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대주주 일가 ‘판토스 거래’ 득실 따져보니…

‘남는 장사’ 팔아도 판 게 아니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그룹 수장에 오른 후 자신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던 판토스 지분을 미래에셋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래에셋 사모펀드에게 넘긴 매각가. 비상장사 판토스 19% 지분의 매각가는 1450억원으로 책정됐다. 산술적으로 판토스의 모회사 LG상사의 25% 가까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액수다. 일각에선 구 회장 일가가 좋은 조건에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 구광모 LG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친족은 지난해 12월 판토스 지분 19.9%를 처분했다. 당시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코리아제이호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미래에셋 사모펀드)는 구 회장과 그의 친족 지분 19.9%를 매입했다.

1450억에 매각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해당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은 1450억원이었다. 해당 거래로 7.5%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구 회장은 546억4830만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구 회장의 친족인 구연경(4.0%), 구연수(3.5%), 구형모(2.5%), 구연제(2.4%)씨는 각각 291억원, 255억원, 182억원, 174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구 회장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긴 했지만 LG그룹의 판토스에 대한 지배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LG상사가 판토스의 지분 51%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판토스 지분 매각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구 회장과 애증 관계였던 판토스였기 때문에 관심이 더욱 모아졌다. 판토스는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이슈로 비판이 제기된 LG그룹의 계열사다.


특히 구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기 전 가지고 있던 계열사여서 승계발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법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규모기업집단 가운데 오너 일가 지분율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경우 해당된다. 

판토스의 경우 2015년 LG상사에 인수될 당시 구 회장이 7.5% 매입했다. 아울러 친족들이 지분 매입에 참여하면서 공정위 제재 대상 지분율의 0.01%포인트 모자른 19.9%까지 지분율이 올랐다.

40% 가까이 영업권 보장?
공정가치 감안하면 다를 수도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법인서 벗어났지만 비판에선 자유롭지 않았다. 판토스가 LG그룹을 대상으로 가져가는 일감이 높아서다. 

판토스는 LG그룹 물류계열사다. 해운과 항공화물운송업 등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7년 매출액은 3조6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2조9977억원에 견줘 20.6% 급증했다. 판토스는 LG그룹 계열사의 일감지원 속에서 성장했다. 당시 LG전자, LG화학 등과의 내부거래 총액은 2조8223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78.1% 비중이다.

판토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말이 나왔지만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꼼수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다. 구 회장과 그의 일가가 해당 지분을 처분하자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구 회장과 일가가 매각한 판토스 지분 가격이 공시되면서 매매가격에 대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구 회장 일가가 판토스 소유 지분을 비싸게 처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미래에셋 사모펀드와의 거래서 재미를 본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미래에셋은 구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는 판토스 지분 19.9%를 매입하기 위해 총 145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산술적으로 해당금액이면 판토스의 모회사 LG상사의 지분을 25% 가까이 매입할 수 있다.

LG상사의 지난 3일 종가 1만5050원 기준 시가총액은 5833억원이다. 이 기준에 따라 판토스 매매가격인 14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LG상사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총 24.85%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 점을 들어 구 회장 일가가 처분에 애를 먹을 수 있는 지분을 고가에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상사는 판토스보다 자산규모가 수배 크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판토스를 크게 웃돈다.

가장 최근 공개된 자산규모를 살펴보면 LG상사의 지난해 3분기말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5조3626억원이다. 반면 판토스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1조0567억원 수준으로 5.07배 차이가 난다.

너무 비싸게 지분 처분
“단순 비교로 평가 어려워”

같은 기간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역시 LG상사가 판토스에 비해 높다. LG상사는 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 12조8272억원, 영업이익 2122억원, 당기순이익 881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판토스는 연결 기준 매출액 3조6159억원, 영업이익 757억, 당기순이익 463억원을 각각 시현했다. 각 지표 모두 LG상사가 판토스를 크게 상회했다.

아울러 판토스를 장부상 가치 기준으로 평가하면 미래에셋 사모펀드는 상당한 액수의 영업권을 보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토스의 2017년도 연결기준 순자산은 4472억6575만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구 회장 일가 소유 지분율인 19.9%는 구 회장 몫으로 평가된다. 구 회장 몫을 계산하면 890억588만원. 구 회장이 매각한 판토스 지분 매매가(1450억원)에서 구 회장 몫의 순자산을 제하면 영업권에 대한 가격이 나온다.
 

이 경로를 통해 계산하면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구 회장 일가에 보장해준 영업권은 약 560억원이다. 전체 매매가 가운데 38.62%를 영업권으로 보장해준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판토스의 순자산 가치를 장부상 가치가 아닌 공정가치로 계산할 경우 판토스의 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경우에는 전체 매매가서 차지하는 영업권 보장 비율이 내려갈 수 있다. 따라서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구 회장 일가의 지분을 고가에 인수했다고 단정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미미한 차익


LG 관계자는 “판토스 주식 매도에 따른 세금 및 이자 비용 등을 감안하면 2015년 당시 매입 금액 수준으로 매도해 차익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LG상사의 지분 가치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현금 1450억원을 가지고 있다고 LG상사의 지분 25%를 매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물량이 시장에 출회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설령 매매 거래를 위한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져 매입 시 지분율이 예상보다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할인율을 적용받아 지분 가격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LG상사와 비교하는 것을 절대적인 지표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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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