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대학가서 판치는 황당한 ‘유료 대리수강’ 실태

  • 이수지 suji@ilyosisa.co.kr
  • 등록 2012.06.22 18: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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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꿈꾸던 명문대 다녀볼 기회를 드립니다”

[일요시사=이수지 기자] “네↗” “예↘” “저요∼”. 대학 강의실에서 큰 목소리와 작은 목소리를 오가며 톤을 달리해 친구의 출석을 대신해 주던 추억은 옛말이 됐다. 아예 한 학기 전체 학점을 대신 이수해 주는 ‘대리인 모집 아르바이트’가 성행 하고 있는 것. 한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는 “대리수강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들은 왜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도 자신을 대신해주는 대리인을 고용해 또 다른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대학가에 판치는 유료대리수강 실태를 추적해봤다.

 

“2012년 2학기 대리수강 알바 해 주실 분 찾아요. 서울 서대문구 내 있는 학교구요. 한 과목 통째로 시험 출석 대리수강 해주시면 돼요. 마지막 학긴데 날리면 졸업이 불가능 해져요. 제가 사정상 2학기에 서울에 있을 수가 없어서요. 급해서 이렇게 대리수강 구합니다. 학점은 B-이상이면 감사하구요. 일주일에 3시간 (2번에 나눠서 1시간, 2시간씩)입니다. 정말 하실 수 있으신 분만! 궁금한 점은 주저 마시고 편히 메일 주세요. 생각하시는 페이도요.”

학점까지 돈으로 사?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한 학기 수업을 대신 수강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이다. 글쓴이는 끝으로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남기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또 다른 게시판에는 ‘계절학기 대리수강 해줄 사람 구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방학동안 수학과목을 대리수강 해주면 되고, 성적은 C+이상만 나오면 된다”며 “물론 사례는 있다”고 덧붙였다.

대리 아르바이트 거래는 이처럼 주로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지난 7일 한 편입준비 카페에는 ‘OO대 한 학기 다녀보고 싶으신 분’이란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자신을 이 학교 편입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마지막 한 학기가 남았고 전공학점은 모두 채웠으며 취업도 했다. 3학점만 취업계 낼까 하다가 등록금 다 내는 게 아까워서 한 학기 대리 수강생을 찾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글쓴이는 “최소이수학점 6~9학점 들으시고 학점만 어느 정도 채워주는 조건”이라며 “학점이 안 나올 때에는 그 책임은 지어주셔야 합니다. 자신 없으시면 연락주지 마세요. 이 부분은 금전적인 페널티를 걸겠습니다. 물론 (학점을 어느 정도) 넘기신다면 저는 네버마인드입니다. 4점대도 아닌 3.3 정도면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고 명시했다.

또 “듣고 싶으신 거 정말 아무거나 들으셔도 된다. 음대든 건축이든 기계든 상경계든 특히 상경계 전공이라 상경계 전공은 우선 수강신청 가능하다”며 “물론 아무나 해 드리는 건 아니고 신상 확인하고 해 드릴 거다. 공부하시는 분들은 연대 중도(중앙도서관)도 이용할 수 있고 사물함도 받을 수 있다”고 이점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 학생은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나이, 성별, 이름, 현재 재학 중인 대학 및 전공, 전화번호, 간단한 자기소개를 자신의 메일주소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인터넷서 “OO대 한 학기 다녀보고 싶으신 분” 매수 파문
허술한 관리 속 대리출석 기본…기말고사·영어시험 대타도

이 편입생의 ‘황당한’ 제안 글을 본 네티즌들은 “명문대를 직접 다녀볼 수 있는 기회라는 명목으로 불법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부모님은 이런 사실을 알고 등록금을 내 주셨을까”라는 등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몇 년 전에 다른 학교에서도 저런 유사한 사건 있어서 올린 사람, 대출자 모두 중 징계받던 사례가 있다. (저 학생도)학교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비난이 거세지자 해당 글은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새 학기,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 대학가에는 대리인을 모집하는 일이 빈발한다. 대리 출석은 기본이고, 채플· 교양 과목· 영어모의고사 등을 포함해 각종 시험도 다른 학생이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토익·토플 시험처럼 엄격한 신분 확인 절차가 없고, 학점이나 졸업 자격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대리시험을 선택하는 것이다.

서울 모 대학에 재학 중인 4학년 황모(27)씨는 “졸업을 하기 위해선 일정 점수의 토익점수나 학교에서 주관하는 영어 모의고사 시험 점수가 필요한데, 토익점수가 없는 친구들은 졸업을 위해 영어 모의고사 대리시험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제는 이를 넘어 고액을 지급하고 대리수강을 맡기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지만 대학 측은 특별한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을 상대해야 하는 교수가 이들을 일일이 확인 해 걸러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몇몇 대학은 대리수강을 막기 위해 사진출석부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200~300여명이 수강하는 교양과목에서는 사진을 대조하면서 학생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수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효과가 없다.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대리수강 역시 주로 수강인원이 많은 교양수업에서 이뤄지고 있다.

D대학 관계자는 “대리수강은 학생들 사이에서 조차 쉬쉬되고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을 적발해 규제할 순 없다”며 “사실상 현재 시스템으로 대리수강하는 학생들을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세상 참 불공평해~”

한 학기당 50~100만 원 정도의 거액의 돈이 오가는 만큼 대학생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조성하고 상대적으로 금전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데도 한 몫하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나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용납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별다른 죄의식 없이 대리수강자를 매수하는 것도 문제다.

대학생 김모(24·여)씨는 “같이 취업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돈으로 학점까지 사고 죄책감 없이 떠들면서 다니는 걸 보면 참 세상 불공평 한 것 같다”며 “더 확산되기 전에 학교 차원에서 확실한 규제 방법을 마련하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이런 부정행위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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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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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