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슈메이커 김혜경 수수께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6 16:18:19
  • 호수 11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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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혜경궁 김씨’ 논란이 뜨겁다. 최근 경찰은 혜경궁 김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아내 김혜경씨라고 결론냈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혜경궁 김씨는 정말 이 지사의 아내였던 걸까. 
 

▲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주로 알려진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

경찰이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지목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지난 19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 지사 측은 “경찰의 수사 결과는 전적으로 추론에 근거했을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 유리한 증거는 외면한 것으로서,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여배우, 조폭…
이번엔 아내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은 지난 4월 불거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해철 의원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이 한창이었다. 당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가 ‘전해철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았다’는 비방 글을 올렸다. 

당시 전 의원 지지자들은 트위터 계정에 이용된 휴대 전화번호 끝 두 자리와 김씨의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가 44로 같다는 점 등 몇 가지 단서를 토대로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 지사의 부인 김씨라는 주장을 했다. 

계정주에게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을 붙였다. 전 의원은 이 트위터 계정에 대해 “이재명 후보 측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지난 4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경기도선관위에 신고했다. 이후 사건이 경찰로 넘어가며 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전 의원은 지난달 당내 화합을 이유로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지난 6월에는 이정렬 변호사가 3000여명의 고발인을 대리해 김씨를 문제의 트위터 계정주로 지목,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고발장을 통해 “피고발인 김혜경은 트위터 '@08__hkkim' 계정주로, 2016년 11월28일경부터 12월28일까지 39회에 걸쳐(문재인 대통령 아들의 취직 등과 관련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에 아들을 특혜 취업시켰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앞서 혜경궁 김씨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 지사의 정치적 경쟁 상대였던 문 대통령을 겨냥해 악의적인 비방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다른 계정 사용자들을 비난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혜경궁 김씨 계정주는 지난 2016년 12월 “아들 취직 시킨 문재인은?”이라며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대선과정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지난 1월 이 지사를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서 “적어도 품위 있게 아들 취직시키고 실수였다는 일 따위는 안 하겠죠?”라고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외에도 “문재인이나 와이프나 생각이 없다. 생각이” 등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들을 다수 올렸다. 문준용씨의 채용비리 의혹은 지난해 11월 무혐의로 결론났다.

‘혜경궁 김씨’ 사태 일파만파 
고발→수사→기소의견 검찰로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해당 계정주는 2016년 12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을 꼭 보자. 대통령 병 걸린 놈 보다는 나으니까” “노무현 시체를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 가상합니다! 파이팅”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것도 모자라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패륜적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혜경궁 김씨는 2016년 2월 일부 트위터 계정 사용자에게 “너의 가족이 꼭 제2의 세월호 타서 유족되길 학수고대할게” “딸이 꼭 세월호에 탑승해서 똑같이 당하세요”라는 글을 보냈다. 

경기 남부경찰정 사이버수사대는 해당 계정의 게시물 4만건을 분석하고 김씨를 지난 10월24일과 이달 2일에 두 번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검찰 송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판과정서 이 지사 측 주장을 반박할 목적으로 감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2013년 만들어진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는 성남 거주 여성이며 군대에 간 아들이 있고, S대서 음악을 전공했다. 휴대전화 뒷자리 번호가 ‘OO44’로 끝난다. 김씨와 모두 일치한다.

트위터 계정주는 2016년 7월 휴대전화를 안드로이드폰서 아이폰으로 교체했다. 공교롭게도 김씨도 2016년 7월 아이폰으로 바꿨다.

또 하나는 김씨가 두 차례 올린 사진이다. 김씨는 2014년 1월15일 오후 10시40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이 지사의 대학 입학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10분 뒤 문제의 트위터 계정에, 20분 뒤에는 이 지사의 트위터에 각각 올라왔다.
 

▲ 혜경궁 김씨 트위터

2013년 5월18일 이 지사가 올린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 사진은 지난 19일 낮 12시47분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에, 같은 날 오후 1시에 이 지사의 부인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각각 올라왔다. 김씨는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이 사진의 캡처 시작도 12시47분으로 표기돼있다. 결정적인 스모킹 건은 없지만 너무도 많은 우연이 겹쳐 있어 김씨가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자신의 부인과 혜경궁 김씨와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해온 이 지사로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듯 입장을 밝혔다. 

꼬리 문 의혹
스모킹건 있나

이 지사는 지난 19일 오전 9시경 도청 신관 입구서 기자들을 만나 “계정에 글을 쓴 사람은 제 아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이미 목표를 정하고 ‘이재명 아내’라고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진실보다는 권력을 선택했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이재명 부부에 대해서 왜 이렇게 가혹한지 모르겠다”며 “아내에 대해서는 6명의 전담 수사관을 편성하고 (19일 검찰 송치에 대해)이틀 전 미리 영화 예고편 보듯 틀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때릴려면 이재명을 때리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에게 뱉어라”며 “죄 없는 무고한 가족과 아내를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저들이 바라는 바 저열한 정치 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 ‘의혹이 사실이면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뇌물을 받았다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에 죄지었다고 하는 것은 프레임”이라고 말해 사실상 지사직 사퇴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진실 밝히기는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문제의 트위터 계정 소유주와 로그 기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미국에 있는 트위터 본사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입증하려면 아이디 간의 유사성과 같은 간접 증거 외에도 본인의 자백이 필요하지만 김씨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결국 결정적인 다른 증거나 김씨의 자백을 받을 수 있느냐가 검찰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아무런 결정적 증거 없이 의혹만을 가지고 기소를 했겠느냐”며 “법정서 결정적 증거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다음달 13일까지다. 3주 정도 남은 시간 검찰이 얼마 만큼의 증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사실상 처음부터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그동안 계정 주인을 찾기 위해 엄청 노력했고, 그 결과 계정주가 김씨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의 의견”이라며 “그 계정주가 누군지도 중요하고,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도 처음부터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지사와 관련된 의혹은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분당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직권 남용 및 허위사실 공표 등 4건으로 늘어났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 본인 100만원, 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만약 맞다면…
정치인생 끝?


이 지사는 여배우 스캔들과 조폭 연루 등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도 꿋꿋이 버텨왔지만 이번 문제는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이 지사의 정치적 터전인 민주당의 수장인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저격한 내용이 다수 담겨있어 사실로 결론날 경우 이 지사의 정치적 입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는 주말 내내 “이재명 아웃(OUT)” 요구로 들끓었다. 문 대통령의 팬카페 ‘문팬’은 ‘경찰 발표에 대한 입장’을 통해 “분노하고 경악한다”며 “사법 절차를 떠나 이 지사는 대통령님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했다.

혜경궁 김씨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혜경궁닷컴’도 “민주당은 즉각 이 지사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하고 반할 시 즉각 제명 조치하라”고 했다.

김씨가 혜경궁 김씨라는 경찰 수사결과 발표로 더불어민주당은 난감한 모습이다. 지도부에선 내홍을 경계하며 언급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사퇴론’까지 거론하며 대선 구도 변화를 관측하고 있어 여권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지난 18일 민주당은 경찰 수사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 발표를 자제했다. 경찰 발표 직후인 전날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이 구두로 “법원 판단을 보고 나서 당의 최종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 섣불리 입장을 냈다간 자칫 당내 분열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발대식이 끝난 뒤 이 지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문제는 이 지사 측의 완강한 혐의 부인으로 추후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 최종 사태의 매듭까지는 오랜 시간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지사가 자당 소속 핵심 지방자치단체장인 데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향후 공방이 장기화된다면, 당 입장에선 명백한 악재다. 이 지사 문제가 당내 권력 암투로 인식돼 비판적 국민 여론이 확산될 경우 향후 총선과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관성 줄곧 부인한 이재명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표면적으론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이 지사 책임론도 언급된다. 표창원 의원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가 김씨라면 이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고, 거짓말로 많은 사람을 기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지사 측과 대립했던 친문(친 문재인) 진영에선 벌써부터 ‘탈당론’까지 거론하는 상황으로 최종 결론에 따라 당내 역학 구도는 물론이고 차기 대권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지사가 지난 대선 경선 때 친문 그룹과 각을 세운 후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이 지사까지 하차할 시 당내 비주류 후보 군은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된다. 

이 지사를 벼락 끝으로 몰아넣고 있는 아내 김씨는 누구일까. 서울 태생인 김씨는 숙명여대 피아노과 85학번으로, 1990년 이 지사와 연애를 시작해 1991년 결혼식을 올렸다. 1992년과 1993년 연년생인 두 아들을 낳았다. 김씨의 어머니와 이 지사의 셋째 형수가 종교활동을 통해 맺은 인연으로 처음 만났다고 알려져 있다.

‘성남시장 이재명’의 부인으로 살다가 김씨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이 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사건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면서부터다. 김씨로 추정되는 여성과 이 지사의 친형 고 이재선씨의 딸로 추정되는 인물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것.
 

이 지사는 성남시장이던 2012년 보건소장 등 소속 공무원들에게 친형 재선씨에 대해 강제입원을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에 따라 환자를 입원시킬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정신과 전문의 대면상담 절차가 누락돼 있는데도 관계공무원에게 강제입원을 지속적으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1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로 추정되는 여성은 재선씨의 딸에게 “주영아 전화 좀 받아라. 미안하지만, 아침 일찍 작은 엄마가 너의 문자를 봤는데 작은 엄마가 무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그러느냐”며 “길거리 청소하는 아줌마한테도 그 따위 문자는 안 보내겠더라. 네가 집안 어른을 어떻게 봤길래, 노숙자 부부한테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전화 매너를 갖고 있느냐”고 했다. 

불똥 튈라
여, 전전긍긍

또 “너가 엄마 아빠 입장서 생각할 것 같아 얘기 안 해준다고 했지. 네 엄마한테 들으라고”라며 “네가 판단한다고 하지 않았냐? 니가 그렇게 판단한 것 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어떻게 그 따위 문자를 보낼 수 있냐. 내가 집안 어른 아니냐?”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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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