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검은 욕망의 ‘신생아밀매’ 실태

단돈 몇 백만 원에 우리 아기들이 팔려간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지난 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한 '신생아거래'가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신생아거래는 말 그대로 갓난아기를 사고파는 비윤리적행위로서 오래 전부터 알게 모르게 진행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뱃속의 아기까지 거래하려는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국민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런데 거래의 뒤에는 다른 사람이 개입돼 있었다. '독수리오형제'라는 닉네임을 사용해 중간에서 신생아거래를 돕는 일명 신생아브로커가 바로 그. 너도나도 인권존중을 외치는 글로벌 사회 속에는 또 다른 이면이 숨어있었다. 그곳엔 아무 죄의식 없이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일요시사>가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의 실태를 조명했다.

 

지난 4월 스페인에서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돼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생명의 존엄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가톨릭 수녀들이 신생아를 무자비로 매매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일명 '신생아매매스캔들'로 불리며 세계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수녀들 뻔뻔하게
아기 훔쳐 돈 받아

사실 스페인에서는 수십년간 갓난아기들이 돈을 받고 팔려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스페인의 많은 미혼모들은 출산 후 자신의 아이를 볼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아기가 사망했다'는 병원 측의 통보 때문이었다. 그들이 아기의 사체를 확인하려고 하면 '이미 매장했다'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때 병원에서 출산을 도왔던 간호사 대부분이 수녀였고 그들이 병원에서 몰래 신생아를 훔쳐 매매를 한다는 의혹이 지금까지 제기돼왔다. 그런데 최근 87세의 한 노수녀가 신생아를 매매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설이 아닌 사실로 드러나 세계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같은 행위는 국내에서도 여과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IT산업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물건을 구매한다. 그런데 이 편리한 인터넷을 악용해 살아 있는 신생아까지 거래하는 사람들이 들끓고 있어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20대 여성이 개인적으로 입양한 생후 3개월 된 여아를 수차례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내막은 이렇다. 그녀는 이별통보를 한 남자친구를 붙잡으려 인터넷을 통해 일정한 금액을 주고 아기를 입양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남성은 막중한 책임감에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여성이 입양한 아기가 친자식인줄로만 알았던 남편은 입양아를 자신의 친자식보다 더 아꼈다. 이에 그녀는 "남편 닮았다"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진짜 남편의 자식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입양아를 수차례 구타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인터넷과 언론매체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생명을 사고파는 비윤리적행위를 한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비난세례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아기를 팔려는 여성들은 인터넷상에서 각양각색의 이유를 들어가며 활개를 치고 있었고 연령대도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인터넷서 500~1000만원으로 손쉽게 거래 가능
10대 미혼모, 누구 자식인지 몰라 불법매매 시도

술 먹고 홧김에 일 저질러 아기의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한 10대 여학생은 "미혼모라는 낙인이 싫어 아기를 팔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녀는 "입양기록 자체를 남기고 싶지 않다. 이왕에 다른 사람에게 (아기를) 넘길 거면 조금이라도 더 주는 사람을 찾는다"며 물건을 거래하듯 말했다. 동거남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그녀에게 아기에 대한 걱정은 사치였다. 당장 아이를 입양 보내서 그 대가로 될 수 있으면 많은 돈을 거머쥐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남편과 17살의 고등학생 자식을 둔 한 40대 주부도 거액을 제시하며 신생아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 성격 등의 차이로 오랜 시간동안 별거 중이었는데 그때 만난 남자친구의 아이를 갖게 돼 입양거래를 원하고 있었다. 그 여성은 "원래 동거남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말을 바꿨고 저 또한 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어서 거래까지 생각하게 됐다. 솔직히 아이는 아무 죄도 없다. 그냥 좋은 부모 만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라고 말하면서도 "1000만원은 받아야 한다. 그 이하의 금액으로는 입양시킬 의향이 없다"며 확고하게 말했다. 

한편 낯선 사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된 10대 여성도 있었다. 그녀는 가출한 상태로 가족과의 인연이 끊긴 상태였고 만삭인 그녀를 돌봐줄 보호자 한 명 없었다.

"비록 내가 원해서 갖게 된 아이는 아니지만 내 속에서 나온 아이기 때문에 입양결심을 했을 땐 너무 가슴이 아팠다. 만약 신생아거래가 확정 된다면 내가 받게 될 돈으로 차라리 아기용품 하나 더 사줬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 그녀는 아이를 한 번 입양시켰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입양을 한 여성은 담배를 피우고 욕을 자주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가정 속에 아이를 맡기기 싫었던 그녀는 급기야 다시 아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법 아직 없어


방송에 따르면 신생아매매는 보통 500만원에서 1000만원선 안에서 거래되고 있었는데 이는 병원비와 산후조리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었다. 게다가 국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신생아거래는 정식 입양이 아니고 개인입양, 즉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거래하는 입양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신생아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불법 브로커도 존재하고 있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인터넷 카페 등지에서 닉네임 '독수리오형제'를 사용하며 신생아매매를 종용하는 한 남성의 거래형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인터넷에 아기를 입양하고 싶다는 여성들의 글을 확인한 후 은밀하게 쪽지를 보내 "아기도 입양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또한 그는 게시판에 자기도 입양한 아이가 셋이나 있다고 소개하면서 개인입양에 대한 신뢰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 남성에게 이상한 점이 발견 됐다. 그가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신생아를 입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많은 아이를 어떻게 그가 책임지고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다. 분명 그는 신생아거래응 원하는 이들에게 "입양아는 자신이 직접 키우겠다"고 말했지만 진짜 그가 키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남성은 "나는 브로커가 아니다. 한 번에 목돈을 주거나 하는 사람들은 100% 브로커인데 나는 산모와 병원에 직접 가서 출산비와 산후조리비 모두를 결제하고 매달 얼마씩 생활비를 주는 식으로 한다"며 자신을 포장했다. 또한 동시에 많은 이들과 거래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나 입양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딱 잘라 말했다. 이어 "한 번의 목돈은 현행법상 불법으로 처리되겠지만 매달 5만원, 10만원 주는 것은 아무도 뭐라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것까지 제재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만약 이것이 불법행위이고 처벌을 받는 행위라면 달게 받을 자신 있다"며 다시 한 번 본인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이 상황을 경찰에게 제보한 취재진은 전에도 '그런 사례로 내사를 벌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하지만 경찰 측은 인터넷상에서 이뤄진 신생아거래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입양자와 브로커 사이에 오간 돈에 대한 증거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처벌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는 8월부터 새 입양특례법이 시행된다. 기존의 법은 친생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입양이 가능했고 무조건 시·군청에 신고를 해야 했다. 반면 개정된 법은 굳이 입양신고를 하지 않고 가정법원의 승낙이 있으면 입양이 가능하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아기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면에서는 굉장히 합리적인 법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입양, 불법과 무법이 난무하는 신생아매매 상에서는 이는 별로 효력이 없는 법이 될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인터넷상의 신생아매매에 관한 완벽한 규제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신생아거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심히 우려를 표했다.

남편 둔 40대 여성, 애인 아기 가져 밀매 결심
성범죄?밤문화는 1위 성교육은 세계적으로 하위

이를 본 많은 누리꾼들은 각자 자신의 블로그나 SNS를 통해 신생아거래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글을 게시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방송된 캡처사진을 첨부하며 "얼마 전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인마 오원춘이 '인육을 판매하려고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수많은 신생아가 인터넷상에서 단 몇 명의 브로커를 통해 대규모로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중국으로부터 밀입된 인육캡슐이 최근 루트가 막혀 들여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먼저 떠올랐다. 입양이라는 탈을 쓰고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는 우리의 아기들이 그런 용도에 쓰이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이 든다"며 불쾌함을 나타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국내 성관련 문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대안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매매·강간 등 성범죄나 밤문화는 세계 1위 자리가 아깝지 않지만 실제 성문제 및 성교육을 대하는 사회의 시각과 태도가 구시대적이라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라며 성문제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사회풍토에 일침을 놓았다.

유교정신이 강한 우리나라는 예부터 성을 주제로 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다그치고 숨기기에 급급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처럼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받게 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책임감을 심어줘야 했다. 그랬다면 앞에서 거론했던 10대 소녀와 40대 주부처럼 앞뒤 상황 고려하지 않고 덜컥 임신을 하고 게다가 그 아이를 돈을 받고 팔려는 무책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며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여느 드라마에서 나오듯이 돈만 있다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게 지금 사회다.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심어줘야


또한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먹고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자신의 아기를 파는 행위 또는 10대, 20대의 어린 여성들이 대리임신을 직업으로 삼으며 돈을 받고 아기를 주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희한한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존귀한 생명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비윤리적행위를 막으려면 사전에 성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아기의 인권에 대해 경시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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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