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19년 더 기대되는 슈퍼루키7

“기해년 주인공은 나야 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2018년 무술년도 저물고 있다. 올해도 각계각층 수많은 별들이 뜨고 진 가운데 슈퍼루키들이 등장했다. 이제 막 전성기가 시작된 그들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2019년 주목해야 할 슈퍼루키를 확인했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남주혁·김다미, 프로기사 신진서

한 분야의 거장에게도 신인 시절이 있었다. 일찍이 그들을 주목해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자 행운이다. 올해 대한민국을 흔든 슈퍼루키는 누가 있을까. 2019년에도 이들의 활약은 이어질 것이다.

슛돌이
이강인

TV 예능프로 <날아라 슛돌이>가 처음 방영됐을 때는 그저 재밌는 프로그램 정도였다. 간접적으로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은 있었지만 방송에 출연한 아이가 축구계의 슈퍼루키로 성장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축구선수 이강인(발렌시아 CF 메스타야)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2001년생인 이강인의 나이는 만 17세다. 하지만 그가 걷고 있는 길은 결코 범상치 않다. 이강인은 2007년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감각적인 축구 센스로 주목받았다. 그의 활약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이강인에 대한 관심도 옅어져 갔다. 

하지만 이강인은 묵묵히 축구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해 축구 유학길에 오른 이강인은 연령별 팀을 거치면서 기량이 향상됐다. 2013년 재계약 성공에 이어 지난 7월 다시 한 번 4년 재계약이 성사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재계약 조건이다.


발렌시아는 재계약 내용에 8000만유로(한화 1035억원)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했다.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도 데뷔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스페인 국왕컵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존재감을 과시했다.이 경기로 이강인은 국내 선수 가운데 최연소(17세 253일)로 유럽 리그에 데뷔를 한 선수가 됐다. 기존 기록은 남태희의 18세 36일이었다. 발렌시아서 아시아 선수가 1군 데뷔를 한 경우는 최초다. 이날 경기서 이강인은 83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골대를 맞추는 등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7세인 이강인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차세대 아이돌
아이즈원

올 한 해에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나왔다. K-POP의 높은 관심에 비례한 결과다. <프로듀스101 > 시리즈는 이 같은 열풍 속에 탄생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아이돌 그룹을 꿈꾸는 아이들이 출연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콘셉트다. 데뷔권 순위에 오른 참가자는 아이돌 그룹 멤버에 합류해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시즌 1, 2를 통해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이 탄생해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프로듀스48>이라는 프로그램명으로 시즌3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한국의 <프로듀스> 시스템과 일본 AKB48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콘셉트를 결합했다. 한일 합작 걸그룹 론칭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한국과 일본의 지원자가 1000명에 가까이 몰렸다. 전작의 성공을 이어갈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준비된 신인의 화려한 날갯짓
열풍의 주역 떠오르는 신예들

지난 6월 첫 방영 이후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해 최고 시청률 3.1%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한일 연습생 96명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12명의 데뷔 멤버를 가렸다. 그 결과 장원영, 미야와키 사쿠라, 조유리, 최예나, 안유진, 야부키 나코, 권은비, 강혜원, 혼다 히토미, 김채원, 김민주, 이채연 12인이 아이즈원이란 그룹명으로 데뷔했다.


아이즈원은 데뷔와 동시에 역대 걸그룹 초동 음반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역대 아이돌 데뷔곡 유튜브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 가운데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했다. 데뷔 11일 만에 케이블 음악방송서 1위를 차지하면서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28일 제3회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서 ‘가수 부문 AAA 신인상’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골프 혜성
최혜진

골프선수 최혜진은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8시즌부터 한국여자골프 프로로 전향한 최혜진은 2018 시즌 첫 대회부터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8시즌 개막전인 효성 챔피언십서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최혜진은 KLPGA(한국 여자프로 골프) 사상 개막전 신인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기복 없이 상위 랭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LPGA 투어 ISPS 한다 위민스 호주 오픈 2위, KLPGA 투어 제40회 CreaS F&C KLPGA 챔피언십 2위, KLPGA 투어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 우승, KLPGA 투어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위,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위, 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3위, KLPGA 투어 올포유 챔피언십 3위, KLPGA 투어 중도해지OK정기예금 박세리 INVITATIONAL 3위 등이 최혜진이 올해 걸어온 길이다.
 

▲ (사진 왼쪽부터)이강인, 최혜진, 강백호 &lt;사진=대한축구협회, KLPGA&gt;

최혜진은 떡잎부터 달랐다. 전년 시즌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한 KLPGA 투어서 2승을 기록하며 슈퍼루키로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참가한 최혜진은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해당경기를 관람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게 무척 흥미롭다”고 글을 남겨 최혜진의 이름이 해외에도 알려지게 됐다.

기복 없는 꾸준한 성적이 그의 장점이다. 내년에도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괴물 신인
강백호

강백호란 이름을 들으면 누가 떠오르는가. 이 신인선수의 등장 전까지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이 떠오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프로야구단 KT 위즈 소속 강백호의 등장으로 이제 야구 선수 강백호를 떠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강백호는 올해 데뷔와 동시에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는 2018년 한국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서 KT위즈에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을 받고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 3월24일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서 데뷔해 4타수1안타(1홈런)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고졸 신인 첫 타석 홈런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다.

장타력을 바탕으로 데뷔 첫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올해 득점 6위, 홈런 12위(29개), 타점 공동 22위 등 데뷔 첫해인 선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의 연봉이 27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 최고의 선수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당연히 그의 연봉인상에 대한 얘기도 오가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솔솔 피어나고 있다. 그의 활약이 내년까지 이어질지 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변신 성공
남주혁

모델 출신 배우 남주혁이 이제 배우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남주혁은 지난달 23일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서 <안시성>으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안시성>은 그를 배우로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서 남주혁은 고구려 진영의 사물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과 변화무쌍한 표정 연기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그는 청룡영화상 신인상 외에도 아시아스타어워즈, 더서울어워즈, 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남주혁은 처음 모델로서 이름을 알렸다. 잡지 <로피시엘 옴므> <아레나> <GQ> <Geek> <더 셀러브리티> <유룩플라이> 등의 모델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앞으로 행보에 모두 기대만발
향후 주목할 예비스타 누구?

영화는 첫 도전이지만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2014년 <잉여공주>를 시작으로 <후아유-학교> <화려한 유혹> <치즈인더트랩>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역도요정 김복주> <하백의 신부 2017> 등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충무로 기대주
김다미

배우 김다미 역시 2019년이 기대되는 여배우다. 지난해 영화 <2017 동명이인 프로젝트>로 데뷔한 2년 차 신인은 거침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3번째 작품인 영화 <마녀>에 주연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충무로서 가장 핫한 신인으로 통하고 있다. <마녀>는 관객 319만명을 동원하면서 흥행과 연기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김다미는 <마녀> 주인공 오디션 당시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신인 걸그룹 아이즈원

그는 <마녀>를 통해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제39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제2회 더 서울어워즈 영화 여우신인상, 제55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여우상, 제27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슈발누와르 부문 최고여배우상 등이다.

수상 내역만 봐도 충무로가 그에게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다. 내년에도 스크린을 통해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성
신진서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을 슈퍼루키로 보기엔 이미 그의 커리어가 너무 화려하다. 2000년 3월생인 신진서 9단은 2012년 입단했다. 2014년 바둑대상 최우수신인상을 거머쥔 신진서는 바둑계서 입지를 넓혀가는 듯하더니 마침내 바둑계를 접수했다.

그는 올해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의 아성을 넘어섰다. 박정환 9단은 60개월이나 장기집권한 바 있다. 새로운 랭킹 1위의 탄생이었다. 그의 나이가 18세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이 더 기대된다.

2000년 3월생인 신진서 9단은 18세8개월의 나이로 1위에 올라 최연소 랭킹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박정환 9단이 2012년 6월에 세운 19세5개월이다. 지금까지 랭킹 1위에 오른 기사는 2003년 랭킹제도가 도입된 이래 4명(이창호·이세돌·최철한·박정환)뿐이었다. 이번에 신진서 9단이 1위에 오르면서 5번째 선수가 됐다. 신진서 9단은 10월 1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