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LG 계열분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근 LG그룹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의 삼촌 구본준 LG 부회장의 향후 거취 때문이다. 구 부회장이 LG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상황서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 어떤 계열사를 들고 독립할까.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실현되면 ‘기둥’ 하나는 내줘야 한다. 삼촌과 조카의 복잡한 셈법을 확인했다.
 

▲ 구광모 LG 회장

LG그룹은 최근 연말인사를 단행했다. ‘안정 속 변화’란 평가가 나왔다. 임원급은 젊어졌지만 결정적으로 각 계열사를 책임지고 이끌 부회장급 인사는 없었다.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이번 인사가 향후 예상되는 계열분리 시나리오의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변화냐
안정이냐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지주사 LG를 비롯해 핵심계열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의 대표이사 부회장은 모두 유임됐다. 이들의 나이가 60대로 결코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안정을 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수뇌부의 변화없는 인사를 두고 계열분리의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계열분리의 방향성이 없는 상황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실제 LG그룹은 계열분리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6월 별세한 아버지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회장직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당시 상무였던 구 회장이 여러 직급을 건너뛰고 단숨에 회장직에 오른 것을 두고 의외라는 시각도 있었다.


구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구본준 LG 부회장에게로 쏠렸다. 구 회장이 그룹을 이끌게 된 상황서 그룹 내 넘버2 역할을 자처한 구 부회장의 역할이 감소할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구 부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구 전 회장의 두 번째 동생이고 구 회장에게는 삼촌이 된다. 구 부회장이 그룹 내에 남아 있는 것은 구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어떤 계열사 들고 독립?
삼촌-사촌 복잡한 셈법

구 부회장의 결단은 비교적 빨랐다. 구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자 경영 전면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조카에게 지우는 부담을 최소화했다. 계열분리에 대한 구체적인 말은 없었지만 실리까지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LG그룹은 그동안 수차례 형제경영을 이어오다 성공적으로 계열분리를 해왔다. LG그룹은 맏형이 그룹을 이어받고 동생들은 사업을 하나씩 들고 독립하는 것이 그간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손은 1999년 LG화재를 계열분리해 LIG그룹으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나머지 동생들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는 전선부문 사업을 들고 나와 2003년 LS그룹을 세웠다.
 

▲ LG전자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은 구 전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이듬해인 1996년 계열사를 분리해 희성그룹을 세워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당연히 구 부회장이 어떤 계열사를 들고 독립할지의 여부에 눈길이 쏠렸다. 다양한 계열분리 예상안이 나왔지만 현재까지는 모두 설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계열분리를 하든지 LG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구 부회장이 노릴 수 있는 계열사는 크게 LG상사, LG전자 사업부문, LG디스플레이 정도다. 이들 계열사들의 덩치가 만만찮다.

못 하는 
속사정은?

구 부회장이 LG상사의 지배력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구 부회장은 현재 지주사 LG의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수로 환산하면 1331만7448주다. 지난 19일 LG 종가가 7만1300원인 점을 감안하면 9495억3404만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LG상사의 주주구성을 보면 지분 24.69%를 가지고 있는 LG가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치면 26.31%(1019만9290주) 수준까지 올라간다.

LG상사의 지난 19일 종가가 1만6250원인 점을 감안했을 경우 1657억3846만원의 자금을 투입하면 LG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시가총액 역시 1조1000억원대 수준이라 지배력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부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범위 안에서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구 부회장과 LG상사는 인연도 깊다. LG상사는 지난해에 들어서 LG그룹에 편입됐다. 지난해 11월 계열사로 편입되기 전까지 최대주주는 지분 3.01%를 가진 구 부회장이었다. 구 부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6.29%까지 지분율이 오르는데 이를 LG가 매입하면서 LG그룹 ‘울타리’에 들어왔다.

LG상사는 판토스, 헬리스타항공, 한울타리 등을 지배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10월 구광모 회장 및 오너 일가가 가지고 있던 판토스 지분 중 19.9%를 전량 매각했다는 점이다. 당시 거래로 구 회장은 1000억원 가까운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다양한 시각이 뒤따랐다. 상속세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애증의 관계를 청산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었다.
 

구 회장과 판토스는 애증의 관계였다. 알짜배기 실적으로 곳간을 든든하게 만들어줬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판토스는 지난해 기준 1조3897억원의 매출액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총 매출의 69.6% 수준이었다. 물론 구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율이 20%를 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피했지만, 꼼수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정위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였다. 결과적으로 구 회장이 판토스 지분을 처분하면서 이 같은 논란을 피해가는 모양새가 됐다.

물론 계열분리에 대한 말도 나왔다. 구 회장이 판토스 지분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레 LG상사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판토스 지분의 51%는 LG상사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상사의 매출 규모를 생각하면 구 회장 입장에선 쉽게 내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상사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2조827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같은 기간 LG그룹 총 매출액이 126조9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총 매출의 10%를 웃도는 비중인 셈이다.


LG상사가 계열사에 갖는 지위도 무시할 수 없다. LG상사는 다른 계열사들과 연관성이 크다. 상사와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를 통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있다. 만약 계열분리를 하게 된다면 그룹의 외연이 축소됨과 동시에 그룹 내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가 구 회장에게 뼈아플 것이라는 관측은 이 같은 배경서 나왔다.

재계에선 LG디스플레이를 떼어주는 시나리오도 돌았다. 일단 구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를 이끈 경험이 있어 사업 이해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구 부회장은 과거 LCD와 OLED를 주력 생산하던 LG디스플레이를 이끌어 평판디스플레이 부문 1위 기업으로 올려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도 구 회장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LG디스플레이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27조79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룹사에서 봤을 때 전체 매출의 20%를 웃도는 계열사를 내주긴 힘들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지분은 8조원 수준이다.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가져올 만큼의 지분 확보가 어렵다.

현실적으로 거론되는 곳은 지분 매입으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LG이노텍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결기준 7조64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선례 따라
갈등 없이?

주요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LG전자가 40.79%(965만3181주)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LG전자가 가지고 있는 LG이노텍의 지분 가치는 지난 19일 종가 기준(8만95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8639억5969만원 수준이다. 구 부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유동성으로 지배력 확보가 가능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배임 문제를 거론하지만 이는 일부 사업부문만 따로 떼어냈을 경우다. 지분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 신분으로 올라서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LG이노텍 인수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 구본준 LG 부회장

하지만 구 회장으로서는 LG이노텍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종합전자부품 기업인 LG이노텍의 경우 LG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와의 직접적인 시너지효과가 크다. 매출구성을 보면 광학솔류션사업부 56.45%, 기판소재사업부 16.04%, 전장부품사업부 14.17%, LED사업부 7.11% 등이다.

매출을 떠나 주력 계열사의 타격 우려 때문에 LG이노텍을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 역시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17.1% 수준인 1조3080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LG전자의 전장사업부문을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각 계열사가 전장사업부문만 따로 떼어내 가져가는 시나리오다.

LG전자의 경우 구 부회장의 애정이 많은 계열사이기도 하다. 주요 이력이 LG전자에 쏠려 있다. 구 부회장은 현재 LG전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금성사에 1987년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력을 쌓았다. 이후 LG전자의 다양한 사업을 맡아 경영을 했다. 그의 아들 구형모씨도 LG전자서 과장으로 재직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LG전자의 계열분리 시나리오에는 전장사업부가 포함된다. 구 부회장은 전장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떤 식이든 부담될 것”
부정적인 다양한 추측

구 부회장은 자동차용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하면서 “앞으로 LG의 미래사업을 위한 핵심 역량은 내외부의 힘을 모아 키우고,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투자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주력하는 자동차 부품 사업의 시장 선도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장사업부문을 핵심 미래성장동력으로 꼽았다. 특히 전장사업의 핵심인 VC사업본부는 구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당시 신설했다.

LG전자 외에도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계열사가 있다. 재계에선 이들 사업부를 따로 떼내 가져가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LG이노텍의 전장부분과 LG상사의 오토모티브 등이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LG그룹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장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구 회장이 삼촌 구 부회장에게 사업을 넘길 가능성은 낮다.

LG전자 역시 전장사업부분에 대한 투자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15년 설립된 이스라엘 스타트업 ‘오디오버스트’와 차세대 첨단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그룹사에서 전장사업에 갖는 관심을 반영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구 회장과 구 부회장 간 의견 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계열사 간 연관성이 높은 LG그룹의 특성상 예전과 같이 어떤 한 계열사를 독립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계열분리가 연쇄적으로 그룹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모가 주요 그룹 가운데서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비중은 주요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 8월 기준 LG그룹의 내부거래 비율은 68.15%로 조사 대상 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풍전야
고요한 긴장감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입장에선 그룹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구본준 회장의 계열분리를 진행하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나오고 있는 시나리오는 (구 회장에게) 껄끄러운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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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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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