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자동차 업계 곡소리

새해 벽두부터 경제 빨간불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근 자동차 업계의 시름이 늘고 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이 강행될 경우 이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일자리와 수출 경쟁력 제고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위기로 읽히는 상황이다. 파급효과가 경제 전반에 걸쳐 확대될 수도 있다는 재계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자동차 업계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업계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각한 후유증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유지해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은 지난 27일,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저임금근로자 보호보다 고임금 근로자에게 혜택이 집중돼 완성차 업체 등 대기업과 부품 중소기업 간 소득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국제 경쟁력을 훼손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재입법을 예고한 수정안에 대해 “우리 업계의 건의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수정안은 약정 유급휴일수당과 해당 시간을 동시에 제외하는 것으로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해, 당초 지적됐던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을 실효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는 “상여금 지급 시기 변경, 기본급 산입 등 임금체계 변경을 통해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잘못된 개정안의 부담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갑작스럽게 임금체계를 변경하는 것도 부담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동안에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누적돼온 임금체계를 단 6개월의 자율시정기간 내에 변경하도록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자동차업계는 수년 전부터 임금체계 변경 논의가 이어져왔으나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비용 7000억 발생
국가경쟁력 약화 불가피

대법원의 판단과 다른, 개정안 수정안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자동차 업계는 “근로 제공이 없는 법정유급휴일시간을 산정기준 시간에 포함한 고용노동부 자체 산정지침에 대해 대법원이 일관되게 무효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을 고수하는 것은 권한남용”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법정유급휴일시간 포함의 근거로 든 최저임금위원회의 월 환산액(209시간) 병기는 행정지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원은 이와 관련해 최저임금 환산을 위한 소정 근로시간 수에 주휴시간이 포함된다는 인상을 주는 만큼 사회적 혼선을 야기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산업현장의 209시간 적용도 최저임금 위반 단속 권한이 있는 고용노동부의 산정지침 강제에 따른 결과이므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통상임금 관련 행정지침이 법원 판결과 배치되자 법원 판결에 맞춰 설명 자료까지 내놨던 고용노동부의 이전 입장과 달라, 법적 안정성 침해와 현장의 혼란 가중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행령의 여파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기도 했다. 자동차산업은 그동안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했으나 최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1년 466만대에 달하던 국내 생산은 지속 감소해 올해는 400만대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친환경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 투자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며 정부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정부는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 등 자동차산업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기조를 역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는 시행령 개정 수정안대로 최저임금 산정기준이 변경된다면 완성차 업계는 연간 70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국제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소 부품업체의 경우 완성차 업체와의 임금격차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존 통상임금 확대, 최근 2년간 30% 이상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증가되는 임금 부담 확대로 기업의 생존 여부까지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시행된다면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으로 겨우 희망을 보기 시작한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는 급속히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기교적인 최저임금 산정방식서 일하는 시간만큼 임금이 지급된다는 원칙으로 임금체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 제공이 없더라도 임금이 지급되는 시간은 최저임금 산정대상 시간서 제외하고, 근로자로서 받은 임금은 모두 최저임금 산정대상 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금격차 더 벌어질 전망
법원 판단과도 달라 논란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저임금법 제5조의 2에 의해 해석상 최저임금 시급 환산 방법을 시행령에 위임받았다고 하나, 이번 사안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므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법 위반 시 기업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므로 최저임금의 시급 환산방법을 명확한 법적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닌, 해석에 의해 시행령에 둘 것은 아니다”라며 “이는 시행령이 아닌 법에 근거를 두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국회서 입법으로 처리돼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적극 고려해 억울한 기업인이 나오지 않게 해주기를 건의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서도 최저임금 논란에 문제제기를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가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소상공인은 주휴수당이 뭐냐며 부담스러워하는데 부총리는 기업 추가 부담이 없다고 한다”며 “시장에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쪼개기 알바가 급증한다. 주휴수당 역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역시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하 의원은 전날 “최저임금 속도조절 하겠다더니 주휴수당 포함으로 2년 만에 50% 폭등, 대통령은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치권 반응은?

재계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제계 파급효과가 지대한 최저임금 관련 기준을 시행령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률에 상향 규정해야 하며, 실제로 근무하는 시간인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삼고,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유급처리 되는 시간’을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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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