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노출의 계절’ 대학·직장 내 성추행 천태만상

"발기한 성기로 엉덩이 비비고 강제로 뽀뽀했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지난 19일 시아버지가 부엌에 있는 며느리를 격려 한답시고 엉덩이를 다독거려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분명 둘의 입장은 확연하게 달랐지만 며느리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해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A 교수가 10년 가까이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되는 사건도 잇따라 발생했다. 왜 자꾸 이런 성범죄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권위를 앞세워 약자에게 행하고 있는 다양하고 치졸한 성추행 실태를 낱낱이 들여다봤다.
 

최근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유모(28·여)씨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회사 측에 신고를 했지만 별 다른 방책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신고 이후에 자신의 입장이 더 난처해져 직장 다니기가 힘들다는 얘기였다. 그녀는 겨우 일반사원이었고 성희롱사건의 가해자는 차장급의 두 상사였다.

그들은 유씨에게 일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허벅지에 손을 얹고 더듬는다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등 과도한 신체접촉을 일삼았다. 이에 그녀는 회사에 고발을 했고 두 상사의 성희롱 사건은 본부장·상무 등 임원들 귀에까지 들어가 확실한 경고와 대안을 기대했다. 그러나 회사는 업무의 스킬이 탄탄한 두 상사의 손을 들어줬고 유씨는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말 잘 들어야
사회생활 편해

직장 내 상사가 남용하는 성추행은 정말 빈번하다. 오히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기업의 행태가 더 가관이다. 공사에 다니는 조모(32·여)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있는 회식자리 때문에 골치가 썩는다고 호소한다.

그녀는 "상사들은 마치 회식자리가 기회라고 생각한다. 술에 조금만 취해도 성적인 발언이나 질문을 자주한다. 예를 들면 '남자친구와는 어디까지 갔나?' '남편이랑 최근에 언제 관계를 맺었냐?' 등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질문들을 서슴없이 한다. 또한 허리를 감싸거나 등에 손을 얹어 더듬기도 하고 회식자리에 있는 여사원들의 외모에 '점수매기기'를 하며 자기네들끼리 히히덕거린다"며 치가 떨리는 그 현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서울 내 정형외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26·여)씨는 의사들과의 회식자리마다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자신이 다니는 병원장의 행패에 치가 떨린다며 경험담을 알렸다. 내용은 이렇다.

"회식 때는 기본적으로 블루스는 춰야하고 원장은 술만 마시면 엉덩이 가슴, 허리 등을 떡 주무르듯이 만진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사랑한다'고 귀에 속삭이며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도 한다. 그리고 다른 남자의사는 성적 농담을 노골적으로 하는데, 심지어 과일안주를 먹을 때도 '왜 큰 걸 먹냐? 큰 게 좋냐?'면서 수치심을 준다. 병원생활은 좋은데 문란한 회식문화 때문에 그만 다녀야 할 것 같다"

 

"귀여워해주는 줄 알았는데 점점 수치감"
군대·공기업·병원·학교 등 장소도 다양해

이런 성추행이 빈번히 일어나는 곳은 비단 직장 내 뿐만이 아니다. 오래 전 유방암 검사를 이유로 한 병원에 방문한 김모(33·여)씨는 담당 할아버지 의사에게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의 행동이 조금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 의사는 유방암 검사를 한다며 젤을 바르고 초음파 검사를 하기 이전에 무작정 김씨의 가슴을 더듬었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도 같은 행위를 반복했던 의사를 보며 그녀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지만 당시 어린 나이였던 탓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냥 나와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례로 20대의 임모씨는 물리치료와 스트레칭을 받기위해 정기적으로 정형외과를 방문했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어느 날 퇴근 후 스트레칭을 받을 때였다. 치료사는 그녀의 옷 속에 손을 넣어 가슴을 문질렀고 급기야 그녀의 손을 자신의 중요부위에 일부러 닿게 하는 등의 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병원 측은 도리어 그녀에게 "모르는 일"이라며 역정을 냈고 "신고하려면 신고하라"며 적반하장인 태도를 고수했다. 이에 임씨는 항의문제로 다시 해당 병원을 방문했지만 자신에게 치욕을 줬던 치료사는 이미 병원을 그만둔 상태였다.

대학교도 예외로 볼 수는 없다. 현재까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교수의 제자 성추행사건과 선배가 후배에게 가한 강제추행사건 등은 말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여성환자 더듬는
'엉큼한 의사'

의대생 집단 성추행사건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고려대는 그 후 대학 내 교수까지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며 '성추행 대학교'라는 오명을 씻기 어려워지게 됐다. 일명 'H교수 성추행사건'이라고 불렸던 이 사건은 H교수가 한 30대 대학원생을 상대로 허벅지를 쓰다듬고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는 등 노골적인 신체접촉을 가했고 술자리에서 역시 진한 스킨십을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논문을 검토해주겠다며 모텔로 유인하는 등의 희롱을 해 여제자에게 수치심을 안기기도 했다. 그 학생은 남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고 해당 교수를 고발했지만 아직까지 쌍방 간의 진실공방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학점을 잘 주겠다는 이유로 수년간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연구실이나 술집에서 강제추행을 저지른 중앙대 교수가 적발?해임됐다. 그는 약 10여 년 동안 제자들을 은밀히 불러 강제 입맞춤, 치마 안에 손을 집어넣거나 가슴을 만지는 등의 악랄한 추행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점들이 사실로 드러나자 그 교수는 곧 해임됐다.

부산의 모 대학에서도 학교 대자보를 통해 C교수를 고발하는 내용을 낱낱이 공개했다. 거기엔 "C교수가 지난달 8일 술집에서 한 여학생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몸을 더듬고 입을 맞추려 하는 등 성추행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는 수업시간에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많이 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대학 내 성추행은 MT나 동아리, 술자리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신입생 이씨는 MT에 갔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임을 시켜 곤욕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녀선배 할 것 없이 무작정 술을 마시게 한 뒤 게임에서 지면 남녀 신입생들끼리 뽀뽀를 시킨다. 일명 '전화번호 키스'라고 해서 상대 얼굴을 키패드라고 생각한 후 자기 전화번호를 입술로 찍는 형식인데, 남자친구 있다고 거절했다가 부당하게 기합까지 받게 됐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권위 남용해
입 맞추고 더듬고

한편 대학교 내에서 교수와 제자 사이가 아닌 다른 형식으로 자신의 권위를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작년 12월 서울의 모 시립대에서 청소를 하는 60대 여성 A씨가 휴게실에서 청소관리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A씨가 잠깐 잠든 사이 관리자는 몰래 휴게실로 들어와 가슴을 만졌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자는 곧바로 “단지 깨우기 위한 제스처였다”고 둘러대며 상황을 종료시켰다는 후문이다.

지난 15일 부산에서는 어학원 강사가 여중생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해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어강사로 근무하는 40대 남성 김모씨는 낮 12시 한 공원에서 학원제자인 D양에게 술을 마시게 한 후 인근 화장실로 끌고 가서 강제 추행했다. 그는 D양에게 영어 과외를 시켜주겠다며 자연스럽게 유인한 다음 범행을 저질렀다.

권위를 성적으로 남용하는 행위는 군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엄격한 규율로 이뤄진 조직 내에서는 더더욱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성비율이 크게 차이나는 군 조직은 어쩌면 이런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데도 쉬쉬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육군 모 부대에서는 현역 준장 K씨가 부하 직원들과 회식 이후 노래방에 갔다. 그 자리에 여군 A 하사도 동석했는데 술에 취한 K 준장이 그녀를 강제로 껴안고 입맞춤을 시도했다. 이에 A 하사는 K 준장을 성추행혐의로 고소했다가 곧바로 검찰에 소취하의 뜻을 밝혔다. 이후 이 사건은 군의 개입이 있었는가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추행으로 시작해 강간으로 번지는 성범죄
회식=술 문화에 찌든 대한민국, 해결책은?

일명 '수방사 여군 성폭행'이라고 불리며 부하 여군을 찜질방에서 성추행한 이모 소령이 구속된 사건도 있었다. 이 소령은 부대행사를 마친 뒤 부하 직원들과 경기도의 모 찜질방으로 놀러갔고 한모 하사를 따로 불러내 성추행했다. 그는 잠을 자다 자신 옆에서 누워있던 한 하사의 가슴을 더듬고 다른 신체의 일부를 더 만지는 등의 추행을 범했다. 또 이튿날 업무차 자신의 방을 찾아온 한 하사를 상대로 강제추행을 시도했던 혐의도 받았다.

대부분의 성추행은 지위가 더 높은 남성이 권위를 앞세워 힘없는 부녀자를 상대로 저지르는 사건이 많았다. 그런데 군대라는 조직세계에는 남성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동성 간의 성추행과 성폭행도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군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군 내 남성 간 성범죄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지속적인 범죄가 숨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서열을 중시하는 군대의 보수적인 형태의 조직사회에서는 성범죄의 피해를 입는다 해도 함부로 입을 열 수 없다.

같은 부대 동기의 성추행 사례를 얼핏 들었다는 장모씨는 "동기 중 예쁘장한 애가 있었다. '사회 나가면 여자한테 인기 좀 많겠구나' 했는데 어느새 고참이 걔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자신의 직위가 더 높다는 것을 이용해 수시로 동기한테 다가가 ‘만지고 껴안고 뽀뽀하면서 애정을 표현했는데 나중에 성기까지 만지더라'고 말하며 수치심에 몸서리를 쳤다"고 말했다.

이성뿐만 아니라
동성까지 넘보는

이같이 성범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회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특히 권위의식에 젖어있는 고위층의 성추행 사례는 지금 언급했던 것보다 더 추악하고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성범죄에 관련된 처벌은 매우 미약하고 가해자가 고위층일수록 처벌도 솜방망이 격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류구조가 남녀로 나뉘어져 있는 한 성범죄는 어쩌면 불가피한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범죄는 살인만큼 악독하고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에 범죄수위에 맞는 강력한 처벌법이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loxloxlox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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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