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과 도박, 그리고 판돈 막전막후

하룻밤 수십억 왔다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돈이 많은 기업인들은 상대적으로 도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밑천이 두둑하기 때문. 이들이 거는 액수는 보통 사람이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액수인 경우가 많다. 하룻밤 새 판돈이 수천억에 달하는 도박판이 부지기수다. 서민들을 허탈감에 빠뜨리는 기업인들의 도박 ‘사이즈’를 확인했다.
 

중견기업 오너 일가 2세 A씨가 원정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의 심판을 받았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과정서 회삿돈으로 밑천을 마련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판돈이 100억원에 달해 세간의 눈길이 쏠렸다.

판돈 수천억
서민은 허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지난달 29일 상습도박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견기업 A사의 최대주주 박모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횡령한 자금은 상당 부분 도박과 관련이 있다”며 “이번 상습도박의 규모와 방법을 감안하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간접적인 해악도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수사 초기부터 범행 대부분을 자백하고 반성했다”며 “횡령금액은 거액이지만 오랜 기간 횡령 후에 다시 돈을 채우는 과정을 반복하여 실제 피해금액보다 자금이 불어난 측면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회삿돈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필리핀 등 해외서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기업인들은 도박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기 쉽다는 점 때문에 도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서민층의 도박판과는 스케일 면에서부터가 다르다. 20년 전에는 100억원대 해외카지노 도박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7년 서울지검은 카지노서 거액을 빌려 도박을 한 혐의로 오종섭 대전 동양백화점 부회장과 박종섭 서울 강남구 스위스안경점 대표 등 4명을 기소했다. 오 전 부회장은 1996년 5월부터 1997년 6월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서 한국인 마케터 최모씨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355만달러를 빌려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그를 구속 기소했으나, 보석금 1억원을 내고 풀려났다. 당시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기도 했다.

동양백화점은 대전 지역의 향토기업으로 지역민의 오랜 사랑을 받았지만 경영난으로 한화갤러리아에 매각됐다. 오 전 회장은 2011년 향년 5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회삿돈 들고 도박판으로 ‘고∼’
필리핀 등 해외 원정도박 적발

김인태 경남종합건설 전 대표는 1997년 20만달러의 도박자금을 해외로 밀반출한 혐의로 도피행각을 벌이다 2002년 구속됐다. 김 회장은 마카오 등지서 수억원의 도박을 벌이며 외화를 반출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는 수차례 마카오호텔 카지노 등에서 원정도박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박 판돈 액수가 기업인치고 많다고 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지만 사건이 알려졌을 당시 IMF 등으로 전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 등으로 외화벌이에 나선 때라 국민들의 분노는 컸다.


김 전 대표는 50만달러를 빌려 도박을 하고 같은 해 12월 위조여권을 사용해 해외서 도피행각을 벌인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한때 재계 서열 3위였던 그룹의 회장도 도박 구설에 올랐다. 1978년 김창원 거화그룹 회장도 원정도박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은 1984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당시 23만달러를 카지노 도박으로 날린 혐의를 받고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거화그룹은 김 전 회장의 구속으로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열사 거화자동차와 신진자동차는 쌍용차와 대우차로 각각 매각됐다. 이후 주력 계열사들이 그룹의 품을 떠나면서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77년 7월 설경동 대한그룹 창업주의 차남 설원철씨가 대규모 도박판을 벌인 혐의가 드러났다. 설씨 등 6명은 상습도박을 벌이고 도박장을 개장한 혐의로 구속됐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중구 충무로 2가에 있는 L관광호텔서 하룻밤 새 1000여만원이 넘는 판돈을 놓고 포커를 쳤다. 모두 열두 번에 걸쳐 오고 간 판돈 총액은 2억8000만원에 달했다.

회사 어려워도 
카지노에 펑펑

당시 자장면 가격이 2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하룻밤 새 오고 간 판돈은 대략 75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당시 검찰은 도박판 현장에 급습해 미화 5199달러, 엔화 2만2500엔, 한화 110만원 등을 회수했다. 설씨는 도박 사건 이후 경영권서 멀어졌다.

설경동 창업주는 장남 설원식 전 회장에게 대한방직과 대한산업을 물려주고 3남에게는 대한전선을 줬다. 4남인 설원봉 회장은 대한제당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설원철씨는 대한방직과 대한산업의 고문직을 맡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적은 없다.

일각에선 당시의 도박 논란이 후계 구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한보그룹 역시 도박 스캔들이 있었다. 1997년 당시 정태수 총회장의 차남인 정원근 상아제약 회장은 1996년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도박으로 거액을 탕진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했다.

서울지검 회사부에 따르면 정 회장은 30만달러의 자금을 빌려 카지노 도박을 했다. 당시 외국환관리법에 따르면 1만달러 이상의 외화를 송금할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정 회장은 이를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이 도박 스캔들에 연루된 시기가 한보그룹이 경영난을 겪고 있던 와중이라 비난의 목소리는 높았다. 1997년 한보그룹의 주력 계열사 한보철강은 15억원의 자금을 해결하지 못해 부도가 났다. 이후 지급 보증을 섰던 다른 계열사가 쓰러지면 한보그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돈 많은 호구
설계자 타깃

여성 기업인도 도박판 스캔들에 연루된 적이 있었다. 1992년 검찰에 따르면 이춘자 한국광학 대표는 1987년부터 강남 일대서 벌어진 판돈 100억원 규모의 도박을 한 혐의로 수배자 신세가 됐다. 이 대표를 비롯해 도박에 빠진 도박꾼들은 하루 평균 300만∼1800만원의 판돈이 걸린 도박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7년에는 북악파크호텔의 기업인이 도박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구판서 북악파크호텔 회장의 4남 구상회(당시 37세)씨가 100만달러를 빼돌려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구씨는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서 대학을 졸업한 뒤 국내로 비디오테이프를 수입하는 사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악파크호텔은 70~80년 북악을 대표하는 호텔이었으나 1990년 중후반을 기점으로 쇠락의 길에 접어들어 2003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던 1966년에 하루 판돈 2000만원이 넘는 돈이 오간 도박판도 있었다. 당시 유화열 인천올림포스호텔 회장을 비롯해 전락원 구왕건설사 대표 등 3명이 대규모 카드 도박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 회장 일행은 호텔 등을 전전하며 도박판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 회장은 카지노를 이용해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유 회장은 사위 함양섭 회계계장이 손님으로 가장해 딜러가 보관 중인 게임용 칩을 현금으로 바꿔 수입금액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90년부터 3년 동안 14억3000만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았다.


후계자 밀리거나
회사 사라지거나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수억원대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2016년 항소심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박 회장도 정킷방서 도박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근수)는 2017년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 대한 항소심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외서 자금을 조달해가며 도박을 벌여 죄질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피고인의 연령·건강 상태와 범행을 반성하는 태도 등을 참작해 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2014년 2월부터 3월까지 마카오 한 호텔의 정킷방서 판돈 190만홍콩달러(약 2억6000여만원)를 베팅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4년 5월 서울 한 호텔서 고스톱 도박을 하던 이모(64)씨 등에게 2800여만원의 판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상습적으로 도박하고 도박 참여자들에게 도박자금으로 수백만원서 수천만원까지 대여해 이득을 취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논란이 된 점은 박 회장이 상습도박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이다. 앞서 박 회장은 2002년 상습도박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2013년 6월과 2014년 6~7월 총 3차례에 걸쳐 총 48억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해준 대가로 한 생수업체 대표로부터 4억946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돼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의 신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도 원정도박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2012년 3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마카오, 필리핀의 카지노 호텔에 설치된 정킷방서 100억원대의 도박을 한 것으로 보고 구속 기소했다. 정씨는 해당 정킷방서 한 판에 500∼2000만홍콩달러의 판돈을 베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대표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극구 부인하며 지루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지만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마무리됐다.

정 전 대표는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2심서 8개월로 감형됐다. 이후 검찰과 정 전 대표 측이 대법원 상고를 원치 않아 사건은 일단락됐고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재미 삼아…
두 번 세 번

재계의 한 관계자는 “도박판에 걸려 거액의 빚을 진 참여자가 다른 물주를 물색하는 조건으로 갚을 돈을 탕감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이런 과정서 기업인들이 주요 타깃이 돼 도박판에 참여하게 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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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