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론 도마에 오른 갑질 오너 3인방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12 10:31:47
  • 호수 1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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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처럼 부리고 조폭처럼 때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기업 오너들의 도 넘은 ‘갑질’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전직 직원을 무차별하게 폭행하는 오너, 쟁반으로 직원을 내려치는 오너 친인척, 직원들에게 재롱잔치를 시킨 오너. 이 모든 사건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최근 공분을 사고 있는 ‘갑질 3인방’을 소개한다. 
 

▲ ▲폭행 중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진=뉴스타파)

갑질은 계약 권리상 쌍방을 의미하는 갑을(甲乙) 관계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에 특정 행동을 폄하해 일컫는 ‘∼질’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부정적인 어감이 강조된 신조어다. 다시 말해, 지위를 남용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뜻한다.

특히 기업 오너들의 갑질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갑질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권모 교촌치킨 상무, 이상일 일진글로벌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직원에 엽기행각
양진호 회장

‘직원 폭행과 영상 촬영 지시’ 및 ‘워크숍 갑질’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위디스크 대표이자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을 수사하기 위해 경찰이 합동수사전담팀을 꾸렸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31일 양 회장의 폭행 등 사건에 대해 ‘사이버·형사 합동수사전담팀’을 구성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사이버수사대를 중심으로 ‘웹하드 수사TF팀’을 구성, 국내 최대 웹하드 업체 실소유자 양 회장 등을 수사해왔다. 경찰은 양 회장이 자신 소유의 영상물 유통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불법 영상물들이 유통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음란물 유통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서 위디스크 사무실과 양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던 중 경찰은 양 회장의 폭행 등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면서 기존 웹하드 수사TF팀에 광역수사대 형사를 추가로 투입해 40명 내외의 합동수사팀을 구성키로 했다. 진실탐사그룹 언론 <셜록>과 <뉴스타파>는 지난달 30일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사무실서 전직 직원 무차별폭행’ 영상을 공개했다. 

양 회장은 영상서 사무실 안에서 전직 직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폭행을 가했다. 이 직원에게 세 차례에 걸쳐 폭행한 후 사과를 강요했다. 위디스크 관계자는 해당 언론들과 인터뷰서 “양 회장이 이런 폭행 영상을 찍게 지시하고, 영상을 기념품으로 소장했다”고 고백했다.

이 폭행 영상은 2015년 4월에 촬영했다. 양 회장은 영상을 기념품으로 소장하기 위해 촬영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에는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일본도로 닭잡기 공포의 워크숍’이라는 영상을 추가 공개했다. 

돈 있다고…재벌들의 막말·폭행 공분
직원들 학대 수준 “집요하고 놀라워”

양 회장이 2년 전 강원 홍천 위디스크 연수원서 진행한 직원 워크숍의 현장이 찍힌 영상이다. 양 회장은 영상서 살아 있는 닭을 석궁으로 쐈으며, 직원에게도 석궁으로 닭을 잡도록 했다. 

직원이 석궁 다루기를 어려워하면 “XX야, 장난해?” 등의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직원 몇몇에게는 살아 있는 닭을 ‘일본도’로 베도록 시키기도 했다. 이런 엽기적인 워크숍은 여러 번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외에도 중년 남성 직원들에게 머리를 초록색, 빨간색 등으로 염색하도록 강요하고 술자리에선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하면서 술을 뿜을 때까지 억지로 먹이기도 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위디스크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워크숍서 상추를 빨리 씻지 못해 (직원을)퇴사시킨 경우도 있었고, 개조한 BB탄 총을 직원들에게 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또 “회사 내에서 양 회장은 제왕적 지위를 갖고 있었다. 양씨 소유 회사는 기업이 아닌 왕국”이라는 진술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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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회장은 눈밖에 난 직원을 철저히 응징하고 괴롭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 회장은 해당 직원에게 구토할 때까지 술을 강요했다. 더불어 안주를 준다며 입을 벌리게 한 다음 주먹 한 가득 생마늘을 넣으며 “흘리지 말고 다 씹어 먹어”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영상에 등장하는 폭행을 당한 전 회사 직원 및 압수수색한 자료 등을 통해 양 회장의 혐의점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양 회장이 자신의 영상물 유통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불법 영상물이 유통되는 것을 방치했다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되고, 불법 영상물 가운데 일명 야동이 있다면 성폭력처벌특례법 혐의도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수사팀을 통해 이미 수사해오던 양 회장의 불법영상물 유포 등 웹하드 불법행위와 함께 최근 언론서 제기된 폭력행위등 각종 범죄행위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직이 의심스런
교촌 2인자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오너 일가인 권모 상무가 매장 직원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권 상무는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의 6촌 동생이다. 권 상무는 회사 전체에 대한 사업방향 결정과 공장 업무 실태 파악·해외 계약까지 담당하는 등 교촌치킨의 핵심 경영자로 활동했으며, 사내서 유일한 권 회장의 친인척으로 사실상 2인자로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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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는 교촌에프앤비 개발본부 실장에 이어 비서실장을 맡으며 권 회장을 보좌했다.

해단 사건을 보도한 <조선비즈>에 따르면 이 영상은 2015년 3월25일 오후 9시쯤 대구 수성구에 있는 교촌치킨의 한식 레스토랑 ‘담김쌈’의 주방 CCTV에 촬영된 것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매장 직원들은 이 ‘담김쌈’의 유니폼을 갖춰입고 있다. 

3분 가량의 영상 속에서 권 상무는 직원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주방에 들어섰다. 권 상무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불만스럽게 가리키다가 이내 자기 앞에 선 직원을 향해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때리는 시늉을 했다.

놀란 직원은 두 손을 모은 채 뒷걸음을 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권 상무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다른 직원까지 불렀다.

두 직원이 그의 앞에 나란히 서자, 권 상무는 그들을 향해 거칠게 주먹을 휘두르더니 쟁반을 들어 그들의 머리를 내리치려고까지 했다. 다른 직원들이 권 상무의 행패를 말리고 나섰지만, 그는 도리어 말리는 이들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뭉개거나 몸을 밀치며 폭행을 계속했다.


권 상무는 폭행을 말리던 여성 점장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직원들을 뿌리친 권 상무는 파를 썰어 놓은 통과 소스통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처음에 때리려고 했던 직원을 붙잡아 멱살을 잡고 몸을 세게 흔들었다. 여성 점장이 적극적으로 권 상무를 말리며 피해 직원 앞을 막아선 후에야 폭행은 겨우 일단락됐다.

폭행 사건 이후 권 상무는 그 다음 달인 2015년 4월 퇴직해 한동안 회사 밖에 머물렀지만, 약 1년 뒤 오히려 상무 직함을 달고 임원으로 돌아왔다. 

이날 이 영상이 공개되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교촌치킨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등장하는 등 집중적인 관심과 함께 권 상무와 교촌치킨 회장 일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 ▲이상일 일진글로벌 회장

논란이 커지자 권 회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저의 친척인 본부장의 사내 폭행 및 폭언으로 피해를 본 직원분에게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저 스스로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책임을 통감한다”며 “저의 불찰이지 부덕의 소치”라고 적었다.

권 회장은 ‘임원 컴백’ 논란을 두고 “오랜 시간 회사에 몸담으며 기여를 해온 직원으로 피해 직원에게 직접 사과하며 당시 사태를 원만히 해소한 점을 참작해 복직을 허용했다”며 “이는 친척 관계가 아닌 교촌 직원으로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 상무는 이 사건에 대한 회사 측의 재조사가 시작되자 사임 의사를 밝혔고, 교촌치킨 측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즉각 사직 처리했다.


무릎 꿇리고 수차례 뺨
무자비하게 주먹질까지

교촌치킨 불매운동 조짐도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배달비에 이번엔 6촌 갑질까지 제대로 이미지 추락했습니다”며 교촌치킨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갑이면 을을 막 대해도 됩니까? 회장 6촌이 무슨 벼슬입니까”라고 쏘아붙이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자수성가형 부자로 꼽히는 이상일 일진글로벌 회장도 갑질 논란에 구설이 올랐다, 직장인들의 익명게시판 앱으로 유명한 ‘블라인드’가 최근 일진글로벌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갑질이 만연한 기업문화를 지적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출장자에게 조니워커 양주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킨 것이다. 블라인드 게시물에 따르면, 일진글로벌은 해외출장자 준수사항을 공지하며 “조니워커 블랙 750ml 구입 후 서울본사 재무팀으로 행낭 발송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업무차 해외에 방문하는 직원에게 ‘양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연차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거나, 퇴근 후 또는 휴가 도중에도 업무지시가 내려온다는 등 구시대적 행태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블라인드 앱 설치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같은 내부불만은 비단 블라인드를 통해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유명 취업정보 포털사이트서도 일진글로벌에 대한 혹평이 난무한다. 모두 전현직 직원들이 남긴 평가다. 내용은 대부분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의 생일에는 여직원들이 돌아가며 편지를 썼다. 이 외에도 올 신년 하례식에서는 중년 남성들이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배에 ‘회장님 사랑합니다’라는 글자를 붙이고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일명 ‘회장님 앞 재롱잔치’로 불리는 일련의 행사들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과도하다는 생각을 넘어 불쾌함을 준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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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원은 “이 회장이 공장에 방문하면 레드카펫을 깔고 여직원은 흰색 블라우스와 검정 치마를 입히고 하이힐을 신게 하고 흰색 장갑을 낀 채 꽃다발을 전해준다”며 “이동 경로마다 배치해 여직원을 안내원으로 만든다”고 과잉 의전을 주장했다.

이에 한 비서에 대한 특혜 의혹이다. 또 다른 익명의 작성자는 이 회장의 비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 화면을 복사해 블라인드에 공유하며 “갑질 당하는 일반직원 뒤에 이런 특혜를 받으니 정말 화가 난다”며 분개했다.

독재 따로 없는
이상일 회장

당 비서는 앞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회사서 3개월 동안 유급휴가를 주고 신혼여행지의 펜트하우스급 리조트 12박을 모두 회사서 협찬해줬다”며 “예쁜 봉투에 선물(현금)까지 두둑이 챙겨주셨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호텔 사진까지 첨부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진글로벌 직원들은 회사 내규상 결혼식 전날까지 근무하고 연차가 최대 4일만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한 직원은 “연차 4일을 다 사용하면 그 이후부터는 연봉서 차감되는 방식”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시간은 커녕 주말에도 출근해 야간근무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반 직원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지만 회장 비서는 귀족대접을 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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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