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LG 계열분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근 LG그룹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의 삼촌 구본준 LG 부회장의 향후 거취 때문이다. 구 부회장이 LG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상황서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 어떤 계열사를 들고 독립할까.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실현되면 ‘기둥’ 하나는 내줘야 한다. 삼촌과 조카의 복잡한 셈법을 확인했다.
 

▲ 구광모 LG 회장

LG그룹은 최근 연말인사를 단행했다. ‘안정 속 변화’란 평가가 나왔다. 임원급은 젊어졌지만 결정적으로 각 계열사를 책임지고 이끌 부회장급 인사는 없었다.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이번 인사가 향후 예상되는 계열분리 시나리오의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변화냐
안정이냐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지주사 LG를 비롯해 핵심계열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의 대표이사 부회장은 모두 유임됐다. 이들의 나이가 60대로 결코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안정을 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수뇌부의 변화없는 인사를 두고 계열분리의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계열분리의 방향성이 없는 상황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실제 LG그룹은 계열분리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6월 별세한 아버지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회장직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당시 상무였던 구 회장이 여러 직급을 건너뛰고 단숨에 회장직에 오른 것을 두고 의외라는 시각도 있었다.

구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구본준 LG 부회장에게로 쏠렸다. 구 회장이 그룹을 이끌게 된 상황서 그룹 내 넘버2 역할을 자처한 구 부회장의 역할이 감소할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구 부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구 전 회장의 두 번째 동생이고 구 회장에게는 삼촌이 된다. 구 부회장이 그룹 내에 남아 있는 것은 구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어떤 계열사 들고 독립?
삼촌-사촌 복잡한 셈법

구 부회장의 결단은 비교적 빨랐다. 구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자 경영 전면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조카에게 지우는 부담을 최소화했다. 계열분리에 대한 구체적인 말은 없었지만 실리까지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LG그룹은 그동안 수차례 형제경영을 이어오다 성공적으로 계열분리를 해왔다. LG그룹은 맏형이 그룹을 이어받고 동생들은 사업을 하나씩 들고 독립하는 것이 그간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손은 1999년 LG화재를 계열분리해 LIG그룹으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나머지 동생들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는 전선부문 사업을 들고 나와 2003년 LS그룹을 세웠다.
 

▲ LG전자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은 구 전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이듬해인 1996년 계열사를 분리해 희성그룹을 세워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당연히 구 부회장이 어떤 계열사를 들고 독립할지의 여부에 눈길이 쏠렸다. 다양한 계열분리 예상안이 나왔지만 현재까지는 모두 설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계열분리를 하든지 LG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구 부회장이 노릴 수 있는 계열사는 크게 LG상사, LG전자 사업부문, LG디스플레이 정도다. 이들 계열사들의 덩치가 만만찮다.

못 하는 
속사정은?

구 부회장이 LG상사의 지배력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구 부회장은 현재 지주사 LG의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수로 환산하면 1331만7448주다. 지난 19일 LG 종가가 7만1300원인 점을 감안하면 9495억3404만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LG상사의 주주구성을 보면 지분 24.69%를 가지고 있는 LG가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치면 26.31%(1019만9290주) 수준까지 올라간다.

LG상사의 지난 19일 종가가 1만6250원인 점을 감안했을 경우 1657억3846만원의 자금을 투입하면 LG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시가총액 역시 1조1000억원대 수준이라 지배력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부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범위 안에서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구 부회장과 LG상사는 인연도 깊다. LG상사는 지난해에 들어서 LG그룹에 편입됐다. 지난해 11월 계열사로 편입되기 전까지 최대주주는 지분 3.01%를 가진 구 부회장이었다. 구 부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6.29%까지 지분율이 오르는데 이를 LG가 매입하면서 LG그룹 ‘울타리’에 들어왔다.

LG상사는 판토스, 헬리스타항공, 한울타리 등을 지배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10월 구광모 회장 및 오너 일가가 가지고 있던 판토스 지분 중 19.9%를 전량 매각했다는 점이다. 당시 거래로 구 회장은 1000억원 가까운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다양한 시각이 뒤따랐다. 상속세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애증의 관계를 청산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었다.
 

구 회장과 판토스는 애증의 관계였다. 알짜배기 실적으로 곳간을 든든하게 만들어줬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판토스는 지난해 기준 1조3897억원의 매출액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총 매출의 69.6% 수준이었다. 물론 구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율이 20%를 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피했지만, 꼼수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정위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였다. 결과적으로 구 회장이 판토스 지분을 처분하면서 이 같은 논란을 피해가는 모양새가 됐다.

물론 계열분리에 대한 말도 나왔다. 구 회장이 판토스 지분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레 LG상사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판토스 지분의 51%는 LG상사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상사의 매출 규모를 생각하면 구 회장 입장에선 쉽게 내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상사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2조827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같은 기간 LG그룹 총 매출액이 126조9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총 매출의 10%를 웃도는 비중인 셈이다.

LG상사가 계열사에 갖는 지위도 무시할 수 없다. LG상사는 다른 계열사들과 연관성이 크다. 상사와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를 통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있다. 만약 계열분리를 하게 된다면 그룹의 외연이 축소됨과 동시에 그룹 내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가 구 회장에게 뼈아플 것이라는 관측은 이 같은 배경서 나왔다.

재계에선 LG디스플레이를 떼어주는 시나리오도 돌았다. 일단 구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를 이끈 경험이 있어 사업 이해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구 부회장은 과거 LCD와 OLED를 주력 생산하던 LG디스플레이를 이끌어 평판디스플레이 부문 1위 기업으로 올려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도 구 회장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LG디스플레이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27조79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룹사에서 봤을 때 전체 매출의 20%를 웃도는 계열사를 내주긴 힘들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지분은 8조원 수준이다.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가져올 만큼의 지분 확보가 어렵다.

현실적으로 거론되는 곳은 지분 매입으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LG이노텍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결기준 7조64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선례 따라
갈등 없이?

주요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LG전자가 40.79%(965만3181주)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LG전자가 가지고 있는 LG이노텍의 지분 가치는 지난 19일 종가 기준(8만95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8639억5969만원 수준이다. 구 부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유동성으로 지배력 확보가 가능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배임 문제를 거론하지만 이는 일부 사업부문만 따로 떼어냈을 경우다. 지분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 신분으로 올라서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LG이노텍 인수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 구본준 LG 부회장

하지만 구 회장으로서는 LG이노텍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종합전자부품 기업인 LG이노텍의 경우 LG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와의 직접적인 시너지효과가 크다. 매출구성을 보면 광학솔류션사업부 56.45%, 기판소재사업부 16.04%, 전장부품사업부 14.17%, LED사업부 7.11% 등이다.

매출을 떠나 주력 계열사의 타격 우려 때문에 LG이노텍을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 역시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17.1% 수준인 1조3080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LG전자의 전장사업부문을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각 계열사가 전장사업부문만 따로 떼어내 가져가는 시나리오다.

LG전자의 경우 구 부회장의 애정이 많은 계열사이기도 하다. 주요 이력이 LG전자에 쏠려 있다. 구 부회장은 현재 LG전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금성사에 1987년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력을 쌓았다. 이후 LG전자의 다양한 사업을 맡아 경영을 했다. 그의 아들 구형모씨도 LG전자서 과장으로 재직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LG전자의 계열분리 시나리오에는 전장사업부가 포함된다. 구 부회장은 전장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떤 식이든 부담될 것”
부정적인 다양한 추측

구 부회장은 자동차용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하면서 “앞으로 LG의 미래사업을 위한 핵심 역량은 내외부의 힘을 모아 키우고,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투자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주력하는 자동차 부품 사업의 시장 선도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장사업부문을 핵심 미래성장동력으로 꼽았다. 특히 전장사업의 핵심인 VC사업본부는 구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당시 신설했다.

LG전자 외에도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계열사가 있다. 재계에선 이들 사업부를 따로 떼내 가져가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LG이노텍의 전장부분과 LG상사의 오토모티브 등이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LG그룹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장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구 회장이 삼촌 구 부회장에게 사업을 넘길 가능성은 낮다.

LG전자 역시 전장사업부분에 대한 투자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15년 설립된 이스라엘 스타트업 ‘오디오버스트’와 차세대 첨단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그룹사에서 전장사업에 갖는 관심을 반영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구 회장과 구 부회장 간 의견 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계열사 간 연관성이 높은 LG그룹의 특성상 예전과 같이 어떤 한 계열사를 독립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계열분리가 연쇄적으로 그룹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모가 주요 그룹 가운데서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비중은 주요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 8월 기준 LG그룹의 내부거래 비율은 68.15%로 조사 대상 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풍전야
고요한 긴장감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입장에선 그룹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구본준 회장의 계열분리를 진행하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나오고 있는 시나리오는 (구 회장에게) 껄끄러운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