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구혜선이 동명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안방극장에 컴백, 유쾌한 모습을 선사한다. <꽃보다 남자>는 변두리 세탁소집 딸 금잔디(구혜선)가 우연히 최상류층이 다니는 학교에 전학해 F4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구혜선은 “사극 출연으로 이미지가 많이 차분해진 게 사실인데 이번 역할로 다시 시트콤 느낌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 못내 걱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캐릭터 또한 지금이 아니면 다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좌충우돌 사랑과 우정 이야기…어려움 당하지만 굴하지 않는 캐릭터
영화 감독·앨범 재킷 일러스트레이션 참여…“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구혜선은 <꽃보다 남자>에서 변두리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가정의 여고생 금잔디 역을 맡았다. F4와 좌충우돌하며 사랑과 우정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발랄한 여고생이 되고자 20살에 처음 출연했던 <논스톱>을 다시 보며 그때의 철없는 말투나 목소리 톤 등을 흉내 내려 하고 있어요. 실제로 F4 친구들보다 누나지만 같이 호흡 맞추면서 그 친구들보다 동생 같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 중이죠. 그래도 요즈음에는 어리게 봐주는 것 같아요.”
극중 구혜선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며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는 등 어려움을 당하지만 굴하지 않는 캐릭터. 재벌 2세 구준표(이민호)와 전 대통령의 손자 윤지후(김현중)의 사랑을 한 번에 받으며 극중 받아온 서러움을 해소 할 예정이다.
“제가 제일 망가지고 있어요. 웃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많이 애처로운 부분도 있죠. 밝은 캐릭터라 애착이 가요. <꽃보다 남자>를 위해 많이 준비했어요. 비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반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 드라마는 환상적 이야기를 다룬 희극일 뿐이죠. 안 좋은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신데렐라 이야기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행복감을 맛보길 바래요.”
양현석 말 한마디에 연기자 길 선택
이렇듯 보기엔 화려하기만 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 그러나 촬영장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드라마는 럭셔리한 콘셉트인데 촬영현장에서는 정작 굶어가며 힘들게 촬영하고 있어요. 특히 해외 촬영 때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힘들게 연기한 다음 한국에 돌아왔죠. 화면은 일단 좋아 보이니 성공했다고 얘기들 해요. 하지만 뒤에선 남모를 노력들이 많아요.”
구혜선은 6년 전 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사장의 말 한마디로 가수의 꿈을 접고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평소 음악 작업을 좋아해 연기자가 될 것이라고는 부모님도 친구들도 심지어 구혜선 자신도 상상치 못했다.
“양현석 사장님과의 첫 만남에서 ‘너는 연기자 해라’는 말에 연기자가 됐어요. 당시 그 말을 듣고 ‘나가라’는 말인 줄 알았죠. 당시 나에게 던진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변화시켰어요. 나에게 큰 영향을 준 분이죠.”
구혜선은 도전정신이 투철하다. 영화 한 편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병원에서 안락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을 초현실적으로 그린 16분짜리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영화 배경 세트장을 직접 그리고 디자인해서 조형물로 만들기까지 했다. 찍은 기간은 달랑 3일.
“시나리오는 정말 100편도 더 써봤어요. 연예인 되기 전부터 무작정 쓴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를 돌아다닌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물론 백 번도 넘게 거절당해봤죠. 제 평생 리더가 돼서 사람들을 지휘하고 지도해본 건 처음인데 그렇게 짜릿한 일인 줄 미처 몰랐어요.”(웃음)
“저 욕심 많은 편이에요”
그녀의 ‘용감한 도전’은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엔 같은 소속사 가수 거미의 앨범 재킷 일러스트레이션도 직접 했다.
“원래 그림도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했어요. 어쩌다 보니 연기자가 됐지만, 전 가끔 제 안의 끼를 다 쓰면서 살 수 있을까 궁금하기까지 한걸요. 잘난 척으로 들리려나?”
타던 자동차를 팔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때론 지하철을 타고 소속사 사무실로 태연하게 향하는 엉뚱한 성격의 소유자답다.
구혜선은 <왕과 나>, <최강칠우>, <꽃보다 남자>까지 3연속 월화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두 편의 전작 <왕과 나>와 <최강칠우>의 시청률이 그다지 좋지 못했고, 이번에 새롭게 들어가게 된 <꽃보다 남자>도 MBC <에덴의 동쪽>이라는 큰 산을 만나 결과에 대한 주위의 우려가 크다.
“드라마 <왕과 나>를 할 때만 해도 나도 모르게 시청률에 신경을 쓰곤 했어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결과는 정말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요.”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