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론 도마에 오른 갑질 오너 3인방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12 10:31:47
  • 호수 1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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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처럼 부리고 조폭처럼 때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기업 오너들의 도 넘은 ‘갑질’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전직 직원을 무차별하게 폭행하는 오너, 쟁반으로 직원을 내려치는 오너 친인척, 직원들에게 재롱잔치를 시킨 오너. 이 모든 사건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최근 공분을 사고 있는 ‘갑질 3인방’을 소개한다. 
 

▲ ▲폭행 중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진=뉴스타파)

갑질은 계약 권리상 쌍방을 의미하는 갑을(甲乙) 관계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에 특정 행동을 폄하해 일컫는 ‘∼질’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부정적인 어감이 강조된 신조어다. 다시 말해, 지위를 남용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뜻한다.

특히 기업 오너들의 갑질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갑질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권모 교촌치킨 상무, 이상일 일진글로벌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직원에 엽기행각
양진호 회장

‘직원 폭행과 영상 촬영 지시’ 및 ‘워크숍 갑질’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위디스크 대표이자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을 수사하기 위해 경찰이 합동수사전담팀을 꾸렸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31일 양 회장의 폭행 등 사건에 대해 ‘사이버·형사 합동수사전담팀’을 구성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사이버수사대를 중심으로 ‘웹하드 수사TF팀’을 구성, 국내 최대 웹하드 업체 실소유자 양 회장 등을 수사해왔다. 경찰은 양 회장이 자신 소유의 영상물 유통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불법 영상물들이 유통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음란물 유통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서 위디스크 사무실과 양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던 중 경찰은 양 회장의 폭행 등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면서 기존 웹하드 수사TF팀에 광역수사대 형사를 추가로 투입해 40명 내외의 합동수사팀을 구성키로 했다. 진실탐사그룹 언론 <셜록>과 <뉴스타파>는 지난달 30일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사무실서 전직 직원 무차별폭행’ 영상을 공개했다. 

양 회장은 영상서 사무실 안에서 전직 직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폭행을 가했다. 이 직원에게 세 차례에 걸쳐 폭행한 후 사과를 강요했다. 위디스크 관계자는 해당 언론들과 인터뷰서 “양 회장이 이런 폭행 영상을 찍게 지시하고, 영상을 기념품으로 소장했다”고 고백했다.

이 폭행 영상은 2015년 4월에 촬영했다. 양 회장은 영상을 기념품으로 소장하기 위해 촬영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에는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일본도로 닭잡기 공포의 워크숍’이라는 영상을 추가 공개했다. 

돈 있다고…재벌들의 막말·폭행 공분
직원들 학대 수준 “집요하고 놀라워”

양 회장이 2년 전 강원 홍천 위디스크 연수원서 진행한 직원 워크숍의 현장이 찍힌 영상이다. 양 회장은 영상서 살아 있는 닭을 석궁으로 쐈으며, 직원에게도 석궁으로 닭을 잡도록 했다. 

직원이 석궁 다루기를 어려워하면 “XX야, 장난해?” 등의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직원 몇몇에게는 살아 있는 닭을 ‘일본도’로 베도록 시키기도 했다. 이런 엽기적인 워크숍은 여러 번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외에도 중년 남성 직원들에게 머리를 초록색, 빨간색 등으로 염색하도록 강요하고 술자리에선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하면서 술을 뿜을 때까지 억지로 먹이기도 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위디스크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워크숍서 상추를 빨리 씻지 못해 (직원을)퇴사시킨 경우도 있었고, 개조한 BB탄 총을 직원들에게 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또 “회사 내에서 양 회장은 제왕적 지위를 갖고 있었다. 양씨 소유 회사는 기업이 아닌 왕국”이라는 진술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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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회장은 눈밖에 난 직원을 철저히 응징하고 괴롭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 회장은 해당 직원에게 구토할 때까지 술을 강요했다. 더불어 안주를 준다며 입을 벌리게 한 다음 주먹 한 가득 생마늘을 넣으며 “흘리지 말고 다 씹어 먹어”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영상에 등장하는 폭행을 당한 전 회사 직원 및 압수수색한 자료 등을 통해 양 회장의 혐의점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양 회장이 자신의 영상물 유통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불법 영상물이 유통되는 것을 방치했다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되고, 불법 영상물 가운데 일명 야동이 있다면 성폭력처벌특례법 혐의도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수사팀을 통해 이미 수사해오던 양 회장의 불법영상물 유포 등 웹하드 불법행위와 함께 최근 언론서 제기된 폭력행위등 각종 범죄행위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직이 의심스런
교촌 2인자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오너 일가인 권모 상무가 매장 직원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권 상무는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의 6촌 동생이다. 권 상무는 회사 전체에 대한 사업방향 결정과 공장 업무 실태 파악·해외 계약까지 담당하는 등 교촌치킨의 핵심 경영자로 활동했으며, 사내서 유일한 권 회장의 친인척으로 사실상 2인자로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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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는 교촌에프앤비 개발본부 실장에 이어 비서실장을 맡으며 권 회장을 보좌했다.

해단 사건을 보도한 <조선비즈>에 따르면 이 영상은 2015년 3월25일 오후 9시쯤 대구 수성구에 있는 교촌치킨의 한식 레스토랑 ‘담김쌈’의 주방 CCTV에 촬영된 것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매장 직원들은 이 ‘담김쌈’의 유니폼을 갖춰입고 있다. 

3분 가량의 영상 속에서 권 상무는 직원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주방에 들어섰다. 권 상무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불만스럽게 가리키다가 이내 자기 앞에 선 직원을 향해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때리는 시늉을 했다.

놀란 직원은 두 손을 모은 채 뒷걸음을 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권 상무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다른 직원까지 불렀다.

두 직원이 그의 앞에 나란히 서자, 권 상무는 그들을 향해 거칠게 주먹을 휘두르더니 쟁반을 들어 그들의 머리를 내리치려고까지 했다. 다른 직원들이 권 상무의 행패를 말리고 나섰지만, 그는 도리어 말리는 이들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뭉개거나 몸을 밀치며 폭행을 계속했다.


권 상무는 폭행을 말리던 여성 점장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직원들을 뿌리친 권 상무는 파를 썰어 놓은 통과 소스통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처음에 때리려고 했던 직원을 붙잡아 멱살을 잡고 몸을 세게 흔들었다. 여성 점장이 적극적으로 권 상무를 말리며 피해 직원 앞을 막아선 후에야 폭행은 겨우 일단락됐다.

폭행 사건 이후 권 상무는 그 다음 달인 2015년 4월 퇴직해 한동안 회사 밖에 머물렀지만, 약 1년 뒤 오히려 상무 직함을 달고 임원으로 돌아왔다. 

이날 이 영상이 공개되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교촌치킨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등장하는 등 집중적인 관심과 함께 권 상무와 교촌치킨 회장 일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 ▲이상일 일진글로벌 회장

논란이 커지자 권 회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저의 친척인 본부장의 사내 폭행 및 폭언으로 피해를 본 직원분에게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저 스스로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책임을 통감한다”며 “저의 불찰이지 부덕의 소치”라고 적었다.

권 회장은 ‘임원 컴백’ 논란을 두고 “오랜 시간 회사에 몸담으며 기여를 해온 직원으로 피해 직원에게 직접 사과하며 당시 사태를 원만히 해소한 점을 참작해 복직을 허용했다”며 “이는 친척 관계가 아닌 교촌 직원으로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 상무는 이 사건에 대한 회사 측의 재조사가 시작되자 사임 의사를 밝혔고, 교촌치킨 측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즉각 사직 처리했다.


무릎 꿇리고 수차례 뺨
무자비하게 주먹질까지

교촌치킨 불매운동 조짐도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배달비에 이번엔 6촌 갑질까지 제대로 이미지 추락했습니다”며 교촌치킨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갑이면 을을 막 대해도 됩니까? 회장 6촌이 무슨 벼슬입니까”라고 쏘아붙이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자수성가형 부자로 꼽히는 이상일 일진글로벌 회장도 갑질 논란에 구설이 올랐다, 직장인들의 익명게시판 앱으로 유명한 ‘블라인드’가 최근 일진글로벌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갑질이 만연한 기업문화를 지적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출장자에게 조니워커 양주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킨 것이다. 블라인드 게시물에 따르면, 일진글로벌은 해외출장자 준수사항을 공지하며 “조니워커 블랙 750ml 구입 후 서울본사 재무팀으로 행낭 발송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업무차 해외에 방문하는 직원에게 ‘양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연차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거나, 퇴근 후 또는 휴가 도중에도 업무지시가 내려온다는 등 구시대적 행태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블라인드 앱 설치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같은 내부불만은 비단 블라인드를 통해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유명 취업정보 포털사이트서도 일진글로벌에 대한 혹평이 난무한다. 모두 전현직 직원들이 남긴 평가다. 내용은 대부분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의 생일에는 여직원들이 돌아가며 편지를 썼다. 이 외에도 올 신년 하례식에서는 중년 남성들이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배에 ‘회장님 사랑합니다’라는 글자를 붙이고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일명 ‘회장님 앞 재롱잔치’로 불리는 일련의 행사들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과도하다는 생각을 넘어 불쾌함을 준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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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원은 “이 회장이 공장에 방문하면 레드카펫을 깔고 여직원은 흰색 블라우스와 검정 치마를 입히고 하이힐을 신게 하고 흰색 장갑을 낀 채 꽃다발을 전해준다”며 “이동 경로마다 배치해 여직원을 안내원으로 만든다”고 과잉 의전을 주장했다.

이에 한 비서에 대한 특혜 의혹이다. 또 다른 익명의 작성자는 이 회장의 비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 화면을 복사해 블라인드에 공유하며 “갑질 당하는 일반직원 뒤에 이런 특혜를 받으니 정말 화가 난다”며 분개했다.

독재 따로 없는
이상일 회장

당 비서는 앞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회사서 3개월 동안 유급휴가를 주고 신혼여행지의 펜트하우스급 리조트 12박을 모두 회사서 협찬해줬다”며 “예쁜 봉투에 선물(현금)까지 두둑이 챙겨주셨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호텔 사진까지 첨부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진글로벌 직원들은 회사 내규상 결혼식 전날까지 근무하고 연차가 최대 4일만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한 직원은 “연차 4일을 다 사용하면 그 이후부터는 연봉서 차감되는 방식”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시간은 커녕 주말에도 출근해 야간근무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반 직원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지만 회장 비서는 귀족대접을 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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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