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검은 욕망의 ‘신생아밀매’ 실태

단돈 몇 백만 원에 우리 아기들이 팔려간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지난 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한 '신생아거래'가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신생아거래는 말 그대로 갓난아기를 사고파는 비윤리적행위로서 오래 전부터 알게 모르게 진행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뱃속의 아기까지 거래하려는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국민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런데 거래의 뒤에는 다른 사람이 개입돼 있었다. '독수리오형제'라는 닉네임을 사용해 중간에서 신생아거래를 돕는 일명 신생아브로커가 바로 그. 너도나도 인권존중을 외치는 글로벌 사회 속에는 또 다른 이면이 숨어있었다. 그곳엔 아무 죄의식 없이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일요시사>가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의 실태를 조명했다.

 

지난 4월 스페인에서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돼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생명의 존엄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가톨릭 수녀들이 신생아를 무자비로 매매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일명 '신생아매매스캔들'로 불리며 세계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수녀들 뻔뻔하게
아기 훔쳐 돈 받아

사실 스페인에서는 수십년간 갓난아기들이 돈을 받고 팔려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스페인의 많은 미혼모들은 출산 후 자신의 아이를 볼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아기가 사망했다'는 병원 측의 통보 때문이었다. 그들이 아기의 사체를 확인하려고 하면 '이미 매장했다'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때 병원에서 출산을 도왔던 간호사 대부분이 수녀였고 그들이 병원에서 몰래 신생아를 훔쳐 매매를 한다는 의혹이 지금까지 제기돼왔다. 그런데 최근 87세의 한 노수녀가 신생아를 매매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설이 아닌 사실로 드러나 세계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같은 행위는 국내에서도 여과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IT산업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물건을 구매한다. 그런데 이 편리한 인터넷을 악용해 살아 있는 신생아까지 거래하는 사람들이 들끓고 있어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20대 여성이 개인적으로 입양한 생후 3개월 된 여아를 수차례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내막은 이렇다. 그녀는 이별통보를 한 남자친구를 붙잡으려 인터넷을 통해 일정한 금액을 주고 아기를 입양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남성은 막중한 책임감에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여성이 입양한 아기가 친자식인줄로만 알았던 남편은 입양아를 자신의 친자식보다 더 아꼈다. 이에 그녀는 "남편 닮았다"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진짜 남편의 자식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입양아를 수차례 구타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인터넷과 언론매체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생명을 사고파는 비윤리적행위를 한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비난세례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아기를 팔려는 여성들은 인터넷상에서 각양각색의 이유를 들어가며 활개를 치고 있었고 연령대도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인터넷서 500~1000만원으로 손쉽게 거래 가능
10대 미혼모, 누구 자식인지 몰라 불법매매 시도

술 먹고 홧김에 일 저질러 아기의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한 10대 여학생은 "미혼모라는 낙인이 싫어 아기를 팔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녀는 "입양기록 자체를 남기고 싶지 않다. 이왕에 다른 사람에게 (아기를) 넘길 거면 조금이라도 더 주는 사람을 찾는다"며 물건을 거래하듯 말했다. 동거남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그녀에게 아기에 대한 걱정은 사치였다. 당장 아이를 입양 보내서 그 대가로 될 수 있으면 많은 돈을 거머쥐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남편과 17살의 고등학생 자식을 둔 한 40대 주부도 거액을 제시하며 신생아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 성격 등의 차이로 오랜 시간동안 별거 중이었는데 그때 만난 남자친구의 아이를 갖게 돼 입양거래를 원하고 있었다. 그 여성은 "원래 동거남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말을 바꿨고 저 또한 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어서 거래까지 생각하게 됐다. 솔직히 아이는 아무 죄도 없다. 그냥 좋은 부모 만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라고 말하면서도 "1000만원은 받아야 한다. 그 이하의 금액으로는 입양시킬 의향이 없다"며 확고하게 말했다. 

한편 낯선 사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된 10대 여성도 있었다. 그녀는 가출한 상태로 가족과의 인연이 끊긴 상태였고 만삭인 그녀를 돌봐줄 보호자 한 명 없었다.

"비록 내가 원해서 갖게 된 아이는 아니지만 내 속에서 나온 아이기 때문에 입양결심을 했을 땐 너무 가슴이 아팠다. 만약 신생아거래가 확정 된다면 내가 받게 될 돈으로 차라리 아기용품 하나 더 사줬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 그녀는 아이를 한 번 입양시켰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입양을 한 여성은 담배를 피우고 욕을 자주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가정 속에 아이를 맡기기 싫었던 그녀는 급기야 다시 아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법 아직 없어


방송에 따르면 신생아매매는 보통 500만원에서 1000만원선 안에서 거래되고 있었는데 이는 병원비와 산후조리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었다. 게다가 국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신생아거래는 정식 입양이 아니고 개인입양, 즉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거래하는 입양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신생아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불법 브로커도 존재하고 있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인터넷 카페 등지에서 닉네임 '독수리오형제'를 사용하며 신생아매매를 종용하는 한 남성의 거래형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인터넷에 아기를 입양하고 싶다는 여성들의 글을 확인한 후 은밀하게 쪽지를 보내 "아기도 입양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또한 그는 게시판에 자기도 입양한 아이가 셋이나 있다고 소개하면서 개인입양에 대한 신뢰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 남성에게 이상한 점이 발견 됐다. 그가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신생아를 입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많은 아이를 어떻게 그가 책임지고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다. 분명 그는 신생아거래응 원하는 이들에게 "입양아는 자신이 직접 키우겠다"고 말했지만 진짜 그가 키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남성은 "나는 브로커가 아니다. 한 번에 목돈을 주거나 하는 사람들은 100% 브로커인데 나는 산모와 병원에 직접 가서 출산비와 산후조리비 모두를 결제하고 매달 얼마씩 생활비를 주는 식으로 한다"며 자신을 포장했다. 또한 동시에 많은 이들과 거래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나 입양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딱 잘라 말했다. 이어 "한 번의 목돈은 현행법상 불법으로 처리되겠지만 매달 5만원, 10만원 주는 것은 아무도 뭐라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것까지 제재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만약 이것이 불법행위이고 처벌을 받는 행위라면 달게 받을 자신 있다"며 다시 한 번 본인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이 상황을 경찰에게 제보한 취재진은 전에도 '그런 사례로 내사를 벌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하지만 경찰 측은 인터넷상에서 이뤄진 신생아거래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입양자와 브로커 사이에 오간 돈에 대한 증거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처벌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는 8월부터 새 입양특례법이 시행된다. 기존의 법은 친생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입양이 가능했고 무조건 시·군청에 신고를 해야 했다. 반면 개정된 법은 굳이 입양신고를 하지 않고 가정법원의 승낙이 있으면 입양이 가능하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아기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면에서는 굉장히 합리적인 법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입양, 불법과 무법이 난무하는 신생아매매 상에서는 이는 별로 효력이 없는 법이 될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인터넷상의 신생아매매에 관한 완벽한 규제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신생아거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심히 우려를 표했다.

남편 둔 40대 여성, 애인 아기 가져 밀매 결심
성범죄?밤문화는 1위 성교육은 세계적으로 하위

이를 본 많은 누리꾼들은 각자 자신의 블로그나 SNS를 통해 신생아거래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글을 게시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방송된 캡처사진을 첨부하며 "얼마 전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인마 오원춘이 '인육을 판매하려고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수많은 신생아가 인터넷상에서 단 몇 명의 브로커를 통해 대규모로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중국으로부터 밀입된 인육캡슐이 최근 루트가 막혀 들여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먼저 떠올랐다. 입양이라는 탈을 쓰고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는 우리의 아기들이 그런 용도에 쓰이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이 든다"며 불쾌함을 나타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국내 성관련 문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대안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매매·강간 등 성범죄나 밤문화는 세계 1위 자리가 아깝지 않지만 실제 성문제 및 성교육을 대하는 사회의 시각과 태도가 구시대적이라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라며 성문제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사회풍토에 일침을 놓았다.

유교정신이 강한 우리나라는 예부터 성을 주제로 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다그치고 숨기기에 급급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처럼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받게 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책임감을 심어줘야 했다. 그랬다면 앞에서 거론했던 10대 소녀와 40대 주부처럼 앞뒤 상황 고려하지 않고 덜컥 임신을 하고 게다가 그 아이를 돈을 받고 팔려는 무책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며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여느 드라마에서 나오듯이 돈만 있다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게 지금 사회다.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심어줘야


또한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먹고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자신의 아기를 파는 행위 또는 10대, 20대의 어린 여성들이 대리임신을 직업으로 삼으며 돈을 받고 아기를 주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희한한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존귀한 생명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비윤리적행위를 막으려면 사전에 성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아기의 인권에 대해 경시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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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