, 체류자격 취소 절차 진행 등 신변 확보를 위한 필요 조치와 함께 그의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 자진 귀국을 설득해왔다”고 말했다.

인터폴 수장인 김종양 사무총장도 조 전 사령관의 송환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인터폴이 한국 검찰의 공조 수사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KBS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것이 ‘정치’ ‘군사’ ‘종교’ ‘인종적’ 성격의 사건을 취급 금지한 인터폴 헌장 3조에 위배된다는 것.

조 전 사령관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미국 경찰이 나설 수 없다. 설사 체포되더라도 강제송환 불복 소송을 내면 시간이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 사실상 조 전 사령관의 신병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핵심 피의자에 대한 조사 없이 검찰 수사가 끝날 수도 있다. 

합수단은 지난해부터 다각도로 조 전 사령관의 귀국을 압박했지만,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16일 외교부는 조 전 사령관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외교부는 수사 당국으로부터 조 전 사령관의 여권에 대한 무효화 신청을 받아 여권 반납 통지를 했으나, 조 전 사령관이 응하지 않자 그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국방부는 외국에 1년 이상 체류하는 예비역 군인이 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매년 ‘신상신고서’를 제출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수사를 받지 않기 위해서 해외로 도피한 예비역에게는 연금을 절반만 지급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미국서 귀국하지 않는 조 전 사령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의로 수사를 받지 않기 위해 해외로 도피한 예비역들이 연금을 도피 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미국교민사회에서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한 현상금까지 내걸었으며 지난 1월엔 조 전 사령관을 찾는 현상금이 1만달러까지 올랐다.

북미민주포럼은 지난 1월17일(현지시각) “‘촛불시민들을 탱크로 뭉개겠다’는 기무사 계엄문건의 전모를 조현천 없이는 못 밝히게 된다”며 “북미민주포럼과 군인권센터는 미국 현지서 조현천의 거주지 파악을 위해 (제보) 현상금을 1만달러로 올린다”고 밝혔다. 

박정부 시절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어딨나’ 도피성 출국 1년 감감무소식 

이어 조 전 사령관의 행방에 대해 알려주면 1만달러 상당의 현상금을 주겠다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엔 조 전 사령관의 얼굴과 함께 ‘기무사 계엄 문건의 핵심으로 내란예비음모, 반란예비음모로 고발당한 상태’라는 글귀와 함께 ‘여권압수, 인터폴 적색심사 중에도 군인 연금을 받아가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북미민주포럼은 2018년 7월부터 조 전 기무사령관을 찾는 200달러 상당의 제보 현상금을 내걸고 그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7일 국군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 중인 합수단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오전 서울동부지검서 기자회견을 연 합수단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함께 고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등 8명에게는 참고인 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합수단은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TF 관련 공문을 기안한 기무사 장교 3명을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도 밝혔다. 기소중지는 검찰이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려운 경우에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처분이다. 다만 넓게는 불기소 처분이지만 수사 종결은 아니다. 
 

▲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떠난 뒤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 수사 후 공모와 혐의 유무를 판단해야 하는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 전 실장 등에 대해 조 전 사령관 위치가 확인될 때까지 참고인 중지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사령관은 경북 예천군 지보면 출신으로 1959년 2월12일(음력 1월5일)생으로 월탄초등학교, 지보중학교,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8년에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입학한 조 전 사령관은 1982년 임관했다.

작년 11월 
기소중지    

대령 시절에 제8기계화보병사단 제16보병연대장,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장을 지냈다. 준장으로 진급 이후에는 육군인사사령부 인사운영처장, 육군본부 인사기획처장을 거쳤다. 그는 소장 진급 후에 제8기계화보병사단장 ,육군학생군사학교 학교장, 국군사이버사령관에 올랐다. 

2014년 10월에는 장성 정기인사에서 선배인 37기 이재수 중장에 이어 기무사령관이 됐다. 청와대와 연결된 인맥이 없다고 알려져 대통령 독대에 좀 더 직언을 던질 수 있어서 뽑혔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전 커리어를 보면 기무사 경험이 없고 직무상으로는 인사통 출신이다. 그러나 알자회에 인맥이 있었다는 것이 후에 드러난다. 사조직 출신이 기무사령관에 오른 건 23년 만의 일이었다. 

알자회는 옛 하나회와 함께 군내 불법 사조직으로 알려져 있으나, 하나회에 가려 그 존재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알자회는 하나회 숙청 작업 당시 적발돼 같이 청산됐는데 회원들은 불법 사조직에 가입한 대가로 진급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하나회가 10여년간 대한민국을 장악한 것과 달리 알자회는 34기(1978년 임관)부터 43기(1987년 임관)들로 구성돼 해체 당시 가장 상위 계급자가 중령 수준이었다. 회원들은 진급에 불이익을 받아 대령을 2차로, 중장을 3차로 진급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당시 군인사에서 최순실과 알자회가 조 전 사령관을 차기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했다는 설이 폭로됐다. 현역 3군사령관 37기 엄기학(비알자회) 대장을 합참의장에 올려놓은 뒤, 기무사령관 38기 조현천(알자회) 중장을 참모총장에 취임시키고,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41기 장경수 소장을 수방사령관에 취임시켜 특전사령관 41기 조종설 중장과 함께 핵심 보직들을 차지함으로써 알자회가 군을 장악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잡을 수 있나
어떻게 잡나

폭로가 사실이라면 최순실과 알자회는 2017년 상반기 군인사를 통해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전사령부, 항공작전사령부를 모두 장악하려 한 것이다. 이는 과거 군사정권 시기 하나회가 지속적인 정권 유지를 위해 핵심 보직을 하나회끼리 차지하면서 군을 철저하게 장악한 방식과 유사하다. 정권 이임을 앞둔 정권 말기에 이러한 군인사를 감행하려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쿠데타를 일으킬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폭로 문건서 조 전 사령관을 참모총장으로 내정했다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첫째 육군참모총장은 통상 대장으로 진급한 후 야전군사령관이나 연합사부사령관을 거친 뒤 보임되는 대장 2차 보직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현대 구조가 정립된 이래 노재현, 이희성, 박흥렬, 임충빈, 한민구, 김용우 총 6명의 경우밖에 없는 흔치 않은 일이다. 

둘째 조 전 사령관은 인사 관련 보직만 맡아왔기 때문에 중장 계급서 군단장 보직을 거치지 않았다. 대장 진급을 위해서는 중장 시절 군단장급 지휘관 보직을 거치는 것은 필수며, 이를 거치지 않고 대장으로 진급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기무사령관의 대장 진급이 드문 데다가 대장 1차 보직도 거치지 않았고, 심지어 군단장도 거치지 않아 중장 계급서 전역해야 할 인사 특기자인 사조직 출신 인물을 참모총장에 올린다는 발상은 당연히 군내 외에 반발과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참모총장 내정설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계엄령을 전제한다면 이 발상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인터폴 수배 거절…강제송환 난항
재미교포사회 포상금 1만불 상향

조 전 사령관은 중장 보직도 한 번밖에 수행하지 않았다. 보통 육군 대장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중장 시절에 군단장과 합참본부장 또는 육군참모차장을 거치는 게 보편적이다. 육군본부 소속 사령부 사령관(군수·교육·인사), 교육분야(육사교장·국방대 총장), 야전군 부사령관은 진급이 사실상 힘들고 거의 전역 대기역이다.

조 전 사령관은 중장 진급 후 기무사령관을 지냈을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장 진급, 심지어 참모총장에 임명되면 군사정권 이후 가장 파격적인 인사가 될 것이었다. 중장 진급부터는 근속연수 수가 없지만 2개 보직 이상 지내야 보통 진급이 가능하다.
 

게다가 조 전 사령관 말고도 진급할 군인사는 많았다. 무엇보다도 정권이 바뀐 후 알자회 소속들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높았다. 동기인 김용현 합참작전본부장, 정연봉 육군참모차장, 최병로 육군사관학교장과 같은 이들은 조 전 사령관과 달리 야전 지휘관 출신들이다. 조 전 사령관의 동기이자 같은 알자회 출신인 임호영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이 대장으로 진급할 때 잡음이 없었던 건 그가 제6보병사단장, 제5군단장, 합참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정통 야전 지휘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각을 전제로 계엄령을 발동하려고 계획한 의혹도 있다. 군 병력을 투입해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려는 계획을 구상한 기무사령부 문건이 공개됐다. 탄핵정국 당시 쿠데타를 막아야 할 기무사령관이 친위 쿠데타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것으로 이는 내란모의다. 뿐만 아니라 애초 계엄령 및 위수령 권한은 합동참모본부에 있다.

군인권센터는 조 전 사령관을 비롯해 한민구·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등을 내란음모,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알자회 멤버
최순실 사람?

조 전 사령관의 자녀와 형제 10여명 중 대부분은 미국 시카고 등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친의 묘도 이장해 모두 미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사령관의 형은 미국 시카고한인서부교회의 목사며, 다른 형제들은 미국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사령관은 합수단 수사가 진행되던 중 주변 지인에게 살아서는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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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