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K-POP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이 해외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청년 구직자들은 치솟는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대형기획사에 입사하려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대형기획사들은 겉으로 보여주는 화려한 외형과 스타를 앞세운 명성과 달리 좁은 문을 통과한 청년 구직자들의 고혈을 빨아먹는다는 지탄이 끊이질 않고 있다. 넉넉한 혜택은 몇몇 임원과 인기연예인 몫이고 일반 직원들은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일요시사>가 국내 3대 대형기획사에서 종사하는 직원들의 평균연봉을 낱낱이 파헤쳤다.
국내 대형기획사라 함은 SM, YG, JYP를 들 수 있다. 최근 이들 3대 기획사들이 실질급여에 관한 사업보고서(2011년 기준)를 공개했는데 가히 놀라울 지경이다. 이는 연예인을 제외한 일반 직원들의 평균연봉이 적나라하게 비교돼 있었고,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었다.
이 바닥도 별 수 없네
엔터테인먼트 3사 중 가장 높은 평균 연봉을 책정한 곳은 SM엔터테인먼트다. SM엔터테인먼트는 K-POP을 널리 알리는 데 선두적인 역할을 한 기획사로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이 소속돼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기획, 관리, 매니지먼트 등 일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남성의 경우 평균연봉 2999만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SM 일반 남자직원은 정규직 82명과 계약직 22명, 기타 2명으로 총 106명으로 구성됐고, 평균 근속연수는 3년8개월이다. 그에 비해 여성은 약 2239만원을 평균연봉으로 받았고 정규직 49명에 계약직 32명, 기타 6명으로 근속연수는 3년4개월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도인 2010년 평균연봉보다 더 낮은 수치로 남자 3096만원, 여자 2710만원에 비해 각각 3.1%, 17.4% 줄어든 결과다. 남녀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12개월로 환산해서 비교하면 남자는 한 달 평균 249만9000원을, 여자는 186만6000원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전체 매출액은 65.5% 증가하면서 "소수 임원들과 소속 연예인들만 호사를 누리는 것이 아니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개성 있는 비주얼과 음악성으로 젊은 층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빅뱅, 2NE1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 또한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위와 같이 기획, 매니지먼트 총괄을 맡는 일반직원 중 남성 직원의 평균연봉은 2612만원이며 여성 직원은 2416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를 12개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남성은 217만7000원을, 여성은 201만4000원의 월급을 받는 셈이다. YG는 남성 49명의 정규직과 13명의 계약직원으로 합계 62명이고 평균근속연수는 2년9개월이다. 여성은 정규직 49명, 계약직 13명으로 총 51명이며 근속연수는 2년1개월로 돼있다.
반면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상장한 YG엔터테인먼트의 총 매출액은 780억원으로 1년 간 거액을 거머쥔 엔터테인먼트사가 됐다.
화려함과 명성에 비해 급여 수준은 최하위
기업 매출액 증가…직원 평균연봉은 감소
사람들은 "YG의 화려한 사옥이 보여주듯 회사에 들어가기만 하면 충분히 고소득을 얻을 수 있을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환상을 한다. 하지만 실상은 너무 척박하다. 일은 고되고 그에 비해 얻는 소득은 적으니 누가 봐도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일이다. 게다가 최근 해당 기획사 대표가 소속가수들에게 지분을 나눠줬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비난세례가 더 가중됐다.
JYP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국진출에 힘을 싣고 K-POP을 빌보드차트 상위권에 당당히 올리는 등 해외 음악시장에서 커다란 발전가능성을 보여준 기획사다. 가수 박진영이 소속된 기획사로도 잘 알려진 JYP의 직원 평균 연봉이 3대 기획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지며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남녀 직원의 연봉은 각각 2261만원, 1075만원으로 특히 여성 직원의 연봉이 눈에 보일만큼 현저히 낮았다. 이를 월급으로 치면 남자는 237만5000원, 여자는 175만7000원이다. 일각에서는 JYP의 직원 급여가 짠돌이 수준을 넘는다며 "미국 진출에 모든 돈을 쏟아 부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 정도다.
평균 근속연수는 타 기획사와는 달리 남자는 7개월, 여자는 6개월로 1년도 채 안되는 근속연수를 보였다. JYP는 남자직원 9명, 여자직원 12명으로 총 2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다 정규직이라는 특성이 있다.
해도 해도 너무 하네
정리하면 전체 남녀 직원의 평균연봉이 가장 높은 기획사는 SM엔터테인먼트가 차지했고 차례로 YG, JYP 순이다. 그리고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세 기획사 모두 같다. 또한 이들 기획사에서 책정한 연봉은 일반 기업의 평균 연봉에 한창 못 미치는 수준이며 3대 기획사가 벌어들이는 연간 수백억의 매출액에 비해 직원의 복지수준은 한참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상에 이 자료가 이슈화 되면서 누리꾼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 많은 돈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생각보다 너무 적다" "화려한 이면 뒤에 가려진 턱없는 복지혜택에 실망했다"는 말했다.
이 점을 고려해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최근에 국내외 명문대와 석·박사 학위 소지자, 2개 국어 이상을 구사하는 자 등 다양한 스펙을 자랑하는 인재들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학력과 관계없이 처음에는 무조건 고된 로드매니저 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허황된 꿈만 품고 오면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연예 관계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3대 대형기획사라고 불리는 회사들이 오로지 소속 연예인 중심으로 투자하고 투자한 만큼 수익창출에만 혈안이 돼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그에 비해 일반직원들은 저임금을 받고 고된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복지혜택도 받기 힘든 악순환이 반복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대형기획사들. 명성을 이용해 자기 뱃속 채우기에만 급급해 하기보다는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직원들의 땀을 기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