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점령 백태⑭롯데그룹-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

중소기업 밥그릇에 숟가락 얹고 ‘돈잔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자실 바라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과 중소영역을 침범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빠지지 않고 논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의 계열사는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롯데시네마의 매장 운영권을 가진 회사다.

오너일가 개인회사

먼저 시네마통상은 롯데시네마 수도권 점에서 8개 팝콘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분 28.30%를 보유한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신 이사장의 자녀인 장혜선(7.55%)·선윤(5.66%)·정안(5.66%)씨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신 이사장 일가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지난해 5월 자본금 9억9000만원에 설립된 시네마푸드는 지방 롯데시네마 7곳에서 팝콘매장을 열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신 이사장(35.83%)을 비롯한 장혜선(9.66%)·선윤(7.13%)·정안(7.13%)씨 친인척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시네마푸드와 시네마통상의 사업 부문은 동일하다. 기존 사업체와 별도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 이유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재계에선 다른 운영권자인 유원실업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견해가 유력하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부인인 서미경씨의 외동딸 신유미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중소기업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다는 점이다. 이런 행태는 지난해 사회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손을 뻗고 그룹 내에 물량을 몰아줘 중소기업의 판로를 막는다는 비판이었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 독점해 ‘쏠쏠한 재미’
그룹 내 빵·물티슈 사업 접었는데 팝콘은 왜?

먼저 중소기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정부의 모진 질책이 더해졌다.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가열되자 결국 수많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영역으로 분류된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당장 롯데그룹 내에서도 사업을 정리한 회사가 있다. 신 이사장의 장녀인 선윤씨가 대표를 맡은 블리스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인 ‘포숑’은 ‘대기업 빵집 논란’이 일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또 선윤씨의 남편인 양성욱 전 브이앤라이프 대표는 고급 물티슈 수입 사업이 비난에 직면하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유독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만은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비난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계속해서 영업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신 이사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면 신 이사장이 이들 회사를 손에서 놓지 않는 까닭은 뭘까.

이를 두고 재계에선 팝콘사업의 수익성과 연관 짓는 시선이 많다. 큰돈이 되지 않는 빵이나 물티슈 사업과 달리 팝콘사업은 쏠쏠한 수익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의 매점운영은 통상 관객 한 명당 10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노른자위 사업이다. 극장의 주 수입원이 영화관람이 아닌 매점에서 나온다는 게 극장가의 통설로 여겨질 정도다. 시네마통상의 지난해 매출액만도 165억원에 이른다.

당연히 버리기 아까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경영권 후계구도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향후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으로부터 독립을 염두한 행보가 아니냐는 게 골자다. 신 이사장이 올해초 롯데쇼핑 사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후계구도 때문?

그 이유와 무관하게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의 행태는 사회적인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모성 자재 구매(MRO)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과는 규모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중소상인들과의 상생과 거리가 멀다는 점만은 한치의 오차 없이 똑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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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